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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마침내 ‘전국민의보제도’실현이라는 100년 숙원을 푼 지도자 라는 점에서 미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1965년 ‘메디케어’를 도입해 사회보장제도의 한 획을 그었던 린든 존슨 대통령의 업적에 비유하기도 한다.그 러나 건보개혁에 관한 새 역사를 썼지만,결과적으로 엄청난 국론분열을 야기하 였다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특히 당론에 관계 없이 소신투표의 전통이 뿌리깊은 미의회에서 단 한명의 공화당 의원 지지도 얻 지 못하였다는 것은 향후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힘겨울 것이라는 점을 예 고한다.당시 메디케어가 입법되었을 때와는 달리 2010년 건보개혁은 민주당 단 독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가중됐으며 단기적으로 중간선거에 이어 장기적으로 다음 대선까지 그 후폭풍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 다.288)

이처럼 한 세기 가까이 실패한 전국민건보개혁을 제한적이나마 성공적으로 마 무리하면서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지만,개혁안의 내용에 대한 불만도 많다.자본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치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확대하는 개혁안이 ‘사회주의’이자 곧 ‘악’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개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이를 어길 때에는 벌금을 부과한다 는 발상은 미국 헌법에 규정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13

287) 거버넌스 단계는 민․관 협력 혹은 파트너십의 실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즉, 공공과 민간의 상호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공공과 민간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 진열 외,『지역사회복지론』(고양: 공동체, 2009), p.422.

288) 황유석, “美 100년 숙원 풀었지만 ‘국론 분열’ 상처 남아,”『한국일보』(2010.3.23).

개 주 검찰총장들은 개혁안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였다.13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화당원이어서 사실상 정치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오 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을 더욱 곤욕스럽게 하는 고민거리는 이들의 주장이 일반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는 점이다.법안 통과 직후 실시된 3월 22일 CNN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표결절차를 마친 법안의 내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289)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보다 많은 사람들 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부분에 개혁법안이 맞춰져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 른 이견이 없다.그리고 이들 모두 의료서비스와 건강보험,처방약이 너무 비싸 다는 데에도 동의하고 있다.다만,정부가 건강보험에 개입하지 말길 바라는 의 견과 정부가 관여하는 걸 보고 싶어하는 의견 사이에 크게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 한지 2년이 지난 현재의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더 분열되어 있는 상황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그들 내부에 서도 스스로 분열되어 있는 모습이다.소위 티파티의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연방 정부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11월 중간선거에 자신들의 구미 에 맞는 인물들을 공화당 후보로 내세웠다.반면 민주당의 진보세력들은 건보개 혁 등의 내용이 상당히 미흡했으며 이민 문제,동성애자 군복무 등의 문제에 있 어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공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한편,건보개혁 추진은 보수층의 반발을 차치하고도 재정적자 문제를 부각시키 는 계기가 되었다.1조 달러의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에 미국인들 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건보개혁 법안에 ‘정부주도의 공공보험’(publicoption) 이 제외되면서 진보성향의 지지자들은 “이것이 개혁이냐”며 등을 돌린 것도 오바 마 대통령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290)

물론 이런 미국의 분열양상은 적적으로 건보개혁 때문이라기보다 그동안 축적 되었던 갈등이 건보개혁 법안의 처리과정에서 도화선이 되어 분출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실제로 컬럼비아대학 제프리 삭스(JefferySachs)

289) 이청솔, “미 보건의료개혁 ‘전투’ 안 끝났다,”『주간경향』, (2010.4.6).

290) 권구찬, “오바마 ‘대공황 위기’서 美 구했지만 경제난에 민심 등돌려,”『서울경제』, (2010.1.18).

교수는 ‘사슬에 감겨 있는 오바마’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국의 극심한 분열 상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인 인기가 높고 집권당인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현안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이념적인 대결이 갈수록 격화할 것”이라고 지 적하였다.건강보험 개혁,기후변화 협약,금융 개혁 등이 그 대표적인 현안이다.

미국 사회는 갈수록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소득,인종,종교 등의 차이로 분열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출생자와 새로운 이민자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정치가 해악을 끼치고 있으며,이익단체와 이념단체는 정 부정책을 어느 한쪽이 이익을 취하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제로 섬’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삭스 교수가 강조하였다.291)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배경에는 그가 워싱턴 정계의 오랜 파행을 깨고 분열된 국가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 었다.당시 비교적 구태에 물들지 않은 초선의 연방 상원의원이었고,또한 최초 의 흑인대통령으로서 헌법에 언급되었듯이 하나로 연합된 연방을 실현하기에 그 보다 적합한 인물도 없어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세기 냉전의 부활에서 정당성을 찾던 부시 행정부를 딛고 변화를 가져올 큰 기대로 출발했지만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위기상황이 그를 대 통령으로 만들어주었지만,위기로 인한 반사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위 기 타개에 대한 요구와 압력이 커지면서 그를 궁지로 몰아갔다.건보개혁 법안이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에게 있어서 의미있는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심각한 국론분열의 부산물과 함께 민주당 행정부에 대한 반감도 굳어지는 분위 기이다.반면 고무적인 여론도 있다.국내외의 총체적 시스템 상황이라는 면에서 모두 그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의견이다.또한 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 에는 모자라지만,상황은 해가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건보개혁으 로 수혜자가 늘 것이고,경제와 실업률도 호전될 것이며,부시 전 대통령 때와는 달리 군인들이 이라크에서 가족들에게로 돌아온다는 것 등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고 있다.조금 나아진 상황을 내 세우며 우선 분열을 달랠 것인가,아니면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계속 추진할

291) 국기연, “美, 사회분열로 심각한 통치권 위기,”『세계일보』, (2009.11.23).

것인가.오바마 개혁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들조차 그가 큰 철학은 있지만 구체적 전략은 미비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그 누구라도 오랜 국론분열을 1~2년 만에 복구할 수는 없다.292)현재 오바마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론분열 봉합과 향후 국 정운영 철학의 승부수는 미국인이 왜 그를 당선시켰는지에 대한 자문에서 해결 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