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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문제

문서에서 한국경제연구원 (페이지 74-83)

II. 일본: 과거와 현재

4. 구조적인 문제

― 일본은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와 차이가 없는 정상적인 국가임. 즉, 국가 전체적으로 보거나 또는 정치권 등 일부분이 경제난의 장기화 를 통해 이득을 보고 있지 않음. 그렇다면 나름대로 “주어진 여건”

하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해 “최선의 해결책”을 강구하였을 것임.

― 하지만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하여 판단하면 그 동안 있었 던 문제해결시도는 효과가 없었음. 그렇다면 결국 경제난의 지속은 그 동안 해결방안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해결방안을 결정적으로 제 약하는 “주어진 여건”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시사함. 주어진 여건으 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 정치제도, 각종 관행을 포함하는 여러 종류 의 “사회계약”이라 할 수 있음.

― 이런 인식은 그 동안 일본경제의 문제를 살펴본 연구자들이 공통적 으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것과 맥락을 같이함. 즉 경제난 장 기화는 특정 산업 혹은 더 나가 경제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분야와도 어우러진 문제라는 것임.

(1) 정치체계의 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

― 부실처리가 지연된 것을 一例로 보면 정부관료나 정치권의 문제해 결능력이 부족함. 관련 당사자들의 개인적인 자질이 떨어진다고 하 기에는 어려움. 그렇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어려움은 집단적인 문제 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음.

◦ 이런 결과는 그 동안 일본정부가 팽창적인 목적으로 예산을 늘 리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크게 대조가 됨. 즉 정치적인 비용이 없는 예산증액에는 쉽게 임하면 서 과거의 잘못이 부각되고 일부 이익집단간의 비용분담 등 민 감한 결정이 필요한 금융권 부실처리 때문에 공적자금이 사용 되는 것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동안 문제를 회피하였음.

― 이는 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의 예라고 할 수 있음.

즉 국민(principal)이 위정자(agent)에 위임하여 국가경제의 중대사 를 경영하도록 하고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경영성과에 대하여 평가 를 받는 대의 민주주의제도임.

― 일본은 1955년 이후 principal 과 agent 간의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 졌음. 즉, 기업과 농민 등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자민당과 노조를 대 변하는 제2당 사회당이 “소득배가(경제성장)” 이라는 대명제에 합 의. 이 합의는 집권당과 재계가 고용안정을 보장함으로써 가능했음.

아울러 이 합의는 경제와 관련된 전권을 관료들에 위임하게됨. 일종 의 “노-사-정” 大타협이 이루어졌음.

◦ 그 이후 자민당과 사회당을 구분 지운 중요한 이슈는 동-서 냉 전체제와 관련된 문제들이었으며 경제관련 이슈는 부가되지 않 았음.

◦ 1990년대 초 자민당과 사회당이 연정을 이루었는데 이는 동-서 냉전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양당의 시각이 실질적으로 큰 차이 가 없었음을 방증함.

― 1990년대 들어서 경기불황이 심화되자 경제난 조기종식은 당연히 국민(principal)의 큰 관심사로 부상. 그렇다면 위정자(agent)는 principal의 이익증대를 위해 불황을 종식시켜야 함. 하지만 agent 들은 그 동안 “大타협”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음. 수익성제고와 투 자재개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의 고용인력 down sizing이 필요한 상황. 하나 大타협의 중요합의 사항인 “고용안정”

에 얽매여 현 상황을 타계하지 못하고 있음.

◦ 중요한 추가적인 제약요인은 경기가 지속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실업급증은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악화시킨다는 우려임. 동시에 인플레이션 유발과 대규모 공적자금투여 등과 같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방안이 존재함. 하지만 이런 방안은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의 부담을 증대시키고 집단간의 이해대립을 불러옴. 물론 위정자들이 이런 이해상충을 조정해야하는 의무가 있음.

― 아직 agent의 입장에서 불황타개를 위하여 principal들이 어느 정도 의 비용을 분담할 용의가 있는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임.

그 결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책적 결단을 회피하는 것이 agent에

게는 이익이 됨. 그렇기 때문에 principal인 일반국민과 agent인 정 치지도자들간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존재하는 대리인 문제 (principal-agent)가 존재하는 상황임.

― 앞서 언급한 1955년 이후 이루어진 大타협 이후 자민당 일당 독점 체제가 지속되었고 “경제성장”이라는 큰 방향에 정치권이 동의하면 서 경제정책은 선거의 이슈가 못됨. 자연히 선거에는 “안보”, “헌법 개정” 등의 非경제적 문제와 “인물” 중심으로 이루어짐. 이런 과정 을 통해 계속 집권한 자민당은 “성장” 이외의 경제정책에 대한 mandate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독자적인 案을 개발할 필요가 없 었으며 그 대신 광범위한 동의(consensus)를 중요시하게 되었고 정 책형성과정에서 관료들의 역할이 컸었음.

◦ “보수정치의 안정에 의한 관료주도의 고도 경제성장 정책을 정 치의 최우선과제로 채택하고 나섰다. 여기서 정책결정권은 사실 상 관료에게 넘어가고 정책결정자로서의 정치체제는 그 기능을 포기해 버렸던 것이다.”(장달중, 2000, page 10)

(2) 관료의 중추적 역할

― 앞에서 보았던 바와 같이 정치지도자들이 정책에 대한 mandate가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정책입안과 수행의 책임은 행정부 관료들 의 소관사항이었음. 큰 권한을 부여받은 관료조직은 정책실패에 따 르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연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게 됨. 이런 경향은 단순히 관장업무를 떠나 업무관련분야 민간 경제주체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한 우려로 연결되어 官이 民의 의

사결정에 개입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게 됨.

― 이러한 관행은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기적을 이루어 낸 前통산 성이 일본기업들의 해외시장 석권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과 같은 성 공사례들이 관료의 우수성에 기인했다는 평가가 늘면서 더욱 강화 되었음. 자연히 관료들은 과거 성공모델에 집착하게 되고 이런 경향 은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걸맞는 시의적절한 경제정책의 변화를 어 렵게 했음.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전반적인 관주도 경제체제의 유지 라고 할 수 있음.

―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관료가 관련 민, 관 산하단체나 기업으 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는 낙하산 인사관행(天下り:あまたくり)은 이 상할 것이 없으며 오히려 바람직스러운 일로 여겨짐. 즉, 민․관의 긴밀한 협조체제에 도움이 되는 제도임.

◦ 유능한 전직 정부관료가 기업에 있으면 기업의 경영에 도움이 되고 아울러 관련정부기관에 대한 로비 필요성이 발생할 때 유 용한 창구역할을 함. 하지만 1990년대 초 住專 부실문제처리 지 연에서 보았듯이 이런 관행은 정부의 감독기능을 유명무실하게 하고 정책내용을 왜곡시키며 적기시정조치 등과 같은 정책집행 시기를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옴.

◦ 아울러 관료의 입장에서도 공정한 정책에 대한 고려보다 자기부 서의 산하조직이 피해를 덜 보게 함으로써 퇴직 후 같은 부서 출신자가 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하려는 고려를 우선시 하게 할 수 있음. 이러한 집단이기주의적 고려는 어떤 정책방안이 경제

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가 때문이 아니라 부서간 권한(나와바 리)의 강화를 위한 시각차이 때문에 최선의 정책이 시행되지 못 하는 상황을 초래함.

― 하지만 경제부진의 장기화는 관료들에 대한 과거 신화를 깨트리고 있음. 최근 일본에서는 관료의 보수성을 타파할 수 있는 정치가의 출현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영. 즉, 관료 주도 에서 정치 주도로 전환하면서 정치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지금의 경 제불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음.

― 고이즈미 총리의 등장은 정치가나 정당이 관료기구에 대해서 개입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의 아이디어와 구상을 내각에 집중하여 관 료를 통제함으로써 개혁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로부터 창출된 것임.

◦ 고이즈미 총리는 경제 구조개혁을 시행하기 위한 전단계로 2001 년1월에 작지만 효율적인 지식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현행 1부 21성청을 1부 12성청으로 통폐합하여 기구를 개편하고 내각부를 신설해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정부조직을 개편. 정부기구의 개편논의는 1997년 하시모토총리시절 행정개혁위원회에서 제창 된 것임.

◦ 장관의 임명 및 해임, 국회해산권 등의 권한만 행사할 수 있었 던 한계에서 탈피하여 수상이 국무회의의 주요 정책에 대한 기 획 및 입안발의권 등을 명문화하여 실질적으로 국가정책을 입 안하여 실행할 수 제도를 마련해 국민에 대한 책임정치 실현.

◦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행정개혁은 숫자를 줄이기 위해 한군데 로 합쳐 놓았을 뿐, 기존의 기능, 인원은 동일하다는 비판이 많음.

․총무성은 기존의 우정성, 자치성, 총무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을 합한 것임.

․새로 출범한 문부과학성의 경우 교육, 문화, 스포츠, 과학기술 을 담당.

․행정기구의 개편으로 각 부처의 과장급 자리가 171개가 없어졌 다고 하나 대신 참사관, 관리관, 계획관이라는 명칭으로 87개가 새로 생김.

(3) 생산자 중시, 소비자 경시

― 일본의 경제의 현 모습을 결정짓는 또 한가지 요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생산과 투자(저축)를 강조하고 소비를 폄하하는 전통임. 이런 시각이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자본축적을 장려할 필요성 때문에 시작되었던 것임. 하지만 이런 관행이 국가적 가치관으로 굳어졌다 고 보임.

◦ <그림 13>은 1997과 1998년 동안 미국의 물가를 100으로 보았 을 때 G7국가들의 물가를 비교하고 있는데 그 동안 물가가 하 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과하고 일본의 물가가 제일 높은 것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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