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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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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1905년 러일전쟁 이전, 일본의 에도 막부와 메이지 정부의 문헌과 지도를 중심으로 독도영유권을 고찰한 것이다. 일본은 이들 자료에 대해서 해석을 달리하고 있지만, 독도영유 권 문제와 관련하여 귀중한 자료임이 틀림없다. 일본은 러일전쟁 이전까지 독도를 일본과 무 관한 섬으로 인식하여 각종 문헌과 지도에서 독도를 제외시켰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에도 막부 시대에는 1667년에 발간된 『은주시청합기』에 독도가 최초로 나타난다. 이 책은 오 키 섬의 지지(地誌)와 역사에 관한 내용으로 위치의 설명 부분에서 일본의 북서쪽 경계를 오 키 섬으로 보았다. 따라서 오키의 지지에 대한 기술에 독도는 제외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이 시기에 제작된 나가쿠보 세키스이의 「개정일본여지로정전도」와 하야시 시헤이의 「삼국접양지도」에도 반영되어 독도를 일본령에서 제외하거나 조선의 영토로 인정하였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서는 시마네현, 외무성, 내무성, 그리고 태정관에 의해 울릉도와 독도 영유권에 대한 조사가 재차 이루어졌다. 당시 국정의 최고 기관인 태정관은 1877년 태정관 지령에서 ‘울릉도 외일도(독도)의 건은 본방(일본)과 관계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이라고 공식 적으로 결정했다. 그러한 결정은 이후 지리서 편찬과 일본지도 제작에 영향을 미쳐 독도를 일본의 영역에서 제외하거나 일본 본토와 채색을 다르게 하였다.

국가 간의 영유권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작성한 공문서와 여기에 첨부된 지도가 1차적인 결정적 증거 자료가 된다. 에도 막부와 메이지 정부의 기록물 가운데, 「기죽 도약도」는 일본이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불법 편입하기 이전에 제작된 지도로 독도영유 권과 관련하여 가장 결정적인 증거이다. 향후 독도영유권과 관련하여 정부에 의해 작성된 기 록물과 지도를 발굴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박현진, 2007 “독도 영유권과 지도·해도의 증거능력·증명력”, 국제법학회논총 52(1), 89-128.

신각수, 1981 “영토분쟁에 있어서 지도의 증거력-국제판례를 중심 으로”, 국제법학회논총 49, 109-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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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03

특 별 기 획 고 지 도

풍수적 재현으로서 고지도

1. ‘지도 보기’와 ‘지도 읽기’

인간은 자신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현상 또는 현상들의 특성을 말이나 글, 그림, 사진, 음악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표현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보 통 ‘재현(representation)’이라고 한다. 지표 상의 다양한 자연·인문 현상을 2차원 평면 위에 표현한 지도도 바로 재현의 산물이자 또 다른 재현의 대상이 된다.

재현의 과정에는 크게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이 전제되는데, 모사적 재현양식(mi-metic representation)과 해석적 재현양식(interpretive representation)이 그것 이다. 모사적 재현은 말 그대로 재현되는 대상을 거울에 비추듯이 ‘있는 그대로’ 담 아낼 수 있다는 대전제이다. 그럴 경우 재현된 결과와 대상 사이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일대일 대응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에 반해 재현의 과정에 작 동하는 수많은 변수나 재현되는 대상과 결과물 사이의 고정적이지 않은 비결정적 관계 등에 주목하는 해석적 재현은 모사적 재현양식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두 가지 재현양식의 대전제 중 어느 것 이 더 적절한가를 따지기 이전에 재현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재현되는 내용이 무 엇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그럴 때 재현되는 내용은 다름 아닌 재현되는 현상 의 특성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가령 본고에서 다루는 지도의 경우 재현되는 내용은 지표 상의 다양한 자연·인문 현상의 종류, 위치, 분포, 방위, 고도 등이다.

실제 지표 상 여러 현상들의 특성을 지도 기호나 문자, 축척, 색깔 등을 이용해 표 현하는 것이다.

재현의 과정에서 담아지는 현상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

권선정 (Kwon, Seonjeong) 서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강의전담교수 sjkwon85@dreamwiz.com

하나는 인간의 감각이나 도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형적 특성 즉 ‘형태 (form)’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형태적 특성 이외의 다양한 사회적·정치적·상징적 의미 등을 포괄하는 ‘의미(meaning)’ 차원의 특성이다. 현상을 구성하는 형태라는 것이 음식물을 담는 용기라고 한다면, 의미는 그 안에 담고자 하는 또는 담겨있다고 여겨지는 내용물이 되 는 것이다. 결국 현상이라는 것은 형태와 의미라는 두 가지 특성 영역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지표 상 여러 현상들을 재현한 지도는 그것의 형태적 측면 만이 아닌 다양한 의미 차원의 특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접근대상이 된다.

이러한 현상의 특성과 관련하여 ‘지도 보기’와 ‘지도 읽기’가 갈라진다. 지도 보기는 지도가 그것에 담기는 실재하는 현상들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 하에 현상의 위 치·거리·방위 등 주로 형태적 특성에 관심 갖는 것이다. 즉, 지도 보기는 모사적 재현양식 의 대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럴 때 현상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지도는 얼마만큼 현상을 정확하게 담아내고 있느냐(정확성), 또 누가 보더라도 동일하게 현상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 도록 제작되었느냐(객관성, 사실성) 하는 기준에 따라 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도 이 정도의 정확한 지도를 만들었다”라는 평가의 표본으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혹은 정상기 의 동국지도 계통 지도를 교과서나 한국의 지도사 서술에서 주목해 왔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 서였다. 그만큼 현재의 지도를 평가하는 정확성·객관성·사실성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지 도 보기의 입장에서 우리의 고지도를 평가해 왔던 것이다.

이런 입장으로만 보자면 시간적으로 현재의 정확한 지도에 대비되는 ‘과거의 지도’요 공간적 으로도 정확한 지도 제작 전통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온 서구(유럽) 이외의 문화권에서 형성 된 지리학적 재현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옛 지도를 어떻게 위치 지울 수 있을까? 단순 히 정확성이 떨어지는 다시 말해 정확한 지도 제작을 위한 기술이나 정보가 부족하여 나온 결과물 정도로 평가하고 말 것인가?

이 지점에서 잠시 앞서 말한 재현의 과정에 담겨지는 현상의 특성 즉, 형태와 의미라는 것이 어떻게 현상을 구성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현상을 구성하는 형태와 의미 간 의 관계는 ‘자의적’이라고 한다(‘현상의 자의성’)(1). 자의적이라 하면 두 특성 영역 간의 관계 가 고정적·결정적이지 않고 임의적이면서 인위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관계 맺기 나름 이라는 것이다. 이는 동일한 형태를 가지는 현상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며, 동일한 의미를 담아주는 형태도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림 1) 장례식

(1) 보통 현상이 지니는 ‘형태와 의미 간의 관계’는 그것을 기호학과 관련지어 이해할 때 그 특징이 드러난다. 기호학에서 말하는 기호(記號)는 기표(記標, 형태)와 기의(記意, 의미)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 간의 관계는 자의적일 뿐이다. 즉, 동전의 양면처럼 기호를 구성하는 기표와 기의 간에는 어떤 고정된 자연적·필연적·결정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임의적 관계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호의 자의성’은 기호의 본질에 관한 것으로, 언어학을 중심으로 기호학을 발전시키려 했던 19세기 말의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가 제시 한 언어이론의 제1원칙이다.

03

풍 수 적 재 현 으 로 서 고 지 도 특 별 기 획 고 지 도

장에서 애도나 조의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의상 색깔 즉 형태적 특성은 검은색이 될 수도 있고 흰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a

b

c

a

b

c

형태 의미

그림 1. 현상의 자의성

현상의 자의성을 전제로 지도라는 지리적 재현물을 접근하게 되면, 그것의 평가는 단순히 형 태 상 얼마나 정확하게 사실적으로 현실을 담아내고 있느냐의 문제로만 귀착되지 않는다. 오 히려 지도에 담고자 하는 의미 또는 지도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 그리고 지도 재현물 의 형태적 특성과 의미 영역을 관계 맺어주는 토대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요 구한다. 이렇듯 지도의 형태적 특성 외에 의미 차원의 특성, 그리고 그러한 두 특성 영역을 관계 짓는 문화적 토대 등을 관심 갖는 접근 방식을 ‘지도 읽기’ 또는 ‘지도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도 읽기의 전제가 되는 현상의 자의성은 해석적 재현양식에서 관심 갖는 형태와 의 미의 비결정성, 재현의 과정에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나 문화적 약속체계 등을 주목케 하는 인식의 출발이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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