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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7)

5. 결론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과거 일반의약품의 소매가격을 규율하고 있었던 표준소매가격규제는 유통업자들의 협상력에 기인한 유통업자 담합의 산물이며 따 라서 경쟁을 제약하는 반경쟁적인 거래관행이었다고 규정할 수 있다. 더구나 이 러한 제도가 정부에 의해서 법과 행정적인 조치들을 통해서 강제되고 있었으며 가격규제를 효율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입규제(일반의약품 판매의 약국판매 한 정)도 병행되고 있었다. 그러므로 표준소매가격규제는 소비자보호나 경쟁촉진에 반하는 반경쟁적이며 비효율적인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 은 무엇인가?

(1) 가격자율화

우선 표준소매가격규제를 폐지하여 의약품의 재판매가격 또는 약국판매

소매가격을 자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약품 가격자율화는 의약품의 소매가격

에 대한 표시를 업자들에게 자율사항으로 위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제약업

체들 가운데 재판매가격을 표시하여 재판매가격유지를 원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

는 대신 계약의 이행은 제약업체와 소매를 담당하는 의약품 유통업체들(약국 및

수퍼마켓 등)이 담당하도록 하고 아무런 가격을 표시하지 않고자 하는 제약업체

들은 가격표시 없이 유통업체들에게 판매하도록 한다. 다만 약국과 수퍼마켓을

포함하는 모든 의약품의 판매업체들은 각 약품에 대하여 약품들의 매대(counter)

또는 약품 각각에 판매가격을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조치는 각 의약품 최

종 판매자들이 자신들이 구입한 도매가격 또는 공장도가격에 적정한 마진을 붙여 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제조업자들과의 관계에서 의약품 유통업자들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재판매가격을 유지하기로 한 제품은 재판매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한 편, 이러한 가격에 관한 유통업자의 개별적 자율권에 대한 집단적 간섭을 배제하 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가격 자율화를 시행하는 이유는 유통업자가 제공하는 구매전정보가 필요하다고 제조업자가 인정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충분한 마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에게 구매전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하 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판매가격유지 행위의 허용이 과 거의 표준소매가격규제와 다른 점은 재판매가격유지 행위를 거절하거나 수용하는 의사결정을 각 의약품 유통업체가 자율적으로 행하며 이러한 의사결정에 대한 규 율은 당사자인 제약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서만 계약에 따라서 행하도록 하고 정 부의 법률적‧행정적 제재 또는 특정 이익단체들의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한 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경쟁적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제약업체들, 의약품 유 통업체들 각각 사이에 경쟁이 충분히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구매전 서비스도 충분히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자율화하면 정부나 제약협회 등 표준소매가격 규제를 시행하던 정부부서나 유관 이익단체들은 제약업체가 보고하는 공장도가격 이나 표준소매가격이 진실한 것인 지에 대해서 염려할 필요도 없고 가격규제의 시행을 위한 각종 행정비용(administrative cost)도 발생시킬 이유가 없다. 왜냐하 면 출하가격은 제약업체들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선에서 진실하게 결정될 것이며 소매가격 또는 판매가격은 약국, 수퍼마켓 등 의약품 소매업체들이 구입 가격에 적정마진을 합한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동일한 의약품에 대해서 약국마다 가격이 다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러나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네의 소형약국은 의약품 판매에 따르는 유통 비용이 대형약국이나 수퍼마켓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가격이 달리 책 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는 편이성을 선호할 경우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까 운 소형약국을 선택할 것이고 가격의 저렴성을 선호할 경우 멀리 떨어져 있더라 도 대형약국이나 할인점을 이용할 것이다. 만일 소비자들이 근접한 약국들의 편 이성을 선호한다면 소형약국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약국 들 가운데 문을 닫는 약국들이 생길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는 자유스러운 현상이 다. 왜냐하면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자신이 종사하던 산업이나 직업에서 퇴출하 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 농민들이 이 농하거나 수퍼마켓 경영자들이 그 상점을 폐쇄할 때 과거의 기득권에 따라서 정 부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그러한 퇴출을 억제하려는 규제나 보호를 행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더구나 가격자율화는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후생증대 효과를 가져오고 경

쟁을 촉진한다는 것은 앞에서의 설명으로 보면 명백하다. 따라서 가격을 자율화

하여 경쟁을 촉진하면서 필요한 구매전정보를 제공하고, 약국‧수퍼마켓 등을 포

함한 의약품 판매 기업의 수가 경쟁에 따라 결정되는 정책은 최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일반의약품 판매업 진입규제제도의 폐지

그러나 표준소매가격규제의 폐지만을 가지고는 경쟁을 촉진하는 데 미흡 하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진입규제도 동시에 폐지되어야만 한다. 약사법에 따르면 일반의약품은 그 소비에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의약품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는 특별한 식견이 없이 소비자가 독자적으로 선택한다고 할지 라도 부작용의 우려가 심각하지 않은 의약품을 통칭하는 말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의약품을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 이외에 여타 유통업체에서 판매한 다고 할지라도 그로 인한 부작용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약사법은 이러한 일 반의약품에 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판매를 약사면허를 취득한 자에 한하 도록 규정함으로써 약사들의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는 진입규제를 가하고 있다.

26)

표준소매가격제도와 이러한 진입규제 제도에 대한 옹호론자들은 우리 나라 약사 법의 일반의약품에 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개별의약품에 대한 분류 자체 가 온전하지 못해서 재분류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일반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분류를 명확히 하는 것이 문제일 뿐 전문적 지식을 요하지 않는 의약품을 특정 면허의 소지자들만이 판매할 수 있도록 정당화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 다. 더구나 진입규제의 폐지는 약국들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 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약사회를 비롯한 이익집단들이 반발하는 것은 지금까지 실현해 온 독점적 이윤을 현상유지 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27)

또한 진입규제에 대한 폐지는 단순히 소비자의 의약품 구매 편리성을 보 장하는 것 이외에도 개별 의약품의 진정한 판매가격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26) 이러한 진입규제를 가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국민건강의 보호와 의약품 사용에 따르는 안전성 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27) 대한약사회가 보건복지부에 단순의약품의 수퍼 판매에 반대하는 입장을 제시한 내용 가운데에 는 미국에서는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한약을 국민건강상의 고려와 안전성에 대한 고려 때문 에 한약사들만이 판매해야 한다는 논리를 정부가 펴면서 어떻게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는 수퍼 판매를 허용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같은 논리는 설사 일반의약품이 전문 적 지식없이 판매될 수 있는 제품일지라도 한약사들에게 한약판매를 독점시키고 있는 것처럼 약사들에게도 같은 논리로 일반의약품 판매를 독점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 다. 그러나 만일 한약이 전문적인 지식없이도 판매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에 대해서 지적하 고 이에 대한 판매를 자율화하도록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지 한약판매에 대해 정부가 한약사들 의 독점권을 보호하고 있으므로 일반의약품의 판매에 대해서도 약사들이 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미국이 한약을 건강식품 으로 분류해 이를 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의약품에 대해서도 일반의약품은 전문 적 지식 없이도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약사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판매를 약국에만 제한하는 것은 우리 정책당국이 모순된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만일 지금과 같은 매장구조를 가진 약국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 소비자는 가격정보를 얻기 위해서 특별히 약국들을 전전해야 한 다. 이러한 가격정보를 위한 탐색비용은 대단히 크다. 그러나 수퍼마켓 또는 할인 점 등 유통업체들에서의 의약품 판매를 허용할 경우 여타 잡화 또는 식료품을 구 입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이 점포를 방문할 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들의 가 격 등에 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파악하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소비자들은 이 러한 의약품에 대한 가격 등의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이용하는 약국이나 일반 소 매점들의 의약품 가격을 비교‧평가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가능성은 소비자에 대 한 특정 유통업자들의 기만행위를 방지하여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서 작용하게 된다. 더욱이 경쟁자들의 진입은 의약품 판매업에서의 경쟁을 강화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강화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유통을 담당하는 약국이나 유통업체들은 유통비용을 최소화하고 가장 품질이 좋은 의약품을 가장 저렴한 가 격에 공급하고자 노력하게 될 것이다. 제약업체들은 제품의 판매를 확대하기 위 해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좋은 의약품을 유통업체에 공급하려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제조과정의 비용절감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경쟁의 효과는 의약품 산업에서의 전반적인 경제적 효율성 제고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제약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의약품의 판매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소비 자가 의약품 구매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각종 정보들을 제공하는데도 치열한 경 쟁을 벌일 것이므로 과거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축소되어 소비자의 선택이 훨씬 합리적인 것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의약품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은 지금과 같 이 경쟁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하에서 보다 의약품 오‧남용의 소지를 축소하는 역 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28)

28) 물론 과대․과장 정보의 제공으로 인한 문제발생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대․과장 정보의 제공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현재도 부당 표시․광고에 대한 제재 등을 통해서 개입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의 보급확대로 다양한 의약품 정보의 제공 이 이루어지고 있고, 소비자 상호간 의약품 관련 정보의 신속한 교환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과 대ㆍ과장광고는 특정 의약품을 한번만 판매하고 영업을 중단하려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할 인센티브가 지극히 작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우려는 크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