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미국의 건강보장체계는 민간보험이 주도하고 공공보험이 보완하는 형태이다.

하였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으로는 많은 건강보험 수혜자들에게 비용을 증가시키지 않는 한편 의료의 질 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포괄적인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측면을 미국인들에게 충분히 설득시키게 못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영호 외, “미국과 영국의 보건의료개혁 동향 비교분석,”『보건복지포럼』제102 호, (2005), p.80.

135) 이준규․ 외, 앞의 논문 (2010.3), pp.3-7.

이처럼 미국이 채택한 시장원리의 의료방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왜곡에 따른 내재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역대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건강보장체계가 갈수 록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건보개혁을 통해 의료시장 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건보개혁에 대한 조직적인 반발과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의 갈림길에 서 갈등한 역대 행정부는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단순히 상황을 누그러뜨리는 방 안을 마련하는 선에서 현실과 타협하는 임시처방의 건보정책을 선호해왔다.이처 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건보개혁은 왜곡된 의료시장을 더욱 구조화 내지는 공 고화시켜 나갔다.

왜곡된 의료시장에 대한 건보개혁이 차일피일 미루어지게 되면서 점차 건강보 장체계의 위기는 미국이 직면한 국내문제에 있어서 단일 항목으로는 가장 시급 하면서도 급속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136)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후의 대내외적 상황은 더 이상 건보개혁을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총체적인 문제 점들이 심각하게 노출되었던 시점이다.

1)대외적 요인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는 2008년 11월 4일에 있었다.당 시 대통령 출마에 나선 차기 대권 후보자들은 이해관계나 정파를 떠나 추락하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그에 관련하여 미국식 성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 요성,그리고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해소 방안 등을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냉전에서 소련에 승리한 이후 미국은 그동안 국제정치나 경제 분야는 물론 군 사력 등 각 분야에서 거칠 것이 없을 정도로 승승장구해 왔다.특히 세계경제는 미국의 월가와 달러화가 좌지우지하였고,각국은 앞다투어 미국식 자본주의와 선 진 금융시스템을 본받으려고 나섰다.그러던 미국이 ‘제국의 힘’을 상실하고 있 다.미국경제가 흔들리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는

136) Michael J. Bonetto, “State Legislators’ Knowledge and Perceptions of Medical Savings Accounts and the U.S. Health Care System: Identifying Future Compromises to Health Care Reform,” Ph. D.

Diss., Oregon State University, (June 2006), p.86.

것이다.이 때문에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마 치 로마제국이 망할 때와 비슷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이러한 징후는 부시 (GeorgeW Bush)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세계체제 론’으로 유명한 월러스틴(I.Wallerstein)미국 예일대 교수는 “이라크전쟁은 미국 의 쇠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동시에 이를 앞당긴 원인이며 부시 대통령은 미국 정부를 재정적자의 수렁에 빠트린 장본인”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 쇠퇴론을 강 조하였다.당시 반미 국가인 이란과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들도 미국 의 리더십을 서서히 의심하기 시작하였다.137)

실제로 21세기는 중국의 세기(ChineseCentury)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1990년 대 초부터 제기되어 왔다.중국이 1970년대 말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뒤부터 연 평균 9.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는데,이 성장률이 유지된다면 중국이 2020 년 안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군사력 증강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나라는 당연히 미국이다.미국은 늦어도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국가로 간주하고,크게 국방전략 및 대외관 계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거나 봉쇄해왔다.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나라 안 팎에서 ‘중국 위협론’을 확산시켜 왔다.

이처럼 중국 위협론은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한 중국은 반드시 미국의 지배적 지위에 도전할 것을 핵심 전제로 하고 있다.138)미국인들은 국가적 자존심 손상 과 국민적 불안을 피부로 느끼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급속히 팽배해졌 고,이런 분위기는 행정부로 하여금 더 늦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암묵 적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생산량을 극대 화하여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경제의 근간인 노동력을 훼손시 켜서는 안 되며,특히 지금까지의 건강보장체계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 시켜 임기 내 혹은 그 이후라도 경제회복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하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 전후 미국 경제는 당시 클린턴(BillClinton)이 대통령으

137) 이장훈, “추락하는 달러 미국, 로마제국 전철 밟나,”『주간조선』, (2010.10.27).

138) 하영선 외,『변환의 세계정치』(서울: 을유문화사, 2007), p.118

로 당선되는데 도움을 주었던 1991년 불경기 상황보다 2008년 대선 시기의 경제 침체는 훨씬 깊은 것이었고 장기화 되는 추세였다.139)당시 미국 정부의 누적 재 정적자는 이미 1조 달러를 돌파하였고,국가 전체의 부채는 10조 달러에 달했으 며,높은 실업률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인해 경제회복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경제대국 중국에 밀려 ‘2류 국가’로 전 락할지 모른다는 국민적 위기감이 커졌다.이런 위기 상황에서 미국유권자들은 사회․경제 개혁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갈망하 게 되었다.140)

이때 민주당 대선 후보자인 오바마는 ‘변화’(CHANGE)라는 슬로건으로 개혁 이미지를 선거기간 내내 강조하여 미국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특히 건 보개혁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조치라는 원론적 명분을 넘어서 건강보장체계의 문제해결이 곧 미국의 경제문제,나아가 국제적 위상을 재고할 수 있는 방안이라 는 청사진을 제시하였다.결국 오바마 후보자의 당선으로 인해 건보개혁이란 화 두는 단지 임기 내에 관심을 가져야 할 여러 현안 중의 하나가 아니라 당장 시 급하게 추진해야 할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건보개혁을 강행한 이면에는 결코 평범하다고는 볼 수 없는 탄생배경과 성장과정을 통해 채득한 평등주의적 가치관,그리고 최초의 흑 인대통령이라는 심리적 부담(complex)에 따른 역사적 업적쌓기 등 여러 상황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된다.또한 역대 행정부처럼 유동적인 정치상황에 따라 대선 공약을 전략적으로 번복 혹은 수정할 수도 있었지만,국내 외적인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그의 개인적인 인기에 부합하기 위해서 라도 변화를 등지고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곤란하였다.이처럼 오바마 대통 령은 미국이 처한 대외적 현실,자신의 철학,그리고 세계여론의 기대 등 비록 개혁이 실패하더라도 변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심장한 정치적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139) Jacob S. Hacker, “The Road to Somewhere: Why Health Reform Happened Or Why Political Scientists Who Write about Public Policy Should’t Assume They Know How to Shape It,”

Perspectives on Politics, Vol. 8, No. 3, (September 2010), p.864.

140) 정욱식,『오바마의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2012년 체제』(서울: 레디앙, 2009), p.75.

보험

<그림 6>미국의 건강보험 가입자 현황

(출처:U.S.CensusBureau2010,자료 편집)

보험을 가지고 있지만 혜택이 부실하여 막대한 자비를 부담해야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한적 보험가입자(underinsured)도 상당수에 이르렀다.또한 경 기침체에 따른 수익 악화와 급증하는 보험료 부담으로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직 장의 비율이 60%대로 하락하고 있어서 앞으로 비보험자의 비율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었다.142)이처럼 미국 내에는 약 5,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건강보 험 없이 방치되어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이 무보험 인구는 미국 전 체 인구(3억)의 6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숫자로 미국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역대 개혁적 정부에서 보았듯이 미국적 특성상 대대적인 건보개혁을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14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인의 건강권,개인적인 신념,미국의 위상 약화 등을 우려하여 건보개혁법안 추진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우선 도덕 적인 부분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연설을 통해 거울을 통해 미국의 모습을 봐 야하며,미국이 거울 앞에서 어떤 이미지로 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역설하였

142) 중소기업들은 노동자에게 직장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로 보험료의 상승(응답자의 62%)을 가장 많이 지적한바 있다.

143) 미국에서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하려면 여러 가지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부 담은 역시 ‘세금’에 관한 것이다. 의료개혁의 추진은 초기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미국 NBC

143) 미국에서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하려면 여러 가지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부 담은 역시 ‘세금’에 관한 것이다. 의료개혁의 추진은 초기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미국 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