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재난의 위험 문제는 필연적으로 불확실하며 논쟁적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기후변화 재난 위험이 현재 진행 중이지만, 그 현상이 매우 불규 칙하며, 다양한 재난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힘든 측면 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의 수 립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책결정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며, 정책의 결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차이로 인한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결국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협력이 특히 중요하며,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메커 니즘 구축, 즉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역적으로 살펴본다면, 기후변화 재난은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
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홍 수, 가뭄, 폭염 등의 재해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피해 규모도 대형화 되고 있어, 그 파급효과는 시도관할의 지역적 경계를 넘어 진행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적 으로 각 지방정부간, 지방과 중앙간,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포괄하는 형 태의 거버넌스가 중요할 것이다. 또한 적응과 완화를 함께 고려하는 효과적 정책 의 집행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조율과 협조, 지도가 필요하며,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수립을 위해서는 민간영역과 시장의 영역을 포괄하는 수많은 이해 당사자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2) 재난관리와 협력적 거버넌스
‘협력적 거버넌스’ 혹은 ‘네트워크 거버넌스’ 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 지고 있다. 행정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흐름은 고전적 관료제, 신공공관리론의 뒤 를 잇는 하나의 유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고전적 관료제(명령과 통제 시 스템) 하에서 효율성을 상실한 정부의 개혁을 위해 등장한 신공공관리 이론, 그 리고 정부개혁이 진행되면서 참여가 증진된 민간부문 및 비영리부문과의 적극적 협치를 강조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이론은 최근 재난안전관리 분야에서도 역시 각광받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같은 불확실성이 강하며, 다양 한 이해당사자들이 개입하는 경우에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 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명령과 통제를 기반으로 하는 관료제와 조정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비교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김은성·정지범·안혁근, 2009).
구분 관료주의 협력적 거버넌스
관리방식 강력한 규제와 통치 조정과 협력
조직/재난 규모 조직의 역량 > 재난의 크기 조직의 역량 < 재난의 크기 권한 및 책임 최고의사결정기구 공유된 권한 및 책임
관리단계 복구에 효과적 복구 & 예방에 효과적 신뢰 필수적이지 않으며, 추가적 기능 네트워크 협력의 필수적 동인 주요 활동 신속한 동원, 통합적 자원관리 참여와 협력
<표 2-1> 재난안전관리 방식의 비교
3) 상황별․유형별 협력적 거버넌스
우리가 접하게 되는 위험 및 재난의 특성에 따라 필연적으로 이해당사자의 개 입범위가 변화한다. IRGC(Internation Risk Governance Council)는 이 점에 착안 하여 위험의 주된 특성을 단순형(simple), 복합형(complexity), 불확실형 (uncertainty), 모호형(ambiguity) 등으로 구분한다(IRGC, 2008). 단순형 위험은 일상적인 전략, 예를 들면 법률이나 규제의 도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위험이 라고 본다. 복합형 위험은 가장 전문적인 과학적 전문지식의 평가에 근거해 해결 할 수 있는데, 이때는 ‘위험숙지형(risk informed)’ 전략 혹은 견고성(robustness)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견고성이란 완벽하게 파악되거나 예측되지 않은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위험감소방안의 신뢰성을 의미한다(한국행정연구원, 2008). 불확실형 위험은 ‘사전예방형(precaution based)’ 전략 혹은 ‘복원력 중심 (resilience focused)’ 전략을 통해 관리될 수 있다. 이 전략은 불확실한 위험들에 대하여 사전예방적으로 보수적 접근을 하거나, 혹은 기습적인 위협에 대해 시스 템의 대응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모호형 위험은 어떤 위험 에 대한 예측 및 이에 대한 대응이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서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모호형 위험은 ‘담론형(Discourse based)’ 해결전략을 필 요로 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명료한 분석이 불가능한 위험에 대해서는 상호 갈등하는 견해와 가치에 대한 이해와 수용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IRGC, 2008).
행위자
시민사회 사업자
직접 영향 그룹
사업자 직접 영향 그룹 외부과학자/연구자 외부과학자/연구자 외부과학자/연구자 규제기구/전문가 규제기구/전문가 규제기구/전문가 규제기구/전문가 참여의 유형 기존의 법령과 규제 과학적 지식과
대응전략
이해당사자들의 합의
위험과 함의에 대한 사회적 논쟁
주된 위험특성 단순형 복잡형 불확실형 모호형
<그림 2-1> 위험의 특성에 따른 이해당사자의 개입범위의 변화
자료: IRGC(2008), 한국행정연구원(2008)에서 수정
헐트와 왈코트(Hult and Walcott, 1990, 49)는 문제의 불확실성과 논쟁적 성격 이 공공조직의 구조와 거버넌스를 결정하는 주요한 상황 요소라고 지적한다(김 근세, 2010). 특히, 그들은 복잡한 정책문제의 성격을 분석을 위해 목표(goals)와 기술(technologies)을 활용하고 있다.13) 여기서 정책목표와 기술은 확실성(또는 합의), 불확실성, 그리고 논쟁의 정도로 측정할 수 있다.14) 논쟁(controversy)이란 2인 이상의 참여자가 어느 정도 자신의 입장은 확실하지만, 서로 상이한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불확실성(uncertainty)은 참여자가 진실로 의심 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즉 목표의 불확실성은 분명한 입법부의 지침과 정책목표의 조작적 규정이 결여된 경우, 또는 복수의 양립 불가능한 목표를 정부 기관이 갖게 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기술의 불확실성은 결정의 당사자가 정책수 단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불확실한 경우를 의미한다. 여기서 정책목표와 수단의 불확실성과 논쟁 여부에 따라 정부기관은 상이한 정책문제 해결에 있어 도전을 받게 된다. 즉 정책문제의 불확실성이 큰 경우에 정부기관은 대안을 검토하고, 대안의 결과에 대한 예측을 위해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정책문제가 논쟁적인 경우, 정부기관은 상이한 입장의 표명과 이의 평가를 통한 조정의 필요가 있게 된다. 다음 <표 2-2>는 특정한 정책문제 상황에 적합한 조직 간 거버넌스 유형을 나타내고 있다(김근세, 2010).
구분 정책목표(goal)
불확실 합의 논쟁
정책수단 (technology)
불확실 1
분권형
2 팀형
3 대결형/협상형
확실 4
팀형
5 관료형(DECC, 영)
6 대결형/협상형
논쟁 7
협의형/대결형
8
협의형/대결형 소청형
9 未定
자료 : Hult & Walcott(1990: 105), 김근세(2010)에서 수정
<표 2-2> 정책문제 상황과 적합한 조직거버넌스 유형
13) 여기서 목표는 가능한 결과에 대한 선호를 의미하고, 기술은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을 의미한다.
14) 여기서 불확실성과 논쟁의 개념 구분은 분석적인 구분이지, 경험적인 구분은 아니다. 현실 정책과 정에서 목표와 수단이 불확실하고 또한 동시에 논쟁적일 수 있다.
2. 기후변화 재난 문제와 협력적 거버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