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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시설 아동들의 개인적 정체성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에게 학교는 시민적 자질을 학 습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양육시설 아동들은 학교에서 사회생 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및 행동양식을 학습하며, 또래 및 교사와 의 교제를 통해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한다. 일반가정의 아동과 양육

14) 양육시설 아동은 시설아동, 시설보호 아동, 아동양육시설 아동, 양육시설 아동 등 으로 불리며 정식명칭은 정해져있지 않다. 본 연구에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 는 아동들을 정식명칭인 ‘아동양육시설’을 이용하여 칭하지 않은 이유는 논문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시설의 아동들의 정신건강수준을 비교한 유재현(2011)의 연구에서 양 육시설의 아동들이 일반가정의 아동들보다 교사나 또래와의 관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는 그들에게 학교가 단순히 수업 을 받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곳 이상의 공간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학교가 지닌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양육시설 아동들이 학 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 다. 양육시설의 아동들은 일반가정아동에 비해 자아정체감이 낮아 학교적응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유안진, 민하영, 권기남, 2001). 저학년 양육시설 아동들의 학교적응을 살펴본 이순형(2000)등 의 연구에서도 양육시설의 아동들은 수직적인 교사와의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등 학교 1학년에 비해 2학년생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수업시간을 지 겨워한다는 연구결과는 그들의 학교부적응이 아주 어린나이부터 시 작됨을 알 수 있다(이순형, 이강이, 성미영, 2000). 특히 타인과의 관 계에서 그들이 일반 아동에 비해 협동기술, 자기주장기술, 자아통제 와 같은 사회적 기술 수준이 낮으며 그 중에서도 다른 사람의 두려 움이나 분노에 대한 정서조망능력이 낮다는 권세은(2002)의 연구결 과는 주목할 만하다. 타인의 두려움과 분노와 같은 감정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감정이다. 분노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대와의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공감과 행동통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노와 두려움을 느끼는 상대에게 공감하고 이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통 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같은 환경 속에서도 적응에 성공한 양육시설 아동들이 있다 는 점을 미루어볼 때, 학교생활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살펴보는 연 구 역시 본 연구와 깊은 관련을 갖는다. 이순형(2000) 등의 연구에 서 시설입소원인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각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양육시설의 아동들은 또래와의 상호작용과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보였다. 위 연구에서는 입소원인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 식할 경우 자존감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는 상황판단능력이나 현실지각능력이 부족해 또래 관계에 어려 움을 느끼는 것이라 해석하였다(이순형, 이강이, 성미영, 2000). 또한 양육시설 아동들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원만한 적응의 통 로를 찾기도 한다. 홍영미(2010)의 연구에서 양육시설 아동들은 시 설과 학교선생님의 지지를 높게 지각하였으며, 이들이 자아존중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행동문제를 감소시켰다(홍영미, 2010). 남영옥 (2008)은 양육시설 아동들을 둘러싼 또래의 특성이 친사회적이며 학 교친구의 지지를 높게 지각할수록 적응적 특성이 높았음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들은 학교는 거시적인 차원의 정책이 아니더라도 교사와 또래의 관계만으로도 학교적응을 도울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양육시설 아동들의 해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 요가 있어 시설생활에 대한 다양한 질적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양숙 (2000)은 양육시설의 아동들이 부모와 분리되는 경험을 ‘막연히 그리 워하며 기다림’, ‘친구부모를 보고 상상하며 그리워함’, ‘원망하며 잊 혀져감’, ‘운명으로 돌림’, ‘마음을 열기 어려워짐’ 등으로 파악하였다.

김미영(2002)은 양육시설 아동의 삶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문화기술 지접근방법을 이용하여 그들의 삶의 의미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 노’,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음’, ‘자기연민’, ‘순수한 마음’, ‘자기 자신 에 대한 수용’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담아내었다. 또한, 구차순 (2011)은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하여, 아동들이 원가족과의 분리 경험 인식을 유형화하고 시설에서의 대처과정을 ‘상처로 웅크림의 단계’,

‘삭임의 단계’, ‘버팀의 단계’, ‘누림과 준비의 단계’의 4단계 과정으로 분석하며, 각 과정에 대한 논의와 개입방안을 제시하였다. 위의 연구 들은 주로 아동복지나 간호중재방안의 차원에서 이루어져 다양한 사 람들과 만나는 학교생활에 대한 이해에는 한계가 있다.

선행연구들과 본 연구를 비교할 때에, 본 연구는 배려의식을 중심

으로 하는 양육시설 아동들의 시민성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전에 수행된 양육시설 아동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연구는 양 육시설 아동들이 ‘학교’와 ‘교육’이라는 공간과 제도에 적응하는 현상 자체를 다루었다. 이와 달리 본 연구는 ‘배려’를 학교에서의 경험과 주관적 해석을 통해 살펴보려 한다. 특히 양육시설 아동들의 학교생 활 경험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본 연구는 가정의 결핍에 대한 학교 교육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모두에게 유의미한 시민교육을 위해 구체 적이고 실질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되는 정치적 현실인식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추론하게 해준다(박정 서, 2011). 학생은 아니지만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연구한 임영선 (2005)과 양정훈(2005)의 연구에서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의 사회주의 공산체제 하에서 특수한 시민성을 형성해 왔음을 밝혔다. 북한 사회 의 공동노동과 공동분배는 노동에 대한 의무감과 게으름을 갖게 하 고, 배급제는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한다(임 영선,2005:184-187 양정훈,2005). 또한 북한이탈주민은 사상과 행동 에 대한 감시로 힘과 억압에 대한 복종이 체화되어 있으며, 출신성 분에 따른 불평등한 권력분배에 대해 반감과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 다(임영선, 2005:184-187, 양정훈, 2005). 이러한 연구는 다른 사회, 경제체제에서 생활해 온 사람들의 시민성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비슷한 연구로 우리와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생활하는 다문화 학 생의 시민성에 대한 연구 역시 취약계층 학생들의 시민성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조영달(2006)은 다문화가정의 아동이 경험하는 문제 점을 논의하였다.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문화와 한국사회에 대해 불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한국인이라는 인정을 받지 못해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다(조영달, 2006). 즉, 조영달 (2006)의 연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의 시민성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양상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심우 엽(2009)의 연구에서도 다문화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단일민족 의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정체성이 약했으며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인 식과 자존감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한국사회에서 자부심으 로 여겨졌던 ‘단일민족 한국인’이라는 민족 정체성이 다문화 가정의 아동들에게는 사회적응의 어려움과 차별의 원인인 것이다(심우엽, 2009). 즉, 다문화 아동들은 국가에 기반한 시민성 보다 소규모의 공 동체 안에서 시민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육시설의 아동들이 경제적으로 빈곤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빈곤청소년들의 시민성에 대한 연구 역시 유의미하다. 일찍이

Jackson(1973)은 사회경제적으로 주류집단이 아닌 소수인종들은 백 인에 비해 낮은 정치효능감과 정치신뢰감을 보이고 있음을 밝혔다 (Jackson, 1973). 비슷한 연구로 Abramson(1973)은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흑인 학생들은 그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정치정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혔다. 열 악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가정에서 생활한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또래관계에서 공격적인 성향이 높고, 주변 친구들의 도움에 주 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비행을 더욱 많이 경험하여 사회적응에 어려 움을 보인다(보건복지부, 2013). 하지만 많은 범주에서 부정적이었던 연구결과와 달리 김재근(2011)의 연구를 통해 빈곤청소년들에 대해 긍정적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빈곤청소년들의 경제적 자립준 비 정도를 다룬 김재근(2011)의 연구에서 빈곤청소년들은 직업준비 기능(employment readiness)에서 더 점수가 높았다. 이를 통해 경제 적으로 빈곤한 처지에 놓인 청소년일지라도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 지 않고 자립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민성 형성에 가정이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육시설 아동들의 시민성에 대한 연구는 다른 면에서 중 요성을 지닌다. 모경환(2004)의 연구에 의하면 초, 중등학생 모두 좋 은 시민의 자질형성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사람이 부모라고 답 한 비율이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결과를 보더라도 시민성 형성에 가정 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양육시설의 아동들은 다른 취약계층 학생들 과는 달리 혈연 가족과 함께 사는 가정에서 생활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출생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부모 없이 또 래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정치체제나 사회, 문화적 분 위기에서 비롯되는 이질성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러므로 가정의 경험이 없는 양육시설 아동들의 시민성에 대한 이해는 그들이 바람 직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양육시설 아동들의 시민성 형성을 이해하는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