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은 다양한 성향의 작품을 창작한 문호지만, 그 종류를 따져 보면 한시・
시조・가사로 대표되는 당대 시문학 장르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송강문학 하면 곧바로 시문학을 떠올리게 되며, 80여 수의 시조와 4편의 가사, 그리고 우 리말 시가에 못지 않은 성가를 지닌 700여 수의 한시도 있다.
송강문학을 대변하는 시문학에 그의 모든 문학적 역량과 성과가 무르녹아 있 음을 볼 수 있는데, 당대에 활동한 작가들이 대부분 시와 산문 양쪽에 걸쳐 작 품활동을 한 사실을 감안해 보면, 이 점은 송강의 특징적 일면이기도 하다.
송강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안주할 수 있는 고향이 없었다는 것도 송강문학의 성격을 튼실히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생지인 한양은 유년시절에 떠난 후 끊임없는 당쟁과 정치적 분쟁의 무대로 남아있고, 고양군 신원은 양친과 장남의 상을 당하였을 때 머물렀기 때문에 우 울한 감정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담양 일대는 지역적 여건이나 인적 여건등이 송강을 대문학가요, 정치적 야 망을 가진 사람으로 키워낸 곳이다. 면앙정 송순을 비롯하여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등 호남의 대 스승들로부터 학문을 배우고 문학적 재능을 키웠으며, 율곡 이이,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 옥봉 백광훈 등 당대 뛰어난 학 자, 문장가들과 교유하며 그의 재능을 함께 펼치고 많은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화려하고 의미있는 청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또한 정계 은퇴이후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등의 문학적 보물을 이루어낸 곳이기도 하였으나 역시 타향이었다.
이러한 생활 여건은 그의 시심을 애상적으로 몰아,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장진주사>등의 비애의 미학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그의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의 특성을 보면, 님 은 잘 알려진 바와 같 이 임금을 상징하므로 유교적 질서에 근거한 이상향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산 은 탐승의 의미와 정신적인 안식처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 인다. 산 속에 안주하려 하지 않음으로 볼 때, 현실에 대한 그의 지향이 얼마나 강하였는지를 가늠케 해 준다.
자연 은 그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가 송강만의 독특한 어조로 나타나고, 자신 을 항상 주인 의 반대 개념인 나그네로 묘사함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자연에 머물고 싶다는 표면적인 의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의 정치적 현실에의 집 착심리를 짐작할 수 있다.
술 은 송강의 풍류적 흥취와 애상적 정서가 동시에 드러나는 소재인데, 가사 문학에서 보이는 술의 이미지는 진지하면서도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의미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둡고 퇴폐적인 인상의 소재로 쓰이기도 하였다.
정신적인 위안처인 선계에 대한 진선 체험을 꿈 으로 처리함으로써 그가 진
정 바라는 이상향은 초월적인 세계가 아니라 왕도정치하의 현실세계임을 암시 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인생 중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가 송강에게는 가장 활발하고 의욕적 이며 생동감 넘치는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볼 수 있다.
<관동별곡>의 그 활달한 기상, 넘치는 풍류와 따사로운 애민의 정은, 평온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그의 천성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시어의 선 택과 표현의 예술성은 물론, 고차원적인 심미의식과 흥청거리는 멋스러움의 표 출까지 송강의 천부적인 시 재능을 짐작하기에 충분함을 느낄 수 있다.
굳이 조동일 교수의 평20 )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관동별곡>은 첫 구절에서 끝 구절까지 그려진 경치가 계속 흥취를 자아내고 있고 그 흥취를 받아들이는 시인의 마음의 격동에 따라 그려진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시를 완성 시켜주는 것은 흥취가 주된 요소이며 이성이나 주제가 그것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관동별곡>은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충성의 표현만이 아니라, 억만창생에 대한 배려를 언급하고 있어 중세의 이상적 질서 를 염두에 두고 있는 그의 정치적 의식세계도 접할 수 있게 한다.
담양에서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등을 저술한다. <관동별곡>에 비하면 매우 정적인 작품들임을 알 수 있다. <성산별곡>에서는 이루지 못한 정 치적 포부에 대한 보상 심리로서 은둔에 대한 동경을 그리고 있고, <사미인곡>
20 ) 조동일 , 한국문학통사 2, 지식산업사 , 1998, 330면참조.
‥‥‥ <관동별곡>은 서두에서부터 말이 다르다.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웠다가 關東 八百 里에 方面을 맛디시니 , 어와 聖恩이야 가디록 罔極 다 하며 일어났다. 임지로 떠나는 거동이 가 볍고 걸음마다 흥이 난다. 가는 곳마다 경치를 노래하면서 아주 득의한 심정으로 현란한 수식을
과 <속미인곡>은 버림받은 여인의 애절한 그리움, 되찾고 싶은 사랑의 감정 표 현이므로 애달픔 , 비애 , 공허 등의 음성적 정조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다.
<장진주사>의 퇴폐성 또한 그의 험난한 인생 역정에서 기인한 정조임에 분명 하다.
송강은 일상어를 무리 없이 사용하여 독특한 효과를 거두었다. 일상어 자체 가 노래의 틀 속에 생명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인은 철저한 화자의 설정에 있 었다고 본다.
<사미인곡>의 화자는 헤어진 임을 그리워하는 정숙한 여인으로서 우아하고 섬세하고 애닯은 목소리로 작품을 이끌었으며, <속미인곡>에서는 두 명의 여인 이 등장하여 대화체로 진행되므로 <사미인곡>에 비하면 훨씬 호흡이 짧고, 박 진감 넘치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성산별곡>에서는 나그네로서, 주인과 경물을 찬양한다. 그러나 화자는 현실 세계에 대한 애착 때문에 결코 자연에 머물 수는 없다.
가면이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로 나서고 있는 작품으로는, <관동별곡>과 <장 진주사>를 들 수 있다. <관동별곡>은 장쾌한 남성화자의 모습이고, <장진주사>
는 인생을 달관한 풍류객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주자학적 문학관이 팽배하여 효용성만이 인식되고, 한시만이 가치 있게 평가 되던 시기에 우리말의 능숙한 사용으로 이러한 가작을 이루어 냈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조선시대 국문문학의 쾌거이다.
훈민정음의 창제와 국문시가 창작 경험의 축적 그리고 장가형 시가형태와 서
정시가의 음악성에 대한 당대 시가인들의 사회미학적 요구는, 15세기에 우리나 라 고전시가상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사체시가를 발생, 발전시켰 다.21 )
15～16세기의 국문시가 영역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림파 문사들의 자연예찬이 나, 안빈낙도를 다루는 은일가사가 문학적 조류를 형성하였는데, 정치적 패배로 인한 상심을 이러한 방법으로 위안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송강은 연군 , 애민 , 풍류 사상이 녹아 흐르는 여러 편의 가사를 창작하였 다. 주자학적 문학관이 팽배했던 당시에 그도 비록 관료 계급에 속하는 인물이 기는 하였으나, 효용성에만 치우친 문학작품을 창작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송강 특유의 언어감각은 주변의 현실이나 풍경에 생명을 불어넣어 생동감을 주었고, 그의 일상적인 표현기법은 진솔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파 란 많은 생애의 애환과 결곡한 성품이 그의 문학에 매우 복잡하게 어울어진 양 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 생활에 대한 필치는 적지 않게 진보적이 고 세련된 성격을 드러내고 있어 국문 고전시가 중 가사에서 차지하는 송강의 위치는 그만큼 확고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송강의 시문학 작품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살펴 온 것처럼 그의 생애적 사실과 연관지어 논의할 수도 있고, 출처관 , 자연 , 술 등의 예에서처럼 주제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그 성격과 특징을 논의할 수
21 ) 가사의 발생시기는 아직까지 그 논의가 진행 중이나 , 본고에서 국문학사상 가사문학의 발생시기 를 훈민정음 창제 이후인 15～16세기로 추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 현상을 더욱 폭 넓게 파악하고 재현하려는 시 쓰는 사람들이 욕구 가, 시조의 단가형에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장가형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둘째, 가사체 시가 형태는 서경묘사의 한계에 머물러 있지 않았으며, 인간들의 내면세계에 대하 여서와 웅대한 사회 정치적 문제, 전쟁, 기행견문 등 다양하고 폭 넓은 반응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그가 지은 작품들을 속속들이 거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송강의 작품 세계를 다만 생애적 사실과 연관지 어 살피거나 몇몇 주제에 국한하여 살피고 만다면, 그 위대한 시인으로서의 풍 모와 개성을 온전히 드러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송강문학이 송강문 학일 수 있는 특징을 추출해 내는 작업은, 어렵기는 해도 기대에 부응하는 바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그가 지은 작품들을 속속들이 거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송강의 작품 세계를 다만 생애적 사실과 연관지 어 살피거나 몇몇 주제에 국한하여 살피고 만다면, 그 위대한 시인으로서의 풍 모와 개성을 온전히 드러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송강문학이 송강문 학일 수 있는 특징을 추출해 내는 작업은, 어렵기는 해도 기대에 부응하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