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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절 종래의 사후적 사법적 통제시스템의 내용과 그 한계

Ⅲ. 독 일

1. 행정재량과 그 통제의 필요성

행정재량은 행정법과 행정활동의 현실을 지배하는 대원칙인 법치주 의원리의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필요악 같은 존재이다. 다시 말하자

면 법치주의원리는 행정작용이 법에 적합하도록 행사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행정의 법률적합성원칙(Gesetzmaessigkeit der Verwaltung)을 그 토대로 하고 있다.19)

그러므로 법치주의의 이상에 비추어 본 행정활동은 그 근거가 되는 법규가 정하는 요건에 따라서 기계적인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를 상정한다. 따라서 모든 행정활동은 이른바 법률적합성원칙을 완벽하 게 실현하는 기속행위(gebundene Verwaltung)가 되는 것이 법치주의적 행정활동의 전범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행정현실은 너무도 복잡다기한 현대국가의 과제를 실현하는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행정작용의 근거가 되는 법규가 그 요건에서는 이른바 불확정개념을 사용하여 행정청에게 구체적인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판단여지를 부여하며, 법률효과면에서도 공권력 발동의 여부와 다양한 대안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 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다이내믹한 시대변화에 행정활동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서는 행정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문제해결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입법자가 의식적으로 법규상 행정청의 재량을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사회변화에 그에 따르는 행정재량의 폭주 현상에도 불구하고 결코 법치주의원칙은 행정청에게 백지수표를 발행 한 것은 아니므로 행정청은 자신의 주도 하에 임의적인 목적을 설정 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행정청은 법규가 부여한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는 당해 법규의 목적과 취지를 최대한 고려하고 존중하여 일정한 결 정을 내려야만 한다. 즉 행정청이 법규상 재량권을 보유하고 행사한

19) 독일의 재량권 행사의 통제에 대해서는 김재광 외, 전게연구보고서, 141면 이하 참조.

다는 것은 법규에 의하여 의도된 목적과 방향성에 의하여 이미 한계 지워진 것으로서 이른바 “의도된 재량”(intendiertes Ermessen)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결국 행정재량권은 입법자가 의도하는 재량행사의 목적지향성과 사 법부의 재량권 통제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법치주의적 견제장치 안에서 존재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법적 의무에 합당한 재량의 형태를 유지 하는 것이다.

2. 의도된 재량개념 검토

(1) 개 념

의도된 재량(intendiertes Ermessen)의 개념을 한 마디로 축약한다면 법규가 재량을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경우(typische Faelle) 에는 이러한 재량이 근거법규의 입법자의 의도에 의하여 일정한 방향 으로 행사되어 마치 기속행위화 되며, 매우 이례적인 경우(atypische Faelle)에 한하여 일반적인 재량이론이 적용된다는 것이다.20)

다시 말해서 의도된 재량은 결코 일반적인 재량과는 다르며 오히려 행정청의 재량행사를 입법적으로 이미 일정한 “한 방향”으로 행사하 도록 하는 입법적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의도된 재량이론은 일종의 (암시적)입법의사를 통하여 행정 재량을 축소시키는 논리이며 동시에 행정재량에 대한 강화된 사법적 통제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행정청의 재량이라는 것이 원래 입법자에 의하여 주어지는 것 으로서 행정청의 재량행사가 입법자의 의사와 입법목적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20) 김재광 외, 전게연구보고서, 146면 이하 참조.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행정재량에 대한 일반적 근거조항인 독일연 방행정절차법 제40조 역시 입법적 수권의 목적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행정청에게 재량을 부여한 것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재량권 행사의 여부와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행정의 상황대처능력을 제고하고 전문성을 활용하자 는 취지이므로 자칫 의도된 재량이론은 행정재량 자체의 존립을 위태 롭게 할 수도 있다.

(2) 의도된 재량이론에 대한 독일연방행정법원의 견해 1) 일반론

의도된 재량이론은 전적으로 독일연방행정법원의 창작품이다. 의도 된 재량은 행정재량을 규정한 법규를 통하여 이미 재량권의 행사가 특정한 방향으로 예정되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즉 특정한 결과가 법규의 의미와 내용에 가장 근접하고 이미 법률상 그러한 결과가 의 도되어 있으며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그러한 결과와는 다른 행정 적 결정이 허용될 뿐이다.

그러므로 통상적인 경우에는 재량의 근거규범이 의도하는 내용에 따르는 행위와 법적 효과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서 행정청은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법적 효과에 대한 이유제시의무도 없다. 행정절차법에 규정된 행정청의 이유제시의무는 오직 이례적인 상황에서 내려진 재 량처분에 대해서만 인정될 뿐이다.

그러므로 의도된 재량이론은 행정법이론에서 논의되는 일반적인 행 정재량과는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즉 일반적 인 행정재량이론에서는 오히려 통상적인 경우에 행정청이 결정재량과 선택재량 등 법적 의무에 합당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반면, 재량권의 축소 등 이례적인 경우에 한하여 특정한 내용의 재량권 행사의 의무 가 있을 뿐이다. 독일연방행정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성립하여 발전한

의도된 재량이론은 독일 각주의 행정법원의 판례뿐만 아니라 일반법 원의 판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법적 반향 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문헌상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와 더불어 독일연방행정법원은 초기에 주로 경찰행정법을 비롯한 질서행정법의 영역에서 의도된 재량이론을 전개하였으나 점차로 행정 절차법 및 경제행정법 등 전반적으로 행정재량이 문제되는 다양한 분 야로 그 적용을 확대하였다. 의도된 재량이론은 문헌상으로는 이를 환영하고 적극적인 적용을 옹호하는 견해도 있으나 대부분의 견해는 이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21)

2) 구체적인 발현 형태 가. 舊形式(alte Formel)

최근까지 독일연방행정법원은 의도된 재량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두 가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는 형식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형 식은 1980년 8월 28일 건축법에 위반한 위법건축물의 철거와 관련된 소송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이는 연방행정법원이 초기에 사용한 형 식으로서 흔히 舊形式으로 부르는데, 이러한 구 형식은 이후 연방행정 법원의 다른 부의 판결에서도 그대로 수용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 다. “행정청이 법규상 부여된 재량권을 통상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는 이에 요구되는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요소를 검토할 것도 없이 법규 에 규정된 입법자의 의도를 따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에 따라서 행정 절차법상 행정처분에 요구되는 행정청의 이유제시의무도 면제된다”.22)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러한 구형식의 의도된 재량이론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고 있다. 우선 통상적인 경우, 즉 전형적인 재량권 행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에서 고려해야하는 요소들 간

21) 김재광 외, 전게연구보고서, 148면.

22) 김재광 외, 전게연구보고서, 148면.

에 어떠한 형량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형량의 의무 가 면제된다. 동시에 논리적으로 그 결정에 있어서 행정절차법에 의 하여 요구되는 처분의 이유제시의무도 면제된다. 이러한 두 부분의 결정형식은 이 판결에서 또 다른 표현으로 등장하는데, 하나는 “의사 형성에서의 준수요건”과 다른 하나는 “이유제시의무”로서 첫 번째 부 분은 형량의무의 면제이고 두 번째는 이유제시의무의 면제이다. 그 구체적인 의미는 후술한다.

나. 신형식 (neue Formel)

구형식에 비하여 신형식의 의도된 재량이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재량을 부여하는 규범이 통상적인 경우에 특정한 의미로만 해석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에 반하는 행정적 결정이 내려지기 위해 서는 이를 정당화하는 이유와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통 상적인 상황을 벗어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재량결정과정에서의 다양한 요소에 대한 형량은 자명한 결과로 귀결된다.

따라서 형량의 결과가 자명한 것이라면 행정절차법 제39조 제1항 제3문에 의하여 요구되는 이유제시의무도 면제됨이 당연하다. 신형식 은 연방행정법원이 이미 구형식을 질서행정법의 영역 뿐 아니라 다른 행정법의 영역으로 확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언 급한 바와 같이 신형식은 구형식이 취하고 있는 2단계의 구조를 지양 하고 이유제시의무만을 면제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통상적인 경우 에는 형량의 의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구형식과는 구별되지만 재량 권 행사의 과정에서의 형량의무는 이미 일정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이 예단되어 있으므로 그 결과는 분명하다는 특징을 갖는다.23)

따라서 형량의 결과가 자명한 것이라면 행정절차법 제39조 제1항 제3문에 의하여 요구되는 이유제시의무도 면제됨이 당연하다. 신형식 은 연방행정법원이 이미 구형식을 질서행정법의 영역 뿐 아니라 다른 행정법의 영역으로 확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언 급한 바와 같이 신형식은 구형식이 취하고 있는 2단계의 구조를 지양 하고 이유제시의무만을 면제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통상적인 경우 에는 형량의 의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구형식과는 구별되지만 재량 권 행사의 과정에서의 형량의무는 이미 일정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이 예단되어 있으므로 그 결과는 분명하다는 특징을 갖는다.23)

문서에서 행정처분기준 정비방안 연구(I) (페이지 3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