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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래의 동북아 지역

근대에 들어오면서 중국 국력의 쇠락과 더불어 동북아 지역은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모되었다. 19세기 말부터 발생했던 중・일전 쟁(1894~1895년), 러・일전쟁(1904~1905년), 그리고 양극체제의 대 결로 인한 한국전쟁(1950~1953년) 등 3대 전쟁이 이 지역에서 발 생하였고 제국주의 열강간에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한반도 분단의 비극이 초래되었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탈냉전 시기에 들어오면서 세계의 다른 지 역이 평화의 이득을 수확하고 지역평화와 경제협력을 번창시키고 있을 때에 동북아 지역도 일정한 평화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하였 다. 중・미, 중・일이 수교하고, 중・러 국교정상화가 실현되었으며,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수교하였다. 특히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 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성명”의 발표는 남북관계의 기념비적 사 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지역국가간 경제교류의 활 성화와 더불어 지역협력 문제도 활발하게 논의하게 되었다. 그러 나 현실적으로 보면 냉전시대의 중・북・러 북삼각 군사동맹관계는 이미 해체되었으나, 한・미・일 남삼각 군사동맹관계는 여전히 남 아있고 남한은 중・러와 수교하였지만, 북한이 미국, 일본과 수교 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미・북관계의 대립과 북핵 문제로 한반도 는 아직 평화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존과 안 보 우려에서 비롯된 북핵 문제도 동북아 지역의 이런 비균형적, 비대칭적 정치, 경제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핵과 한반도의 분단 문제 이 외에는 러・일간의 북방 4도 문 제, 중국의 대만 문제, 중・일간의 조어도釣魚島 문제, 한・일간의 독 도문제, 한・중・일간의 해양개발 분쟁 등 적지 않은 냉전의 유산들

이 남아있다. 그 외 일본의 침략역사에 대한 반성, 일본의 고이즈 미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니쿠신사靖國神社 참배 문제, 최근 몇 년간 의 한・중・일 3국에서 민족주의 사조의 팽배, 한・중간의 고구려 역 사 문제 등은 한・중・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냉전적 유산과 테러, 환경, 마약, 돈세탁 등 비전통적 안보 문제가 서로 얽혀 있으며, 이에 대한 미・중・일・러 등 4강과 관련된 나라들의 시각차와 전략적 모순으 로 동북아의 지정학적 환경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많은 분석가들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갈등 요인들을 ① 미국의 동북아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확대 전략Engagement and Enlargement Strategy”의 추진, ② 미국・일본・한국간의 3각 군사동맹의 강화를 통한 미국의 동북아 패권추구와 이에 대한 중국・러시아・

북한의 민감한 반응, ③ 일본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과 주변국들의 우려, ④ 북한의 체제위기와 핵・미사일 개발 등으로 인한 주변국 가들과의 갈등28) 등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이 각종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에 처하고 복잡한 갈등구 조를 가진 동북아 지역에는 아직 안보 문제를 다루는 제도적 조 치가 없으며 여태까지 주로 양자 대화의 터널을 통해서 안보 문 제를 처리하고 있으므로 동북아 지역의 복잡한 안보 현실에 부응 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협력을 추진하는 전제조건으로서는 평화와 안정적 지역환 경이 있어야 하고 역내 나라들간의 신뢰를 구축해 이해와 협력을 진행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 고 지역갈등을 해소하며 전통적, 비전통적 안보 문제를 논의, 협 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즉 공동안보에 기초한 다 자간 안보협력의 틀을 형성할 필요성이 있게 된다.

28) 고동환, 󰡔동북아 안보협력과 한반도 문제󰡕, 1999 참조.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회담과 북경 6 자회담이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추진과 관련국가들의 협력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이를 통해 북핵 문제는 평화적 대화를 통해 해 결하려는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고, 북・미 대립, 한반도 정세의 긴 장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하였다. 다자간 협력체는 6자 회담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북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안보 문제를 다루 는 데에도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6자 회담의 틀을 바탕으로 동북 아 집단안보협력의 형성에 관한 구상이 바람직한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동북아 지역은 우월한 지경학적 환경과 열 악한 지정학적 환경이 서로 얽혀 있으면서도 세계 경제에서 매우 역동적인 부분으로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지역이므로 세계 정치 구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 각 주요 지역에서 유일하게 다자간 지역경 제협력과 안보협력 장치가 없는 지역으로 그 특수성이 집중되어 있다. 또한 이 문제는 이 지역국가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공동 과제이기도 하다.

동북아가 처하고 있는 현실적 환경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 면이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그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풍요한 부존자원과 경제자원

:여기에는 러・중・몽・조의 자연자원과 한・일의 자본과 기술, 중・러의 기초과학 등을 포함한다.

② 동아시아 모델(East Asian Development Model, EADM) :역동적 경제와 지속적 고도성장을 달성하는 동시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정기29)에 들어섰다.

29) EADM의 조정기에 대해서는 중국 Fu, Xin, 「신지역주의:동아시아 경제 모 델의 신요소」, 󰡔세계 경제 및 정치󰡕, 2004. 3 참조.

③ 각 경제 주체들의 긴밀한 보완성과 지속적으로 강화된 상호 의존성

:지역내 무역, 투자의 급속한 성장과 정치, 문화, 사회, 안보 등 다양한 영역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문화 동질성의 회복 과 부흥기에 접어드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④ 거대한 시장과 무궁한 잠재력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에 따른 동북아 시장규모의 확대는 지속될 것이고, 동북아 지역의 무궁한 잠재력은 아 직 분산된 축적상태이지만 지역협력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 를 활용하면 엄청난 에너지로 전환할 것이다.

⑤ 역내 나라들은 체제, 발전단계, 부존자원, 문화배경 등에서 차이성과 다양성을 지닌 동시에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이외 에는 유교문화권과 한자문화권의 문화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체제, 발전단계, 부존자원의 차이성과 경제규모의 비대 칭성은 서구형 경제통합과 분업체계에서는 애로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NAFTA, APEC 등 경제통합에서 보여준 경험 과 동아시아 지역에 지난 수십 년간 이런 차이를 기초로 한 협력에서는 동아시아 모델(EADM)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 출했다. 문제는 동아시아 모델과 이와 관련된 지식체계를 세 계화와 지역 블록화의 신조류에 따라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개발이익 추구형 경제권에서는 국가간 이질성을 기 초로 한 보완성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문화 의 동질성은 이해증진, 신뢰구축과 경제협력의 여러 측면에 서 은밀한 역할을 해왔다. 동북아 문화는 이미 세계에서 빛 을 내기 시작하고 지역협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⑥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 유산이 남아있는 지역으로서의 동북 아 지역에는 한반도의 분단과 북핵 문제, 관련국간의 영토,

영해 분쟁, 일본의 역사반성 문제 등 동북아의 평화안정, 안 보와 관련된 문제들이 남아있다. 평화안정은 지역협력의 필 수적 조건이다. 지역경제협력은 또한 냉전유산의 청산, 갈등 해소, 평화체제 구축에 거대한 영향력이 될 것이다. 여기에 지역 공동이익에 대한 공감대와 공동체 의식의 형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들이 될 것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체와 안보협력 체는 양륜兩輪마차로 동북아의 경제통합을 이끌어야 할 것 이다.

제Ⅴ장

동북아 경제권 협력 모델과 실천

제1절 경제통합이론

이론적 관점에서 지역통합이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공동의 이해 관계를 가진 국가들간에 상품 및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 장하는 다양한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독자적인 지역 시장권을 형 성하고, 이를 통해 각 가맹국들은 거대시장의 경제적, 기술적 이 익을 향유하며 지역통합체 전체의 복리증진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가간 경제협력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