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언론인이 추구하는 독립적 자유언론은 정파보도를 벗어나고, 교조적 객 관보도도 극복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탐사보도는 언론인의 직업정신의 핵심에 소명
의식을 위치시켜 놓는다. 탐사보도 역사에서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했거나 탐사보도 전문가라고 평가받는 언론인은 대부분 그것이 무엇이든 소명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탐사보도 모형은 소명의식을 탐사보도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으로 평가한다.
소명의식은 내면에 있는 신으로서의 대의, 즉 신념과 그것에 열정적으로 헌신하 는 행위로, 신념과 그것을 이루려는 열정이다. 중요한 것은 대상이 무엇이든 소명의식 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에 기록되는 탐사보도를 남긴 언론인들의 경우 가치나 이념에 대한 신념이 강했다는 점에서 이념이나 가치 등도 소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명은 단순한 이념이나 가치 측면을 넘어 직업적으로 구현해야 할 윤리를 포 함해야 하며 그럴 때만이 신념윤리를 넘어 책임윤리의 구현이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 다. 교사의 소명이 이념이나 가치가 될 수도 있지만 일 자체, 즉 잘 가르치는 것이 기 본이 되어야 하며, 택시운전사의 경우 마찬가지로 승객의 안전이 이념이나 가치에 앞 서 소명의 기본이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탐사보도가 추구하는 목표는 진실 보도를 통한 변화이다. 이를 위해 윤리적으로 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결 과를 상상하고 원래 바라던 목표와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를 생각하는 사려 깊음을 의 미하는 책임윤리의 구현은 가치자유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의 조화와 균형, 그리고 책임윤리를 가능케 하는 지적 기반으로 가치자유이다.
가치연관에서 볼 때, 탐사보도의 취재 대상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정치권력이 나 자본권력 등 어떤 인물이나 세력으로부터도 독립적이어야 하며 어떤 정파와 유착 해서도 안 된다. 동시에 탐사보도는 특정 정파와 유착하지 않은다면 언론인의 이념이 나 가치를 포함한 소명의식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 또는 권장한다. 가치 토론에서 보면, 탐사보도는 취재 수단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재 목적의 실현가능성을 재평가한 뒤 취재 수단과 취재 목적 사이 어울림이 있다면 혹시 뒤따를 부수적 피해를 차단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언론인은 소명의 실천을 위 해 취재윤리가 허용하는 최대치까지 집요하게 파고 들거나 윤리의 경계를 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탐사보도 언론인들은 집요한 취재를 통 해 기존에 정해진 취재윤리의 경계를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탐사보도에서 가 치토론은 수단과 목적을 평가하고 목적이 부작용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의미를 갖는지 를 책임지려는 반성의 연속이다. 탐사보도에서 윤리적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 줄 만 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치토론은 대안으로 수단과 목적 사이의 연결 관계 에 중점을 둔다. 가치토론은 탐사보도의 윤리적 문제는 보도가 진행되는 중에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입장이다. 사후약방문 식의 윤리를 가치토론은 반대한다. 소명의식과
가치자유에 충실한 언론인은 선지자형의 모습이다. 다만 연구자는 탐사보도의 가치평 가가 정당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현재로서는 유보한다. 베버는 과학의 가치평가를 배제했지만 철학이나 정치 등의 가치평가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연구자는 언론의 역할이 철학이나 정치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사회적, 학 문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현실적으로 한국 언론 전반에서 가치평가가 빈번 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런 현실이 탐사보도의 가치평가를 저절로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명의식과 가치자유의 과정을 거친 탐사보도는 결과적으로 개별 또는 총합으로 볼 때 이념적일 가능성이 높다. 탐사보도의 이념성으로 미국의 경우 탐사보도 언론인 들은 대부분 진보 성향으로 보수 성향으로는 <뉴욕타임스>의 윌리엄 사파이어 (William Safire)가 유일하게 뽑힐 정도이다. 탐사보도 언론인들은 개혁을 추진하는, 사 회적, 경제적 소수자를 돕는, 그리고 끊임없이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이슈들은 전통적으로 진보 이념과 가치 영역에 속해 있었다(Hamill, 2003).
다만 탐사보도와 정파보도는 외형적으로는 비슷하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결과물인 보도가 특정 입장을 표명했을 경우 그것을 탐사보도의 이념성과 정파보도의 정파성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념이나 가치가 가치자유와 가치 함몰 중 어느 과정을 거쳤는지는 어쩌면 언론인 본인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 나 앞서 정파보도에서도 언급했듯이 직업정신, 목표, 윤리, 가치와 실천 등 모든 측면 에서 탐사보도의 이념성과 정파보도의 정파성은 다르며 구별되어야 한다.
영국 BBC의 마크 댈리(Mark Daly) 기자의 예를 들어 탐사보도의 가치자유의 실 천 과정을 살펴보자. 그는 영국 맨체스터경찰청의 경찰 훈련 학교에 훈련생으로 7개 월간 잠입해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내 영국의 오스카상이라는 바프타 (Bafta)상을 탔다. 그에게는 잠입취재 경험이 10차례 정도 있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잠입취재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영국 경찰 내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그의 의심은 단순한 추측이 아닌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영국 경찰 문 화를 조사한 보고서와 경찰 간부들의 증언,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들을 모두 종합해 인종차별이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에 이르렀다. 이런 합리적 의심에 이르게 한 충분한 증거들은 취재 시작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뿐만 아니라 나중에 보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취재 자체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충분한 증거가 없 었다면 잠입취재에 대해 매우 엄격한 BBC의 내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합리적 의심이 사실인지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가능한 취재 방법을 검토했는데
유일한 결론이 잠입취재였다. 잠입취재는 그가 선택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경찰 훈련 생으로 잠입취재를 진행하면서 그의 대원칙은 열정을 앞세우지 않는 것이었다. 즉 목 표를 증명하고자 하는 열정이 어떻게 취재하는가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모든 취재는 정당하게 그리고 도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BBC 내부의 잠입취재 규칙들 외에도 자신만의 원칙들을 정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절 대 선동하지 않는다”였다. 그는 훈련생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주의자인 척하지 않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을 스스로 금지했다. 다른 훈련생들과는 감정적으로 동화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취 재 과정에서 벌어질 여러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가상 시나리오도 스스로 준비했 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그의 모든 취재물은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는 점이다. “두 번 째 의자(second chair)”라고 불리는 사람이 180여 시간의 영상을 빠짐없이 검토했는데 취재팀으로부터 독립된 그의 목적은 오직 취재물이 BBC의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검증 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BBC는 보도에 대해 경찰은 물론 다른 언론들까지 도덕 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증을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모든 취재는 철저하게 도덕적이어야 했고 이는 증명될 수 있어야 했 다(Daly, 2011, pp. 88-96).
객관보도의 틀에서 벗어나 탐사보도 언론인의 전문성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특히 탐사보도 언론인의 이념이나 가치 등 소명의식이 전문성에 고려되어 논의될 필 요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탐사보도 언론인의 전문성은 소명의식과 가치자유의 결합 에서 쌓여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소명의식과 가치자유 결합의 능수능란함 그리 고 그 능수능람함의 결과가 탐사보도 정의(진실, 폭로, 변화)와 부합할 때 탐사보도 언론인의 전문성이 쌓여가는 것이다. 여기서 소명의식은 전문직 논의에서 정신, 가치 자유는 실천에 해당한다. 소명과 가치자유 결합이 미숙할 때는 조직이 미숙함을 보완 해 주고, 경험이 쌓여 조직의 보완이 필요 없는 수준으로 결합이 능수능란할 때 탐사 보도 전문 언론인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탐사보도 언론인의 전문성에서 객관성은 두 가지를 내포한다. 하나는 소명의식의 객관성이다. 이는 소명의 실천에서 사리사욕이나 가치함몰에 빠지지 않는 대의에 대한 열정적 헌신, 즉 대의에 대한 강 력한 믿음이 탐욕이나 비창조적 흥분을 억제하고 그래서 이성에 의해 규율 되는 심리 적 상태를 말한다. 둘째, 가치자유의 객관성이다. 사실과 가치의 구분 속에서 사실에 대한 존중과 과학적 엄밀성의 추구로 객관보도의 장점을 수용는 객관성이다. 탐사보 도 언론인의 신념윤리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책임윤리로까지 승화해야 하며, 언 론인은 신념과 책임윤리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무엇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