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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적 보호와 공적 활용 간 균형의 원리

2.4.3 균형의 원리의 법적 실현

사적 권리와 공익 간 균형을 달성하는 방법론에는 규범조화와 이익형량이 있다.

우선 이익형량은 충돌법익상호간에 우열을 인정하여 특정한 이익을 우선시키는 방법이다.42) 추상적으로 충돌하는 법익 상호간에 일정한 위계질서를 인정하여 그 우열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형량방법은 기본권과 공익 간이라는 추상적인 가치의 서열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한 이익형량의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비례의 원칙은 공법과 사법 분야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법의 일반원칙으로서 헌법에서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부여하는 원칙으로 사용되고 있다.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추구하려는

“목적과 수단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원칙”으로서 수단이 항상 목적에 비추어 정당화될 것을 요구한다.

비례의 원칙은 첫째, 권리를 제한하려는 목적이 정당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41) 박정훈, 2005,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서울, 박영사: 247-259면.

42) 허영, 2012, 한국 헌법론, 서울, 박영사: 271-275면.

예를 들어, 이차 활용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다른 법률에 의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헌법적 제한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 라는 목적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둘째, 제한하는 조치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고, 공유하는 등의 조치가 해당 목적을 달성하는데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그 수단은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셋째, 정당한 공적 과제의 이행을 하는 경우라도 적합한 방식으로 필요한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공공기관 간 정보공유를 할 때는 개인 식별자를 익명화하는 것이다.

넷째, 제한이 불가피하고 최소한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라 하더라도 법익의 균형성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즉 실현하려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을 비교할 때 실현하려는 이익이 월등하게 더 커야 한다.43)

비례의 원칙은 우위나 서열에 기초한 이익형량의 방법과는 달리 양 법익의 비례적 정서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비례의 원칙은 충돌하는 법익이 모두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서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의 양 법익간의 관계를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양창수 교수에 의하면 소유권, 계약, 불법행위 등은 하나의 사회적인 제도로서 다른 모든 개인의 자유나 권리와 조화될 수 있도록 유지 발전되어야 한다고 한다.

43) 헌재 1990. 9. 3. 89헌가95; 대판 1994. 3. 8. 92누1728: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필요한 것이라 고 하더라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덜 제한하는 다른 방법으로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든지, 위와 같은 제한으로 인하여 국민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그와 같은 제한에 의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클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제한은 비록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 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그는 “각 개인의 자유로운 자기형성을 공동체보다 앞세우는 이념이 민법에 투사된 것이 바로 사적 자치의 원칙”이라고 한다.44) 하지만 어떤 권리가 주어졌다고 해서 이를 무차별하게 추구해 나간다면, 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평화와 질서는 달성되기 힘들기 때문에 ‘사회적 형평’ 내지는 ‘권리의 사회적 책임성’이라는 이념이 사적 권리행사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비례의 원칙은 사적 권리와 공익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양자 간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실제적 조화의 원칙과 연결된다.

실제적 조화란 하나의 규범이 다른 규범과 대립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즉 헌법상 보호되는 법익 간에 충돌이 일어났을 경우, 다른 법익을 희생하여 하나의 법익만을 실현시켜서는 안 되며, 양 법익이 동시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양 법익이 최적으로(optimal) 실현될 수 있는 경계가 그어져야 하는데, 그 경계획정(境界劃定)은 그때그때의 구체적 사례에 있어서 비례적이어야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호이해와 합의가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공익을 위한 이차 활용의 긴장 관계를 풀 수 있는 내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국가의 역할은 정보화 시대를 사는 개인과 공동체, 이들의 사회적 요구와 공동의 가치45)를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공익을 위한 사적 권리의 제 한이라는 이념과 민감정보이기 때문에 각별히 취급해야 하며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념을 조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이러한 조화를 이끌어 내도록 지지해 주는 법적 근거들을 검토하고와 그 타당성을 고찰해 본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 법적

44) 양창수, 2000, 민법입문(신수판), 서울, 박영사: 354면 이하 참조.

45) Michael J. Sandel, 1982, 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170-179.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공통적으로 수행하는 절차를 검토함에 있어서도 사적 권리와 공익간의 균형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이러한 균형을 이차 활용의 기본적인 틀로서 상정하고, 민감정보가 수집 저장 관리 제공되는 정보처리의 과정과 프라이버시 보호 개념을 적용한 시스템설계를 포함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제3장 공공정보의 이차 활용과 개인정보의 보호

프라이버시가 언급될 때는 불가피하게 인간의 삶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구분하게 된다. 이러한 구분은 자신의 정체성이 식별 정보로서 표현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더 필요해진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수집 보유 관리하는 개인정보는 공적 영역에 맡겨졌기 때문에 정보주체의 권리까지도 공공기관에 있다고 간주해야 하는지는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공정보에 포함된 개인정보는 공적 영역에서도 여전히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때문에 그의 이용을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사적인 프라이버시 보호가 필요해 보인다. 일종의 공공재로서 공공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이차 활용이 가져다주는 효용과 효율을 앞세우겠지만, 프라이버시침해의 우려를 수인 할 만큼의 유용성이 있는지, 이차 활용에 있어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기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를 의미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개인정보의 오 남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정보주체에게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가공 제공 처리 과정에 일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권리이다. 정보주체가 정보처리에 참여하는 방법은 동의를 통해서인데, 동의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제한 없이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활용이 허용된다. 그리고 다른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있으면 동의가 없이도 이차 활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다른 법률이 적용되는 기관이며, 따라서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공공정보도 별도의 법 규정에 의하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될 수 있다.

제3장에서는 공공정보의 이차 활용을 가능하게 한 정보화의 특징과 정보화에 따른 문제점에 대하여 검토하고, 현행법상 공공정보의 이차 활용을 가능케 하는 법 규정을 살펴본 후, 현행법제의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