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발전과정 - 농촌지역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2.1.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발전과정

농협·수협·신협 등 별도의 특별법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있는 협동조합 을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분류할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사회적경 제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상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협·신협 등

이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가입된 협동조합이라는 등의 측면에서 이들 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이들이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하향식 조직 또는 사업 방식으로 성장했음에 주목하여 사 회적경제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배제해 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각각의 주장이 일정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하에 농협·수 협·신협 등을 구(舊) 사회적경제조직, 최근 시민사회 영역과 연계하여 발전 하고 있는 생협·자활기업·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을 신(新) 사회적경제로 구분하기도 한다(김성기 외 2014: 99). 사회적경제조직의 성장기를 중심으 로 구 사회적경제와 신 사회적경제로 구분하는 것이 임의적인 측면이 있 다. 하지만 지역사회 기여, 시민사회의 참여, 정부 조직에 대한 독립성 등 의 요인이 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어 실 천적으로 유의미한 측면이 있다.

농협·임협·수협 등이 국가 주도로 조직되었다는 주장(김성기 외 2014:

100)이 있는 반면, 일본 총독부가 농회에 뿌리를 둔 협동조합을 탄압했음 을 근거로 들며 자조, 연대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조직이었다는 주 장(장종익·유정식 2017)도 있다. 농협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농회가 사회적 조직이었으나 농업협동조합과 농협은행이 통합된 1961년 ｢농협법｣ 제정 이후의 농협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은 다소 상이하지만 농협·임협·수협 등은 유사한 발전과정을 거쳤다.

이와 달리 신용협동조합은 자조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발전하였으나 1980 년대 잇따른 회계부정 사건 이후 정부의 감독 강화,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 금 투입으로 제2금융권화 등의 변화를 거치면서 일부 신협을 중심으로 사 회적경제 역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김성기 외 2014: 103).

자료: 박경하 외(2014: 214); 김정섭·김경덕·임지은(2015: 4)에서 재인용.

<그림 2-2> 한국의 사회적경제조직과 제도 변화

자활사업은 일할 능력은 있으나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하는 사업이다. 자활사업은 이들을 조직하여 자활공동체를 형성하고 훈련 과 교육을 통해 지역 단위에서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사 회적경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활사업은 1970년대 빈민 목회 활동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추진되다가 1996년 보건복지부 시범사 업, 2000년도 법제화 등의 단계를 거쳐 발전하였다(김정원 외 2012: 13-19).

2000년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시행된 이후 수차례의 법

개정 과정을 거쳐 자활사업은 중앙자활센터-광역자활센터-기초자활센터 등 의 중간지원조직이 설립되고 이들이 개별 자활기업(자활공동체)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중앙자활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 특수법인이지만, 기초 자활센터는 사단법인, 학교법인, 교회법인 등 다 양한 법인격을 갖추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과 지역 단위 다양 한 민간 부문의 활동이 체계적으로 연계된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볼 수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사회적기업 육성사업도 사회적경제 영역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켰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의하면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 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재화 및 서비 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 인증받은 자”로 정의한다.

사회적기업 자체가 사회적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사업 영역을 가진 조직이 라 볼 수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 정 책을 전개하였다. 전국 광역과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적기업 육성 조 례를 제정하는 등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전개하였다. 고용노동부 이외의 중앙 부처에서 사회적기업과 유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육성 하는 사업도 전개되었다. 행정자치부의 마을기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 촌공동체회사 육성사업 등이 그것이다.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 기본법｣도 사회적경제 영역에 변화를 일으킨 요인 중의 하나이다. 협동조합을 “재화 또는 영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에 공 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 동조합”이라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협동조합 을 통해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제반 활동을 포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 도적 기반이 조성되었다.

공공 부문에서는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의 설 립·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추진되었다. 법령을 개정하여 공공 부문에서 사회

적경제조직에서 제공하는 재화나 용역의 구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서울시는 공공 부문의 구매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사회적경제조 직의 판로를 개척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장종익·유정식 2017). 서울시는 2014년 공공 부문의 사회적경제조직의 판 로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 시청·교육청·자치구 등의 공공구매 촉진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공공구매 촉진 지원 조직 운영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조직의 자립적 사업 기반 조성에 기여하였다. 그밖에도 서울시는 투자, 역량 강화, 교육·훈련 등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의 활성화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농협 등의 구 사회적경제 영역은 물론 사회적기업 관련된 활동에서도 우 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정부 주도로 제도를 도입하고 지원 정책을 전개하 는 하향식 사업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다수의 사회적기업이 설립·운영되고,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의 설립이 확산되면서 사회적경제의 토대가 강화되었다. 여기에 서울시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차 원의 다각적인 지원 활동이 성과를 발휘하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 주도형 하향식 모델에서 탈피하는 모습도 나타나 고 있다(장종익·유정식 2017).

2.2. 농촌 사회적경제 발전 과정과 특징

농업협동조합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보 편화된 사회적경제조직이다. 시기와 나라, 지역에 따라 그 역할은 상이하 지만 소규모 생산자들의 연대를 통해 시장 교섭력을 강화하는 기능을 근간 으로 지역 단위 상호부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농업이 우리나라 산 업의 근간이었던 1907년 농민 금융 완화와 농업 발달을 목적으로 금융조 합이 설립되고, 촌락금융조합에서는 공동구입과 공동판매 알선사업을 전개 하는 등(김용택 2003), 농업·농촌 지역의 사회적경제 형성의 역사는 짧지 않다. 이 같은 농업·농촌지역의 활동이 농회, 해방 후 농업협동조합 결성 등으로 이어졌고 1961년 농업은행과 농업협동조합을 통합한 새로운 정부

주도의 농협이 탄생하기 이전까지는 민간의 자율성이 강한 협동조합의 성 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1961년 탄생한 농협은 정부 주도의 하향식으로 사업과 조직의 확대를 추진하였다. 농자재의 공동구매나 농산물의 판매와 같은 농업 부문의 경제 활동은 대부분 농협으로 통합되었다. 일선 농협의 특성에 따라 상호부조와 연대의 수준이 상이하기는 하나 대부분의 농협은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하였다. 도시지역에서 자활센터와 같은 빈민 사회적 경제 사업의 싹이 형성되고, 1990년대를 지나면서 사회적경제 활동이 다각 화되는 과정에서도 농협의 사업 구조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2000년대 중후반 농협중앙회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을 추 진하였지만 농촌지역 일선농협은 과거와 같은 사업구조를 유지하였다. 물 론 원주지역의 신협, 안성지역의 의료생협 등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사회 적경제 활성화 시도가 결실을 맺은 사례가 있으나 일부 지역에 국한되는 성과로 농업·농촌 전반에 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마을 단위 농촌개발사업도 농촌 사회적경제 활동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농촌 주민이 기획·참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의 농촌마을개발사업은 농촌 사회적경제 활성화 활동의 성격을 지닌다. 초기 에는 농촌관광, 녹색농촌체험마을 등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마을의 자원 과 연계한 소득 창출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2004년 농촌마을종합개 발사업이 시작되면서 마을 단위의 포괄적인 개발사업에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의 사업이 본격화되었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권역단위 개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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