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론
시와 은유
유지현 2015
은유는 의미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영어 단어 metaphor 는 그리스어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meta는 -위에 또는 --너머의 의미를 지니 고 있고 phor(a)는 이동하다, 나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메타포는 원래 의미 너머로, 다른 의미로 실어 나르는 의미의 전이를 가져오는 수사법이 라고 할 수 있다.
은유는 서로 다른 단어 혹은 개념들로 성립된다. 이 두 개념 혹은 단어들은 유사성도 있지만 차이도 있기 마련이다. 유사성이 많으면 은유가 쉽게 이해되 지만 은유를 사용한 의미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차이가 적절할 때 은유는 긴장감을 획득하며 의미의 전이에서 오는 효과를 살릴 수 있다.
은유의 성립과 이해
예를 들어 은유로 유명한 시 김동명의 <내 마음은>의 첫 구절을 보면 ‘내 마음은 호수요’로 시작된다.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호수’로 비유하였는데 마음이 원관념(혹은 취지)라면 호수는 보조관념(혹은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것을 구체적이고 간 명하게 나타내기는 쉽지 않으므로 시인은 마음을 ‘호수’라는 이질적인 단어에 비유하였다. 두 단어가 동일한 의미를 나타낸다면 은유는 성립되기 어렵다. 이 시를 읽는 독자는 마음과 호수라 는 색다른 범주의 단어에서 유사성을 찾게 되고, ‘마음’이 호수와 같이 고요하고 잔잔하며 너른 상태라는 것을 유추를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마음’의 의미는 ‘호수’가 지닌 의미 영역으 로 전이하게 된다. 이러한 은유의 의미전이가 적절히 성립되었기에 다음 행의 ‘나는 그대 흰 그 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 뱃전에 부서리’라는 시상이 적절히 어울리게 된다.
만일 이 시 구절이 호수가 아닌 ‘내 마음은 바다요’라고 창작되었다고 가정해보자. 호수가 주 는 온화함 대신 바다에서 연상되는 격정, 호방함 등이 유추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오는 시행 은 당연히 이러한 의미에 걸맞게 달라졌을 것이다.
은유의 성립과 이해
교재 149면의 은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살펴보 자
문학 언어 특히 시언어의 중요 특징의 하나는 은유를 비롯한 비유 의 다채로운 등장이다. 언어와 문체를 의상이나 장식으로 간주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비유 언어는 특정 효과를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 을 것이다. 그러나 일정한 성취를 이룬 작품에서 비유는 단순한 장 식이 아님은 물론이다. 나무 하나 돌 하나에 대해서도 꼭 적절한 유 일의 적정어를 찾아 쓰라고 한 대가의 충고는 유명하다. 성공적인 경우 비유의 활용도 그것이 아니면 이루어낼 수 없는 유일성과 고유 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은유의 성립과 이해
교재 <시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150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은유의 중요성을 간파하여 은유가 유사 성에 기초한다고 하였다. 또한 은유에 능한 것이 천재의 징표라고 칭하고 있다.
교재의 다음 설명을 보자.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은유에 능한 것이다. 이것만은 타인으로 부터 배울 수 없는 것이고 천재의 징표인 것이다. 왜냐하면 은유를 잘 마련한다는 것은 사물의 유사성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 S. H. Bustcher, Aristotle’s Theory of Poetry and Fine Art, 22장
은유의 성립과 이해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는 은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몇 가지 점에서 후대에 논쟁을 불러오게 된다. 교재 151면을 보자.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원전 정독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후속세대에게 꼼꼼히 읽는 법을 전수한 공적이 있는 리차즈는 은유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혹독하게 비판한 바 있다. 리차즈를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은유론은 은유 연구와 이해에 장애가 되어온 온당치 못한 세 가지 가정을 포함하고 있다.
교재 <시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151면
은유의 성립과 이해
첫째, 유사성을 보는 눈이 특수한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라고 보고 있 는데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유사성을 보는 눈을 통해 말을 하고 살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이러한 능력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두 번째, 은유 구사능력을 타인으로부터 배울 수 없다는 것도 당치 않다. 우리 가 배우는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그것을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세 번째 것은 가장 고약한 것으로 은유가 언어 구사에 있어서 특수하고 예외 적인 것이며 정상적인 언어 작동양식으로부터의 일탈이라는 가정이다. 그러나 캐고 보면 은유는 언어 작동의 편재적(遍在的) 원리라는 것이다.*
교재 <시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151면
* I. A. Richards, The Philosophy of Rhetoric, 4장.
은유의 성립과 이해
취지와 수단 이해하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은유론을 비판한 리차즈가 은유 이해에 기여한 것은 은유를 구성
하는 두 항목에 이름을 붙여 혼란 방지를 꾀한 것이다. 가련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이 다’란 유명한 은유가 있다. 이 파스칼의 은유에서 검토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은 ‘사람’
이다. ‘갈대’는 ‘사람’이 비교되어 있는 구체적 이미지다. 리차즈는 이 은유구조에서 ‘사 람’에 해당하는 것은 ‘취지(tenor)’라고 부르고 갈대에 해당하는 것은 ‘수단(vehicle)’
이라 부르자고 제안해서 어느 정도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법률은 미물만이 걸리는 거미줄이다.’
‘삶은 눈물의 골짜기 사이로 나 있는 나그네길이다.’
‘내가 다닌 것은 경험의 학교뿐이다.’
교재 <시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155면
취지와 수단 이해하기
위의 적은 은유에서 법률 · 삶 · 경험은 ‘취지’요 거미줄 · 나그네길 · 학교는 제가끔
‘수단’인 셈이다. 이러한 용어가 규격 있게 씌어지기 전에는 생각과 이미지, 의미와 은 유, 주제와 유사물이라는 투로 쓰는 사람에 따라 자의적으로 이름 붙여 혼란이 생겼던 것이다. 언제나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위의 예문에서 취지와 수단 사이에 어 떤 유사성이 인정된다. 이 유사성은 자명한 것이라기보다는 은유 구사자의 상상력에 의해서 재치 있게 발명된 것이기도 하고 부각된 것이기도 하다. 취지와 수단 사이의 유 사성이 은유의 세 번째 요소인 비교의 ‘근거(ground)’이다. 따라서 취지 · 수단 · 근거 는 은유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편리한 단위이다. ‘그는 사시나무처럼 떨었다’라는 직 유에는 취지 · 수단 · 근거가 모두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그’가 취지이고 ‘사시나무’가 수단이고 ‘떨었다’가 근거인 셈이다.
교재 <시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155면-156면
교재에 수록된 다음 시에서 취지와 수단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보고 은유의 의미를 논의해 보자
이 시는 ‘조그만 생활’을 ‘촛불’에 은유하고 있다. 이 두 개념의 유사성을 찾아보자
산도 마을도 포푸라나무도 고개 숙인 채 호적한 낮과 밤을 맞이하고
그 곳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조그만 生活의 촛불을 에워싸고 해마다 가난해 가는 고향 사람들
- 김광균, 「향수」, 부분인용
01
조그만
생활 “_?_” 촛불
교재 159면에 수록된 엘리엇의 시 「서곡」에서 취지와 수단 사이의 유사성을 살펴보자
겨울 저녁은 자리잡는다 통로의 불고기냄새와 함께.
여섯시
연기 낀 날들의 타버린 끄트머리.
이제 휘몰아치는 비가 그대 발치에 싸서 굴린다.
마른 잎의 더럽혀진 조각들과 공토의 신문지를.
- 엘리엇, 「서곡」, 부분인용
은유를 의미론적 연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구상화의 은유
애니미즘 성향의 은
유
인간화 은유
공감각적
은유
은유를 의미론적 연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구상화의 은유
추상적인 것에 구체성을 부여하며 신 체적 특성을 부여하는 경우이다.
문명의 횃불, 별리의 고통, 전근대의
땅거미 따위가 그것이다.
구상화 은유의 예로 교재에 수록된 시를 보자
이 시에서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비유된 수단은 무엇 인가를 찾아보자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 김광섭, 「마음」, 부분인용
01
각각의 수단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생 각해보자
02
구상화 은유의 예로 교재에 수록된 시를 보자
「임에게2」 에서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 는 주제를 설명해보자
안타까운 마음은
은은히 흔들리는 강나룻배
누구를 사모하는 까닭도 없이
문든 흔들리는 강나룻배
- 박목월, 「임에게2」, 전문인용
01
시인은 왜 ‘안타까운 마음’을 강나루 배에 비유했을까 생각해보고 두 개념의 유사성을 논의해보자
02
은유를 의미론적 연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애니미즘 성향의 은
유
무생물에 대해서 생명 있는 것의 특징 을 부여하는 은유이다.
노한 바다, 울부짖는 파도, 산허리, 대
포의 포효 따위가 그것이다.
애니미즘 성향의 은유의 예로 교재에 수록된 시를 보자
이 시에서 안개는 고양이에 비유되 어 있다. 두 단어는 서로 이질적인 것 인데 어떠한 유사성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유사성에 기초한 의미의 전이 에 대해 논의해보자
안개는 걸어온다 작은 고양이 발로.
말없이 쪼그리고 앉아 항구와 도시를
바라보다간 또다시 간다.
- 칼 샌드버그, 「안개」, 전문인용
01
은유를 의미론적 연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인간화 은유
인간 아닌 것에 인간의 특징을 부여하 는 은유이다.
정다운 고향 산천, 황소 웃음 따위가
그것이다.
인간화 은유의 예로 교재에 수록된 시를 보자
이 시에서 풀은 사람의 움직임으로 의인화되어있다. 의인화가 지니는 효 과에 대하여 논의해보자
맑은 눈동자 그 작은 팔들을 내저으며 그렇게도 즐거이 땅끝까지 번져나던 너희 그러나 지금은?
등성이에 홀로 와 누우량이면
너희의 그지없는 탄식이 오슬오슬 등솔기에 스미 노니
- 유치환, 「秋草여」, 전문인용
01
인간화 은유의 예로 교재에 수록된 시를 보자
이 시에서 하늘과 땅이 화자인 나에게 말 하는 것으로 의인화되어 표현하고 있다. 의 인화된 비유의 효과를 생각해보자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로운 방물장수 되라네
- 신경림, 「목계장터」, 부분인용
01
이 시의 주제와 연관 지어 인간화의 은유 가 기여하는 바를 생각해보자
02
은유를 의미론적 연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공감각적 은유
청각적 의미를 시각적인 의미로 옮겨 쓰는 것처럼 감각영역의 의미전이를 꾀 하는 은유다.
요란한 색깔, 요란한 향수 따위가 그것
이다. 김광균의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
른 종소리”는 고전적인 사례로 굳어졌
다.
공감각적 은유의 예로 교재에 수록된 시를 보자
이 시에서 ‘소리없는 고요의 절규’가 지니 는 공감각적 효과에 대하여 설명해보자
담장을 끼고 기어오르던 덩굴이
담장 위에 와서
헛되이 허공만을 휘젓고 있다.
이 소리없는 고요의 絶叫
- 김윤성, 「哀歌」7, 부분인용
01
시인은 왜 덩굴을 이렇게 표현하였을까 논 의해보자
02
김윤성의 시 「哀歌7」 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 써 보았다.
시의 주제가 전달하는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생각해보자.
담장을 끼고 기어오르던 어린 덩굴이
귀여운 손을 활짝 펼치고 노래한다
5월의 소리없는 향연 은유의 구조가 전체 시의 짜임에 끼치는 영향을 논 의해보자
03
은유가 단지 수사적 쓰임이 아니라 시의 주제를 나 타내는 사고의 표현이라는 점을 원래의 시와 바꾸어 쓴 시를 통해 논의해보자
04
원래의 시를 다음과 같이 바꾸었을 때 비유의 효과 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알아보자
01
바꾸어 쓴 시의 주제는 무엇인가? 원래의 시가 전 달하는 주제와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보자
02
다음 시를 읽고 생각해보자
별 없는 캄캄한 밤
유성검처럼 광막한 어둠의 귀를 찢고 가는 부싯돌 이다
- 최동호, 「시」, 전문인용, 『얼음 얼굴』, 서정시학.
이 시의 시간과 공간적 배경이 되는 ‘별 없는 캄 캄한 밤’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논의해보자
03
이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은유의 구조는 어떻게 연관되고 있는가 생각해보자
04
이 시에서 ‘시’가 취지라면 수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01
취지와 수단의 유사성을 찾아 발표해보자
02
다음 시를 읽고 생각해보자
나는 당신의 해우소
따사로운 햇살 가득 안고 텅 비어 있는 가을의 집 산사에 오시거든 언제든지
나의 집에 똥을 누고 편히 가시라
모든 망상과 번뇌의 똥까지 시원하게 누고 가시라 가시다가 굳이 뒤돌아보지는 말고
발걸음도 사뿐히 떠나가시라
나는 남아 낙엽과 함께 향기롭게 썩어가리니 나는 당신의 해우소
낙엽의 집
- 정호승, 「해우소」, 전문인용, 『여행』, 창비 .
‘향기롭게 썩어가리니’의 의미를 설명해보자.
03
이 시는 ‘나는’ ‘해우소’라는 은유에 기초하여 시 상이 전개되었다. 시상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은유가 드러내는 시적 사유를 논의해보자.
04
이 시에서 ‘나’는 해우소에 비유되어 있다. 왜 굳 이 해우소일까 생각해보자.
01
‘뒤돌아보지는 말고’ ‘사뿐히 떠나가시라’고 말하 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설명해보자.
02
다음 시를 읽고 생각해보자
목련화가 하늘궁전을 지어놓았다
궁전에는 낮밤 음악이 냇물처럼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생사 없이 돌옷을 입고 평화롭다
목련화가 사흘째 피어 있다
봄은 다시 돌아왔지만 꽃은 더 나이도 들지 않고 피어 있다 눈썹만한 높이로 궁전이 떠 있다
이 궁전에는 수문장이 없고 누구나 오가는 데 자유롭다
어릴 적 돌나물을 무쳐먹던 늦은 저녁밥때에는
앞마당 가득 한사발 하얀 고봉밥으로 환한 목련나무에게 가고 싶었다
목련화 하늘궁전에 가 이레쯤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 문태준, 「하늘궁전」, 전문인용, 『맨발』, 창비.
이 시에서 수단과 취지를 찾아보고 유사성에 대 해 발표해보자
01
2연에서 ‘이 궁전에는 수문장이 없고 누구나 오 가는 데 자유롭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시 상이 가능하게 된 비유의 근거는 무엇인가를 설명 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