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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근로자 경영참여의 사상

독일에서 감사회라는 독특한 주식회사의 기관이 성립하게 된 그 사상적 배경을 검토하여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러한 사상적 배경98)을 검토하여 보고자 한다.

1. 기업자체사상

20세기 초에 이르러 독일의 대규모주식회사는 본질적으로 주주 의 영향력으로부터 탈피하여 경영되는 주식영조물Aktienanstalt99)이 라는 사상이 제기되기 시작하였으며, 1920년대에 이르러서는 Rathenau의 기업자체Unternehmen an sich사상100)이 사회적으로 인정 되기 시작하였다. Rathenau는 기업의 사회적 제도로서의 기능, 즉 기업의 사회성‧공공성의 견지에서 주식회사에서 결합하고 있는 사적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에서의 사회성‧공공성의 요소도 포함해 서 기업개념을 파악하고 기업을 둘러싼 이해갈등에 관해서 결국

98) 사상적 배경에 대하여는 안택식, 「독일공동결정법과 회사법의 변화」, ꡔ비교 사법ꡕ, 1994, p.270 이하 참조.

99) Eulenberg, Die Aufsichtsräte der deutschen Aktiengesellsch aften, Jah rb uch für N a- tion alökonom ie und Statistik, 1906, S.92: 안택식, 전게논문, p.271에서 재인용.

100) Haußmann에 의하여 기업자체라고 이름지어진 Rathenau의 사상은 그의 의 도와는 달리 기업 그 자체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대립시켜 전자를 우선시 키는 것으로 해석되어 기업의 주주로부터의 독립성(회사 = 영조물 조직)이 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Wiethölter, Interessen und Organisation der Aktiengesellschaften im amerikanischen und deutschen Recht, 1961; Zöllner, Die Schranken mitgliedschaftlicher Stimmrechtsmacht bei den privatlichen Personenverbänden, 1963, S.68; 안택식, 전게논문, p.271.

은 국가에 그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101) 또한 전체경제적 관점에 서 기업에 접근하여 기업을 전체경제의 요소로 보고 기업의 제도 성과 공공성을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주식법상의 효과를 도출해 내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이론들은 당시 소수의 자본가 대표로 구성되었던 감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감사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102) 이러한 기업자체사 상은 많은 논란을 겪었으나 결국 1937년 주식법 개정시 반영되었 으며 현재까지 이르는 독일감사회제도의 사상적 기초가 되고 있 다.103)

그러나 이러한 기업자체사상이 지배적인 개념법학과는 합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점과, 주관적인 오류에 빠질 위험이 많다 는 점 때문에 비판도 많이 받아 왔다.

2. 노사동권사상

독일에서 주식회사의 기관인 감사회에 근로자대표가 노사동수 로 참여하게 된 배경에는 기업이란 자본가와 근로자로 구성되므 로 이들의 법률상 지위도 동일하여야 한다는 노사동권사상이 자 리하고 있다. 즉 회사에 출자한 주주대표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 임하고, 근로자대표감사는 주주총회와 동등한 지위에 있는 노동조

101) 남기윤, 「기업자체사상에 관한 연구서설—그 경제사상적, 법학방법론적 기 초를 중심으로—」, ꡔ경영법률ꡕ 제12집, 2001, p.116.

102) 이에 대하여 자세히는 남기윤, 전게논문, p.115 이하 참조.

103) 그러나 이러한 기업자체사상에 대하여 이후에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Wiethölter와 Zöllner 등에 의하여 기업자체사상의 재평 가가 이루어졌다. 결국 구성원과는 별개의 기업 그 자체가 갖는 가치를 강 조하는 Rathenau의 사상은 대기업의 공적 성격을 전제로 하여 오늘에 이르 고 있다.

합에서 동수를 선임할 수 있다는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주 주총회를 최고의 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는 여타국들의 회사법과 기본 구조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독일에 있어서 감사회 구성원은 자본가 대표이건 근로 자대표이건 차별 없이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어, 만약 노 사동수로 구성된 감사회에서 근로자대표나 사용자대표 중 일방이 단결하여 의안에 반대할 경우 결의가 성립할 수 없게 된다. 이러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사의 선임‧해임 등을 비롯한 감사 회의 의결이 부결되는 경우 의장에게 2개의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행 독일주식법도 예외적으로 주주측에게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더욱이 감사나 이사가 업무를 집행 함에 있어 임무를 해태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짐에 있어 주주총회에서 결의를 하면 당해 감사나 이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에 노동조합 등에 서 이사나 감사의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이러 한 점에서 볼 때 노사동권사상은 그 나름대로의 한계를 갖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공동결정제도의 적용을 받는 주식회사인 경우에는 감사회를 구성함에 있어 노사동권사상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 다.104)

104) 예컨대 공동결정법 제33조에서는 노동이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 한 노동이사는 특별히 노동과 사회문제를 담당할 권한이 있으나 반드시 노 동과 사회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업무집행기관의 동권적 구성원으로서 타 이사와 동등하게 전체 이사회와 긴밀한 협조하에 당해 업무를 처리할 의무 를 지도록 함으로써 독일주식법 제77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료원칙이 노동이사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Hanau/Ulmer, Kommentar zum Mitbes- timmungsgesetz, 1981, §33.

3. 기업이익사상

위에서 본 기업자체사상 및 노사동권사상은 1980년대로 들어서 면서부터 기업이익사상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이익이라 함은 회사이익인 지분소유자의 이익의 범위를 넘어 근로자의 이익까지도 포괄하는 기업목적을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 으로 Thomas Raiser105)는 기업이익이란 추상적으로 기업에 집중 되는 개인적 이익 또는 집단의 이익보다 상위에 있는 공통의 이익 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처럼 기업이익이란 공동결정법 제정 이후 감사회 내에서의 이해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나 이론 적으로 확고하게 정립된 개념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이익 은 주주의 이익이나 근로자의 이익과 동일한 것이 아님은 물론 계 약 당사자나 일반공중의 이익과도 동일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 업이익이란 구체적인 경우 관련되는 다양한 개별적인 이해관계를 교량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이익은 기업의 자기유지와 내적 안정을 확보하고 시장에서의 기업의 성공을 도모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이러 한 목적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는 기업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 되고 있다.106)

그러나 기업이익의 개념 자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윤의 최적화를 업무집행의 기준으로 삼고, 이에 의거한 기업의 이 익을 실질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으로 보고 있는 견해도 있다.107)

105) Raiser, Recht der Kapitalgesellschaften, 2.Aufl., 1992, S.128.

106) 이러한 기업이익개념을 인정하는가 하는 점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는가 하는 점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107) Wiedemann에 따르면 입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없는 감사회의 지위와 공동

이처럼 기업이익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것108)은 공동결정법과 회사법과의 관계 및 감사회의 위치 등 의 근본문제에 관하여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이익의 실효성에 대하여 여러 가지의 의문이 있다. 현행 주식법상 회사에 손해를 가한 이사나 감사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주주총회에서 이를 면제하면 책임 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주식법 제93조, 제116조). 그러 나 이사와 감사의 행위기준을 회사의 이익이 아니고 기업의 이익 이라고 한다면, 지분소유자의 총회인 주주총회가 단독으로 이사와 감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기업이익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사나 감사가 주주의 이익과는 별개로 기업 의 이익만을 위하여 업무를 집행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오히 려 주식소유자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여 경영을 한다고 보는 것 이 더 타당성이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사와 감사의 행위지침으 로서 의미를 갖는 기업이익의 개념 그 자체에 대한 실질적 효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즉 이사회와 감사회가 업무집행과 관련된 결정 을 함에 있어 주주의 이익이 아닌 회사, 노동자 및 공공의 복지 등 포괄적인 이익을 추구하여야 하는가가 의문시되고 있다. 또한

결정간의 이념적 모순을 적어도 이념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는 감사회 구 성원에게 행동지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사기업은 경쟁질서 내에서 단순한 기업유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윤의 최적화, 즉 영리 경제적 목표가 그 기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Wiedemann, Aufgaben und Grenzen der unternehmerisch Mitbestimmung der Arbeitnehmer, BB 1978, S.11; 안택 식, 전게논문, p.281.

108) 기업이익의 개념 내지 정의와 관련하여 전술한 바와 같이 견해가 반드시 일 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비교적 많은 학설은 수익이라는 목적을 위 하여 최소한 장기적인 자본유지와 기업의 존립 내지 유지가 기업이익의 내 용이 된다고 본다. 또한 기업의 단순한 유지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장기적인 의미에서 수익성 및 이윤의 최적화라는 영리 경제적 관점을 중시하는 설도 있다.

주주의 이익을 추구한 결과 기업이익에 반한 경우 재판을 통하여 이에 대한 제재 및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는 점에서 기업이익이란 단지 기관구성원의 행동기준 내지 책임 기준으로서 관념적 내지 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

4. 미국감사제도와의 사상적 비교

원래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하여 주주들이 출 자한 재산으로 설립된 법인이므로 그 법인의 형식적 소유자는 주 식회사이지만 실질적 소유자는 주주이고 그 경영자는 주주의 수 탁자로서 주주의 이익만을 위하여 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적 사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 럽국가들과는 달리 기업의 의사결정에 근로자가 참가하는 제도가 발전된 것과는 달리, 미국의 노사관계는 단체교섭을 위주로 발전 하면서 기업경영문제에 관한 근로자의 경영참가는 엄격히 배제되 어 왔다. 근로자의 경영참가를 보장해 주는 법적 장치나 제도적 수단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근로자의 경영참가의 역사적 전통 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109)

따라서 기업이익의 개념을 인정하고 경영진은 주주만을 위하여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채권자, 사회 등 공 동의 이익을 위하여 경영진은 경영을 하여야 한다는 독일의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 사상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경영자가 주주 이외 의 자의 이익을 위하여 경영을 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본질에 어긋 나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자동적 조절기구인 시장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할 때는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하여야 한다 고 보고 있는 주주자본주의가 기본적 사고의 틀을 이루고 있다.

109) 윤진호 외, ꡔ세계의 노동자 경영참가ꡕ, 창작과비평, 1995, p.30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