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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물을 연료로 쓰는 날이 올 거야.”

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의 SF 소설 「신비의 섬」 (1874년)에 나온 이야기 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SF 소설 속 상상으로만 그려졌던 수소사회가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머리말

수소경제

수소에너지 기반 물류시스템 구축의 현황과 과제

강인수 SK에너지 Professional Manager (insookang@sk.com)

친환경 물류

수소는 이미 과거 한 차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0년대 후반,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 상황에서 각국은 미래 대체에너지로 수소에너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기술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술 및 경제성 부족이라는 한계에 봉착했고, 당시 스티븐 추(Steven Chu)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010년 수소 관련 프로그램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회의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점차 쇠퇴하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현재, 다시금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궁극의 친환경 에너 지라는 수식어는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과거와 달리 수소의 전망이 밝은 이유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통 의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즉, 현시점에서 기술과 경제성이 다소 부족하더라 도 미래에는 수소에너지가 주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므로 하루라도 앞당겨 수소경 제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선도적으로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선포하고 담대한 비 전과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수소 전략(EU 2020a)을 발표하며 수소경제로의 이행에 많은 국가가 동참하고 있다. 인류 문명 앞 에 놓인 기후변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에너지 전환의 무대에 수소가 화려하게 복 귀한 것이다. 더 이상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말이다.

수소의 역할

흔히 수소의 장점으로 사용과정에서 탄소배출 없이 물만을 배출하는 궁극의 친환경 연료라는 점과 지리적으로 편중되어 있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나 풍부하다는 점을 강 조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첫째로, 모든 수소가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수소는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탄소배 출 정도에 따라 그레이 수소(화석연료 사용), 블루 수소(화석연료 사용 및 이때 발생 한 탄소를 CCUS 기술로 포집·저장), 청록 수소(화석연료 사용 및 탄소를 고형화하 여 격리), 그린 수소(재생전력을 활용하여 물을 전기분해) 등으로 구분된다(<그림 1>

참조).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95% 이상이 그레이 수소이다. 따라서 우리의 바람대로 수소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궁극의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재생에 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둘째로, 수소가 어디에서나 풍부한 것은 아니다. 수소는 일반적으로 순수한 기체 상태가 아니라 물, 가스, 석유 등 다양한 화합물 상태로 존재한다.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 분자(H₂O)는 전 세계 어디서든 풍부하게 존재할지 몰라도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를 만들기 위한 원료(석탄, 천연가스 등)와 그린 수소를 만들기 위한 재생에너지

의 잠재량(태양광, 풍력)은 여전히 지리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수소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친환경성과 풍부함이라는 단편적 시각 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소가 다른 에너지와 구분되는 주된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 그 것은 바로 수소가 에너지 저장수단(energy-carrier)이라는 점이다. 수소는 자연 상 태에서 단독으로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탄화수소(천연가스, CH₄ 등)의 개질이나 물(H₂O)의 전기분해를 통해서 생산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에 너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는 기체수소, 액체수소 등 다양한 형태로 운 송 및 저장되었다가 필요한 때와 장소에 맞춰 다시금 에너지로 전환되어 사용된다.

즉, 잉여에너지를 수소라는 형태로 저장하고 시공간의 제한을 넘어 필요한 때와 장소 에서 수소를 에너지로 변환하여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변동성, 그리고 국지성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수단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 또한 수송 부문, 발전 부문, 주거·상업 부문 등 다양한 에너지 사용 부문 간에 교차활용이 가능 하다는 점에서 부문 간 에너지 균형을 보완하는 섹터커플러(sector-coupler)로서도 의미가 있다.

수소 모빌리티 전망

수소의 주된 활용 분야 중 하나는 모빌리티이다. 차량, 열차, 선박, 항공, 드론 등 모 빌리티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할 동력원으로 수소의 도입을 추진 하고 있다.

현재 차량의 친환경 전환은 이미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이하 전기차)를 중심으 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전기차(FCEV, 이하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

생산 운송 활용

부생수소 (석유/가스 등)

파이프라인

(10bar) 수송 부문

튜브 트레일러 (200bar, 450bar)

액화 탱크로리 청록

블루 그레이

그린 추출수소

(천연가스 등)

수전해 (재생E)

수소 구분

비압축 기체

압축 기체

액화 수소, LOHC 그림 1 수송 부문의 수소 밸류체인(valuechain)

만 미래 친환경차 전환에서 두 기술을 서로 경쟁관계로 보는 시각은 오해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수소차가 가진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두 기술이 서로 보완 적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2> 참조).

그림 2 주행거리 및 중량에 따른 친환경차 시장 분화 전망

자료: SK에너지 자료.

차량 크기/중량

주행가능 거리(1회 충전 시) 1인승

배달 전기차

승용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대형 트럭

버스

중형 트럭

특히 장거리·고중량 운행을 특징으로 하는 중대형 화물트럭이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배터리 부피로 인한 적재량 감소와 긴 충전시간에 따른 운행시간 감소의 문제 가 발생하므로 수소차로의 전환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이다.

수소차는 또한,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차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미래 자동차의 전동 화 및 지능화라는 변화 방향성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수소차는 향후 개발될 자율주행, 군집주행, 차량 간 통신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적용에도 내연기관차보 다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충전소 구축 추진체계

한편 수소차의 보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수소충전소의 보급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논란은 수소차 시장에서도 어김없이 논쟁의 주제가 되어 왔다. 특 히 수소충전소는 기존의 주유소나 LPG 충전소와 달리 초기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정적 운영에 필요한 기술 난도가 높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인프라 구축 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수소충전소를 2022년까지 310개소, 2040년까지 1000개소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이미 수소충전 소 구축에 앞장서 온 일본(25년 320개소), 독일(25년 400개소)의 구축 목표와 비교해 서도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수소충전 인프

라의 체계적·효과적인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그림 3> 참조).

지난 2018년 출범한 특수목적법인(SPC) 하이넷은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 소 구축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이후 2021년에는 수소버스 등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35개소 구축을 목표로 하는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이 출범하였다. 또한 국토교통부 에서도 수소물류시스템 구축을 위해 수소트럭이 출시되는 시점에 맞추어 2021년부터 매년 2개소의 수소화물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림 4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 추진체계

주: 2022년 현재까지 진행된 공모사업 기준(향후 연도별 추가 공모 예정) 자료: 관련 정책을 정리하여 SK에너지 작성.

승용차 전용 하이넷(SPC) 2018년 100개소

(~2022년)

35개소 (~2040년) 시범 4개소주)

(~2022년) 2021년 말 수소트럭 출시 2021년

2020년 코하이젠(S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