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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약을 요구하는 환자들
외래 진료실에 들어서서 스스로 자신이 이런 병에 걸렸으 니 자신이 원하는 약을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 검색 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관련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자신이 검색을 통해 획득한 정보에 의하면 100% 확실하다고 덧붙 인다. 보건의료 영역의 정보도 네이버나 위키피디아 등을 통 해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대중
은 이것을 집단지성이라 부르고 이에 대한 신뢰가 높다.
질병명을 검색하면 원인, 증상, 진단법, 치료법까지 상세 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집단지성이 확장되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기존 전문가에 대한 불신 때문에 비전문가 인 대중이 나서서 올바른 정보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자 신이 정보 검색을 통해 찾은 정보를 신뢰하고 기존 전문가 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진단하고 스스로 처방하려 는 것이다. 대부분 환자는 의사로부터 질병에 대한 설명을
Pros and Cons of the Frame of Information Disclosure
Guk-Hee Suh
Department of Psychiatry, Dongtan Sacred Heart Hospital, Hallym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Hwaseong, Korea
정보 공개 프레임의 명과 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 국 희
Received June 17, 2018 Address for Correspondence:
Guk-Hee Suh
Department of Psychiatry, Dongtan Sacred Heart Hospital, Hallym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7 Keunjaebong-gil, Hwaseong 18450, Korea Tel: +82-31-8086-2340 Fax: +82-2-382-5910 E-mail: [email protected]
Once searching for a disease, anyone can easily get detailed information about etiology, symptoms and signs, diagnosis, treatment and prognosis and so on. The number of patients, who finished diag- nosis by themselves through internet search and visit a clinic or hospital to get the same medication for treatment suggested by internet, are increasing. This tendency may be caused by mixture of several factors like easy access of internet, distrust toward medical experts, and human right to know. These individuals are showing consumption pattern of purchasing goods from the consumers’ perspective.
Even every hospital now calls the patient a customer. The biggest problem with the expertization of non-experts is that non-experts may not be able to properly understand every detailed information as these information truly means. It is a kind of homonym, or it is like a foreign language written in Han- gul, especially in the field of medicine and law. Each medical or legal term has a definition but is writ- ten in common term for public use, but the public does not know that it is a medical or legal term with a definition. Disbelief of non-experts is much more likely to make them caught up in the mar- ket while internet searching to be new consumers for substances or foods that have never had proven efficacy or safety, which will eventually waste valuable personal assets. It is much worse that distrust toward experts cause doctor shopping, which may waste limited health resources unnecessarily. A frame is a mental construct that forms the way of individual world viewpoint. One formed, the frame determines whether good or bad. A frame consists of a series of unconscious cognitive processes so that the presence of a frame can only be seen through the outcome that is revealed. The frame of in- formation disclosure, that individual has a right to know, supports the expertization of non-experts.
In the 21st century, public demand for information disclosure has greatly increased. However, mar- ket is increasingly inclined to profit from and exploit increasing information disclosure, and to expand those benefits. It is the time to be aware of the seriousness of the unnecessary waste of personal assets and limited health resources due to expanding market.
Key Words Information · Disclosure · Frame · Health resource · Market · Expert.
J Health Tech Assess 2018;6(1):1-3 ISSN 2288-5811 Copyright © 2018 The Korean Association for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Editorial
JoHTA
Pros and Cons of the Frame of Information Disclosure
2 J Health Tech Assess 2018;6(1):1-3
들어도 스스로 정보를 검색하여 자신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것은 상품의 공급자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소비자로 서의 소비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의료 공급자는 진료 횟수를 늘릴수록, 진료수가가 높을수록, 진료시간을 줄일수록 더 이 익을 얻지만 의료 소비자는 진료 횟수를 줄일수록, 진료수가 가 낮을수록, 진료시간을 늘릴수록 이익을 얻는다. 병원에 간 환자가 백화점에 간 소비자처럼 ‘고객’이라고 불린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불신에 근거한 정보 검색
정보 검색을 한 개인이 최종적 판단을 할 때 발생하는 결정 적인 문제점은 전혀 엉뚱한 판단을 하더라도 스스로는 그런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그런 사례는 의학과 법학의 영역에서 매우 빈번할 것이다. 의학 용어나 법률 용어 중에 누 구나 아는 평범한 단어들이 많아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지 만 실제로는 그 단어 각각은 특정한 정의를 가진 전문용어 로서 정확한 정의를 모르면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 다. 그것들은 마치 한글로 쓰인 외국어와 같아서, 동음이의 어처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마치 각 철학마다 나름의 용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있고, 정의를 정확히 모르면 전 혀 철학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 다. 예컨대, ‘공황 발작’이란 의학용어는 ‘간질 발작’과 같은 맥락에서 사용된다. 그래서 둘 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 서 갑자기 발생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공황발작을 비유로 말 하면, 아무 이유 없이 자동차가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계기판 의 RPM이 7000~8000까지 올라가 급발진하는 상태로 돌변 하는 것과 같다. 공황발작은 갑자기 100 미터 달리기를 전력 질주하는 상태로 돌변하여 맥박수가 끝도 없이 올라지고 거 친 숨을 헐떡이다 못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막바지에 이 르는 일을 갑자기 당하는 것이다. 100 미터를 달리는 10~20 초가 아니라 거의 10분 동안 계속 100 미터를 달리듯 전력질 주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황’은 오래전부터 경제 용어로 사용되어 왔고 이제는 일상에서의 속어로 사용 되면서 원래의 의학적 정의와는 달리 사용되고 있다. 누구나 무언가가 낯설면 주의를 집중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일상어 라고 여기면 주의를 집중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 최종적으로 는 전혀 다르게 이해하여 엉뚱한 오해를 하게 된다. 실제로 전형적인 공황발작을 경험했던 환자의 숫자는 실제 공황장 애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숫자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공황장애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오는 환 자 10명 중 9명이 심장이 조금 뛰고 가슴이 답답하다는 느낌
이 있었다거나 약간 어지럽기만 했다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서 답답하다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 로 진단한 환자 중 상당수가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했거나 복용하고 있을 것이다. 더더욱 큰 문제는 이런 경향을 통해 누군가가 이익을 얻고 있고,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더욱더 구체적인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2013년 발간된 정신장애의 진담 및 편람 제5판에 나오는 정신장애의 진단 기준들은 환자 숫자를 훨씬 더 늘릴 수 있도록 진단 기준을 확장하거나 진단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악되 어 누군가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
정보 공개 프레임과 ‘알 권리’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 조물이다. 프레임이 일단 형성되면 프레임이 좋고 나쁨을 결 정한다.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프레임은 ‘인지적 무의식 (cognitive unconscious)’으로 이루어지고, 밖으로 드러난 결 과물을 통해 프레임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소위 상식은 무의 식적 자동적 추론에 근거하고, 그런 추론은 프레임이라는 인 지적 무의식적 과정들이다.
정보 검색을 통한 비전문가의 전문가화를 뒷받침하는 것 은 ‘누구에게나 알 권리가 있다’는 정보 공개 프레임이다. 21 세기 들어 정보 공개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커졌고, 정보 공 개가 주요한 변화의 흐름이 되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 든의 폭로 이후에도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감시와 감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되면서 개인이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알 권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 정보가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되면서 역설적으 로 ‘모를 권리’나 ‘잊힐 권리’도 중요해졌다. 예컨대 게놈분석 은 개인의 유전 정보에 근거하여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ApoE4/4 유전자는 70세 이후에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확 률을 현저히 높이지만, 아직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20대의 청년이 자신이 ApoE4/4 유전자를 가졌고 70세가 되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 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지금 당장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개인이 70세가 넘었더라도 그런 정보를 알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를 알더라도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치매에 걸릴 것을 알게 된 개인이 겪어야 할 고 통과 두려움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클리닉은 ApoE 유전형을 루틴으로 검사하고 있다. 나아 가 정보 보호 차원에서 개인의 유전 정보가 정부나 보험회사 등 시장에 유출되거나 공개되어 개인에게 불이익이나 해가 되 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 예컨대, 보험회사가 개인이 ApoE4/4
GH Suh
http://www.kahta.or.kr 3 유전자를 가졌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일들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개인들의 정보에 대한 해석이 아전인수격 이라는 사실이다. 비전문가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실험적 연구를 보면, 검사가 끝난 후 연구대상자들을 모 이게 하고 연구책임자가 개인의 성격에 대한 검사 결과라고 하면서 모두에게 같은 내용의 결과보고서를 주었다. 나중에 결과보고서가 자신의 성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물었는 데 모두가 한결같이 결과보고서가 자신의 성격과 아주 잘 일치한다고 답했다. 정신의학책을 읽은 모든 사람이 거의 예 외 없이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자신이 너무나 많은 정신 장 애들에 걸려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적인 의학 교육커리큘럼에 따라 제대로 정신의학을 배운 후에는 누구 나 그것이 자신의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 다. 정보의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인한 오해는 지나친 낙관이 나 지나친 비관으로 치우치기 쉽다. 이런 식의 정보 검색을 통해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비전문가는 알려진 통상적 치료를 받기보다는 시장의 덫에 걸리기 쉽다. 그들을 기다리 는 덫은 검색 순위를 조작하여 많이 검색되도록 만들어진 정보나 개인 정보를 이용한 맞춤 광고다.
결 론
이제 알 권리가 헌법상의 권리이고,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 다는 프레임은 상식적 판단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정보 공개 프레임을 활용하거나 악용하여 이익을 얻고, 그런 이익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비전문가의 전문가화에는 명과 암이 있다. 알 권리의 긍정적 측면이 분 명히 존재하지만, 칸트의 ‘순수이성’이나 ‘실천이성’이란 철 학적 용어 중 ‘순수’, ‘이성’, ‘실천’ 모두 쉬운 일상어이지만
‘순수이성’이나 ‘실천이성’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드문 것처럼 실제 공개되더라도 정보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알고 있다고 느끼면서 자기식으로 오 해하는 일들이 초래하는 개인의 자산과 보건의료자원의 불 필요한 낭비가 심각함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하나의 프레임 에 갇히면 경로 의존성을 가지게 되어 아무리 노력해도 동 일한 종착지에 도달하게 된다. 프레임을 벗어나려면 먼저 다 른 종착지에 도달한 주변 사례들을 살펴보고, 되돌아가 다른 종착지로 가는 다른 길로 들어서야만 한다. ‘가지 않은 길’로 되돌아가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