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정책의 제한된 합리성
정책의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정책은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수립되 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이상적인 주장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정책 평가에서 는 정책의 합리성이 평가의 중요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주재현, 2004).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여 그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를 객관적이고 과학 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정책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는 ‘정책 평가’
에 대한 학자들의 정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Wholey et al(1970)은 정 책 평가를 “국가 계획의 목표가 어느 정도로 달성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라고 하였으며, Anderson(1979)은 “국민의 생활조건에 정책이 미친 영향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책의 합리성은 정책 시행을 통한 정책 학습의 과정을 설명할 때도 등장 하게 된다. 정책 학습에 대해 Dye(1981)는 정책 평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 는 것은 정책의 결과에 대한 정책 학습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정부가 특정 정책의 지속 또는 변화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정책 평가자료가 근거로써 활용된다는 것이다(안해균, 1997). 정책에 대한 평가와 이를 통한 정책 학습을 강조하는 것은 특정 정책의 목표와 결 과 사이에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의미하고 이를 학습한다는 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정책의 합리성의 개
념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합리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입장은 점차 여러 학자 들을 통해 비판을 받게 된다. Popper(1963)가 단순한 합리주의(naive rationalism)라고 말한 극단적 합리주의에 따르면 정책의 계획이 선한 경우 정책의 결과도 선한 것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계획 단계에서는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unanticipated consequences)인 역효과 (reverse effect), 부수효과(side-effect), 무 효과(null effect)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간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는 비판적 합리주의(critical rationalism)가 등장하게 되었다(Simon, 1972). 인간은 인지의 한계 (cognitive limitations)로 인해 모든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고 한정된 정보 를 바탕으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Hogarth, 1980; 권남호, 2018 재인용).
정책의 합리성의 개념에서 극단적 합리주의에 따른 주장보다는 제한된 합 리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정책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 으로 개념이 발전하게 되었다. 자연과학에서의 실험설계의 방법을 사회과학 의 영역에서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사회 현상에서는 자연과학의 실험실에서와 같은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실험설 계(experimental designs)6)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완화하여 준실험설계 (quasi-experimental designs) 방법을 활용한 정책 평가를 진행하려는 노 력이 증가하게 되었다.
나. 정책의 정치성
정책을 사회의 제도화된 정치적 과정의 산물로 보는 입장에 따르면 정책 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
6) 사회과학 분석방법 중 실험설계(experimental designs)의 대표적인 형태는 동질적인 집 단에 대한 사전-사후 조사비교 설계 등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무작위로 배치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윤리적 문제 등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경 우가 많다. 따라서 실제로는 통제집단과 실험집단을 무작위로 배치하지 않은 비등가집단 사전-사후 조사 비교실험 등이 많이 실행되고 있다(주재현, 2004).
한 이해관계와 가치를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 복수의 이해관계와 가치 들이 혼재된 상황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과정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과정은 정책 문제에 대해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해결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책 결정과정에는 과학적 지식도 필요하지만 바람 직한 가치에 대한 지식과 구체적인 정책 상황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김항 규, 1995). 정부가 정책수단을 선택하는 기준은 정치적인 성격을 가지며, 특 히 이념적 지향과 가치는 정책수단과 도구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정 정길, 1997). 따라서 특정 시기마다 정책수단의 선택에 일종의 경향성이 나 타나게 되는데, 시기별 정책수단에 대한 선택이 달라지는 것은 정책이 정치 적 맥락에 따른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한편, 정책의 합리성과 정치성과 관련하여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도구주의적 관점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정부가 도구적 합리성에만 매 몰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은 국민의 선호와 상반된 목표를 정부 가 능률적으로 수행할 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Singer & Wooton, 1976; 이종범, 2005 재인용). 코로나19 통제정책의 경우 통제를 통해 달성 하고자 하는 국민의 건강보호라는 공익적 가치와 통제로 인해 제약되는 경제 적 자유 등의 기본권의 충돌상황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제 수준을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으로 설정해야 되는지는 가치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 각국의 정치 지도자의 지지율이 상승 하는 현상(rally round the flag)7)이 나타난 이유도 코로나19 정책 문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속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다. 난제(wicked problem)로서의 정책 문제
정책 문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고 복잡하여 해결하기 어려운 정책 문제를 ‘난제(wicked problem)’8)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 특성은 기존의
7) Economist(2020.5.9.). “Covid-19 has given most world leader a temporary rise in popularity”.
8) 난제(wicked problem)에 대해 Head(2008)는 복잡성, 불확실성, 이해관계의 분화라는 세
일반적인 정책 문제와는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난제의 경우 정책 문제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유동적인 특징이 있어 기존 대응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렵다. 따라서 정책목표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고 표준화된 대응 수 단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만, 난제의 개념은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특성을 일반화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일반적 인 정책 문제의 경우도 정책 문제의 특성에 따라 난제적 성격을 일정부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기술 발달과 글로벌화로 인해 사회의 다 양성이 증대되어 정책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어 정책 문제의 난제적 성격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 회의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다차원적으로 받아들이고 상호 협업을 통한 문제해결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로나19 대 응 및 통제정책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전형적인 난제적 성격의 정책 문제(권향원, 2020; 문명재, 2021)라고 볼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용하여 정책을 변화시켜나갈 필요가 존재하였다.
<표 Ⅱ-6> 난제(wicked problem)의 특징
가지 측면에서 각 단계가 높은 문제를 난제라고 정의하였다. 이후 Head & Alford(2015) 는 난제를 문제의 정의가 어렵고 해결방안을 찾아내기 어려운 복잡하고 불확실한 문제라 고 하였다.
구 분 일반적인 정책 문제 난제(wicked problem)
문제의 특징
기존의 단일방식의 대응이 가능한 문제
기존 대응방식이 적용되기 어려운 문제
잘 알려지고 정의된 문제 미지의 부정의된 문제 고정된 문제
(problem in fix)
유동적 문제 (problem in flux)
정책 목표 목표가 명확함 목표가 불명확함
출처 : 권향원 (2020: 12)을 참고하여 저자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