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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절 그리스 사회정책과 진행 중인 사회·경제 위기 평가

지금까지 실시된 개혁안과 조치들은 그리스 경제와 사회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빈곤이나 사회적 배제 위험에 직면한 인구 비율은 2009 년 총인구의 27.6%에서 2014년 36%로 증가했으며, 총인구의 4분의 1 에 가까운 인구(22.1%)가 사회적 이전 후 계속해서 빈곤에 처해 있는 실 정이다. 극심한 물질적 궁핍에 시달리는 인구 비율은 2009년 11%에서 2014년 21.5%로 증가했는데, EU 27개 국가 중 이 수준을 초과하는 국 가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뿐이었다. 2015년 9월까지 실업률은 총 노동인구의 24.6%, 청년실업률은 49.5%에 이르렀고 스페인이 그 뒤를 이어 2위(47.7%)를 기록했다(Eurostat, 2015). 이른바 고정 빈곤율에 대 한 최근 Eurostat 자료에 따르면(그림 5-5 참조), 그리스 인구의 48%가

빈곤위험에 처해 있다. 이 수치는 유럽연합 회원국 중 제일 높은 수치이 며, EU 28개국 평균인 18.8%보다 거의 30%p 높은 수준이다(Eurostat, 2015).

‘Europe 2020’ 및 최근 도입된 ‘사회적 투자 패키지(Social Investment Package, SIP)’와 ‘유럽 청년보장(Youth Guarantee)제도’들은 모두 빈곤 완화보다는 실업률 감소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며(Barbier, 2012; de la Porte and Heins, 2015), 직업능력형성 및 돌봄 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를 통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50% 이상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회원국들이 엄격한 예산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도 입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Pavolini et. al., 2015). 근본적으로 신 유럽경제 거버넌스는 주변국의 복지자본주의에서 나타난 구조적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국들은 지속적인 내부 가치평가절하라 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특히 남부 유럽 회원국들은 생산성을 향상시 키기 위해 필요한 자본투자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법인세 과세, 임금 및 노동비 부분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내수와 서비스 산업 (예: 관광, 렌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본 프로젝트 및 기술에 대한 투 자가 부족한 그리스와 같은 남부유럽 국가들에서는 생산성 제고 노력이 임금 및 근로 조건에 대한 압력과 강도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동시에 이와 같은 임금, 노동 및 생활 여건 하락에 대한 압력은 남부유럽의 ‘궁핍 화(immiseration)’를 더 연장시킬 뿐이다(Petmesidou, 2013b).

그리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적어도 GDP의 25%가 감소한 반면 공공부채 수준은 2009년 GDP의 120%에서 2015년 2분기에는 167.8%로 증가했다. 2014년 GDP는 0.7% 증가했으나 그 이후 다시 감 소했다. 공공부채는 현재 예측대로라면 2016년 말까지 최고 18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European Commission, 2016a). 첫 번째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후의 엄청난 공공부채 증가는 긴축 정책들이 실패 했음을 보여 주며, 이들 정책이 그리스의 경제회복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 을 주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Blanchard and Leigh, 2013). IMF는 그 리스의 경제성장률 전망 산출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으며 성장에 대한 긴 축정책의 영향을 계산하는 데 잘못된 재정지출승수(fiscal multipliers) 를 사용했음을 인정했지만(Blanchard & Leigh, 2013), IMF 정책 권고 안들을 수정하지 않았고 나머지 국제 채권단과 함께 추가적인 긴축 중심 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림 5-5〕 과거 고정된 시점(2008년)을 기준으로 산출된 빈곤위험률: 2013년 및 2014년 (단위: %)

자료: Eurostat(2016).

그리스의 자국 내 가치평가절하 전략 채택은 사회적 결속력뿐만 아니 라 정치적 안정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긴축 정책을 찬성하던 기존 정당들의 선거 패배, 정치적 양극화,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주의 급증, 사회적 혼란과 결속력 와해, 국가 주권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간주되는

것에 대한 방어적인 민족주의의 재확립 등이 내부 가치평가절하 전략이 초래한 사회정치적 결과의 일부이다. 고용불안정성 증가, 어렵게 획득한 사회경제적 권리의 폐지, 소득 및 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은 대규모 실 업 및 불완전 고용 현상과 결합하여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경기하락 그리 고 민주주의적 책임이 있는 입법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침해 속에서 사회 정치 안정성을 위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이 러한 그리스의 상황들과 EU 특히 유로존의 긴축 중심의 현 정치경제적 지 배구조 기조를 고려해 보면, 최종 분석에서 그리스(뿐만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의 EU 가입을 정당화한 바로 그 이유가 극도로 훼손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로마조약(1957) 제177조에 명시된 대로 ‘근로자들의 여건 및 생활수준 향상’과 더불어 민주주의적 제도의 강화라는 EU 가입의 정당 성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Supiot(2013, p,58)는 이에 대해 ‘“그리스 위 기”가 완벽하게 보여 주는 것처럼, 여기에는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 화라는 익숙한 관행 이상의 것이 걸려 있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자치 정부라는 국민의 권리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2015년 선거에서 급진좌파연합(SYRIZA)은 구제금융 합의에 종지부 를 찍고, 임금을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며 그리스의 ‘인도주의적 위 기’ 해결을 주요 정책우선순위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며, 그 결과 SYRIZA는 반긴축을 주장하는 보수주의 정당인 그리스독립당(ANEL)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새 정부는 그리스의 유로존 회원국 위치는 위 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이전 구제금융 합의안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시도 했다. 2015년 6월 SYRIZA 연립정부는 채권단과 구제금융 추가협상에 나셨지만 채권단은 추가적인 긴축안들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그리스 정부는 긴축안 지속여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 를 발표했다. 투표자의 61%가 추가 긴축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이 투

표결과는 긴축안 거부라는 정부의 권한을 강화시켰다. 또한 채권단이 어 떠한 반긴축적 요구도 받아들일 의사가 없었음은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 러한 요구의 수용은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며 신유럽경제 거버넌스 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Papadopoulos

& Roumpakis, 2015). 결국 정부는 투표결과에 반하여 의회를 통과한 긴축안을 도입(2015년 8월)했다. 그러나 결국 신임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더 많은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새로 운 선거를 통해 SYRIZA는 정부 여당이 되어 다시 한 번 ANEL과 연립정 부를 구성했다. 투표 비참여자 비율이 역대 최고인 43%를 기록했는데, 이는 유권자들이 매우 지쳐 있으며 국가적인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의구 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고 집필 시점에 그리스 연립정부는 새 로운 긴축안들을 도입하는 과정에 있다. 새로운 긴축안에는 추가적인 연 금 삭감, 중산층에 대한 소득세 인상, 압류 자율화, 수도와 같은 공공사업 과 공항 등의 공공 기반시설 민영화가 포함되어 있다.

제5절 소결

그리스는 수출보다는 내수에 의존하는 준주변(semi-peripheral) 경 제국으로서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뒤돌아보면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은행 및 금융권을 제외하면 경제 부문에 득이 될 것이 없었다. 그리스는 자체 통화 통제를 위해 평가절하 정책을 이용, 그럭저럭 ‘관리’할 수 있는 약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2001년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이 초래한 주요 경제적 결과 중 하나는 이미 상당히 벌어져 있던 준주변국인 그리스 와 EU 중심국 사이의 생산성 및 경쟁력 격차가 극적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Lapavitsas et al., 2010). 부채위기 발생은 국내요인과 외부요인 이 결합된 ‘퍼펙트 스톰’의 결과였다. 사실 국가 부채의 증가나 위기의 발 생이 그리스 복지국가의 확대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리스의 만성적으로 취약한 생산 기반을 반영하는 막대한 무역 적자 및 급속한 재 정 적자의 악화는 금융권의 ‘서든 스톱’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리스 정부 의 신용도를 약화시켰다.

긴축안들이 실행되고 국가 부채 해결을 위해 실물경제에서 자본이 빠 져나가기 시작하자 내수가 무너졌고 그 결과 수십만 개의 중소기업(대부 분 가족 소유)이 도산하여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긴축 조치들과 그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책 사이에 효과적이고 계획적인 조정장치 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긴축으로 인한 피해는 주로 임금 근로자 및 연금 수급자에게 돌아갔다. 특히 중·저소득층과 최하위 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 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계층의 소득은 극히 낮은 수준이고 이들에 대 한 지원은 매우 미미하며 그마저도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 분이다. 자원봉사 부문(자원봉사 의료시설 운영)과 교회(무료급식소 운 영)가 제공하는 현물 지원은 환영받고 있고 규모도 작지 않지만 현재 계 속 증가하고 있는 그리스 인구 대부분의 충족되지 않은 필요를 모두 만족 시킬 수는 없다. 또한 긴축 재정, 공공서비스 지원 축소와 함께 발생한 많 은 중소기업의 도산은 중산층 대부분에게 영향을 주었다. 일부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이민이 증가했다. 이전 연구 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긴축정책과 사회정책 사이의 조정 대책 부재는 그 리스의 가족주의적 복지체제 맥락에서 특정한 영향을 주었다. 가족들은 다른 가족 구성원을 보호하는 복지를 제공(의료비 부담 등)하기 위한 재 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또한 동시에 높은 수준의 개인부

긴축안들이 실행되고 국가 부채 해결을 위해 실물경제에서 자본이 빠 져나가기 시작하자 내수가 무너졌고 그 결과 수십만 개의 중소기업(대부 분 가족 소유)이 도산하여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긴축 조치들과 그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책 사이에 효과적이고 계획적인 조정장치 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긴축으로 인한 피해는 주로 임금 근로자 및 연금 수급자에게 돌아갔다. 특히 중·저소득층과 최하위 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 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계층의 소득은 극히 낮은 수준이고 이들에 대 한 지원은 매우 미미하며 그마저도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 분이다. 자원봉사 부문(자원봉사 의료시설 운영)과 교회(무료급식소 운 영)가 제공하는 현물 지원은 환영받고 있고 규모도 작지 않지만 현재 계 속 증가하고 있는 그리스 인구 대부분의 충족되지 않은 필요를 모두 만족 시킬 수는 없다. 또한 긴축 재정, 공공서비스 지원 축소와 함께 발생한 많 은 중소기업의 도산은 중산층 대부분에게 영향을 주었다. 일부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이민이 증가했다. 이전 연구 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긴축정책과 사회정책 사이의 조정 대책 부재는 그 리스의 가족주의적 복지체제 맥락에서 특정한 영향을 주었다. 가족들은 다른 가족 구성원을 보호하는 복지를 제공(의료비 부담 등)하기 위한 재 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또한 동시에 높은 수준의 개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