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보개혁의 결과 -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에 관한 복지정치학적 연구

1)건보개혁의 성과

(1)전국민 건보시대 개막과 경제회생 기여

미국은 OECD 주요국들 가운데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유일 한 국가였다.그동안 미국의 건강보험은 1935년 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30년 동안 사회보장법에서 제외되었다가 1965년 고령자와 저소득층에게 건강보장 혜택을 제공하게 되었다.이어 1992년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국민 건강보험을 위 한 논의가 다시 활성화되었지만,1994년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논의는 중단되었 다.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출범하면서 논의는 다시 활기를 띠었고 논란 끝에 건 보개혁법안이 통과되면서 근 100년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시대 가 개막한 것이다.

미국의 건강보험은 대체로 노인인구를 제외한 인구계층의 55.8%가 고용주 부 담에 의한 직장 가입자 형태이고,30.6%는 공적 건강보험에 의해 건강보장 혜택 이 제공되며,8.9%는 개인적으로 민간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그러나 나머지

16.7%는 여전히 건강보험 미가입자로 남아있었다.한편,미국의 진료비 보상은 행위별 수가제도를 기본으로 하지만 포괄수가제와 인두제를 혼용해 운영하고 있 다.¹⁷³⁾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기존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 도입을 천명해 왔고,대선공약에서 “미국인 상당수가 건강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치료의 기회를 잃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 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당시 미국은 800만 명 의 어린이를 포함한 약 5,000만 명 이상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었으 며 보험 가입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급증하는 비용으로 보험을 상실할 위기에 처 해있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가 모든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보장함으로 써 건강보험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표명했으며,이를 위해 ‘국민 건강보험거래소’를 신설해 민간건강보험을 구입하는 사업주와 개인에 대해 지원 하고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가정을 위한 세금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하 였다.뿐만 아니라 모든 대기업 사업주에게 피고용인을 위한 건강보험 가입과 공 공의료 비용을 요구하고 영세사업주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제회를 통해 국가 차 원의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발표하였다.¹⁷⁴⁾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건보개혁안으로 인해 2014년부터 모든 미국인 들의 민간 및 공공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¹⁷⁵⁾이 개혁안에는 개인 또는 단체가 개별 보험상품을 비교․분석하면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보험거래소 시스템을 도입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이 들어있다.그러나 27,500달러 이상의 고가 보험상품에 가입한 가족에게 2018년 이후 ‘새로운 소비세’(new excisetax)40%를 부과하고,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배당 및 이자에 대해 2013년부터 3.8% 신규 과세가 예정되어 있다.¹⁷⁶⁾이 과세부분이 향후 고소 득층의 반발이 지속적으로 예상되는 항목이기도 하다.

173) 이희정, “미국,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 열리나,”『메디컬투데이』, (2010.3.25).

174) 박대진, “오바마 대통령 당선과 美 의료개혁,”『Dailymedi』, (2008.11.6).

175) 남궁은하, 앞의 논문 (2010.7), pp.77-88.

176) 이준규 외, 앞의 논문 (2010.3), p.1.

다음으로 건보개혁은 미국의 경제회생에 일정부분 기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 다.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크게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다.첫 번째는 마비 된 경제(금융)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고,두 번째는 불황을 맞아 파산과 실직,빈 곤의 위기에 처한 기업 및 가계를 지원하여 불황을 탈출하는 것이며,세 번째는 장기적으로 미국경제의 효율성,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에너지 생산 및 소비, 교육,특히 보건의료 분야의 구조개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¹⁷⁷⁾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지출은 교육,의료,에너지 등 미국경제의 장기적 경쟁력 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표적으로 건보개혁의 성 과는 장기적으로 미국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물론 오바마 행정 부가 대규모 공적자금 지원과 경기부양책 그리고 교육,보건의료 등 사회보장개 혁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미국경제가 회생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대 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가 미국경제의 재구조화에 달려 있다고 지적되는 만 큼,오바마 대통령이 경제회생의 핵심이라고 한 ‘건보개혁’정책이 일단락 됨에 따라 기본적인 토대는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경쟁과 효율의 시장의료 재건

오바마 행정부의 건보개혁은 전 국민을 건강보험에 가입시키는데 목적이 있지 만,우리나라처럼 국가주도의 공공건강보험(NHI)에 의존하는 형태는 아니다.최 종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미국의 달라진 의료체계는 가입자의 합리적인 보험 선 택을 지원하기 위해 공적기구인 국민건강보험거래소(NHIE)를 설립하여 민간보험 과 일부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수가,보험료,급여범위 등을 연계한 효율화를 도 모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¹⁷⁸⁾이에 따라 오는 2013년까지 새로운 공공보험의 신설과 일정 자격을 갖춘 민간건강보험을 참여시켜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미국인들에게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중서부 콜로라도 주 그랜드정크션(GrandJunction)시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 스타일의 회담에서 “민간 건강보험사가 더 이상 임의로

177) 정건화, “미국의 경제위기와 오바마의 경제정책,”『동향과전망』제76호, (2009.6), p.92.

178) 신영석, 앞의 논문 (2009.11), p.8.

의료비 상한가를 책정할 수 없다”며 “미국에서는 누구도 아프다는 이유로 파산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한 대학생이 민간 건강보험 사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공 건강보험체계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자,“대중이 선택권을 갖는 것이 민간 건강 보험시장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개념은 틀림없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고 대답하였다.한편,이날 회담에 참석한 한 공화당원은 “정부의 건보개혁안은 민 간 건강보험사가 폐업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완벽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하였다.¹⁷⁹⁾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의료체계에서 민간부문이 차지하는 위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공화당원의 주장대로 급속히 민간부문을 없애 나가는 것보다 국민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해 공공부문을 기존의 보완 위치에 서 경쟁 구도로 끌어 올리는데 역점을 둔 것이라고 분석된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안은 예전보다 상당히 후퇴한 타협안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그는 공공보험을 신설하여 기존 민간보험과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전국민 건강보험을 추진하겠다는 힐러리 후보 주장에 대해 단일 공공 건강보험 체계를 주장한 적도 있다.그러나 당선 후 그의 개혁안은 힐러리 안과 거의 대동소이해졌다.오바마 대통령 스스로가 지나치게 혁신적인 후보시절 안을 포기하고 힐러리 안을 상당부분 채택한 것이다.¹⁸⁰⁾이에 대해 민주당 개혁파 의 원들은 후보시절과 달라진 일부 개혁안을 보면서,국가주도의 공공보험 도입만이 건강보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얻게 되는 유일한 방법 이라며 공공보험 도입 후퇴 움직임에 반발한바 있다.그러나 백악관 소식에 정통 한 한 민주당 의원은 뉴욕타임스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아이 디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오바마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하였다.¹⁸¹⁾

이처럼 대선 후보자 시절에는 정부주도의 ‘보편적 공공보험’을 구상했지만,당 선 후 초기안에서 보편적이지만 ‘경쟁적 공공보험’으로 다소 후퇴하였고,조정안 에서는 공화당의 반대와 보험사의 로비 등으로 ‘절충형 공공보험’을 만드는 선에 서 최종 합의를 하였다.

179) 이진례, “오바마 ‘정부 의료개혁안, 민간 시장 파괴 아니다’,”『뉴시스』, (2009.8.16).

180) 장광익, “오바마 건강보험개혁 ‘미국판광우병 논쟁’?”『mk뉴스』, (2009.8.16).

181) 이청솔, “오바마 ‘의료 개혁’ ‘벽’이 너무 높았나,”『경향신문』, (2009.8.18).

오바마 대통령은 민간보험을 대신할 국가주도의 공공보험 도입에 매달리다가 건강보험 개혁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따라서 그는 민간보험과 공공보험이 상호 공존과 보완하는 방식이 현 단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 단하였고,미국의 의료시장에 선택과 경쟁의 원리가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건강보험제도를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3)민간보험회사의 공공성 강제

건보개혁의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PublicOption)의 도입은 좌절되 었지만,민간건강보험의 공적책임성 유도를 위한 규제는 대폭 강화 되었다.모든 민간보험회사는 과거 병력이나 개인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가입을 거절할 수 없 게 되었고,가구 구성,지리적 요건,급여율,연령,흡연여부에 의해서만 보험료율 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그리고 노인건강보험료가 젊은이의 3배 이상을 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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