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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I”의 영향은 부족하다.

물론 연구 참여자들이 초등학교 5, 6학년이라 자신의 정체성을 아 직 형성하지 못했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는 아동들 이 자신을 보는 방법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학교에의 입학은 아 동들의 자아개념을 향상시킨다(Papalia, D. E. Olds, S. W, 1991:485). 아동들은 학교에 입학을 하며 생활반경이 가정에서 학교 로 넓어지고 교제하는 관계의 범위도 넓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학교경험이 많은 아동후기 단계로 친밀성, 충성, 공유, 애정과 같은 심리적 요인으로 교우관계를 형성한다(이정희, 정경연, 2009:118). 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들이 자신의 심리상태와 기호 를 파악하여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초 등학교 고학년 시기는 ‘자신이 누구인가’에 해당하는 정체성의 형성 이 일어나는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양육시설 아동들의 개인적 정체 성은 타인들의 평가와 ‘시설’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자신을 설명하거 나 아예 설명하지 못하였다. 본 연구의 면담질문은 개인의 신상 및 기호와 관련된 경험을 묻는 구체적인 성격을 띠었다. 이를 고려할 때 양육시설 아동들의 개인적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위와 같은 내용으로 나온 것은 이들이 자신에 대해 진지한 생각이 결여된 ‘주 체적 자아가 결여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육시설 아동들이 인식하는 사회적 역할은 참여자들의 주변 환 경의 맥락을 고려하여 알맞은 역할을 선택하여 수행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연구의 참여자들은 학교와 학급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일종 의 '공연(performance)'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자아는 환경과 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하게 된 객체적 자아(Me)를 유지하고 상황 을 유지하는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된다. Goffman(1959)에 따르면, 자아는 ‘상황의 정의’를 통해 공동체에서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 을 수행하게 된다. ‘주도적 역할’의 경우 학급을 주요한 공간으로 보 아 이 속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여 자신의 인상관리와 상황유지를

위한 ‘주인공’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Goffman, E, 1959). 물 론 여기에는 그들의 성별도 작용할 수 있다. 일반아동의 학교 적응 에 있어 여아가 남아보다 그 수준이 높았으며, 빈곤 가정 아동 대상 의 연구에서도 스트레스 경험에서 여아보다 남아가 내면화된 문제 행동을 더 많이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문희, 1995, Bolger et al, 1995: 유안진,민하영, 권기남, 1999:3에서 재인용).

사회적 역할의 거부와 개인적 유용(流用)의 경우, 양육시설 아동 들이 무대로서의 학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Goffman(1959)의 관점을 적용하며, 양육시설 아동들은 학교라는 공 간을 ‘무대’로 보지 못했거나 무대에서 타인들에게 무시를 당할까봐 스스로 연기를 거부한 것이라 분석된다. 이는 양육시설 아동들의 학 교와 학급에 대한 상황의 정의(definitions of situations)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결국 양육시설 아동들은 공동체의 맥락에서 사회적 역할 을 인식하지 못하여 자신을 사회적 자아(Me)로 바라보지 못하고 개인의 욕구충족을 우선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학교 라는 ‘무대’ 에 대해 부여한 의미가 부정적으로 형성되어 ‘거부’와

‘개인적 유용’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 분석된다. 실제로 이러 한 결과는 학교 부적응이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된다는 이순형 외(2000)의 연구결과와도 비슷함을 알 수 있다(이순형, 이강이, 성미 영, 2000).

또한 위에서 논의한 주체적 자아(I)의 상실도 기인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양육시설 아동들이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학교에 의미를 아예 부여하지 않았다면 이때에는 자아의 유기체적 욕구의 우세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양육시설 아동들이 무대에서 타인들에게 창 피를 당할까봐 자발적으로 연기를 거부한 것이라면 그 해석은 달라 질 것이다. 사회적 공간이라는 무대에서 사회적 상황이라는 연기 상 황에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연기상황 속의 문제를 해결하 기 위해서는 타인의 반응이 아닌 주체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대응 해 나가는 주체적 자아(I)가 필요하다(Goffman, E. 1959). 양육시설

아동들은 무대에 섰을 때에 자신이 시설출신인 것이 밝혀지게 될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설출 신’에만 집착하지 않는 더 깊은 자아개념이 필요한데, 양육시설 아 동들은 이 주체적 자아가 부족하여 자발적으로 사회적 역할을 ‘거 부’하거나 유기체적 욕구에 주목하는 ‘개인적 유용(流用)’의 형태로 인식하게 된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양육시설 아동들이 형성하는 관계성은 조영달(1999)의 “일상적 최적화 이론(optimized behavior in everyday life)”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또래관계의 경우, 구별 짓기, 같은 시설 학생에 대한 동 지애, 이익관계, 수동적 관계, 협동적 관계로 나타낼 수 있었다. 양육 시설의 아동들은 일반가정의 아동들을 ‘외부애들’이라고 하거나, 다른 학교의 불량학생들을 자신의 친구라 여기며 다른 친구들과 분리하였 다. 그리고 양육시설 아동들은 같은 시설 학생에 대해 동지애를 가지 고 있는 반면, 학급 또래를 자신이 필요한 것을 묻고 숙제를 하는데 이용하는 이익을 얻는 관계로 생각하였다. 또한 그들은 자신을 ‘고아’

라고 놀리며 함부로 대하는 또래들에게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묵 묵히 받아들이며 그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어했다. 특히 수동적 관계 와 협동적 관계는 한 참여자가 동시에 구축하고 있었다. 즉 그들은 학교에서의 원만한 적응을 위해 또래 관계를 양극단의 연속선상에서 조정하거나 또래를 학교생활 적응(adaptation)의 수단으로 생각하였 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의 우정이 친밀함과 자기노출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양육시설 아동들은 친밀함이나 자기노출 보다는 학교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 는 주어진 여건을 바탕으로, 생활세계적인 일상적 목표를 향해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협상, 적응하는 행동조정 양식으로서 조영달(1999) 의 “일상적 최적화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조영달, 1999).

교사와의 관계는 형식적 관계, 놀림거리와 의지적 관계, 저항적 관계로 나타났다. 우리의 자아는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면, 시공간, 타인의 입장, 인과론적 접근 등 다각도로 정의한다. 이를 상징적 상

호작용이론에서는 상황의 정의(definitions of situations)라 한다(손장 권, 이성식, 전신현, 1994: p43, John P. Hewitt, 2005: p213). 이 ‘상황 의 정의’를 통하여 개인은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의 역할을 정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이때 학교생활에 대한 주변 사람의 기대와 관심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학교는 의무적인 공간으로 굳이 교사와 좋은 관계를 맺을 이유는 없다. 그들은 교사 에게 큰 애정을 기대하지 않고 학교에 와서 그들과 교실이라는 공 간 속의 ‘학생’과 ‘관리자’ 라는 형식적 관계를 맺거나 오히려 교사를 그들이 친목을 도모하는 데에 필요한 놀림거리고 생각한다. 양육시 설 아동들의 환경을 생각할 때, 시설에서 보살펴주는 보육사의 근무 기간이 지속적이지 않으며, 근무지 순환이 일어나고 봉사자가 있더 라도 지속적인 봉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육시설 아동 들은 성인과 안정적인 관계를 포기하게 된 것이라 분석된다. 이는 현재의 교사, 학생 간의 관계 약화현상으로 인해 교육포부 형성에 선생님이 매우 미미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밝힌 변민경 외 (2014)의 연구결과와도 비슷하다(변민경, 김병수, 2014).

또한 양육시설의 아동들은 사적인 시간을 보내거나 따뜻함을 느 낄 수 있게 하는 품성을 가진 교사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의지적인 관계를 형성하였다. 유년기의 부모는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s)로서 자녀는 부모의 입장에서 자신을 해석하고 정의한다 (Mead. G, H, 1934:144-146). 이러한 과정이 없던 양육시설 아동들 은 자신에게 따뜻함을 보여주고, 사적인 관계를 맺었던 교사를 중요 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며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된 것이라 분석된다.

교사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는 일부 참여자가 일부 교사 에게만 한정되어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이 교사를 기성세대의 전형으로 생각하며, 이들에게 불만을 갖는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Papalia, Diane E., Olds, Sally Wendkos, 1991). 또한 지젝 (Zizek, 1989)에 따르면, 주체들은 사회적인 것은 적대가 존속하고 조

화로운 전체가 될 수 없는 것인데 이 원인을 특정한 원인으로 돌린 다. 이를 ‘전치’라 하는데, 이는 주체가 완전한 체제를 찾으려 하지만 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체는 이를 어떤 특정 한 방해자 탓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Zizek, 1989: 양운덕, 2002:241-242에서 재인용). 교사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참여자 역시 겉으로는 체육교사 한 명에게만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이 당시 에 괴롭힘을 당하던 상황을 미루어볼 때 이는 힘든 학교생활에 대한 참여자의 ‘전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와의 이러한 관계는 양육시설 아동들이 처한 가정배경 상실 의 상황에 따라 교사의 성향을 파악한 후 형식적, 의지적 관계를 맺 거나 교사를 놀림거리로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학교생활에서 불만 을 갖게 하는 교사는 학교생활 적응의 방해물로 여기며 적대감을 갖지만 크게 저항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교생활 적응’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교사의 성향을 파악하여 학교에서 적응을 해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일상적 최적화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두 번째 연구 질문인 양육시설 아동들의 배려관계는 시혜적 관계 와 이익관계 의무관계로 나타나 모두 제대로 된 배려관계를 형성하 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동정심, 자신의 이익, 혹은 주 변사람과 규칙에 의해 남을 도와준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나딩스의 ‘자연적 배려의 결핍’으로 인해 나타난 것이라 해 석할 수 있다. Noddings에 의하면, 배려관계는 태어날 때부터 자연 스럽게 받게 되는 부모의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Noddins.N, 1984:115-118). 미드의 역할담당이론을 빌려 설명하면, 양육시설의 아 동들은 부모의 사랑처럼 밀도가 높고 지속적인 정서적인(affective)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여, 보살핌의 역할을 의식하고 관점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Mead, G. H, 1962, 강수택, 1996:421에서 재인용). 물 론 시설에서 이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 명의 보육사가 여러 학생을 관리 하고 있으며 보육사 자체가 ‘부모’처럼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