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동안 해직이나 퇴직한 후 <뉴스타파>에 합류한 참여자들이 두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명박 정권에서의 해직과 박근혜 정권에서의 복직이 좌절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분노는 더 커졌을 것이다. 해직 후 동고동락했던 동료 중 일부가 재판에서 승소해 복직해도 회사가 그들에게 다시 징계를 내리는 것도 지켜봐야 했다(김성후 & 이진우, 2016).
모두 정권의 언론 장악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 참여자들의 생각이었다.
참여자들은 두 정권의 성격이 같다는 의미로 공개적으로 “이명박근혜” 정권이라고 부르며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두 정권은 <뉴스타파> 출범 이후 집권 권력으로 탐사보도의 본원적 기능 가운데 하나인 권력 감시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분노의 대상이 자연스럽게 언론인으로서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할 대상이 되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해 적극적인 비판 보도를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후원회원의 정치적 성향은 이런 소명의식에 더욱 에너지를 넣었다.
<자료 34> 선배 집단 한 명과 심층면담 중에서(2017년 6월 16일)
기본적으로 이 보수 정부에 대한 미움들이 있잖아요. 개인사 비롯된 일이던가 어쨌든 정치적인 성향에서 그랬던 간에. 그게 당연했던 거 아닌가요? 저만해도 마음가짐이 좀 다른.
<자료 35> 선배 집단 한 명과 심층면담 중에서(2017년 7월 2일)
참 부정하기 어려운 게 여기 <뉴스타파>에 한을 가지고 여기에 오신 분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이제 아주 나쁘다라고 볼 수는 없는 어쩔 수 없는 거인 거에요. 다니던 그 회사에서 뭐 KBS, MBC에서 이런 저런 안 좋은 일을 겪고.
… 저 새끼들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내 인생이 여기까지 이렇게 왔으면.
저는 이런 부분도 존재했다고 봐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까지를 사실은 완전히 눌러버리고 제작을 하고 하기에는 또 그거를 넣었을 때 공감해주는 시청자들 우리 후원자들 층들이 또 많았다. 그게 저는 이게 상호작용을 하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보도를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표출된 것은 시즌 1과 시즌 2의 기간이다. 언론노조의 언론운동 프로젝트 시기였던 만큼 이념성이나 정파성의 표출이 보다 자유로웠던 시기였다. 조사 결과 시즌 1과 시즌 2 기간에는 모두 219건의 보도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31건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보도였다. 전체의 14%에 달하는 비중이었다. 아래 보도 목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목에서도 감정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표 6> 시즌 1~2 기간 이명박, 박근혜 관련 보도
보도 날짜 보도 제목
2012.01.27 MB 임기 말 14조 무기도입 추진 ... 미국의 압력 의혹 2012.01.27 변상욱 칼럼 “MB탈당, 아무 의미 없다”
2012.02.17 위키리크스: MB정부의 대일본 굴욕외교와 미국의 태도 2012.02.17 공갈영상: MB-오바마 디트로이트 방문
2012.02.24 Wikileaks: MB, 포퓰리즘을 비난할 자격있나?
2012.03.24 위키리크스 - 국권침탈 100년, 여전히 비굴한 MB 정부 2012.03.24 변상욱 칼럼 - MB 정부의 역사적 정체성은?
2012.03.31 박물관 만찬, MB정부의 천박한 문화관 2012.04.20 공갈영상: 수첩공주에서 녹음공주로 2012.04.27 변상욱 칼럼: 떠나는 MB에게 묻는다 2012.05.05 공갈영상: 박근혜 압그레이드
2012.06.02 변상욱 칼럼: MB가 ‘종북’으로 간 까닭은?
2012.06.30 인천공항 지분매각 - MB의 민자사랑 2012.06.30 변상욱 칼럼: 대선을 앞둔 마지막 꼼수 2012.08.17 시선: 박근혜와 7명의 원로들
2012.08.17 최용익 칼럼 - 박근혜 후보의 역사의식 2012.08.17 최용익 칼럼: 현실 왜곡하는 대통령의 경축사 2012.09.21 박근혜 역사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2012.10.23 박근혜 캠프의 언론플레이
2012.10.26 최용익 칼럼 - 박정희와 정수장학회 그리고 박근혜 2012.11.03 이명박 대통령 경제공약 집중 점검 - 부자편 2012.11.03 이명박 대통령 경제공약 집중 점검 - 서민편 2012.11.03 최용익 칼럼- MB 말기 꼼수 2
2012.11.10 박근혜만 바라보는 KBS TV토론 2012.11.10 MB 5년, 재갈 물린 국민들 2012.11.16 박근혜, 바꾸네
2012.11.16 박정희는 神입니다 2012.11.16 이명박 정부 치적의 꼼수 2012.12.01 박근혜, “제가 뭐라고 했죠?”
2012.12.08 다카키 마사오와 6억 원 2012.12.15 이명박 5년, 행복하셨습니까?
<뉴스타파>는 시즌 3부터 탐사보도 전문 언론을 추구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비판 이라는 소명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선거 이전과 같은 감정적 태도를 지양하면서
비판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당시 정권이 하는 “본 헤드 플레이” 또는 “멍청한 짓”
이 이들의 눈에는 잘 띄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인의 당연한 책무 가 아니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선배 집단은 주류 언론이 두 정권의 실체를 은 폐하면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뉴스타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적폐 세력이었다. 그러나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이명박근혜”라는 소명의식은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여전 히 두 전 정권의 행적을 적폐로 규정하며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야 한다는 요구도 있지만 설득력이 예전 같지는 않았다.
3) 탐사보도: “우리가 일등이 되자”(생존)
“저널리즘”이 사명감을, “이명박근혜”가 분노를 핵심으로 하는 소명이라면
“탐사보도”는 생존 차원의 소명의식이다. 생존 문제가 어떻게 소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일 수 있지만 장인의 경우를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이해될 수 있다. 장인의 소명의식은 그가 가진 직업의 핵심 기능에 대한 것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장인은 더 이상 그 직업을 생존의 바탕으로 삼을 수 없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 전문 언론을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참여자들이 탐사보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장인과 마찬가지로 직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재정 기반인 후원회원이 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 참여자들에게
“탐사보도”라는 소명은 탐사보도 언론인이라는 직업정신에서 생존이 걸린 핵심적인 소명의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험에 가까운 출발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가 언론으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역설적으로 보수 언론과 공영방송의 권력과 유착 내지 침묵이 도움이 됐다.
<자료 36> 선배 집단과 일상대화 중에서(2014년 12월 2일)
최근 2년 동안 운이 좋았던 거예요. 성공이란 말도 웃기긴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오게 된 데는 운이 굉장히 좋았어요. 대중들이 우리에 대해서 굉장히 호평해 주고 그리고 언론 지형들 객관적인 우리와 상관없이 주어진 외부 정치적인 여러 가지 계속적으로 탄압을 해주고 계속적으로 반언론정책, 반언론자유정책을 계속 썼으니까. 거기에 지상파들이 호응해주면서 제 역할
못했고. 그렇잖아요 제 역할 못 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우리가 4대강 아무 거나 찍어서 보내도 다 먹히던 시절이잖아요 다 특종이고. 운 좋았죠. 조세피난처도 운 좋았고. 세월호도 운 좋았고. 그리고 간첩 사건도 굉장히 운이 좋았어요.
이후 <뉴스타파>는 시즌 3를 시작하면서 다른 언론이 하지 않는 것을 보도하거나 다른 언론의 보도를 비판하던 대안 언론의 성격에서 벗어나 탐사보도를 통해 명실상부한 언론으로 인정받자는 쪽으로 선회했다. <KBS> 출신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자료 37> 선배 집단 한 명과 일상대화 중에서(2017년 6월 19일)
시즌 3에 접어들면서는 전체적으로 시니어는 물론 김용진이나 나도 똑같이 동의했던 건 뭐냐면 정반합에서 합으로 가자 합으로 가서 걔들이 할 만한 아이템, 기성 언론이 할만한 아이템에서도 성과를 내고 우리가 1등이 되고. 같은 카테고리 아이템에서도 그게 내 욕심이었고 김용진의 욕심이었고 기존 어떤 여기 있던 기자들의 욕심이었다고 봐. 그렇기 때문에 자체가 상당히 변한 거지 변한 거야 이쪽으로 이동을 한 거야.
탐사보도에 대한 소명의식은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욕구로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인정받고자 하는 이유가 사회적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직업의 유지 측면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탐사보도에 대한 소명의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모든 언론이 제약 없이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뉴스타파>의 탐사보도 경쟁력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그 동안 <뉴스타파>가 성장하고 인정받아 온 것이 상당 부분 운에 의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이 확산됐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제6장 제4절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