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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의료정보의 이차 활용에 있어 특이한 점은 개인식별을 필요로 하고, 익명화된 정보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익명화가 되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이차 활용할 수 있다는 일반 원칙의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차 활용의 목적이 사전에 공개되어 공익을 위해 활용한다는 합의와 그 구성원들 사이에 협력을 이끌어내는 절차가 있어야한다.

이러한 절차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특정한 연구와 관련하여 중복연구를 피하고 통계적으로 연구의 객관성을 훼손268)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모두 민감정보의 최소처리 및 최소이용을 위해서 필요한 절차가 될 수 있다. 다음에 연구자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감독의 방식으로 첫째,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협력과 둘째, 사후동의 제도 시행을 강조하려고 한다.

6.3.1 개인정보 감독기구 협력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에 따라 2011년 9월 30일부터 개인정보보호 위원회와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되어 독립적이고 준 사법적인 조정업무를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책, 제도, 법령개선 같은 개인정보보호정책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분쟁조정위원회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다양한 분쟁이 발생 하는 경우에 이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 등 다른 공공기관에 의한 심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심의 의결하며 공공부문에서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서만 구제기능을 수행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외에 분쟁조정위원회를 별도로 둘 필요가 있는지는 정책 결정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설립목적이 다르지만 현재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분쟁조정위원회가 남아 있는 것은 문제이다. 오히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소속의 하부 위원회로 구조를 바꾸어 심의결과를 집행하는 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그렇게 하면, 정책과 규제의 분리와 이에 따른 인적구성의 차 별화를 극복하고, 분쟁해결의 일관성 및 조절기능을 유지하며, 위상과 역할을 달리함으로서 발생하는 예산낭비를 방지하는 등의 장점도 있다. 또한 두 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위해 설립된 기관임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분리 조치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정보의 공유로 얻을 수 있는 장점과 야기되는

268) Anne Cambon-Thomsen, 2004, “The Social and Cultural Issues of Post-Genomic Human Biobanks”, Nature Reviews Genetics 5: pp. 866-873.

문제에 균형감각을 갖기 위해서는 동일한 기관에서 감독 심의하는 것이 합리적 일 것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법률’ 제7조에 의해 대통령 소속의 국가생명윤리 심의위원회가 인간대상 연구의 심의 면제에 관한 사항 및 공용기관생명윤리 위원회의 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있다. 공공정보의 이차 활용이 더 많아지고, 인간대상 연구가 더 활발해 지면,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와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서로 이견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생길 것이다.

특히 이차 활용은 여러 공공기관에서 수집된 정보를 재활용하는 것이므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와 관련연구자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국가생명윤리 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이라는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력하여 활용과 보호에 대한 균형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6.3.2 사후동의 제도 시행

생체 의료정보는 다양한 목적으로 이차 활용된다. 인간대상 연구, 공중보건 연구, 의료서비스에 대한 연구, 의료전달 체계에 관한 연구, 약물에 관한 연구, 맞춤 의료에 관한 연구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그 위험의 양상과 정도도 상이하다.

따라서 동의 방법과 면제 형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실 질적으로 적용한 동의 방식과 승인을 수행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수집할 당시에는 목적을 명확히 정의내리기 어려운 의생명과학연구의 경우, 연구대상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목적을 설명하기 힘들다. 따라서 정보주체는 포괄적 동의를 통해 공적 이익을 공감하고, 자기정보에 대한 결정권은 국가에 위임

하는 것에 동의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포괄적 동의의 방법은 사후 동의이며, 그 내용은 자신이 동의한 내용이 미래 사회의 공익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도록 연구과정 중간에 적절한 시기와 방법 으로 연구 내용을 공개하여 지속적인 정당성을 마련해야 한다.

사후 동의로 인해 달라지는 점은 현행법이 충분한 ‘설명’에 대해서 간과하는 부분이 보충될 수 있다는 것이며 ‘공익’을 위해서 양보했던 개인의 권리를 정당 하게 다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의 사후 동의는 비록 합법적으로 공공 기관이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처리 한 후라도 사유가 생기면 언제든지 자신의 정보처리를 중단할 수 있는 거부권이다.

사후 동의가 시행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미래의 연구가 내포하고 있는 공적 이익에 대한 신뢰와 그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책임감이다. 이 책임감은 정보주체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공익을 위한 정당한 경우라는 일정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 권리제한을 수인하는데 필요한 요청으로서, 우리가 헌혈을 하거나 장기를 기증할 때와 동등하게 이해 될 수 있는 책임감269)을 말한다.

사후 동의 방식의 수행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함께 ‘민감정보의 이차 활용’에 대한 동의를 수행함이 바람직해 보인다. 왜냐하면 인체유래물과 인체유래물이 수집 보관되어 있는 바이오뱅크의 관리 및 운영체계의 정당성을 수시로 검증해야 하고 여러 공공기관에 수집 보관된 정보를 동시에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동의와 관련한 감독기관의 역할이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공공정보로서의 생체 의료정보를 활용하는 입장과 민감 정보로서 생체 의료정보를 보호하는 입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화가 정부입장에서는 바이오뱅크의 운영에서 함께 공익성을 담보해

269) Ruth Chadwick and Kåre Berg, 2001, “Solidarity and Equity: New Ethical Frameworks for Genetic Databases”, Nature Reviews Genetics 2: pp. 318-321.

나가는 방법이 될 수 있고, 정보주체입장에서는 공익에의 참여라는 새로운 흐름 으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