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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규범적 평가

개혁은 일반적으로 갈등이나 딜레마를 전제로 한다.기존정책과 새로운 대안 (개혁)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간의 갈등이 있는 상태에서 개혁안이 선택,집행되 고 바라는 효과가 발생하였을 때,개혁은 성공하였다고 본다.일반적으로 서로 상이한 두 대안을 지지하고 있는 세력들의 영향력 관계를 보면,기존정책을 지지 하는 기득권 집단의 영향력이 개혁집단의 그것보다 크다.212)

이렇듯 개혁은 쉽지 않으며 성공했을 경우에만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오바마 행정부의 건보개혁은 1965년 개정된 사회보장법에서 메디케어와 메디케 이드를 제정한 이래 가장 획기적인 의료개혁으로 평가되고 있다.특히, 미국 역

212) 이종범, “개혁딜레마와 조직의 제도적 대응: 행정쇄신위원회의 조직화 규칙과 전략,”『정부학연구』

제5권 제1호, (1999), p.188.

사상 최초로 전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상징 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2010년 건보개혁의 성공으로 인해 우선 약 5,000만 명의 무보험자 중 3,200만 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단계적으 로 2014년부터 4인 가족 기준 연소득 2만9,327달러(3,334만원)미만인 1,600만 명 이 메디케이드에 추가 가입되는 등 그동안 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수많은 미국 인들이 새롭게 건강한 삶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의 건보개혁은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여왔던 사회개혁 운동 의 한 성과라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토크빌(Tocqueville)은 미국이 민주적 전제정치(democraticdespotism)에 빠지지 않는 이유를 정부권력을 감시․비판하 고 시민의 자유를 주장하는 자율적인 민간단체(civilassociation)가 있기 때문이 라고 하였다.213)비록 건보개혁 과정에서 사상 최대의 로비전이 펼쳐지면서 자칫 단체간 밥그릇 지키기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도 있었지만,시장에 의해 포위당하 지 않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미국의 자발적 결사단체들은 오바마의 건보개혁을 지지했으며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티파티(TeaParty214)등 보수단 체들에 대한 대항마로 기꺼이 나섰다.

사실상 불공정한 미국의 건강보장체계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정치인들에게만 맡겨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있다.따라서 건보개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아래로부터의 사회개혁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는 주장도 나온다.이처럼 2010년 3월에 달성한 건보개혁 법안은 미완의 완성이 지만 미국 건강보장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혁해 나가는데 있어서 아주 소 중한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215)

그러나 이번 개혁안은 수혜 대상이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어서 보험료에 시 달리는 중산층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였다는 한계점도 지니고 있다.

213) 박상필,『NGO와 정부 그리고 정책』(파주: 한울, 2008), p.131.

214) 티파티(Tea Party)라는 명칭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대한 조세저항 운동의 진원이었던 보스턴 티파티에서 따온 것으로, TEA에는 ‘이미 세금을 충분히 냈다’(Taxed Enough Already)라는 뜻도 있다.

2009년 2월 경 결성된 티파티의 설립취지는 보수성향 풀뿌리민주주의 확산에 있다, 한편, 티파티 운동에 반대하여 2010년 1월 경 진보성향에서 ‘커피파티’(Coffee Party)가 결성되었는데, 이들의 설립취지는 진 보성향 풀뿌리민주주의 확산에 있다. 티파티는 공화당, 커피파티는 민주당에 기울고 있다.

215) Carolyn Ann. Conti, “American Health Care: Justice, Policy, Reform,” Ph. D. Diss., Duquesne University, (December 2010), p.3.

애초 공적 건강보험인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publicoption)을 신설하여 민간보 험사와 경쟁을 벌여 보험료를 낮추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안이 있었지만,공화당 등 개인주의적 보수세력의 거센 저항과 보험업계의 로비로 인해 막바지 절충안 을 마련하면서 결국 무산되었다.대신에 국민건강보험거래소(NHIE)을 통하여 공 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정부의 감시와 국민적 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선에서 합 의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중산층 이상의 계층들은 개혁의 결과로 인해 세금 부담,보험료 인상,실 업난,재정적자 확대 등을 떠안게 되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그리 고 50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에게 직원들의 건강보험 비용 부담을 추가로 안기게 되면서 사업주 뿐 아니라 고용불안을 우려하는 노조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용상으로 볼 때,오바마 행정부의 건보개혁안은 클린턴 행정부의 개혁안216) 과 유사한 점이 많다.217)그렇지만 전개 양상에 있어서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 험 개혁은 과거와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유사점은 전국민 건강보험의 확대를 목표로 하였고,그 방법에 있어서 정 부의 개입을 증가시킨다는 것과 의료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강력하게 거부 하는 공화당과 보험회사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이다.반면 차이점은 클린턴 행정 부의 개혁안은 기존 제도를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수립(revamping)하려 하였다면,오바마 행정부는 현존하는 제도를 바탕으로 한 보수작업(retentionbuil -ding)의 시도라는 것이 다르다.

특히,가장 극명한 차이는 정부의 개입 정도인데,클린턴 행정부는 강력한 규 제를 통해 건강보장체제 전체를 관리․감독하려고 했던 것이고,오바마 행정부는 가능한 정부 간섭을 최소화 하려 하였다는 것이다.그리고 클린턴 행정부의 건보 개혁은 보험회사와 의사협회,그리고 제약업자 등의 반발을 야기했으나,오바마 행정부의 경우에는 보험료 및 보험상품 규제 이외에는 정부 간섭을 줄이는 방안

216) 미국 상․하원에서 통과되어 1996년 8월 21일 클린턴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거친 건강보험 개혁법안은 단체와 개인차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의 용이성과 구매가능성의 향상, 건강보험과 의료전달체계상의 낭비 및 부당행위와 오용의 시정, 의료예금계정의 사용 증가, 건강보험 행정의 단순화 등의 목적을 위하여 마련 된 것이다.

217) 노인철, “미국 건강보험 개혁법안의 주요 내용,”『보건복지포럼』제1호, (1996.10), p.77.

으로 의사협회나 제약업자 등의 지지를 어느 정도 유도해 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절차상에 있어서도 클린턴 행정부는 힐러리를 수장으로 한 태스크 포 스(taskforce)를 조직하는 등 행정부 중심의 개혁을 추진한 반면,오바마 행정부 는 처음부터 의회가 개혁안을 만들고 개혁을 주도하도록 하여 진행 과정에서도 의회와 행정부의 절충이 가능하도록 유도하였다.이처럼 누가 의안의 제출자냐 하는 문제는 향후 벌어질 게임의 향방을 결정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2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건보개혁안은 정부의 개입을 싫어하는 미 국인 특유의 자유주의 내지는 개인주의적 정서와 공화당을 비롯한 반대세력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오바마 행정부의 건보 개혁은 주로 저소득층 등 보험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및 민간보험사의 부적절한 영업행위에 대한 개선 필요성 등의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219)여기서 문제는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를 강화․확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전체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 시킬 수 있으며,특히 고소득자의 불만을 누적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하향식 의료개혁 접근도 중요하겠지만,장기적으로 볼 때 세금 공제,보 험료 지원 등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정 책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220)

그리고 민간보험사와 관련하여 보험사가 보험가입 또는 보험효력 발생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질병 또는 건강상태를 이유로 보험가입 거절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그러나 공공보험이 아닌 민간보험의 보험계약은 시장을 통한 사적계약이므 로 보험회사는 자신들이 정한 일정 기준에 보험대상자가 부합하지 않을 경우 보 험청약의 제한 및 거절할 권리 등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따라서 청약기 준을 어느 선까지 둘 것인가를 놓고도 앞으로 갈등의 소지는 존재한다.실제로 시장의료가 지배적인 미국의 건강보장체계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표준안을 만 들어 놓고서 민간보험사에게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식의 건보개혁은 태생적 반 발의 소지를 안고 간다고 하겠다.

이처럼 몇몇 개혁의 미비점들이 있지만,오바마 행정부의 건보개혁은 미국 건

218) 허만형, “사회복지법규 입안과정에서 정책형성 게임의 비교분석,”『의정연구』제1권 제1호, (1995), p.200.

219) 이석호, 앞의 논문, (2010.4), p.10.

220) 신영석,『미국의 의료개혁 동향』(서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9), p.4.

강보장체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전국민 건강보장체계의 구축과 의료접근성 의 향상,그리고 의료비 지출의 증가 속도 완화 등이 예상되고 있다.특히 건보 개혁은 의료비의 급속한 증가로 압박을 받아왔던 개인과 가족의 건강 및 경제적 안정에 기여할 것이며,재정적자에 시달렸던 연방정부와 주정부,그리고 소규모 기업,창업자 등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221)

그러나 의료비 증가 속도가 매년 약 1.5%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개혁안이 추진되어도 전 인구의 약 5%는 여전히 무보험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

그러나 의료비 증가 속도가 매년 약 1.5%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개혁안이 추진되어도 전 인구의 약 5%는 여전히 무보험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