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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과학과 정책의 관계에 따른 한계

정책의 근거에 대해 엄밀한 과학적 지식과 분석만을 강조하는 것은 정책 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속성을 간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책결정 과정에 서 다양한 공익적 가치들이 논의될 수 있는데 과학적, 경제적 분석만을 강조 하면 이를 소홀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근거의 요건과 범위를 엄 격하게 한정할 경우 기술·과학 만능주의의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중심으 로 정책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Clarence, 2002; 한승훈·안 혜선, 2021 재인용). Caplan(1979)는 과학적 근거가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는 이유는 정책 결정자와 연구자는 별개의 다른 ‘두 개의 공동체(two communities)’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정책 결정자는 현실에 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정치 권력의 의도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연구자가

제공하는 엄밀한 과학적 지식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 Cameron et al.(2011)도 정책 결정자는 연구자들과 달리 엄밀한 방법을 통해 산출된 근 거 보다는 실현 가능하고 설득력이 높은 근거를 더 선호한다고 하였다.

이와 달리 Newman & Head(2015)는 정책 결정자들이 연구자의 연구를 활용하고 있으며, 정책 결정자와 연구자가 분리되어 있다는 Caplan(1979)의

‘두 개의 공동체’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였다. 특히 정책 문제가 기존의 일상적인 문제와 달리 난제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 정책 문제를 이해하거 나 해석하기 위해서라도 연구자의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코로 나19의 경우도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많았기 때문에 정책 결정자도 과학적 지식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자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는 사회적 거 리두기 공청회와 토론회 등에서 대부분 전문가들이 발제를 진행하였고 이후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듣고 토론을 진행하였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 라서 코로나19라는 정책 난제의 해결을 위한 과학적 근거의 생산은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정책기반 근거(Policy-based evidence) 현상의 발생

근거기반 정책변동을 위해 사용되는 근거의 생산은 해당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에서 생성되거나 소관 부처의 계획에 따라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해당 근거는 특정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자료로 생성되거나 정책 방향과 다른 증거는 처음부터 생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 해 당 정책의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정책의 변화 를 선도하려는 입장에서는 주장의 합리성과 설득력을 높여줄 근거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이때 정책 소관부처에서 해당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경우 이 를 고려하여 근거들을 생산하거나 이와 반대되는 근거의 자료를 생성하지 않 거나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근거기반 정책이 아닌 ‘정책기반 근거 (policy-based evidence)’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Weiss, 1979).

Solesbury(2001)는 근거의 다양하고 복잡한 성격으로 인해 과학이 정책 에 반영되는 과정에 정치적 권력이 영향을 미치고 근거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고 하였다. Pawson(2006)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선택적 근거선택 (cherry picking of evidence)’이라고 하였으며, Gray(1997)도 근거를 편 향적으로 선택하거나 이데올로기에 따른 편견, 개인적 추측 등에 근거한 정 책을 ‘의견기반 정책(opinion-based policy)’이라고 지칭하였다. 정책기반 근거가 활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정부의 활동이 직접 참여자가 아닌 외부인에게 ‘블랙박스(black box)’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정책과 관 련한 각종 토론회 및 공청회에서 해당 정책에 반대하는 정책 행위자는 자신 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들을 새롭게 생성하여 발표하거나 정부에 자료 를 공개하라고 주장하게 된다.

Strassheim & Kettunen(2014)는 정책기반 근거 현상이 나타나는 유형 을 인식의 비대칭이 발생되는 대상과 근거 선택의 동기를 기준으로 <표 Ⅱ -8>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분류하였다. 구체적으로 정책 행위자 관련 인식의 비대칭이 존재할 때 근거 선택의 동기가 인식적(coginitive) 선택일 경우 ‘지 식독점(Knowledge-monopolisation)’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달리 정 책 행위자 관련 인식의 비대칭이 규범적(normative) 근거 선택 동인과 결합 하는 경우 ‘비난회피(Blame-avoidance)’적 정책기반 근거 현상이 발생된다 고 하였다. 특히 정책결정 행위자들이 근거기반 정책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 할수록 오히려 정책기반 증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다. 사전에 결정 된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근거를 제시하는 ‘목표-수단 전도’ 현상이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책수단에 대한 인식의 비대칭이 존재할 때 근 거 선택의 동기가 인식적 선택일 경우에는 정책수단이 선택되는 과정에 대한 정보 등을 공개하지 않는 ‘블랙박스(Black-boxing)’ 유형의 행태가 나타나 며 근거 선택의 동기가 규범적일 때는 정책수단의 산출과 효과 등을 ‘지나친 단순화(Over-simplification)’ 하는 행태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표 Ⅱ-8> 정책기반 근거 현상의 유형

구 분

인식의 비대칭의 존재

행위자 관련 비대칭 정책수단 관련 비대칭

출처 : Strassheim & Kettunen(2014: 263).

정책지지연합 간의 근거 선택에 관한 국내 연구로 권태형 외(2016)는 원 자력 발전에 대한 찬·반 담론에서 각 정책지지연합이 찬성 근거와 반대 근거 로 어떤 진단 프레임에 입각한 근거를 제시하였는지를 분석하였다. 김승정 외(2019)는 시간강사와 관련된 고등교육법 개정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의 선 택이 아닌 이해관계에 따라 근거가 선택되고 활용되었다고 분석하였다. 은종 환·이한경(2021)도 기존의 갈등해결 방법은 시공간의 한계, 공동의 정보와 근거 활용의 한계가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외국의 플랫폼을 활용한 갈등해 결 사례를 소개하였다. 플랫폼을 활용한 공유된 정보와 근거는 참여자들이 토론하고 생각을 교환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정책기반 근거 현상은 코로나19 통제 정책과 관련된 정책지지연합 간의 토론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행위자 관련 인식의 비대칭이 존재할 경우에는 지식독점 또는 비난회피 유형의 행태로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가설 3-1: 코로나19 확산 현황 및 임상적 근거에 대해 ‘지식독점’ 유형의 정책기반 근거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가설 3-2: 코로나19 확산 현황 및 임상적 근거에 대해 ‘비난회피’ 유형의 정책기반 근거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Actor-related) (Instrument-related)

근거 선택의

동기

인식적 선택 (Coginitive)

지식 독점

(Knowledge-monopolis ation)

블랙 박스 (Black-boxing)

규범적 선택 (Normative)

비난 회피 (Blame-avoidance)

지나친 단순화 (Over-simplification)

코로나19 통제 정책수단과 관련한 인식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경우 정책지 지연합간의 토론에서 블랙박스 또는 지나친 단순화 유형의 정책기반 근거 현 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설 3-3: 코로나19 통제 정책수단의 효과에 대해 ‘블랙박스’ 유형의 정 책기반 근거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가설 3-4: 코로나19 통제 정책수단의 효과에 대해 ‘지나친 단순화’ 유형 의 정책기반 근거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한편, 최영준·전미선(2017)는 정책지지연합 간의 의견대립 상황이 발생할 때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근거에 대한 공동근거생산, 공동근거해석, 공 동근거채택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은 근거에 대한 합의점을 찾 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사례분석을 통해 정책지지연 합 간의 근거에 대한 공동근거해석과 관련된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 고자 하였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근거의 추세에 대 한 공동증거해석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연구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또한 근거가 나타나게 된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 보고 이를 통해 보다 엄밀한 근거기반 정책의 필요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가설 4-1: 코로나19 통제 정책 관련 근거(데이터)의 추세에 대한 정책지 지연합 간의 인식 차이에 따라 합의 가능성이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다.

가설 4-2: 코로나19 통제 정책 관련 근거(데이터)가 나타나게 된 인과관 계에 대한 정책지지연합 간의 인식 차이가 존재하였을 것이다.

제 3 장 국내 코로나19 현황과 통제 정책

제 1 절 코로나19 정책 문제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