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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주의와 지역주의의 공존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 지역 블록화가 급속히 증가한 시기는 UR 협상의 결과로 1995년 출범한 WTO의 활동개시 시점인 다자 주의의 강화 시점과 일치한다. 이처럼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 전

6) 아시아와 유럽에 위치한 25개국간의 쌍무협력채널로 출범한 ASEM의 경제적 배경과 다자간 무역체제 접근방식에 대한 EU의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ASEM의 경제적 배경과 다자간 무역체제의 의의에 관해서는 Park(1997)을 참조.

개되는 것은 GATT/WTO 회원국들이 한편에서는 다자주의체제 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경제통합에 대한 의존도를 동시에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7)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다자주의와 지역주의의 공존현상은 최근 세계 경제의 중요한 특징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향후 일정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리고 Berg- sten(2001)이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외무역정책에 대한 권고를 통 해서도 논의된 바와 같이, 지역주의가 세계 경제의 다자주의적 통합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초래하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영 향을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주의와 다자주의의 관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상충되는 견해가 있다. 하나는 지역주의가 다자주의에 걸림돌이 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이며, 다른 하나는 지역 주의가 다자주의에 디딤돌 역할을 해왔으며 이런 현상이 앞으로 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첫째 견해는 Bhagwati(1996)와 Bhagwati and Panagariya(1993)에 의해 잘 정리되어 있다. 이들은 첫째, 지역주의는 그 정의 자체가 관세장벽, 원산지규정 및 역내 생산비율Local Content Requirement 등 과 같은 비관세장벽에 있어서 회원국과 비회원국간의 차별대우를 포함하는 특혜무역협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무역협정은 필연 적으로 무역창출의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전환을 야기하 며, 무역전환 효과가 무역창출 효과를 초월하기 때문에 생산요소 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주의 반대론

7) 이처럼 다소 모순되어 보이는 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유럽 지역의 국가들이 그들만의 지역주의를 추구하도록 자극했다. 둘째, 그 시점에 진행된 우루과이라운드는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몇몇 국가들은 지역 수준에서 자유화의 혜택을 먼저 선점하고자 했다.

자들은 또 일단 지역무역협정이 진행될 경우 이러한 협정의 회원 국들은 지역통합에 보다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이는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8) 셋째, 다자주의를 선호하 는 학자들은 많은 경우 지역주의의 확산과 강화가 지역간 또는 국가간에 심각한 정치적, 군사적 분쟁을 초래해 왔다는 역사적 경험을 지적한다. 즉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지역주의의 확 산과 강화는 장기적으로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견해는 Young(1993)과 Rgsten(1996, 1997) 등이 대변하 는 것으로 지역주의가 다자주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반대되는 의견이다. 첫째, 이들은 지역경제통합이 자유무역의 지 평을 확대하고, 이에 따라 다자간 무역체제가 기본적으로 추구하 는 세계 무역의 자유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지 역주의가 다자주의를 위한 초석이 되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런 역 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이들 학자들은 첫째의 견해에 반대하여 무역전환보다 무역창출의 효과가 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지역경제통합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필요한 국내 제도개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외부로부터 의 압력과 감시장치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넷째, 이들 학자들은 특히, 지역무역협정의 이행과정에서 채택된 자유화 조치가 다자간 무역체제에서 성공적 으로 자유화를 확대하는 조치로 채택된 경우를 강조하고 있다.9) 다섯째, 지역차원에서의 자유화 구상은 관료, 정부, 소비자, 기업 가 등과 같은 한 국가의 경제주체들에게 전시효과를 줌으로써 자

8) 이는 일반적으로 관심의 다양화(Interest Diversion)라고 불린다.

9) WTO(1995) 참조.

유화를 위한 국내적 환경을 보다 용이하게 형성할 수 있다는 점 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EC(독일과 프랑스), MERCOSUR(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그리고 APEC(일본과 중국간, 중국, 대만, 홍콩간, 일본, 중국과 동아시아간)과 같은 지역통합(협 력)협정의 사례를 통해 추론할 수 있듯이, 많은 지역통합협정들이 정치적, 또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창설되었거나, 결과적 으로 이러한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은 지역주의가 지정학적 긴장 을 증가시킨다는 우려에 대한 반박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견해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빠 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현재의 지역주의와 다자주의의 공존현 상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지역주의가 만약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 통합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보조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어느 하나를 다른 하나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즉 다자주의와 지역주의가 모두 세계 경제의 통합을 위 해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우호적 여건을 만들어 주 는 작업이 보다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화를 추진하는 긴 과정에서 다자주의적인 자유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는 없으므로 지역주의는 세계 경제라는 열차에서 지역 블록을 형성하는 하나하나의 차간車廂을 순차적으로 통합하고, 그 바탕 위에 연결고리로 세계 경제통합의 최종목표를 달성할 가능 성이 있다.10)

10) 중국 Qin, Hongxiang, 󰡔태평양시대의 동북아협력󰡕, 1997 참조.

제3절 세계 경제 3축에서의 동북아 경제권의 위상

오늘날 세계 경제는 EU-NAFTA-동아시아 경제권이 삼족정립 足鼎立의 구도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EU와 NAFTA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경제통합을 이루었으나 동아시아는 동북아 경제협력 및 경제통합의 부진으로 세계 경제의 삼각구도에서 열 세에 처해 있다.

EU는 2002년초부터 유로화EURO 통용에 의한 관세화폐연맹으 로 본격화되는 가운데 2004년 5월 10개국이 추가적으로 가입함으 로써 회원국수가 25개국으로 확대되었다. NAFTA는 2005년 북미 와 중남미 34개국이 포함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형성할 것이다.

<표 5> 세계 경제 3축 비교

EU NAFTA 동아경제권

인 구 370 378 1,488

면 적 323 2,131 1,176.4

회 원 국 25국(2004년) 34국(2005년) ASEAN 10국+동북아 6국

GDP(천억 달러) 8.3 9.5 6.1

무 역 액 3,293 1,664 2,373

경제통합상황 경제연맹 FTA AFTA+동북아경제권

자료:OECD, World Development Report, 2002.

<표 6> 동북아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단위:%)

구 분 1997 2001 2005 2006~2020

한 국 1.6 1.7 1.9 2.1

중 국 3.0 3.6 4.3 6.0

일 본 14.5 13.1 12.2 11.0

홍 콩 0.6 0.5 0.6 0.6

대 만 1.0 1.0 1.0 1.1

동북아 20.7 19.9 20.0 20.2

자료:“Standard & Poor’s DRI,” WORLD Economic Outlook, Fourth-Quarter, 2001.

안충영, 󰡔동북아 경제통합과 동북아 개발은행󰡕, 2003. 2에서 재인용.

동북아 지역은 세계 경제의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서 지난 20~30년간의 고속성장에 힘입어 경제규모면에서 세계 경제의 20% 내외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1990년대부터 장기간 경제침 체를 겪고 있는 일본 경제의 상대적 위축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비롯한 여타 동북아 국가들의 고도성장으로 동북아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본의 점진적 비중축소보다 한국과 중국의 점유비중이 크게 증 가한 것에 기인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1960년대 일본의 경제발전과 1970~1980년대 아시 아 신흥공업국(NIES)의 발전,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아세 안 지역국가를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으며, 모두 동아시 아 경제개발 모델(NEDM)로 대외지향적 공업화를 경제개발전략 으로 추진하여 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동북아 3국의 경제성장률은 일본을 제외할 경우 동북 아 지역평균을 상회하며, 세계 경제의 평균성장률을 훨씬 상회하 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MF의 경제전망

에 의하면 동북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미국 2.2%(2003년), 3.6%

(2004년), 또는 유럽지역 1.1%(2003년), 2.3%(2004년)보다 월등히 높은 평균 4% 내외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특 히 중국과 한국의 경우 연5% 이상의 고도성장세를 유지할 것으 로 전망되고 있다.

<표 7> 동북아 3국의 경제성장률

(단위:%)

구분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평균 세계 평균

1970~1979년 8.8 5.6 4.6 7.6 3.9

1980~1989년 9.0 10.0 3.9 7.6 3.0

1990~2000년 5.2 10.0 1.0 5.0 2.3

주:동북아 평균은 위 국가에 홍콩, 대만을 포함한 수치임.

자료:“Standard & Poor’s DRI”(2000) 강정모 외, 󰡔신 동북아 경제론󰡕에서 재인용.

제Ⅲ장

동아시아 경제와 한・중・일 경제

제1절 동북아 경제의 역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