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농정의 패러다임:
4. 농업정책과 농촌정책의 관계
○ 우리의 경우는 농업정책과 농촌정책이 이원화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최근에는 농촌정책이 강화되는 추세임.
- EU나 일본의 농촌정책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똑같은 맥 락에서 이해하기 보다는 농업정책과 농촌정책이 통합적으로 추진될 필요와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어떤 사업들의 비중이 높은가 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 농업정책에 비해 농촌정책이 강화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임. 일단, 1990년대 이후 EU는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을 지 속적으로 개혁함. 그 주 내용은 ‘농산물 시장개입 정책의 후퇴와 농촌개 발 정책의 외연 확장’이라고 말할 수 있음. 특히 농촌정책의 외연을 확 장해야만 했던 배경이 지금 우리의 입장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함.
○ 1962년 출범 이후 40년 넘게 지속되면서 끊임없이 변화했던 EU의 공동 농업정책은 2000년 이후 ‘농촌정책’을 크게 강화함. EU 공동농업정책의 변천 과정은, 농산물 시장 정책과 농업구조 정책을 추진했던 1999년까지 의 시기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강조하면서 농촌정책을 공동농업정책 의 ‘두 번째 기둥(second pillar)’으로 격상시킨 2000년 이후의 시기로 구 분할 수 있음. 변화의 직접적이고도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1999년 3 월 베를린 유럽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아젠다 2000’ 개혁안임.
○ ‘아젠다 2000’ 개혁안은 농촌개발과 관련된 여러 규정(regulation)들을 통 합하여 공동농업정책 안에 ‘농촌정책’이라는 범주를 확고하게 형성했다 는 점에서 큰 전환점이 됨. 주요 조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
- EU 농촌개발규정(Rural Development Regulation)을 신설함으로써, 농 촌정책을 공동농업정책의 두 번째 기둥으로 정립
- 관련 시책들에 대한 정책자금원을 유럽농업지도보증기금(EAGGF)으로 단일화 - EU 농촌개발정책 7개년 계획(2000~2007)을 수립하고, 각 회원국마다 이
에 상응하는 농촌개발 7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EU 집행위원회가 승인
○ 물론, ‘아젠다 2000’이 공동농업정책을 개혁하는 최초의 개혁 조치는 아 님. 공동농업정책은 예전부터 여러 차례 개혁되었으나 ‘아젠다 2000’ 개 혁안에 특별히 주목하는 까닭은, 이때 비로소 공동농업정책의 무게중심 이 ‘농촌정책’으로 완전히 이동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임. 그보다 앞서 단행된 1992년 맥셔리(MacSharry) 개혁 조치와 비교한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 <표 7>과 같음.
- 이 때 ‘농촌정책’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농업의 과잉 생산 및 재정 압박, 소비자의 농촌의 다원적 기능 등에 대한 관심 변화, 환경문제의 심화, 농업행정의 관료화 및 지원의 불평등 등에 대한 문제
1992년 맥셔리 개혁 1999년, 아젠다 2000 개혁
개혁 배경
외부 * UR 등 국제적 압력 * 국제 경쟁력 약화
* EU 확장 준비
내부
* 재정 압박
* 과잉 생산
* 재정압박, 과잉 생산
* 소비자의 관심 변화
* 환경문제 반영
* 행정의 관료화, 지원 불평등
주요 내용
* 가격지지 감축
* 직접지불제 도입
* 생산통제
(의무휴경제, 사육두수 제한)
* 가격지지 감축 확대
* 직접지불제 강화
* 농촌개발규정 제정
* 농업-환경정책 도입
* 예산 고정, 행정 간소화 자료: 오현석 외(2006).
표 7. 아젠다 2000 개혁안의 배경과 내용
○ 현재 EU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에 걸친 두 번째 농촌개발 정책 주기를 시작하고 있음. ‘아젠다 2000’ 개혁 조치 이후, 2002년에 중간 점 검을 통해 농촌개발규정이 개정되고 당초 22개 정책 메뉴로 구성되었던 EU의 농촌정책 메뉴가 26개로 확대되었음.
2000~2006년 EU 농촌정책 목표
* 농림업 부문 구조조정 / 경쟁력 강화
* 농촌지역의 경쟁력 제고
* 농촌의 환경․문화유산 유지 및 보전
2007~2013년 EU 농촌정책 목표
* 농림업 부문 경쟁력 강화
*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 및 환경 보존
* 농촌 경제활동 다각화와 삶의 질 향상
○ 특히 2007년부터 시작하는 2차 농촌정책 주기에서는 상위의 목표가 수 정되면서 정책 메뉴 또한 26개에서 30개로 늘어났음<표 8>.
-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가 과거보다 더욱 명시적인 목표로 부각 - 가격지지 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수단을 통해 농림업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은 여전히 농촌정책의 중요한 하위 목표로 잔존
- ‘농촌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농촌정책의 목표로 명시됨으로써, 정책의 외연이 확대
○ 2007년부터는 EU 농촌정책 자금 운용 체계 또한 변화되었음. 농촌정책 자금을 충당하는 단일한 회계인 ‘European Agricultural Fund for Rural Development’를 신설했음. 이로써 EU의 농촌정책은 공동농업정책 안에 서 독립적인 회계로 운영되는 확고한 정책영역으로서 지위를 갖추게 되 었음. 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에 지원하는 농촌정책 자금의 총액 또한 약 500억 EUR에서 960억 EUR로 크게 늘어났음.
- 그러나 EU에 동구권 국가 등 10개국이 신규회원국으로 가입한 점을 고려한다면, 정책자금의 증가량을 과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 가 없음.
○ 그런데 EU의 농촌정책 범주 안에 드는 시책 중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농 업정책’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들이 다수 존재함. 따라서 EU가 진행하고 있는 ‘농촌정책의 외연 확대’라는 개혁 조치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트렌드라고 말하기는 어려움.
-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촌지역에서 일어나야 하는 활동들을 지역 전체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통합화하고 있으며 우리식의 구 분에 따르면 농업정책과 농촌정책에 해당하는 메뉴들이 하나의 틀에 서 고려되고 있다는 점임.
- 또한, 농업이 농촌의 어메니티를 증진하는 수단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 하고 농촌의 어메니티를 증진함으로써 농업 관련 산업을 육성토록 하 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됨.
표 8. EU 농촌정책 메뉴 변화
2000-2006년(22개 정책메뉴) 2007-2013년(30개 정책메뉴)
농업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
* 농업경영체에의 투자
* 젊은 농업인 창업 지원
* 직업 교육훈련
* 농산물 가공 및 마케팅
* 토지 개량
* 토지 재구획
* 농업 경영지원 서비스
* 고품질 농산물 마케팅
* 농업용 수자원 관리
* 농업 관련 인프라구조
* 농업생산 잠재력 복구
농림업 부문 경쟁력 강화
* 직업교육훈련 및 정보제공
* 젊은 농업인 창업 지원
* 조기 은퇴
* 자문 및 지도 서비스 활용
* 농업경영체 창업, 지원, 자문
* 농장 및 임업 투자
* 농산물 가공 및 마케팅
* 농림업 인프라구조
* 농업생산 잠재력 복구
* 농식품 품질기준 충족을 위 한 일시적 지원
* 식품 품질 인센티브 정책
* 식품 품질 관련 판촉
환경보호 및 토지관리
* 조건불리지역 지원
* 환경규제지역 지원
* 농업-환경 정책
* 농업용지 조림
* 기타 임업 지원
* 농림업과 연계된 환경보호
환경보호 및 토지관리
* 산간 조건불리지역 지원
* 기타 조건불리지역 지원
* Natura 2000 농업지역 지원
* 농업-환경 정책, 동물복지정책
* 농림지 생산외 용도 투자 지원
* 농업용지 조림
* 혼농림업(Agroforestry)
* Natural 2000 임업지역 지원
* 산림환경 보호
* 임업생산 잠재력 복구
농촌지역 경제 및 공동체
* 농촌 지역경제 및 인구 관련 기초 서비스
* 마을 리노베이션 / 개발
* 농업활동 다각화
* 관광 및 수공업 활동 촉진
* 경영체 재무설계 지원
농촌경제활 동 다각화 및 삶의 질
향상
* 농촌 지역경제 및 인구 관련 기초 서비스
* 마을 리노베이션 / 개발, 농촌 문화유산 보존
*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한 직업 교육훈련
* 지역개발전략 수립 역량 구축
* 비농업활동을 통한 지역 경제 다각화
* 소규모 기업활동 지원
* 농촌관광 활동 촉진
* 자연유산 보존 및 관리 주: 굵은 글씨는 새로이 추가되거나 세분화된 정책 메뉴임.
자료: European Commission(2006a, 2006b).
○ 이를 반영하듯, 프랑스의 ‘지속가능한 농업 계약(Contrat d'Agriculture Durable)' 프로그램은 농업, 환경, 농촌개발 등의 영역을 두루 아우르는 내 용으로 농업인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음.
- 프랑스는 1999년 7월에 개정한 농업기본법에 근거하여 ‘국토경영계약 (CTE)’ 제도를 도입. CTE는 WTO체제 출범에 대응하여 농산물 가격지 지정책을 축소하고 ‘허용보조정책(Green Box)’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 환경보호와 고용창출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보상체계 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 등에 따라 마련된 제도임. CTE는 2002년에 CAD로 그 명칭이 변경되어 현재에 이름.
- CAD는 농업경영체로 하여금 자연자원 보존, 합리적인 토지 이용, 토 양침식 방지, 생물다양성 보존, 경관 보존 등에 기여하는 방식의 농업 경영활동을 유도함으로써, 농촌공간 정비를 꾀하는 제도임. 2000년에 CTE라는 명칭으로 처음 시행했으나, 복잡한 행정절차와 예산부족 등 의 이유로 잠정 중단되었다가 2003년 말 이후 시행령이 정비되어 지 금까지 계속 시행되고 있음.
-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CAD의 특징은, 그 추진 방식에 있어 ‘계약을 통한 지원방식’을 취한다는 점임. 프랑스의 신농업기본법이 정하는 농 업의 사회적 역할(고용, 품질, 식품안전성, 환경보전, 지역균형개발 등) 과 관련하여 개별 농업경영체들이 지역의 환경, 개발 목표에 따라 5년 동안 표준계약에 따라 정해진 방식으로 농업경영 활동을 수행하며, 그 에 따른 보상을 국가가 지급함.
- 이 표준계약은 일정한 지리적 공간단위(도)에서의 생산 분야를 대상으 로 하며, 계약 내용은 사회-경제 분야(농업경영체의 경제 및 고용, 품 질, 식품안전성 등에 대한 약속이행 사항)와 환경-국토개발 분야(수자 원의 질, 건축물, 경관 관련 활동에 관한 약속이행 사항)의 두 부분으 로 구성됨.
※ 일본의 경우도 ‘생산기반과 생활기반의 일체적 정비’를 명시적으로 내세우고 있음.
○ 농촌의 정비나 계획과 관련된 농촌정책의 제도적 틀을 농업정책과의 관 계 속에서 정비해야 함. 선진국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농업, 환경, 농
촌 이슈가 지역에서 통합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기획하는 한편, ‘농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보상체계를 ‘국가와 농업인 혹은 중 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계약’이라는 방식을 통해 운용하는 방안에 대해 서 깊이 검토할 필요가 있음.
- 특히 농업이 농촌의 어메니티를 증진하는 수단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 하고 농촌의 어메니티를 증진함으로써 농업 관련 산업 육성을 도모하 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