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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경제적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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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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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을 독점한 전제군주나 독재집단은 국민 다수의 자유와 권리를 유린하는 전횡을 일삼는다. 이들로부터 정치권력을 빼앗아서 모든 개인이 자유와 권리를 평 등하게 누리도록 하자는 것이 정치의 민주화다. 그러나 정치권력은 그 속성상 여러 사람들이 균등하게 나누어 가지면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누군가에게 정치권력의 행사를 맡겨야 하는데 국민 각자로 하여금 집권당의 선정과정에 동등한 권리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민주화의 일반적 형태다. 일정 기간 동안 정치권 력을 행사할 집권당 선택의 권리를 국민 각자에게 1/N씩 나누어 주는 1인1표제는 정치민주화의 기본이다.

공산주의가 추구한 경제민주화

선거철이 되면서 경제민주화가 큰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정치민주화의 공식을 그 대로 적용하면 소수인 경제적 강자가 독점한 경제권력을 빼앗아서 다수의 경제적 약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20세기 초의 러시아혁명이 추구한 바는 바로 이러한 경제민주화였다.

공산주의가 성숙하면 사람들의 모든 필요를 충족할 만큼 재화와 용역을 생산해낸 다고 생각한 마르크스는 ‘능력에 맞게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이상적 상황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고도 그 생산물로 각자 필요한 만큼 소비한다면 마르크스의 이상은 실현된다. 누구나 필요한 만큼 얻을 때까지는 일하 려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것을 얻은 다음에도 일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은 남을 위해서도 더 일할 것이다.

그런데 일에는 반드시 고통이 수반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도 있지만 누 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일은 큰 고통을 감수하고도 수행한다. 그리고 각종 봉사활동 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돕는 일의 고통도 어느 수준까지는 감내한다.

그러나 내 일과 봉사활동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택해야 하는 고통 감수의 임계점에 이를 때 남을 위해 내 일을 버리는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적 자유

이승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20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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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하여 일의 고통을 감수하므로 사람 에게 일을 시키려면 그가 원하는 무엇을 대가로 주어야 한다. 대가를 제공받지 않 는 가운데 추가의 고통 감수를 강요받는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자유인이 아니다.

‘능력에 맞게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한다는 마르크스의 이상은 자발적으로 남들 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만 모인 사회에서나 실현가능할 뿐이고, 대가 없는 일을 거부할 자유는 마르크스의 이상과 함께 공존할 수 없다.

각자 할 일의 종류와 양, 그리고 각자의 소득을 1인1표의 민주적 방식으로 결정 하자는 것이 공산주의가 추구한 경제민주화였다. 현실경제에서 부유한 경제적 강자 는 소수이고 빈곤한 경제적 약자는 다수이다. 부자가 보유한 잉여재산은 약자의 필 요를 충족할 수 있지만 부자의 거부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 1인1표의 민주적 방식 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면 소수 부자들은 거부할 수 없다.

소수 부자들의 자유를 유린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 적 자유를 제한한다. 그런데 그 독재정부도 다수 근로대중의 지지를 얻는다면 민주 정부다. 10월 혁명으로 출현한 세계 최초의 공산정부는 국민의 묵시적 지지가 뒷받 침한 민주정부였다. 나중에 소련 등 공산권이 무너진 것은 외침 때문이 아니라 내 부적으로 근로대중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현명한 결정이 필요

물론 지금 정계의 뜨거운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는 이미 실패한 공산주의를 재현 하자는 발상과는 전혀 무관하다. 실제 여야가 관심을 두는 경제민주화 대상은 재벌 체제의 구조와 행동으로서, 재벌그룹을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에 부합하 는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현재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는 1인1표 원칙을 따 르는 절차가 아니라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권은 모든 국민이 함께 잘 살도록 만드는 것을 경제민주화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각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헌법 119조2항에 따라 개인의 자유와 시장원리를 제한하겠다고 나서는 점 이 논쟁을 야기한다.

그러나 각 정당이 자신의 경제민주화 정책이라고 내세운 정책들이 실제로 모든 국민이 함께 잘 살도록 만드는 정책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의 경제민주화 정책만이 민주적으로 채택될 뿐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절 차 아닌 정책내용을 지칭하는 의미로 잘못 사용되는 탓에 선거에서 패배하면 그 정 당의 경제민주화를 폐기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는 식의 혼란스런 상황이 불가피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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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각 정당이 내건 정책은 선거에서 이기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 그대로 시 행되는 만큼 국민은 각 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 려야 한다. 민주화라는 용어에 현혹당하지 말고 과연 그 정책이 모든 국민들을 함 께 잘 살게 만들어 줄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하여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해야 할 것인지만 생각해야 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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