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0 1 5 0 5
83
정 책 과 이 슈
경쟁정책과 산업정책의 위치
4차선 고속도로에서 차량 네 대가 횡으로 늘 어서서 가면 다른 차들은 앞서거나 천천히 갈 수 가 없다. 다른 차량이 주행하는데 못가게 막는다 면 몇몇 이를 즐기는 차량의 운전자를 제외하고 는 안전하지 못한 이 도로의 통행을 포기할 수 있 다.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가 발생한다. 정부는 고 속도로라는 인프라를 건설하고 차로를 그어 안전 하고 빠른 도로를 제공했는데 운전자 중에서 일 부가 담합하거나 타인을 방해함으로써 국가적 자 원인 도로 사용에 있어서 안전을 위협하고 낭비 가 발생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는 고속도로의 치안을 바로잡는 경찰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상태 를 유지한다.
이 배경이 되는 고속도로를 시장이라고 바꿔서 생각하면 시장의 룰을 정하고 이를 위배하는 사 업자를 제재하여 시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 게 하는 역할이 경쟁정책이 할 일이다. 고속도로
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버스 전용차선제를 활용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 량의 비율을 따져보면 승용차가 많다. 그러나 승 용차에는 불리하지만 고속도로라는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중교통수단인 버스 에 큰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효율 적인 자원배분 방식은 경쟁이다. 하지만 전용차 선을 부여받는 버스처럼 시장에서도 정부로부터 육성과 지원을 받거나 제도적으로 우대받는 정책 적 배려가 필요하다. 산업정책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이유이다.
경쟁법 집행을 위한 사회적 환경과 역할
프랑스에서 만난 친구가 전해준 고속도로 통행 에티켓에 비유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도로 는 안쪽부터 1차선 바깥쪽으로 나오면서 2차선, 3 차선으로 불린다. 마지막 차선은 그 날 시간적 여 유가 있어서 천천히 가고 싶거나 대형 차량이라
산업정책은 왜 경쟁정책과의 조화 속에서 발전해야 하는가?
정중원 공정거래위원회 전 상임위원
84
K I E T 산 업 경 제정 책 과 이 슈
서 고속에 적합하지 않는 차량들이 통행한다. 그 다음 차선에서는 이들보다는 차량이 보다 속도를 내기에 적합하면서 빠르게 목적지에 가야 할 필 요가 있는 차량의 통행 공간이다. 그 다음 차선은 더 빠르게 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속도가 허용 되는 차량이 다니는 공간이다. 그러나 여기서 3차 선이나 4차선에서 시속 몇 킬로미터로 달려야 한 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자기가 가야 할 차선이 어디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가의 문제가 남는다. 프랑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운전을 시작하면서 단순하고도 누구나 쉽게 인식 하고 있는 기준이 이들에게는 있다는 것이다. 첫 째, 추월선에 있는 차량이 주행선의 차와 일정 시 간 거의 평행으로 주행하거나 느리게 추월한다면 그 차량은 추월선이 아니라 주행선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 차량이 3차선에서 그런 상황에 처했 다면 4차선이 자기의 주행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둘째, 자기의 차량을 기준으로 앞차와 뒷차 의 간격을 비교해 보면 간단하다는 것이다. 뒷차 와의 간격보다 내 앞차와의 간격이 두 배 이상 벌 어져 있다면, 이는 자기의 현재 차선은 주행선이 아니라 추월선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뒷차를 위해 양보하고 주행선으로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 는 것이다. 주행선과 추월선을 선택해서 통행해 야 할 간단하면서 쉽고 누구나 당연히 준수하는 기준이고 에티켓이다. 프랑스 고속도로를 주행하 면서 왜 1차선이 비어 있는가 하는 의문이 풀리는 친구의 답변이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느끼는 감정 은 우리도 뭔가 기준을 정하고 준수할 필요가 있 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에서 4개 차선에 같은 속도로 운행하는 네 대의 차량을 만나는 일이 적지 않다. 추월선 중에서도 가장 추월선인 1차선에 차량이 가장 많고 4차선 또는 5차선에 차량이 가장 적을 때도 많다. 우리 나라에도 추월선과 주행선에 대한 구분과 준수해 야할 의무가 규정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도로에서는 왜 이런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을까.
고속도로 1차선에 왜 80km/h로 주행하는 차량이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경쟁법 집행환경을 살펴보 고자 한다.
산업화 시기 초에 산업정책과 경쟁정책이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이 본인의 생 각이다. 산업정책의 핵심이 육성과 지원, 그리고 우대에 있다고 보면, 경제력의 집중이나 시장에 서의 지배력이 적정선에서 규칙이 정해지고 이를 따르는 모습을 보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이다. 저속차량이 1차선을 달리면서 아무런 문제 의식이 없다는 것은 나도 내 몫을 스스로 확보하 겠다는 생각에서가 아닐까 하는, 즉 나도 똑같이 우대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서가 아닐 까 한다. 저속차량을 가진 사람이나 좋은 차 가 진 사람이나 같은 길을 가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과거의 아쉬움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겠다고 생 각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경쟁법 집행의 단면을 보면 내가 손해보는 거래관계는 모두 불공정하다 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들이 있다. 대표 적인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거나 국민신 문고에서 문제 제기하는 반 이상의 건들이 공정거 래법 위반 여부와는 관련이 없는 불공평하다는 이 유만으로 분개하는 건이라는 사실이다.
2 0 1 5 0 5
85
정 책 과 이 슈
프랑스의 주행선 추월선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프랑스에서 운전해 본 사람들은 많이 느꼈을텐데 차선 변경이 쉽다는 것이다. 웬만하 면 양보해서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 서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차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가는 차량이 양보해주는 배려 속에서 생활한 이들 이기 때문이다. 즉 빨리 달리는 사람들은 상대적 으로 저속인 이들의 배려를 받아 본 경험이 너무 나 많기 때문에 저속으로 새로이 진입하는 차량에 당연히 배려해 준다는 것이다. 서로 배려하고 배 려받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기업 간 거래를 살펴보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모습보다는 일률적 단가인 하나 기술탈취를 당할까 우려하면서 당하지 않으 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더 많이 보인다. 대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 니라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협력업체들과의 배 려하는 모습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만일 배려 가 일상화된다면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도 진입 하는 저속차량이 안전하게 차선에 진입하는 것을 기다려 주고 추월선은 자신보다 빨리 가야 할 차
량에 배려해 주는 모습이 일상화되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경쟁정책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지 닌 사업자들이 남용 행위를 하거나 고속도로 네 개 차선을 담합하여 타 운전자를 방해하는 듯한 카르텔을 규제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산업정책과 경쟁정책의 조화
산업 일선에서나 연구실에서 산업정책을 고민 하고 발전시켜온 수많은 분들에게 개발 연대 이후 우리의 발자취를 되뇌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수 많은 개도국 정책담당자들 또는 연구자들이 우리 나라를 롤모델로 배우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 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과거의 아 쉬움을 되새길 필요는 없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어 떻게 더 좋은 정책적 조화가 필요한가를 살펴본다 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원칙적인 측 면만 언급하고자 한다.
경쟁정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시
86
K I E T 산 업 경 제정 책 과 이 슈
장 지배력을 문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장에 서 경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합과 같 은 범죄행위를 통해서 형성한 관련 시장에서의 시 장 지배력은 그 자체로 위법하고 엄격하게 단죄 된다.
다시 말해서 위법한 시장 지배력 형성은 문제 가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숱한 경쟁 속 에서 이기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자체는 불가 피하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도 적절하게 수단 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원 과정에 서 그동안 개발 연대부터 손쉽게 활용했던 담합 적 요소가 가미된 동종업계 모임을 활용하는 과 정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동종업계 모임 은 다른 나라 경쟁당국의 눈으로 보면 담합의 수 단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경쟁 당국들은 정부가 담합에 관여했다고 우리나라처 럼 정상참작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책적 지 원의 경우에도 보조금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조심 할 필요가 있다. EU 통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 고 있는 EU Commission의 경우 경쟁담당 커미 셔너가 관할하는 경쟁총국이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집행을 엄중히 모니터링하고 ‘Level Play- ing Field’라는 경쟁법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총력 을 기울이고 있다.
경쟁당국의 정책담당자들도 산업정책을 이해 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 버스 전용차선이 필요 한 것처럼 시장에서도 경쟁이 아니라 배려가 필 요한 상황이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양 정책 담당자들은 집행 과정에서의 협력은 물론 제도를 정비할 때부터 이를 반영하여 기준이 달 라지는 일이 없도록 예측 가능한 틀을 갖춰 놓을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동행위 심사지 침에서 시장점유율이 낮은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 에 대해서는 예외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제도는 이 를 반영한 제도라고 본다. EU에서의 경험상 과거 에 개별 기업별로 심사하는 ‘개별 면제 심사방식 (Individual exemption)’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하에 ‘일괄 면제 심사방식(Block exemption)’
으로 제도를 새롭게 정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고 본다. 산업정책 담당자들도 개발 연대에나 통 용되었던 행정지도는 다른 나라 경쟁당국의 카르 텔 법 집행의 타깃으로 설정되어 관련 기업이 오 히려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필 요한 경우에는 법령에 근거를 두고 행정지도가 아 닌 법 집행 방식으로 추진하고 가급적 행정지도는 없애는 방식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마무리
고속도로 통행 방식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 장 좋은 효율은 보이지 않는 상호 배려에서 극대 화된다. 자기가 갈 길을 가는 기준이 가는 이마다 다르면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순하고 쉬운 기준을 정해서 모든 이들이 이를 공감하고 따르면 효율도 형평도 극대화된다는 것 이 본인의 생각이다. 경쟁정책은 시장에서 경쟁 하는 방식을 쉽게 제시하고 자율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산업정책은 버스 전용차로 와 같은 더 큰 효율과 형평에 기여하기 위한 정책 적 우선순위이다. 글로벌 경쟁이 보다 더 격화되 는 앞으로가 양 정책이 슬기롭게 조화되어야 하는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