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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기반 정책변동과 정책 학습

정책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실증적인 분석이 주로 요구되고 활용된다.

<표 Ⅱ-7> 근거가 정책 과정 단계별 반영되는 유형

자료 : National Research Council(2012)을 참고하여 저자 재구성

나. 근거의 선택과 해석

근거기반 정책에 있어서 논란이 되는 부분 중에 하나는 정책변동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된다. 근거는 엄밀한 방법론에 따라 산출된 과학적 지식(scientific knowledge)만을 근거 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보다 폭넓은 범위의 정보와 지식도 포함해야 한

13) 정책 결과(outcome)은 정책 산출을 바탕으로 궁극적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변화 를 의미한다.

구분 정책

단계 내 용 비 고

(1)

정책 결정 및 변동

정책문제 개념을 정의하는 데 활용

예) 코로나19 (SARS-CoV2) 바이러스 모양 및

구조 통계자료

자체를 활용 (2) 정책문제의 심각성이나 수준을 측정하는 데 활용

예) 코로나19 치명률, 중환자 수 등

(3) 정책 대안들을 검토하는 데 활용

예) 해외 국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집행 현황 사례 연구

(4)

정책 시행시 예상되는 결과를 검토하는 데 활용 예) 21시 이후 영업시간 제한조치로 인해 예상되는 이동량 및 매출감소 추정

사례 연구 실증 분석

(5) 정책 평가

정책 시행 후 정책에 대한 평가에 활용 예) 21시 이후 영업시간 제한조치가 코로나19 확산 감소에 미친 영향

실증 분석

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과학적 지식을 강조하는 입장은 현상과 결과 사이 의 인과관계(causal relationship)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1960년대 이후 사회과학에서 인과성(causality) 기준14)을 제시하고자 한 연 구들(Campbell & Stanley, 1963; Shadish et al., 2002)의 흐름에 영향 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과학적 근거를 강조하는 입장은 근거의 타 당성(validity)15)에 대한 검토를 중요시한다.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지식은 추 론의 형태로 나타나며 그 추론이 얼마만큼 근사적(approximate)으로 참에 가까운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타당성의 위협요인을 고 려하여 추론을 진행할 것을 강조한다.

이와 달리 근거의 범위를 정책 결정에 기반이 될 수 있는 관련 지식과 정 보도 포함되는 입장에 따르면 근거의 위계성에 따른 과학적 지식으로 근거의 범위에 한계를 설정할 경우 관련 연구의 부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Boaz et al., 2008). 특히 사회과학의 경우 에는 무작위통제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이 불가능한 경우 가 많고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단순화한 모형을 통해 산출된 연구 결과가 실제로 유용 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측면이 있다. 정책은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협상과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한 근거라고 하더라도 실제 이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오철호, 2015). 정책 결정 과 변동과정에서는 현장의 실무적 지식과 맥락적 지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 조하는 주장(Schorr, 2003; Pawson, 2006)도 근거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 서 해석하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14) 기존 사회과학 연구가 변수 간 상관관계(correlation)에 대한 연구가 많았는데 이후 인 과론을 활용하여 인과관계를 검토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강조하게 된다. 변수들 간의 공 동의 변화(covariation) 또는 경험적 연관성이 존재하고, 결과 보다 원인이 선행되어야 하 며, 다른 변수로 인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인과성이 존재한 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고길곤, 2021; 한승훈·안혜선, 2021).

15) 타당성의 종류는 크게 구성개념의 타당성(construct validity), 내적 타당성(internal validity), 외적 타당성(external validity)으로 구분할 수 있다(김병섭, 2010; 599).

근거기반 정책에 영향을 미친 근거기반 의학(Evidence-based medision) 의 경우도 최근에는 엄밀한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임상적 경험과 환자와 환 자 주변의 환경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유연화를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근 거기반 정책에서 근거의 범위도 보다 폭넓게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 인다. 국내 근거기반 연구에 대한 선행연구의 입장도 근거를 한정된 범위만 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윤건, 2012; 고길곤, 2017; 김병조·은종환, 2020;

정성호, 2020). 다만, 근거 간에 서로 충돌이 있는 경우에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타당성이 높은 근거를 활용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Davies & Nutley, 2000; 고길곤 외 2020: 4 재인 용).

다. 근거기반 정책 학습

정책 학습은 과거와 현재의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정책 수정과 새 로운 정책의 토대가 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책지지연합모형(ACF)에서 정책 지지연합 간 토론 등을 통해 나타나는 정책 지향적 학습(policy-oriented learning)을 정책 변화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기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실에서는 정책 지향 적 학습 뿐 아니라 비난 회피적 학습과 같은 권력 지향적 학습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학습이 정책 지향적 학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근거 (evidence)에 기반한 정책 지식의 축적이 중요하다. 오늘날의 정책 환경은 과거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자료가 생성되고 사용되고 있어 정책 학습을 위 해 적절한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바탕으로 한 근거기반 정책 학습이 더 요 구되고 있다. 해당 정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될 수 있는 자료 중에서 어떠 한 자료들을 선택하고 분석 기간과 방법을 어떻게 설정하고 해석하는지에 따 라 학습의 방향과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거기반 정책학습은 정책목표와 정책집행 결과 사이의 오차(error)를 줄 일 수 있도록 돕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기존 정책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

은 부작용(unintended consequences)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발견하여 새로 운 정책 대안 검토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정책 학습 자료를 제공할 수도 있 다. 특히, 특정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다른 무엇인가가 희생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발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근거기반 정책 학습을 통해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점진적인 개선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경우에도 코로나19 확산 억 제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자원의 이동의 제약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economic impact)라는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다. 이를 인정하고 근거기반 정책 학습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를 조 정하거나 단계별 세부 정책을 점차 개선하여 방역과 경제적 피해가 적정 수 준의 균형(optimize)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근거기반 정책 학습은 정책분석 과정 속에서 사회적 상호 작용(social interaction)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책 담당자 또는 정책 집행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학습과 정책분석에서도 근거기반 정 책 학습을 통해 오차와 부작용과 관련된 정책 대안이 제시된다면 이는 사회 적 상호작용을 통한 정책결정 과정을 정책 집행조직 내에서도 검토할 수 있 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근거기반 정책 학습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토론과 숙의과정에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은 정책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근거기반 정책 학습의 결과로 산출되는 자료들을 시민들과 공유하여 시민들 의 정책 학습을 촉발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 스스로 정책 선호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하여 과도한 정책 요구가 아닌 정책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제 3 절 근거기반 정책변동 과정의 이론적 쟁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