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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본능 일깨우자

문서에서 교육눈에 보이는 (페이지 56-66)

야니스 미아울리스 보스턴과학관장

세계 최고 수준의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가 자리한 미국 동북부 도시 보스턴은 과학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도시입니다. 보스턴을 방문했다면 잊지 않고 들러야 하는 곳이 또 있습니다. MIT 인근 강변에 조성된 사이언스파크(Science Park) 내 ‘보스턴과학관(Museum of Science, Boston)입니다.

매년 15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보스턴과학관은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을 개발해 학교 밖 교육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보스턴과학관을 지휘해온 야니스 미아울리스(Ioannis Miaoulis) 관장은 학교 정규교육에 공학 수업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공헌을 해왔습니다. 특히 2004년에 ‘국립기술소양센터(NTCL)’를 신설해서 효과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했고, 국가 차원의 STEM 교육 표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8만 명에 가까운 교사들과 600백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커리큘럼 지원을 받았습니다.

공학 교육 진흥을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미아울리스 관장을 만나 공학 교육의 필요성과 창의성 계발의 비결을 들어보았습니다.

2003년 보스턴과학관의 일원이 되기 전에는 터프츠대학교 공과대학장을 10년 가까이 했습니다. 1995년 어느 기부자가 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기부금을 쾌척하기로 해서 학교 차원에서 조찬을 마련했죠. 그런데 어느 교수가 과학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는 동안 기부자의 표정이 불편해 보이더니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 주변 사물의 98퍼센트는 공학의 산물인데 학교에서는 나머지 2퍼센트에 해당하는 과학을 가르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들인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학교 교육에 공학 교과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무교육에서의 공학 수업 도입은 1998년에 시작해 3년이나 걸려서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경쟁 구도에 놓여 있던 대학들이 연계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꺼렸기 때문이죠. 그래서 2003년에 보스턴과학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매년 150만 명에서 20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보스턴과학관은 대학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국립기술소양센터(NCTL, National Center of Technological Literacy)’도 발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국립기술소양센터의 우선적인 목표는 학교의 교과과정에 공학 수업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주마다 교육제도가 다르긴 하지만 연방정부가 제안하는 ‘차세대 과학 표준(Next-Generation Science Standards)’에는 다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학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 계기는 무엇이고 지금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왔는지요.

있습니다. 연방정부에서 공학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26개 주에서 정규교육 중에 공학 수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국립기술소양센터는 크게 3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학 소양을 함양하고 진흥시키는 것입니다. 2014년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죠. 한국은 이미 융합인재교육을 시작했기 때문에 선발주자 역할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90년대 말 미국처럼 공학을 등한시한 채 과학교육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유용한 커리큘럼과 재밌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보스턴과학관이 개발하는 공학 커리큘럼의 양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미 650만 명의 아이들이 우리에게서 공학 교육을 받았고 매년 1백만 명의 아이들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셋째는 우수 교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7만 7천 명의 교사들이 우리의 프로그램으로 연수를 받았습니다. 때로는 전국 각지로 강사를 파견해서 연수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과학관은 건물 안에서 대중과 접촉하죠.

보스턴과학관은 차별화된 콘텐츠와 찾아가는 프로그램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과 교사를 만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 공학 요소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들도 좋아할 만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 전파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스타워즈,

국립기술소양센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보스턴과학관의 콘텐츠 중에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전시가 눈에 띄는데요.

이것도 공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입니까.

과학과 상상력이 만나다(Star Wars: Where Science Meets Imagination)’

전시입니다. 영화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과 함께 영화의 내용을 교육과 접목시켰습니다.

영화에 쓰인 소품을 보여주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지를 설명하거나, 작품 속 외계 도시의 풍경을 교통공학과 도시공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식이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 캐릭터를 이용해서 로봇공학의 원리와 중요성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Pixar)와 공동으로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서 수학과 과학 요소를 설명하고 컴퓨터공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죠. 이번 전시회도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전시가 지루하면 아이들은 주말에도 학교에 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재미를 통해 공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입니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계속 만들어내는 본능이 있습니다. 해변에 가면 모래성을 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죠. 선천적으로 공학자의 기질을 가진 셈입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능도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변환경과 상황을 이용해서 욕구를 충족하려 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이러한 본능을 억누른 채 책상에 앉아서 반복적으로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만 시키고 있습니다.

공학 교육은 아이들의 본능을 키워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 세계에서 물이 순환하는 방식은 학교 수업 시간에 그림을 통해 누구나 배웁니다.

과학, 공학, 기술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흔히들 과학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학문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공학은 “어떻게?”라는 자세를 통해 구현과 해결을 모색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발상이 필수적이라고 얘기합니다. 아이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그림을 바라보며 원리를 암기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상황과 연결시켜서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이 부족합니다.

과학은 호기심에서 질문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주변의 자연환경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반면에 공학은 인간 스스로 만들고 디자인하면서 ‘고안’해내는 과정이죠. 기술은 공학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물입니다.

예를 들어 호수에 물이 차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나는 잠들기 전에 마실 물을 떠다가 침대 옆에 두고 싶습니다. 그러면 우선 물의 특성을 알아야 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구분해야겠죠. 이것이 과학입니다. 하지만 물을 옮기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또 다른 과정입니다. 공학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죠. 공학적 사고를 통해 만들어진 컵이라는 도구가 기술에 해당합니다.

보스턴과학관에서 만든 교재는 과학, 공학, 기술의 요소를 모두 연계시켜 교육을 실시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 사는 소녀의 이야기로 물의 순환 현상을 설명하는 교재가 있습니다. 소녀가 살고 있는 동네는 수질 오염이 심한 지역입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해 소녀는 공학을 전공한 엄마와 함께 정수 장치를 고안하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생활을 만들어갑니다.

교재와 함께 제공되는 도구함에는 학생들이 정수 장치를 직접 만들어보도록 관련 재료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수 장치를 만들려면 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결국 물의 순환 현상을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되죠. 이렇듯 제시된 문제와 학생의 상황을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실제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은 주입과 암기를 통해 공부할 수밖에 없죠. 공학 수업을 통해 일상생활과의 관련성을 제시하고 수학·과학 요소도 접목시키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나이대에 속한 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높은 교육열 때문에 좋은 점수에 대한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고득점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주입식 교육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흥미와 자발성을 유도하려면 커리큘럼 자체가 재밌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개발한 교재를 이용해서 테스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재밌는 내용의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부유층과 중산층의 두 부류 아이들에게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죠. 그랬더니 짧은 시간 안에 중산층 아이들의 성적이 훨씬 더 많이 올랐습니다. 부유층 아이들은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느라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실력 향상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보스턴과학관의 커리큘럼은 여러 개의 개별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유닛은 스토리북과 가이드북 그리고 도구함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스토리북은 학생용으로 만들어졌으며 이야기 위주로 진행이 됩니다.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과 장애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공학과 관련된 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죠. 과학, 수학, 공학 등 STEM 교육 요소뿐만 아니라 글로벌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가이드북은 교사를 위한 자료를 담고 있습니다. 교육 진행에 대한 상세한 방법, 과학 과목과 연계하는 방법, 심화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 정확한 평가를 하는 방법,

해당 커리큘럼의 장점을 자세히 소개해 주십시오.

흥미와 관심의 문제는 한국의 교육에 있어서도 커다란 과제입니다. 국제적으로 실시되는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과학과 수학 점수가 최상위권이지만 자신감과 자발성은 하위권 수준입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재밌게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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