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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아동의 기본권과 아동보호의 개념

2. 아동보호: 가족과 사회 공동의 책임

이상과 같은 UN 아동권리협약의 규정을 기초로 할 때, 아동보호는 모 든 형태의 육체적, 정신적 폭력, 학대 및 방임, 그리고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보호의 개념에는 아동과 가족,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 사이의 일정한 방식의 관계성을 담고 있으며, 그 관계방식은 법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캐나다 등의 영 미권 국가에서는 아동보호(child protection)가 보다 협의의 틀에서 정 의되기도 한다. 즉, 폭력적이고 부적절한 환경 일반으로부터의 아동보호 가 아니라 ‘학대 ․ 방임’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전문적이며 제도 적인 서비스로 이해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보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의 미의 아동보호 개념을 적용하여 한국 ․ 중국 ․ 일본의 아동보호와 아동보호 체계를 논의하기로 한다. UNICEF를 중심으로 근래의 아동보호체계에 대한 국제연구는 협의의 아동보호가 지니는 단일 문제 중심의 접근방식 의 한계를 지적하고 아동보호체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아동의 부적절한 발달환경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방중심의 보편주의적인 아동보호의 방향으로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중일 의 아동보호 및 아동복지의 발전단계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에, 학대를 중심으로 하는 협의의 아동보호에 대한 비교논의는 가능하지 않다.

아동보호의 핵심은 가족과 국가의 공동책임(shared responsibility) 에 있다. 아동보호는 아동, 가족, 지역사회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한 사회 의 특정한 가치체계를 담고 있는 사회적 구성물이며, 공사영역 간 책임공 유의 스펙트럼은 아동, 가족, 지역사회와 국가의 관계방식에 따라 매우 넓을 수 있다. 아동은 인구사회학적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 서는 기본적으로 부모 또는 가족 내 양육자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

다. 아동보호란 이러한 가족의 양육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을 때, 개별아동이 경험하는 위험의 상황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전제로 한 다. 즉, 아동학대나 폭력 등 가족 내의 ‘사적 문제(private troubles)’가

‘공적인 문제(public issues)’로 사회적으로 인식되어질 때 아동보호에 있어서의 정부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UNICEF, 2010, p.iii), 이러 한 과정에서 아동보호에 대한 국가의 사회정책적 개입의 역동성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 영역에 있는 국가가 사적 영역에 있는 가정의 문 제에 개입할 수 있는 전제는 가족이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할 수 없 을 때이다. 위기의 아동을 접점으로 한 개인의 책임성과 사회적 책임성에 대한 경계는 그 사회의 역사 ․ 사회 ․ 문화적 특수성에 따라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그림 2-6〕 국가-아동-부모의 삼각관계

자료: Parton, 2006; Parton, 2010 재인용, p.858

아동보호를 매개로 한 국가와 가족의 관계는 아동중심의 접근을 하는 자유주의 복지국가와 가족중심의 접근을 하는 사회민주주의 및 보수주의 복지국가5)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가족중심의 접근에 따르면 국가는 공공

5) 에스핑-앤더슨(Esping Andesrson)의 복지체제 유형화에 기초함.

의 재산인 아동의 양육과 보호를 위해 아동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 여 조정 또는 중재자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 반해, 아동보호에 대한 자유주의적 접근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은 기본적으로는 부모와 가 족의 영역 내에서 찾아져야 하며 국가의 개입은 아동안전과 생존이 위협 받는 최소한의 선에서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아동을 부모의 사 적 재산(property)로 간주하는 사회에서, 국가가 가정의 사적 영역에 개 입하기 위한 정당성은 가정이 더 이상 아동보호와 돌봄의 제 기능을 다하 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확실”할 때에만 부여된다. 사적 프라이버시 (privacy)와 개인주의(individualism)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국가의 개입은 임시적이고 보충적인 성격이 강하다. 반면, 보다 아동이 사회공동의 자산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사회에서 아동보 호는 아동과 가족, 지역사회 공동체의 접촉면에서 일상적으로, 다차원적 으로, 사전 예방적(preventive)으로 이루어진다.

본 연구는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아동보호를 매개로 한 가족과 사회의 공동책임성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 유사성과 차 이에 대해 주목한다. 아동의 양육과 보호에 있어서 국가와 가족의 역할에 대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의 가치와 규범은 서구의 그것과는 다르다. 유교 문화권의 울타리 안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족주의적 가치체계가 아동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 각국의 아동보호의 현 재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구체화할 수 있다. 예컨대, 가족의 문제는 가족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중국의 강한 가족주의적 가치체계는 학대아동을 위한 국가의 공적 개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나타나는데, 이로부터 아 동보호의 대상으로 아동을 “가정 밖”에 존재하는 취약계층의 아동으로만 한정하는 중국 아동보호의 선별주의적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사회 ․ 문화 ․ 역사적 가치규범에 따라 아동보호의 개념과 접

근방식의 다양성은 존재하지만, 아동보호는 어떠한 형태로든 가정의 사 적 책임성과 국가의 공적 책임성의 공유를 전제로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 하다. 아동이 폭력과 착취, 학대 등의 위기 상황에 있을 때 국가는 개입하 여 아동의 최우선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국가의 책임성 을 다음의 〔그림 2-7〕과 같이 구체화할 수 있다. 국가개입의 범위와 정도 는 위기예방에서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에 이르는 각각의 단계에서 달라 질 수 있으나, 아동학대 또는 폭력과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단계에 있어서는-일시보호, 조사, 위기사정과 조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공공 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 2-7〕 아동보호의 국가책임성: 위기예방~위기대응

자료: UNICEF (2010) Adapting a Systems Approach to Child Prot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