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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지출의 자동안정화기능(automatic stabilizers)

제4절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적 성과

1. 복지지출의 자동안정화기능(automatic stabilizers)

정부의 재정정책은 경제위기 시 실업과 소득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자동안정화기능을 가진다.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란 경기변동에 따라 재 정수지가 자동적으로 변동되면서 경기를 조절하는 기능으로, 조세 및 재 정지출의 변화가 승수에 미치는 효과를 통해 총소득의 변동을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강병구, 2011, p,59). 구체적으로 누진적인 조세체계와 실업급여, 가족수당 등의 사회보장 지출이 경제위기 시에 소득에 미치는 충격, 특히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취약집단의 소득에 미치는 충격을 완 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림 4-2〕의 GDP 대비 전체 및 분야별 공공지출 비율과 〈표 4-1〉의 위기 전후 공공지출액을 살펴보면 위기 직후 분야별로 어떤 변화를 보였 는지 알 수 있다. 실업의 증가로 인해 실업급여와 실업자에 대한 활성화 정책의 지출 규모가 커지고, 취업상태의 노인과 장애인 등이 연금수급자 나 무능력급여 수급자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노령 및 무능력에 대한 지출 이 늘어날 뿐 아니라, 예비적 의료비용의 감소와 지연된 의료행위, 경제 위기로 인한 건강악화, 긴급의료지원 대상의 확대 등으로 보건지출 역시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위기 시 이와 같이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재 정지출 수요에 대해, 위기 직후의 신노동당 정부는 재정긴축으로 대응하 지 않고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로 대응하였기 때문 에, 재정지출이 자동안정화장치로서 작동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전체 공공지출의 증가와 더불어 항목별 지출변화가 어떤 경로 를 거쳐 소득감소를 완화시켰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향후의 위기대응의

정책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 다. 강병구(2011)에 따르면 사회지출은 규모뿐만 아니라 구성 및 급여체 계의 차이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매개로 자동안정화기능의 차이를 낳는다(p,58). 유근춘(2010)이 OECD 통계를 이용해 추정한 경로별 완 화효과를 보면 총사회지출의 생산량 완화효과, 즉 안정화 효과는 모형에 따라 9.1~10.4%로 나타나고, 분야별로는 노령 3.14%, 보건 3.13%, 실 업 2.51%로 순으로 안정화 효과가 나타났고, 근로무능력과 가족이 각각 1.86%, 1.0%로 뒤를 잇는다. 또한 전체 재정지출에서 사회지출이 차지 하는 비중이 클수록, 경기완화 효과는 크다(유근춘, 2010, p,6). 강병구 역시 재정지출은 전반적으로 자동안정화기능을 수행하며 사회지출항목 중에서도 실업급여, 노령, 무능력 관련 지출이 소득을 완화하는 데 큰 역 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하여16), 재정지출 가운데서도 몇몇 사회지출 항목의 역할이 중요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따라서 강병구(2011, pp,76-77)는 영국과 같은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에서는 사회지출과 관 련된 급여체계에 근로유인(work incentives)의 요소들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자동안정화장치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해석 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들을 통해 한국에서 사회지출의 자동안정화효과가 미약한 것은 무엇보다 낮은 수준의 사회지출 때문이며, 다음으로 고용친 화적인 사회지출 비중이 낮기 때문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영국의 재정지출 특히 사회지출의 규모 전체와 각 항목이 자 동안정화장치로서 어떻게 기능했는가와 더불어, 영국의 재량적 지출이 경기대응책으로서 IMF 보고서가 제시한 몇 가지 원칙에 어느 정도 부합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본 소절에서는 위기 직후 노동당 정부의 대응

16) 가계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간접세는 자동안정화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반면, 기타 직접세는 자동안정화장치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강병구, 2011).

이 이 원칙들에 부합하는지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할 것이다. 그 이유는 영국의 위기대응이 위기 직후 신노동당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이후 연합정부의 긴축정책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정책적 성과를 명확히 구분하 기 어려운 까닭이다.

Spilimbergo et al.(2008)은 수요 증진과 신뢰성 복구를 위한 성공적 인 재정정책이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재정정책이 적시에(timely), 대규모로(large), 지속성 있게(lasting), 다양하게 (diversified), 제한적으로(contingent)17), 종합적으로(collective), 지 속가능하게(sustainable) 수행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위기에 즉각적으로, 위기상황 극복이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큰 모로, 침 체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편향되 지 않도록,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부채의 급증으로 이어 지지 않을 정도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영국의 위기대응책은 첫째, 가용자원을 어디에 분배할 것인가에 있어 서, 〈표 4-2〉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취약계층에 우선적인 소득보조정책 을 실시한 점이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Spilimbergo et al.(2008)에 따 르면 경제위기 시 소비위축, 즉 수요감소를 통해 경제전체에 추가적인 소 득감소를 낳는 이유는 가처분소득이 부족해서 소비를 감소시키는 경우, 자산(wealth)의 감소나 불확실성(uncertainty)으로 인한 소비가 위축되 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이때 소득보조를 통해 수요를 진작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경우는 첫 번째, 즉 경제위기로 가장 큰 소득감소 를 경험하게 되는 취약집단의 가처분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그 이유 는 이들 집단이 가장 높은 한계소비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17) 실업급여 이외의 사회지출에 대한 자동안정화기능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경기변동에 대 응하는 정부의 재정규모가 적정수준을 벗어나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으므로(강병구, 2011, p,58) 사회지출 전체를 고려한 제한적 적용이 필요함.

소득을 통해 가장 큰 소비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장려세제 인상이나 사회안전망 확대는 신용부족으로 인해 소비를 위 축시키는 가계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영국의 소득보 조 정책들이 이러한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부가가치세 인하를 통한 소비증가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데, 이 경우 영국과 같 이 한시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정부정책의 신뢰성이다. 위기로 인해 기존의 복지 를 축소시키지 않을 것에 대한 신뢰와 계획에 따른 명확한 정책수행으로 불확실성을 줄임으로써, 기업이 투자를 유보하거나 가계가 예비적 저축 을 하는 등 수요를 감소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초기 재 정지출 유지 및 확대와 주요 정책의 명확한 일몰시점의 명기는 이러한 원 칙에 부합함으로써 성공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자동안정화 장치로서 재정지출 특히 사회지출 전체 규모와 분야별 구성 의 중요성 그리고 저소득계층의 소득보조를 통한 총수요 진작의 효과를 고려했을 때, 2010년 이후 보수당 정부의 긴축정책은 위기 대응과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힘들다. 과도한 규모의 정부부채 는 국가경제에 위험요소로 작용하겠지만, 경제위기와 같은 경기적 요인 으로 발생하는 재정지출 증가는 경기회복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 이다. 반면, 정부지출 감소와 이로 인한 소비위축, 불확실성 증대가 낳을 수 있는 총수요 감소와 잠재GDP의 감소는 구조적 재정적자를 증대시켜 오히려 부채감소를 더디게 할 우려가 있다(Sawyer, 2012, p,206).

결론적으로 영국의 정책은 OECD 평균적인 재정지출 규모와 급여체계 에서의 강한 유인효과, 가족과 아동에 대한 소득보조의 확대를 통해 어느 정도 효과적인 자동안정화기능을 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한편으로 자동 안정화장치로서 효과가 큰 실업급여의 낮은 비중과 이후의 긴축적 재정

정책이 위기로부터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