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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규제에 대한 시론적 유럽연합의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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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만을 추구하고 공익을 무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입장은 ‘규제’(regulation)의 개념 정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규제를 미 국처럼 시장이나 경제적 과정에 대한 정부 개입의 특정한 형태로 보느냐 (이 경 우는 민간에 강조점을 둔 공동규제 입장), 유럽처럼 규제를 공공정책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보느냐 (이 경우는 국가에 강조점을 둔 공동규제의 입장)에 따라 ‘공동규제’도 달리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 나타나는 공동규제의 개념은 이러한 두 가지 방향의 중 간적인 위치에 있는데, 이처럼 중간 입장을 취하는 경우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중요하게 보고, 그 협력의 기준은 반드시 법률이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국의 PCMLP(Programme in Comparative Media Law & Policy)의 연구에서 지적했듯이, 실제에 있어서 공동규제는 그 개념이 정 확히 이분되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구분되기 보다는, 보다 다양한 층위를 가지 고 나타난다. 단 어떤 개념을 반드시 이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다소 이론의 여 지가 있을 수 있으나 학문적 편의성을 위해서 존재할 수는 있다.

앞서 언급한 ‘공동규제’에 대한 개념 정의의 두 가지 방향 중에서, Palzer (2002)와 McGonagle(2002)는 공동규제에서 정부의 역할에 중점을 두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Palzer(2002)는 공동규제를 전통적 정부규제만이 아니라 자율규제적 요소를 가진 규제시스탬이라 정의했고, 이 경우 공동규제는 공적인 목적의 달성 을 추구하는 것이며, 따라서 공적규제가 공동규제의 기반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 러한 공동규제는 정부가 공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민간부문의 집행과정을 주의 깊게 감시 및 감독하게 된다. 한편, McGonagle(2002)는 공동규제 개념의 다양함 과 개념 정의의 딜레마를 언급하면서, 공동규제를 전통적인 명령지시적 정부규제 의 완화된 형태로 다소 그 개념을 축소시킨다. 즉, 공동규제란 전통적 정부규제 의 한 형태이지만, 다만 비정부적 규제 요소가 개입된 가벼운 형태의 규제이라는 것이다. 그는 공동규제의 주체들이 내리는 결정에 대한 검토 및 문제에 대한 지 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공동규제 메커니즘은 법률과 법정에 의해 제 정되고 검토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McGonagle은 공동규제의 내용을 구성하는

규칙 제정에 있어서 민간의 전문가, 실무자와 정부당국간의 협조를 강하게 강조 한다.

이에 반해, Puppis et. al.은 공동규제의 주체와 초점을 민간부문에 두고 개념 정의를 시도했다. 이들은 비정부 규제, 민간의 자율규제를 기초로 공동규제의 개 념을 정의하고자 하는데, 즉, 공동규제는 자율규제의 특별한 형태라는 것이다. 이 들은 자율규제의 기초는 규칙의 제정, 처벌의 부과 및 강제 등인데 이러한 규제 과정의 대부분을 민간 주체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칙은 그 규칙이 부과되 는 집단내에서 제정되어야 하며, 그 규칙은 절차상의 규제만이 아니라 물질적인 의무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은 자율규제를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s)이라고 표현하면서, 특히 방송분야에 있어서 자율규제가 정부규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보완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민간부문의 자 율규제, 과정과 구조상의 내용 규제를 의무화하는데 정부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고, 특히 방송 영역에서 민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정부의 역 할을 남겨두고, 특정 부분은 반드시 민간의 자율규제를 위한 공간으로 남겨 두어 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영국의 PCMLP의 연구는 정부규제의 다양한 계층적 유형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들과 차별화된다. 이 연구에서 공동규제는 순수한 자율규제도 아니고, 완전한 정부규제도 아닌 양자가 조화된 형태라는 특성을 강조하면서, 공 동규제를 ‘이해관계자들의 진행 중인 대화’(stakeholders’ ongoing dialogue)라고 표현한다. 이 연구에서는 정부규제와 자율규제간의 관계를 몇 가지 유형으로 구 분했는데, 첫째는 하청구조로서, 정부는 규칙 제정을 위한 공식적인 조건을 결정 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제한하고, 규칙의 구체적인 내용은 민간에게 일임하는 형 태이다. 둘째는 협약 형태로서, 정부가 규칙의 공식적인 조건만이 아니라 규칙 내용의 제정에 상당 부분 관여하는 형태이다. 셋째는 협동 형태로서, 민간 부문 에 실재하는 비공식적 규범 또한 정부의 법률에 포함시킴으로써 민간과 공적 부 문이 협동하여 법률적 질서를 구성해 나가는 형태이다. 넷째는 순수한 자율규제 형태로서, 민간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소비자를 위해서 기준과 정책을 마련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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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이다. 한편, 이 연구에서는 저자들은 정형화된 공동규제와 비공식적인 공동 규제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공동규제의 개념은 적용되는 영역이 어디냐 에 따라 개념 정의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2) 공동규제의 개념과 공동규제 모형3)

공동규제를 가장 광의로 개념으로 이해하자면 “공적 목적 혹은 공익을 달성하 기 위해 고안된 협조적 형태의 규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협조 (co-operation)는 공공기관과 시민사회간에 이루어지는 관계를 의미한다. 이처럼 공동규제에 대한 광의의 개념 정의는 현재 세계 각국의 다양한 법규정의 관점에 서 정치적, 행정적 목적을 추구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규제를 포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광의의 관점에서, 공동규제방식은

‘전통적인 명령지시적 규제방식에 자율규제(혹은 자율감독)의 요소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새롭고 자급자족(self-contained) 방식의 규제체제’로도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광의의 개념 정의의 범주 안에서, 공공기관과 민간분야의 요소를 결합하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공동규제 모형을 생각할 수 있다.

공동규제체제를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국가가 현존하는 자율규제제도 를 공공기관의 틀 속으로 통합시키는 것이며, 또 다른 방법은 국가가 공동규제체 제를 먼저 제안하는 것이다. 이 경우, 공공기관은 공동규제제도가 실효성을 갖고 기능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여러 다른 형태의 규제모형 이 공동규제에 대한 광의의 개념 속에서 제시될 수 있다. 또한 공동규제의 틀을 구성하는 기초가 되는 요소들은 수행해야 할 임무에 의존한다.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각 사례에 존재할 것인데, 추구해야 할 목표는 공적인 것일 것이다.

또한, 공동규제의 이러한 두 가지 주된 모형은 이론적인 관점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규제의 발전경로, 즉 공동규제의 출발점에 따른 분류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즉, 공동규제에 대한 발상이 출현하기 전에

3) Carmen Palzer and Alexander Scheuer, Self-Regulation, Co-Regulation, Public Regulation 참조

엄격한 명령지시적 규제가 있었던 경우, 공동규제는 자유화의 형태로 출현하게 되었고, 대체로 민간의 업계는 이를 환영했을 것이다. 반대로, 자발적인 자율규제 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던 경우, 공동규제에 대한 논의는 국가가 각각의 자율규제 자를 포획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독일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는데, 독일의 인터넷산업협회는 이러한 이유로 공동규제방식의 도입을 오랫 동안 기피해 왔다.

더욱이, 공동규제시스템이 국가에 의해 마련되었는지 아니면 민간부문의 발의 로 시작되었는지는 공동규제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전자는 유럽의 경우 처럼 국가가 공동규제를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기계적이고 국가중심적인 관점은 관련된 행위자들의 인식과 행 태, 그리고 결국에는 공동규제시스템의 실제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대로, 공동규제가 산업계나 시민사회로부터 출발하여 발전했다면 공동규제의 관련 행 위자들의 태도와 활동은 매우 다를 것이다.4)

공동규제방식의 핵심요소는 공동규제조직이 구속력 있는 규칙을 자율적으로 개발하고 이 규칙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며, 공동규제조직의 이러한 규칙에 대한 책임성이 바로 공동규제방식과 자율규제방식의 주된 차이점이다. 자율규제 와 공동규제를 구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판단기준은 ‘참여의 자발 성’(voluntariness of participation) 여부이다. 공동규제제도에 있어서, 주어진 규 칙에 순응하지 않는 경우 직접적으로나 혹은 최소한 간접적으로 (예를 들어, 면 허취소의 형태로) 국가나 공공기관에 의해 제재를 받게 된다. 따라서, 이해관계 가 있는 시장의 주체들은 사실상 공동규제제도에 대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공동규제제도가 기능하는 경우 이 제도에 참여 해야 한다는 압력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압력은 국가에 의해 행사되는 것이 아니 라, 일반대중, 고객, 간단히 말해 사회단체들에 의해 가해진다. 공동규제모형에 대한 공공기관의 관여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동규제에 포함된 조직들의 참여 자

4) 참고로, 공동규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규제의 발전경로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규 제시스템은 대개의 경우 청사진에 근거하여 계획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지금까지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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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성은 낮아진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공동규제와 국가에 의한 전통적 규제를 구분하는 차이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된 판단기준은 국가의 영향으 로부터 공동규제조직의 자율성의 정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공 동규제조직이 자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도나, 공공기관의 대표가 공동 규제단체의 규칙이나 의사결정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 여부 등이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형들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 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3) 공동규제의 개념 정의

‘공동규제’의 개념에 대해 이미 앞서 많은 고민과 논의의 경험을 갖고 있는 유 럽연합의 경우를 보면, 공동규제의 개념을 정의한다는 작업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도 1980년대 중반부터 대안적 규제수단으로서 공동규제와 자율규제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도 들어서야 비로서 IIA가 공동규제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러한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 정의의 어려움은 공동규제 형태 및 방식의 다양성을 반영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자율규제 (self-regulation)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대안적 규제방식을 하나의 개념으로 아 우르는 데에 따른 어려움이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공동규제에 대한 가장 간단한 개념 정의는 정부의 민간부문에 대한 관 여(intervention) 수준을 기준으로 한 스펙트럼을 활용하여 설명될 수 있을 것이 다. 즉, 관여의 수준이 가장 높은 법률에 근거한 전통적 ‘명령지시적 규 제’(command-and-control regulation)를 한 쪽 끝으로 하고, 관여가 전혀 없는

‘無규제’(no regulation) 혹은 ‘순수 자율규제’(pure self-regulation)를 다른 한 쪽 끝으로 한 스펙트럼을 가정한다면, 이 양 극단의 중간에는 여러 지점들이 존재하 게 된다. 이처럼 스팩트럼의 중간에 위치하는 지점들을 해석하자면, 규제의 제정, 시행, 집행, 사후 평가 및 환류의 전 과정을 통해서 어떤 형태로든지 정부를 위 시한 공공기관이 민간의 자율적 규제행위에 관여하는 방식을 의미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