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대로 표류하던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대한 논의는 아 시아・유럽 정상회의(Asian-Europe Meeting:ASEM) 출범을 계기 로 재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ASEM의 출범은 EAEG를 무산시키
면서 APEC 체제로 동아시아를 자신의 영향권 내에 존속시키고 자 하는 미국의 對동아시아 조치에 대한 유럽의 대응으로 파악할 수 있다. ASEM 회의가 1996년 처음으로 열리면서 새로운 아시 아・유럽관계가 정립되기 시작하였다. ASEM 체제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유럽의 EU와 협상하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동아시 아 국가들만의 회동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정례화되었다는 점과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이런 문제에 대해 지역적인 단합으로 대 처해야할 것이란 시급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① 1997년 12월 15일 ASEAN-중・한・일 정상의 비공식회동이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개최(당시는 9+3)되었다.
이 회동의 주제는 아시아 금융위기 대비 지역협력의 강화, 21세기 동아시아의 발전에 대한 전망이었다. 논의된 주제들 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강화에 관 한 명확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었다.
② 1998년 12월 16일 제2차 동아시아 정상의 회동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중국측의 제의 로 역내 재정, 금융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고, 금융위기의 극 복과 동아시아 지역경제의 안정 및 성장세 회복을 위해 재 경부 차관, 중앙은행 부행장 등의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합의 하였다. 이리하여 동아시아 지역 내의 기능간, 부문간의 대 화와 협상의 기틀이 탄생하게 되었다.
③ 1999년 11월 28일 제3차 동아시아 정상의 회동이 필리핀 마 닐라에서 개최되었다. 주제는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추진이었 다. 정상들은 동아시아 경제협력 공동성명에서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원칙, 방향 및 중점 분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공동성명에서 동아시아 정상들은 “동 아시아 협력의 심화와 확대에 대한 결의를 채택하고 협력의
실효성을 강구하며, 동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제 고하여, 이 지역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할 것을 강조하였다.
공동성명에서 채택한 정치, 경제, 사회 및 기타 영역에서 중 점 협력분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무 역, 투자와 기술이전을 가속화, 기술 및 전자 비즈니스 부문 의 기술협력 장려, 공업, 농업영역의 제반 협력과 중소기업 들간의 협력증진, 동아시아 산업포럼의 설치, 메콩Mekong분 지 등 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성장축의 발전, 동아시아 경제 위원회의 창설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둘째, 통화와 금융 협 력 분야에서는 통화, 금융정책에 관한 대화, 협조 및 협력을 강화하고,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 회사관리, 자본유동에 관한 역내 통제, 은행과 금융 시스템의 개선 등 ‘10+3’의 틀에서의 역내 상호지원과 협조의 기틀 구축 등의 문제를 논의하였다.
셋째는 사회 및 인력자원 분야에는 ASEAN 인력자원개발에 관한 협의를 추진하고 인력개발기금을 창설하기로 하였 다. 넷째는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개발력을 제고시켜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에 이바지 하도록 하였 다. 다섯째는 정보와 문화영역의 협력을 강화하고, 문화교류 의 증진을 통한 상호이해를 심화시키며, 여섯째는 경제의 지 속적 발전에 관한 교류를 강화하고, 일곱째는 정치, 안보 영 역의 대화, 협조와 협력을 통한 상호이해 및 신뢰를 증진시 키고 다자간의 정치, 안보 문제의 처리에 협력할 것을 다짐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제의로 동아 시아 협력 전망그룹을 설치하여 동아시아 협력의 전망과 기 획이란 과업을 담당케 하기로 하였다.
④ 2000년 11월 25일 제4차 동아시아 정상회동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는데 1999년 채택한 동아시아 경제협력 공동성명
의 중점 협력사업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제시하였 고, 2000년 5월 재정장관회의가 달성한 통화협력에 관한 치 앙마이 협의(Chiang Mai Initiative, CMI)를 긍정적으로 평가 하고, 금융연수, 인력자원 개발에 대한 행동계획을 제시하였 으며, 동아시아 정상들이 동아시아 자유무역, 투자지대의 창 설과 전면적 경제협력에 관해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회동에서 동아시아 정상들의 지역협력의 실천과 미래를 향한 적극적 자세는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가일층 발전시키기 위한 기반을 닦아 놓았다. 치앙마이 협의는 역내의 금융협 력의 실천패턴을 개발함으로써 지역협력을 추진하는 데 도움 될 것이다. 치앙마이 협의는 양자간의 통화교환에 관한 협 의로서, 만약 협의를 체결한 일방은 자금에 어려움이 생기거 나 자본과 관련된 충격에 직면할 때 다른 일방이 상대방에 대한 지원을 하기로 한 협의이다. 동 협의에 의해 ASEAN의 통화교환기금은 2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한・중・일 3국은 각기 ASEAN과 통화교환협정을 체결하여 총금액이 350억 달 러에 달하게 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치앙마이 협의는 향 후 동아시아의 보다 높은 차원의 금융협력을 위한 바탕을 마 련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지게 되었다.
제4차 동아시아 정상회동은 대화와 협력의 틀을 강화하였을 뿐더러 한・중・일 3국 정상들의 협상과 대화의 체제를 사상 처음으로 구축하였는데 동아시아 전 지역의 협력을 추진함 과 동시에 한・중・일 3국의 협력을 추진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다.
동아시아 정상들은 메콩강Mekong 유역개발 계획과 아시아-유 럽철도구축사업을 가속화하는 데에도 뜻을 같이하였다. 동아 시아 정상들은 본 지역의 장기적 발전에 대비하여 미래의
동아시아 자유무역, 투자지대를 창설하기 위한 타당성 연구 를 하기로 합의하고, 역내 각 나라들의 고위관리로 연구그 룹을 구성하여 정상들이 합의된 사항과 동아시아 전망그 룹이 제시한 건의에 대해서 연구, 검토하며 실천적 조치를 마련하기로 하였다.
⑤ 2001년 11월 제5차 “10+3” 정상의 회동이 브루나이에서 개 최되었다. ‘9.11’ 테러사건과 미국 경제상황의 악화 등으로 동아시아 다수 나라들의 경제적 불황에 직면하는 시점에 이 회의는 세인의 관심 속에서 개최되었는데 회의결과를 보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 동아시아 정상들이 동아시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결 의를 채택하고 제 나라의 고위관료들로 구성된 연구그룹
으로 하여금 전망그룹이 제시한 동아시아 장기협력구상 건의를 심도있게 연구하여 실천계획을 정상회의에 제시하도 록 하였다. 이 회의에서 전망그룹에 의해 제시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창설과 ‘10+3’의 틀은 ‘동아시아 정상회의’ 틀 로의 이행, 동아시아의 전면적 협력의 강화, ‘동아시아 공동 체’ 창설의 장기적 목표의 설정 등 일련의 중요한 건의를 통 과시키지 못하였으나 연구그룹에 계속 연구하도록 지시한 것은 동아시아 정상들이 동아시아 장기 협력플랜의 중요성 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한・중・일 3국 정상은 한・중・일 3국간 협력의 강화, 동 아시아 협력의 추진에 대한 의지를 채택하고 한・중・일 3국의 경제장관회의, 무역장관회의와 상공商工포럼을 설립할 것을 합의하였다.
셋째, 중-ASEAN 정상의 회동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10년 기간으로 중국-ASEAN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관한 합
의를 선포하였다.
넷째, 공동으로 테러리즘에 대응하고, 기타 비전통적 안보영 역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⑥ 2002년 11월 제6차 10+3 회동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 되었다. 2002년은 동아시아 지역협력에서 많은 진전이 이루 어진 해로서, 2002년 11월 중국-ASEAN 포괄적 경제협력 기본협정이 타결되어, 2010년까지 ‘중국-ASEAN FTA’를 달 성하기로 하였다. 2002년 1월 일본-싱가포르 JSEPA}협정 타결, 2002년 11월 일본-ASEAN 경제협력 기본협정}타결 향후 10년 내에 일본-ASEAN FTA를 달성하기로 하였다.
⑦ 2003년 10월 제7차 ASEAN과 한・중・일 정상회동(10+3) 및 제5차 한・중・일 3국 정상회동이 인도네시아의 파리도에서 개최되었다. 한・중・일 3국 정상회동에서 3국간 경제협력 추 진 문제를 논의하고 한・중・일 3국의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이는 한・중・일 3국 정상이 발표하 는 3국 협력에 관한 첫 번째 문건으로, 3국의 정부간 및 비 정부간 협력의 틀이 탄생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원쟈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향후 한・중・일 3자 협력증진을 위해 한・중・일 3자 위원회를 설치하여 3자 협력의 기획 및 협조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한・중・일 FTA 창설문제 공동연 구의 강화, 한・중・일 3자간 물류, 품질감독, 검사, 검역, 무역 의 편리화, 매스컴 등 영역의 협력강화를 건의하였고, 한・일 산업계가 중국의 동북 중화학공업기지 진흥}사업에 참여 하는 데 대한 환영의 뜻을 표명하였다.
제3절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특징과 시나리오
1. ‘10+3’의 사륜(四輪)마차
오늘날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협력과 통합은 ‘10+3’의 사륜마차 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첫째 바퀴는 ‘10+3’, 즉 ASEAN+
한・중・일 3국이다. 둘째 바퀴는 ‘ASEAN 10’으로 ASEAN 10국 내부의 통합추진, 셋째 바퀴는 ‘10+1’, 즉 ASEAN의 한・중・일 3 국과 개별적인 대화와 협력의 기틀, 넷째 바퀴는 ‘3’, 즉 한・중・일 3국간의 대화와 협력의 틀이 그것이다.
‘10+3’의 사륜마차는 네 차원의 행동 메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 다. (1) 정상회동:‘10+3’ 정상회동과 10+1 정상회동 1년 1차 개최, (2) 장관회의:이미 재경장관회의, 외교부장회의, 경제부장회의 정 례 개최함, (3) 고위 관료회의 등 실무그룹회의의 개최이다.
“10+3”의 4륜마차가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이끌어가는 것은 동 아시아 경제통합 노력의 작동을 의미하며, 이정표적인 의의를 갖 고 있다. 비록 아직 초기단계에 있지만 이미 상당한 업적을 쌓고 있다.
① 1999년 제3차 “10+3” 정상회동에서는 “동아시아협력공동성 명”을 발표하여 동아시아 협력의 원칙과 방향 및 중점영역 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을 갖게 되었다.
② 2000년 5월 “10+3” 재정장관회의에서는 치앙마이 협의를 체결함으로써, 단기적으로 국제수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역내 성원에 대하여 유동외환의 도움을 제공할 것을 합의하 였다. 2002년에 이르러 ‘10+3’ 범위에서 여러 개의 양자간 화 폐교환협정이 체결되었으며, 교환량은 200억 달러에 달하였 다. 이와 동시에 ‘10+3’ 재정부장들은 “10+3” 비공식 정책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