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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규제체제의 일원화·체계화

가. 민간지원시설 규제체제의 일원화

민간시설의 난립도 문제되는 것이지만 정부규제의 난립도 문제되는 것이다.

여성․가족·청소년 부문의 민간지원시설에 대한 규제체제는 주제별로 부처별로 난립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슷한 성격의 서비스가 여러 법률에 중복되어 규정 되어 있고 부처별로 비슷한 성격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작은 규모 의 예산이기도 하지만 그것의 효율성을 보다 약화시키는 것이며, 정부행정력의 낭비와 민간지원시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각각의 법률에 산재해 있는 지원체제를 일원 화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성격의 정부규제도 한 창구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비슷 한 성격의 정부지원도 한 창구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폭력피해자 지원, 아동복지, 한부모가족복지, 성폭력피해자지원, 성매매피해자지원 등이 한 창구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창구단일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 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조직개편을 통해서 일원화된 서비스지원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조직개편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재 같은 부처 소관 법률과 이것 이 규정하고 있는 지원체제간의 통합문제라도 조속히 끌어내야 한다. 이와 같은 지원체제의 일원화·체계화는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일원화된 행정창구 를 통해 보다 간편한 행정서비스의 제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 청소년관련 매체 규제에서 청소년연령 기준의 통일 문제

청소년에게 유해한 표현물에 대한 규제체제는 매우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

규제의 예측가능성 확보와 예산절감을 위해서 이를 일원화·체계화할 필요가 있 다. 중복규제의 문제는 다음에서 논의하겠지만, 청소년보호법과 매체규제법 사이 에 있는 불일치와 간격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청소년보호법을 포함한 매체규제법의 청소년연령 기준을 일치시켜야 한다. 현재

여성․가족․청소년 부문의 규제개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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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와 19세로 나누어져 있는 청소년연령 기준은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부처 간의 힘겨루기’ 이상의 어떤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18세면 청소년보호가 약화되 고 19세면 청소년보호가 강화된다는 접근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공허한 명분 싸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제체제의 일관성과 이를 통한 실효성 의 확보이다. 19세를 주장하는 측은 그 이유로 청소년보호를 주장했지만 그 결과 로 나타난 것은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의 실질적 형해화였다. 청소년보호를 위한 주장이 오히려 청소년보호를 약화시킨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청소년연령기준 통일 문제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첫째, 청소년에게 유해 한 표현물 규제는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따 라서 가능하면 표현의 자유의 제약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헌법정신 에 합치된다. 둘째, 어른의 관점이 아니라 청소년의 관점에서 최근에 다양한 매 체의 발전으로 인한 청소년의 지적·문화적 수준의 성숙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 째, 연령기준을 높이는 합의보다는 그것을 낮추는 합의가 보다 용이하다는 점.

넷째, 청소년(child) 기준을 18세라고 보는 유네스코와 유럽·미국과 같은 글로벌 기준을 고려할 것. 이렇게 본다면 18세 기준으로 청소년연령 기준을 통일하는 것 이 현실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다. 매체규제기관의 일원화

다음으로 규제체제의 일원화·체계화 문제와 관련하여 매체별로 등급분류기관 내지는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기관이 분립해야 하는가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를 관장하고, 간행물·정기간행물에 대해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있고, 영화·비디오물·음악영상물·공연물에 대 해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있으며, 게임물에 대해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있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된 정보와 방송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 의위원회'가 있다. 이들 기관이 모두 청소년의 유해성 확인 또는 등급분류의 역 할을 한다. 이렇게 된 것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자기가 관할하는 매체규제기관

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표현물이 유통되기에 이렇게 많은 규 제기관이 필요한 것일까. 전 세계 어디에도 이와 같이 매체별로 분립된 규제기관 을 갖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들 기관의 예산을 합쳐 놓으면 우리나라 는 매체규제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국가가 될 것이다. 규제의 일원화·체계화 와 예산절감을 위해서는 이들 기관의 통합 내지 일원화가 요구된다.29)

라. 표현물 규제에 있어 중복규제의 철폐

청소년유해성 관련 매체규제법의 비체계성 문제는 위에서 논의하였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와 매체규제법 사이의 중복규제의 문제 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1997년 문화체육부장관 소속하에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설 립되었을 당시에는 청소년보호법과 매체규제법 사이에서 유기적 통합관계가 존 재하였다. 그런데 1999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국무총리소속으로 되어 문화체육부 와 조직적으로 분리되면서 청소년보호법과 매체규제법은 각기의 길을 걸어 왔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청소년보호법 이외에도 매체규제법에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에 대한 특별한 규율체제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유해매체 물 제도와 매체규제법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에 대한 규제가 중복성이 갖게 되 었다. 이 문제는 청소년연령 기준이 통합과 별개의 문제이며, 청소년연령 기준이 통합된다 하더라도 중복규제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30)

29) 이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국가청소년위원회, 『매체환경변화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관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 2006을 참조할 것

30)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는 다른 매체규제법들과 연계되어 규정되어 있다. 이 는 이 제도의 도입당시인 1997년에 청소년보호법과 일련의 매체규제법이 문화체육부 소관이 었다는 점에서 연유한다. 그런데 1999년 이후에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기관으로 변경되었다. 그 이유는 청소년보호업무가 다른 부처의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부처의 업무로 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2005년에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문화관광부의 청소년국 업무를 이관 받아 국가청소년위원회로 변경되었음에도 여전히 국무총리소속기관으 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2008년 1월의 정부조직개편으로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업무는 보건복 지가족부 소관으로 되었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여러 단계의 조직개편을 통해서 청소년유 해매체물 제도는 다른 매체규제법들과 각기 다른 ― 보건복지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 부 의 소관이 되었다는 점이다. 제도의 도입당시에 전제되었던 조직적 연계성이 이제는 완전히 끊어지고 만 것이다. 정부조직법의 구성 원리로 볼 때, 국무총리 소속기관은 범부처 성격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국무총리 소 속기관으로 있을 때는 매체규제법을 관장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와 일단의 조직적 연계성을 상

여성․가족․청소년 부문의 규제개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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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규제 문제의 핵심은 표현물을 유통하기 전에 받은 사전 등급분류와 표현 물 유통 이후에 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이 이중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표 현물 규제에서 가장 강한 규제라 할 수 있는 사전 등급분류를 받았다 하더라도 사후에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미 사전 등급분 류를 받았다면 규제부담자의 법적 지위를 안정시켜 주는 것이 법적 안정성의 원 리에 부합하며 규제의 예측가능성의 제고에 기여한다. 사전 등급분류를 받은 표 현물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경우에, 청소년보호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므 로 사후에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을 받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는 사전 등급분류 의무가 없는 표현물에 한 정하여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31) 청소년의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표현물의 규제내용은 각각의 매체규제법에서 당해 표현물의 특성에 따른 규제 장치를 이 미 정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르면 될 것이다. 다만 중복규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청소년보호법상의 규제는 개별 매체규제법에서 정한 사항이 없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청소년보호법과 개별 매체규제법을 일반법-특별법 관계로 재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