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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교육수준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서도 출산 수준과 선명한 부의 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세계 출 산력조사(1974 World Fertility Survey)」 자료 분석결과를 보게 되면, 소득은 출산력과 비선형적인(non-lienear) 관련성을 갖지만, 여성의 교육수준은 직 선적인 부의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여성의 교육수 준을 통제하게 되면 소득이나 생활수준에 따른 출산력의 차이가 감소하거 나 영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에서도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출산수준과 교육수준이 부의 관계에 있다는 것은 교육수준이 낮은 집단 보다 높은 집단에서 우선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육 상층 집단의 행위는 교육수준이 높은 집단에서는 자녀에 대한 기대가 크 고 이에 따라 자녀에 대한 투자의 양이 증가하는 점과 연관이 있어 보인 다. 자녀에 대한 투자의 양이 증가하게 되면서 투자의 질을 높이는 차원 에서 적극적으로 자녀수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출산력이 낮아진 이후에는 교육수준이 상층인 집단의 출산력이 약간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김두섭, 2007).

소득, 교육수준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지표는 직업이다. 물 론 직업과 교육수준 그리고 소득은 상호연관이 있기 때문에, 직업에 따른 출산력의 차이를 직업의 효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다만, 직 업에 따라 구분되는 집단은 대체로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긴밀하게 상호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상에서 만나고 상호작용하는 준거집단으로 서 결혼 및 자녀에 대한 태도는 물론 실제 출산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가 능성이 더 높다(권태환ㆍ김두섭, 2002). 직종, 종사상 지위와 같은 직업지 위와 출산수준의 관련성을 보게 되면, 대체로 농림수산업과 같은 전통적

인 방식의 직업에 종사하는 집단에서 출산수준이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관련성은 대체로 남편의 직업을 기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90 년 센서스 자료에서 직종에 따른 출산력 차이를 살펴본 김두섭(2007)에 따르면, 농림수산업 종사자의 출산수준이 가장 높았고, 반면에 사무직 종 사자는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볼 때 가장 낮은 출산수준을 보였다. 그런 데,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기혼여성 자신도 직업상의 지위,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게 된다. 그리고 부인의 직종이나 직업환경은 남성 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직업지위를 공유할 수 있다. 다만, 직업영역에서의 성별 분절화 현상을 고려할 때, 대체로 기혼여성은 남편의 직업지위보다 낮은 직종이나 종사상 지위를 갖는 것이 더 보편적일 것이다. 따라서 부 인의 직업과 출산수준의 관계는 남편의 직업과 부인의 중간지점에서 협상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는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연령층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거나 혼인적령기의 젊은이들도 심각 한 취업난을 겪게 된다. 실업, 해고, 임시직과 비정규직의 증가로 대표되 는 노동시장의 불안정과 경기불황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혼인과 첫 출산의 시기를 연기하거나 자녀간 출산터울을 넓히도록 만들었으며, 이는 한국이 최근 초저출산 수준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 다고 판단된다. Davis(1963)는 출산을 제한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동기가 기아나 절대빈곤의 위협보다는 상대적인 박탈감의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과 높은 실업, 그리고 사회적 낙오에 대한 두려움을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산력 저하의 결정적인 원인 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림 2-3]을 보면, 25~29세 남자의 실업률이 1997년 4.9%에서 1998년 10.9%로 급격히 상승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같은 연령 집단의 여자와 30~34세 남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비록 실업

〔그림 2-3〕성 및 연령별 실업률의 변화추세, 1993~2005

7.8 8.3 7.8 7.3 7.4

7.0 10.9 10.4

4.9 4.2 3.6 5.7 5.3

0 2 4 6 8 10 1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

남 자 25-29세 남 자 30-34세 여 자 25-29세 여 자 30-34세

자료: 김두섭(2005, 2007).

률은 1999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경제위기 이전에 비 해서는 아직도 현저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임금, 노동시 간, 해고 등 노동시장의 다른 조건들에 관한 통계들을 보더라도 한국은 아직 경제위기의 후유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청, 2005). 따라서 지난 1997년에 있었던 IMF 사태는 한국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출산력을 살펴봄에 있어서 변곡점이 될 소지 가 높다. 이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차별출산력을 분석함에 있어서 최근 의 한국의 경제상황의 변동과 그 영향에 대해 진단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