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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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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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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정책토론회

■ 주제발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방향과 과제 발표자 : 이왕건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 제1주제

10년의 세월 - 부평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발표자 : 인태연 (부평 문화의 거리 발전추진위원회 감사)

■ 제2주제

클럽문화를 통한 홍대지역 공간문화 및 지역문화산업 만들기 발표자 : 최정한 (공간문화센터 대표)

■ 제3주제

민관협력의 새로운 가능성 - 노유거리 만들기 발표자 : 김분난 (전 서울특별시 광진구 도시국장)

일 시 : 2006년 6월 7일(수) 14:00~18:10 장 소 : 코엑스 컨퍼런스센터 310호

주 최 : 국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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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 로 그 램

13:40~14:00 등 록

종합사회 : 진영환 (국토연구원 도시혁신지원센터 소장)

14:00~14:10 개회사(인사말) : 최병선 (국토연구원장)

14:10~14:30

주제발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방향과 과제 발 표 자 : 이왕건 연구위원

14:30~15:00

제1주제

부평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발 표 자 : 인태연 (부평 문화의 거리 발전추진위원회 감사)

15:00~15:20 지명토론 : 김은희 (도시연대 사무국장) 강동진 (경성대 교수)

15:20~15:50

제2주제

클럽문화를 통한 홍대지역 공간문화 및 지역문화산업 만들기 발 표 자 : 최정한 (공간문화센터 대표)

15:50~16:10 지명토론 : 이무용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조성진 (한국마임협의회 회장)

16:10~16:40

제3주제

민관협력의 새로운 가능성-노유거리 만들기

발 표 자 : 김분난 (전 서울특별시 광진구 도시국장)

16:40~17:00 지명토론 : 이양오 (상가번영회 추진위원장) 신근창 (G&S엔지니어링 대표) 17:00~17:10 휴식 및 장내정리

17:10~18:10 종합토론 (주제발표자, 토론자, 회의참석자 전체 참여) 18:10 폐 회

(3)

차 례

주제발표 :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방향과 과제

이왕건(국토연구원 연구위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

제1주제 : 10년의 세월 - 부평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인태연(부평 문화의 거리 발전추진위원회 감사) · · · · · · ·14

제2주제 : 클럽문화를 통한 홍대지역 공간문화 및 지역문화산업 만들기 최정한(공간문화센터 대표)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30

제3주제 : 민관협혁의 새로운 가능성 - 노유거리 만들기

김분난(전 서울특별시 광진구 도시국장) · · · · · · · · · · · · · · · · · · ·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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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방향과 과제

이왕건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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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우리나라는 1960년대 중반부터 고도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단기간에 인구와 산 업이 도시에 집중하는 급속한 도시화과정을 경험하였다. 196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 지 진행된 도시화의 속도와 현재의 도시화 율을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우리의 도시 화는 거의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도시 중심부에서는 고 층ㆍ고밀화가 진행되었고 시가화 지역은 지속적으로 확대(sprawl)되면서 도시는 양 적이고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인구의 약 90%에 가까운 사람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도시국가로 변모하였다.

도시정책 및 개발방식도 급증하는 도시용 토지에 대한 개발수요를 단기간에 양적, 물리적으로 충족시키는데 치중하였다. 따라서 기성시가지에 대한 정비방식보다 신 도시, 신시가지, 신산업단지 등을 건설하는 신개발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 러한 과정에서 국민들은 빈번한 사회적 이동을 경험하게 되었고 장소에 근거한 지 역공동체(community)의 개념은 과거보다 많이 약화되었다.

도시에서 주택이나 토지는 개인의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으며, 단순히 경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 또는 투기의 대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의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현재의 도시환경에 대한 불 만과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으며 자신이 생활하는 주거환경을 질적으로 개선하고 지 역공동체를 회복하고자하는 욕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선구적인 지역단체, 시민단체, 사회운동가 등을 중심으로 도시의 일상적인 생활환경을 질적으로 개선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오늘 소개될 ‘부평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홍대지역 공간문화 및 지역문화산업 만들기’,

‘노유거리 만들기’ 등이 하나의 사례로서 언급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도시개 발방식의 변혁을 유발할만한 전국적인 도시 만들기 운동으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 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 시점에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도시정책과 계획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게 하고, 국가적 시민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 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경우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도시환경의 질적 수준은 높아지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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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2. 선진국 도시계획의 흐름과 한국도시의 과제

1) 살고 싶은 도시와 살고 있는 도시와의 간극

우리나라 국민 중 상당수는 현재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가서 살고 싶어 한다. 국민들이 현 거주지를 선택한 이유를 보면 자신의 경제적 능력 (48.8%)이나 사업상‧직장상(16.6%) 이유가 두드러지며, 자연환경(4.5%), 근린환경 (1.0%) 등은 선택사유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해당 지역의 장소적 매력 보다는 경제 적 이유가 선택사유의 절대적인 것으로 되고 있다.

구분 2004년

전국 도시 농촌

①경제적능력에 맞추어 48.8 52.7 29.9

②사업상, 직장 16.6 15.9 19.9

③자녀교육 및 본인학업 6.3 7.1 2.0

④교통편리 5.4 6.2 1.9

⑤근린생활시설편리 1.0 1.1 0.4

⑥우수한 자연환경 4.5 4.3 5.3

⑦옛날부터 살아옴 14.8 9.9 38.0

⑧기타 2.7 2.7 2.6

계 100.0 100.0 100.0

* 자료 : 통계청, 2004년 사회통계조사결과, 2004.11.

* 주 : 도시는 동지역거주자를 의미하고, 농촌은 읍면지역거주자임.

<현거주지 선택사유>

그러나 실제로 거주하기 원하는 바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가족요인을 제외 할 경우 수도권으로의 전․출입 이주를 희망하는 사유에서 주택요인, 자연환경, 전 원환경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전출의 경우 주택요인을 이유로 희망하는 경우 가 45.3%, 전원생활로 희망하는 경우가 15.9%나 된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이주를 실제로 결정함에 있어서는 주택요인이 2.0%, 전원생활이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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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난다. 전입의 경우도 이주 희망에서는 주택요인이 17.5%이나 실제 이주 결행에서 는 2.9%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국민은 보다 나은 주택여건이나, 자연환경, 전원환경이 갖추어진 곳을 희망하면서도 실제 이주할 때는 그러한 희망을 접어버리 고 주로 경제적 요인에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 분

전출사유 전입사유

희망자사유 (a)

이주자사유 (b)

차 이 (b-a)

희망자사유 (a)

이주자사유 (b)

차 이 (b-a)

가족요인 16.9 60.8 43.9 22.4 46.1 23.7

직업요인 9.3 27.9 18.6 25.6 36.5 10.9

주택요인 45.3 2.0 -43.3 17.5 2.9 -14.6

교육요인 1.8 5.4 3.6 20.2 11.2 -9.0

주거․근린환경요인 2.1 0.4 -1.7 9.0 1.2 -7.8

자연환경․기타 24.6 3.5 -20.8 5.3 2.1 -3.2

전원생활 (15.9) (0.7) (-15.2) (0.7) (0.2) (-0.5) * 자 료 : 통계청, 1998,「1997년 인구이동특별조사 보고서」의 raw data 분석결과.

* 희망자 : 통계청, 인구이동특별조사시 이주계획이 있는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

* 이주자 : 통계청, 인구이동특별조사시 전입(1,101명)․전출(1,311명)자 대상으로 조사.

<수도권 전‧출입자의 전‧출입사유(1997년)>

(단위 : %)

말하자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의 ‘살고 싶은 도시’와 현재 ‘살고 있는 도시’간에 는 매우 큰 간극이 있음을 보이고 있다. 바로 이러한 간극을 줄이는데 국가 및 사회 가 특별히 노력해가야 한다는 뜻에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논의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도 앞으로 이러한 주제와 관련하여 여러 곳에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것 으로 예상된다.

2) 선진국 도시계획의 패러다임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선진국의 도시를 중심으로 진 행되고 있는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와 도시화과정을 거친 선진국들은 이미 도시의 평면적 확산, 기성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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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쇠퇴, 교통 혼잡, 환경오염, 소득수준의 양극화, 소득계층에 따른 공간적 격리 (segregation), 녹지공간의 훼손과 같은 다양한 도시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국가별 도시성장과정과 현재의 도시문제를 근거로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삶을 질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도시계획 및 설계기법들이 개발되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마트 성장(Smart Growth)」과 「신도시주의(New Urbanism)」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유 럽에서는 「압축도시(Compact city)」와「어반 빌리지(Urban Village)」, 일본에서 는 「마찌즈꾸리」가 대표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계획 및 설계기법은 나름대로의 특성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 다. 미국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스마트 성장의 경우 지역, 도시, 기초생활권 등 다 양한 공간스케일에서 삶의 질 개선, 경제성장 지속,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 해 토지이용과 관련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신도시주의는 도시설계가 나 건축가가 중심이 되어 도시적 맥락 속에서 자동차시대 이전 도시가 가지고 있던 장점을 복원하여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도시병리현상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압축도시는 도심이나 역세권 등 대중교통의 결절점을 고밀도로 개발하여 토지이 용의 효율성과 대중교통수단의 이용률을 높이는데 치중하는 반면, 어반 빌리지는 시민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근린(Neighborhood)이나 커뮤니티와 같은 소규 모 생활권 단위에서 공적 공간을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마찌즈꾸리는 일정한 범위의 생활공간을 대상으로 지역주민과 지자체 가 상호 협력하여 거주환경을 개선해가는 과정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기본원리에 있어서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환경을 개 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노후화된 기성시가지에 개발의 우선순위를 두어 미 활용 또는 저이용토지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지역의 경제여건을 개선하고 녹지 공간의 훼손방지를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고 주민참여의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3) 한국도시의 과제 및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의 의미

앞으로 도시정책 및 계획의 기본방향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로 설정하고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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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추진해야할 당위성은 다음의 몇 가지 요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첫째, 현재까지 진행된 도시정책 및 도시개발방식에 대한 반성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고도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이 국가의 지상과제였으며 국민들에게도 절대 선 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 결과로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었는데, 특히 수 도권 집중이라는 편향성이 심화되었다. 수도권 도시는 도로, 주택과 같은 도시기반 시설의 만성적인 부족현상에 시달려 왔으며 도시정책 및 도시개발방식도 이러한 문 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양적 공급과 신속함에 치중하는 관성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삶의 질 차원에서 도시환경을 개 선하기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수요자의 논리보다 공 급자의 논리가 중심이 되어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된 결과이다.

둘째,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화(Globalization)와 지식기반사회 에 대응하기 위한 시대적 필요성이다. 경제, 문화, 정치 분야의 세계통합화를 의미하 는 글로벌화는 자본, 노동, 정보 등의 급속한 공간적 이동을 유발하며, 결과적으로 도시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편 지식기반사회에서 도시의 성장여부는 발전에 기여할 양질의 노동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에 좌우되는데, 고급노동력은 쾌 적하고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 하는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화와 지식기반사회에서 도시 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경제적 여건과 가치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일과 여가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자신이 소속한 생활권의 생활환경을 개선하 고자 하는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008년까지 2만 달러, 2013년까지 3만 달러로 높아질 전망이어서 향후 의식주와 관련된 기초적인 생활문 제는 거의 해결될 전망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문화, 취미, 스포츠 활동 등을 통해 여 가시간을 즐기는데 관심이 높아지며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 치중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생활환경은 이러한 여건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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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인구저성장 및 노령화와 같은 사회적 여건변화에 대비할 필요성이 높다. 현 재 진행되고 있는 인구저성장 추세와 인구의 노령화, 향후 예상되는 인구감소와 같 은 사회적 변화요인은 도시개발방식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신개발을 통 해 양적인 공급에 치중하는 기존 도시개발방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기성시가지는 개발수요의 감소로 인해 선진국의 도시처럼 장래에는 쇠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 다.

3.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10가지 접근방식

향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도시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지역관련단체나 중앙정부, 지자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도시개발의 목표가 될 것이다. 이러한 목 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본방향 또는 원칙의 설정이 필요한데 이 연구에서는 10 가지 기초적인 접근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 및 확산

선진국의 도시정책과 계획의 기본방향은 낙후한 기성시가지를 우선 정비하여 생 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도시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우리의 도시정책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 단계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도시개발방식을 전환할 경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의 필요성이나 의미, 중요성에 대해 국민적인 공 감대 형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기존 도시환경의 문제점, 향후의 여건 변화, 국내외의 우수개발사례 등을 소개함으로써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의 필요성을 충분 히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관련주체들간의 상호학습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적 공감대 를 확산시켜야 한다.

2) 지역공동체(community)차원에서 접근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도시에서는 장소에 근거한 전통적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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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은 많이 약화되었다. 사회ㆍ경제적 요인에 의한 잦은 인구이동, 아파트라는 주 거양식의 폐쇄성, 학연․직장 중심의 사회적 교류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 로 생각된다.

사회가 복잡하고 고도화될수록 그리고 개인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장소 (place)에 근거한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지역공동체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개인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 다. 선진국에서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보다 살고 싶은 커뮤니티 만들기에 보다 치 중하고 있는 현실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나 아직 시민의식의 성숙화가 부 족한 결과로서 일부 지역공동체는 혐오시설에 대한 반대운동, 아파트 가격담합, 재 건축․재개발사업의 용적률 상향조정 등을 요구하는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있으 므로 지역공동체의 건전한 육성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의 공간단위는 시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초단위인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역공동체는 주민참여와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으며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삶 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간단위이기 때문이다.

3)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유도

지역공동체에는 다양한 이해당사자(stakeholders)가 존재하며 이들의 적극적 참여 는 공동체단위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게 한다. 이해 당사자는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공통의 지향점에 대 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대상이 된다.

참여과정에서 일부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의 사업진행은 시민운동가나 부녀회, 시민단체, 지역단체 등 특정개인이나 집단이 주도 하여 실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보다 바람직한 방향은 지역공동체내 소속원 이 고르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계층간 형평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 한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사업의 실천성과 지역 공동체의 지속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직접참여가 힘들 경우 설문조사, 특정계층의 대표자 면담, 방문면담, 인터넷을 통한 조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일부 집단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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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제약으로 인해 참여가 불가능하거나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참여자의 입장을 감안하여 편리한 시간과 장소를 할애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4) 사업추진을 위한 협력파트너십의 형성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재의 단계에서는 선도적 운동가 나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사례조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시민운동가, 시민단체, 지역단체, 지자체 등 특정조직이나 개인이 중심이 되어 사업 을 추진하는 방식은 일회성 사업에 그치거나 주민들의 호응과 파급효과도 낮은 경 우도 많았다.

활동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서는 기존조직이 참여하는 민관협력조직체(NPO)를 결 성하여 체계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지자체, 지역단체, 주민, 시민단체, 전문가, 지 역연고기업, 상공인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조직을 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 히 지역에 연고가 있는 기업이나 상인단체는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고용을 창출할 수 있으며,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분을 지역에 환원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향후 참여 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현재 일부 기업은 농촌을 대상으로 1사1촌 운동을 추진 하고 있는데 자매결연의 범위를 도시지역으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5) 계획수립의 초기단계부터 지역주민을 참여

현재 도시계획에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참여를 활성화하기위한 다양 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전문가집단과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계획안 을 수립된 이후 공청회나 공람을 통해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지역공동체 차원의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계획수립의 초기단계부터 지역주민을 참여시켜 공동으로 지역단위의 문 제점을 도출하고 비전과 실천목표를 설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준비, 의견조 율 등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신과 오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고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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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실현가능성이 높은 활동을 우선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데 그치지 않고 계획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주 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기부여(motive)가 중요하다. 지역공동체내 전체주민의 관 심을 유발할 수 있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선정하여 실천할 경우 주민들의 호응과 적극적 참여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 를 제시할 수 있을 경우 주민들에게 성취감을 제공하고 후속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7) 최종성과물보다 과정에 대한 검토 및 이해를 중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지금까지 진행된 전문가중심의 하향식 접근방식이 아니 라 지역공동체의 이해당사자가 활동의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상향적이며 교류적인 과정(process)중심의 활동방식이다. 따라서 이해당사자의 상호협력과 조정이 중요하 다.

국민운동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외의 다양한 활동사례에 대한 심층적 인 조사와 시사점 도출이 중요하다. 활동의 배경, 이해당사자의 역할과 노력, 목표설 정방식, 합의도출방식, 후속사업선정방식 등 진행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사례들 이 중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과물은 사업추진을 원하는 도시나 지역 공동체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8)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종합적 개선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의 성공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여건조성을 전제로 한다. 기 존의 도시개발방식이 전문가와 공무원을 중심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물리적 환경 을 개선하는데 치중하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지역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역공동체의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운영조직, 재원확보방안, 협력체계 구축방안, 법률정비 등 소프트한 측면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소프트한 시스템의 구축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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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공원, 주택 등 물리적 생활환경의 질적 개선과 연결되어야 한다.

9)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지자체, 관련분야전문가, 지역주민 등이 지역공동체나 도시에 대해 추구하는 궁극적이며 최종적인 달성목표라고 할 수 있으나 살고 싶은 도시의 모습은 개인의 선호도나 시대의 변화 속에서 계속 바뀌게 된다.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목표달성에 치중하여 조급히 서두르 는 기존의 개발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동체가 공감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 하고 전체적인 목표 속에서 하나하나의 활동을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시켜 나 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활동주체들간의 상호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10) 한국형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방식의 정립

선진국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도시정책 및 계 획기법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약 40년 전부터 마찌즈꾸리 운동을 시작되어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우리의 도시현실 에 적합한 도시 만들기를 위한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다.

우리의 도시는 선진국과는 다른 문화, 역사적 발전과정을 통해 만들어져 왔기 때 문에 선진국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의 현실에 맞 는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험과 원리를 참고하고 우리의 도시와 지역공동체가 가진 고유의 특성과 문화전통이 존중되는 방 식으로 도시별, 지역공동체별 활동이 추진되어야한다.

4. 결론

지난 반세기동안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의 도시는 양적 성 장을 거듭하였으나 도시민의 삶이라는 질적인 측면에서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결 과를 나타냈다. 세계주요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의 질 평가결과를 통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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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선진국의 정책사례, 우리나라의 도시화단계, 사회경제적 여건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향후 도시계획 및 개발의 기본 방향은 도시환경의 질적 개선을 중시하는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로 변화할 것이 명 확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선진국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에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10가지 접근방식을 제시하였는데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의 도시계 획 및 도시개발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방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접근방식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도시 만들기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을 대폭 변경해야 할뿐만 아니라 관련제도의 개선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구체적인 실천이다. 다행스럽 게도 희망적인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살고 싶 은 도시 만들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일부 시민운동가나 지자체 등에 서 선도적으로 활동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는 이러한 실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굴하여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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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06.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한국사회의 질적 발 전을 위한 구상」, 제이플러스애드

국토연구원. 2005.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추진방안」

박재길. 2006.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의 과제와 실천방안, 도시문제

새국토연구협의회. 2006. 「살고 싶은 국토, 새국토 연구협의회 2006년도 워크숍」

이규방. 2005. 세계도시계획의 새로운 흐름과 한국 도시의 발전방향,「한국 도시의 과제와 발전방향」, 주택도시연구원, pp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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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

10년의 세월 - 부평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인태연

(부평 문화의 거리 발전추진위원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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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1. 부평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과 주체의 문제

1996년 <부평시장 상가번영회>는 부평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당시 부평시장 중 앙로를 “문화의 거리”로 개편할 것을 요구하였다.

1년에 걸친 꾸준한 민원제기와 시민들의 서명, 지역여론의 지지에 의해 처음에는 외 면하던 부평구청이 드디어 이를 받아들여 1997년 부평문화의 거리 조성을 위한 착 공에 들어가 이듬해 봄에 완공되었다.

길이 270m, 폭 16m의 상가는 곧 바로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고, 50여개의 가로수와 벤치, 가로등이 설치되었으며, 아스팔트 도로는 붉은 벽돌로 대치되었다.

또한 지상의 모든 전기 시설물들이 지중 매설됨으로써 일단 이전과는 다른 현격히 쾌적한 거리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장 구조의 변화는 이를 주도한 <상가번영회>의 활기로도 이어져 상인들 스스로 거리 활성화를 위해 5000만원의 기부금을 걷어 분수대를 만들어 구청에 기 증했으며, 상가조직을 가동하여, 교통통제, 거리청소, 각종행사의 유치 및 지원 등

“문화의 거리”에 남아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아직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 는 상태이다.

그러나 이처럼 2개의 상인조직이 4년 반에 걸쳐 혼신을 기울인 “부평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은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나열할 문제점들만도 만만치 않겠으나, 우선적이고, 객관적인 점을 들자면 첫째로 지적받고 있는 점은 바로 ‘문화성’이다.

상당히 애매한 용어이긴 하지만 일단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문화성’의 부재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점이다. 이곳이 영업형태든 거리환경이든 또는 거 리행사 등을 통한 ‘문화’의 단보를 이루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 점은 거리 이미지와 적결되는 것으로 “부평문화의 거리” 이미지 구축의 실패를 거론할 때 가장 중요한 내용물이 되곤 한다.

둘째, 지속적 관리의 부재로 인한 거리 쾌적성의 붕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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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차 없는 거리’ 또는 걷고 싶은 거리를 표방하며 조성된 문화의 거리가 이미 차량통제의 기본적인 요소인 불법주차 차량에 대한 관리부실, 고장 난 시설물의 장 기적 방치, 노점상의 불법적인 영업행태에 대한 방치 등 매우 기초적인 질서를 잡지 못함으로써 거리 전체의 무질서를 누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상기의 문제점들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개선해야 된다고 강조하는 것들이다.

물론 지나치게 상투적인 지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드러난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의 해결로 문제 의식이 이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주체적 원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나는 가장 중요한 주체적 원인을 스스로의 한계에서 찾고자 한다.

물론 “문화의 거리”를 주체적으로 주창하고 외부의 지원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거 리의 개혁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상인조직의 열정과 의지는 평가받아야 하겠지만, 상인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서 출발한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은 상인의 한 계만큼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통감하는 것이다.

‘문화의 거리’를 만들려 했던 것은 1차적으로 상권 활성화라는 경제적 목적에 있었 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유통환경의 변화, 즉 대형유통자본의 시장침투에 맞 설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시장여건의 개선이며, 그 가시성을 거리조성을 통 해 1차적으로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것이다.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그 안에서 포착해내고, 상인들은 개별화된 상업공간과 영 업형태를 집단화하고, 공동체의 단계까지 승화시킬 수 있는 물리적 여건 조성이 가 장 큰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공간의 확보라는 공공성을 획득하고 시민이 직접적, 잠재적 소 비자로 누적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장만하기 위한 구상을 해 나갈 수 있도 록 하는 것 등이 논의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애초의 이런 목적들이 수행되기에는 상인단체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할 수 있다. “문화의 거리” 조성을 위해 구청, 노점 등의 밀고 당기는 긴장관계 속에서 상 인조직은 이러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문화의 거리” 조성 전 단계에서 좀 더 다양한 집단과 사고의 교류를 통해 가장 합리적 형태로 거리가 조성될 수 있는 과정의 필연성을 요구한바 있다.

그러나 당신의 행정책임자의 정치적 입장의 미묘함에 따른 급조로 인해 향후의 문 화의 거리는 올바른 주체도 세우지 못하고, 물리적 환경부터 조성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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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수 없이 거론되는 문화의 거리의 다양한 문제의 양산과 해결 의 부재는 이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의 거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문화의 거리”의 주인 시민이다.

따라서 “문화의 거리”의 관리는 시민이 책임져야 하며, 그에 합당한 시민조직이 형 성되어야 한다.

시장은 거리이며, 거리는 특정집단의 특정한 이익에만 봉사하는 것일 수 없다.

상업공간도 공공성을 담보하여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고 상인 조직 역시 이에 부응하는 공공적 성격으로 발전해야만 진정한 시민의 애정이 이곳에 머무를 수 있다는 자각이 내부에 자리 잡은 것이다.

어쨌든 상인들의 내부적 한계는 그것이 인식적인 것이든, 조직력이든, 또는 지역에 서의 여타의 정치적 영향력이든 스스로가 발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역량 을 구축해야함을 우리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역설적인 것은 부평문화의 거리의 현재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인조직은 4년 반의 힘겨운 투쟁을 지속하고 있으며, 비로소 시민과 시민단체 등이 강력한 관심과 애정 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희망적인 곳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점 역시 진정한 주체의 문제가 왜 지역문제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실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상인들의 올바른 자각과 공유 그리고, 그것이 중장기적 사업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 록 하는 신념화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주체적 전제인 것이다.

2. 활동배경

문화의 거리조성을 시작할 당시에는 별루 멋있게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 작배경은 첫째로 95년 96년도에 시장이 다변화 되고 있고, 외국에서는 대형마트도 많이 생겼다던데,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들어 올 것 같고, 그래서 재래시장이 뭔가 자기변신을 해야 하겠는데, 이것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 하나와, 제가 그 동네에 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그곳에서 장사를 하며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과정에서 그 거 리 자체에 애정이 가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애정을 가지기 보다는 내 동 네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혐오스러운 동네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약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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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들이 다니기 어렵고, 그 거리의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없고, 힘있는 사람들이 설치고 다니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 마을을 내 의지를 가지고 변화 시켜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 배경이라면 배경입니다. 그래 서 이런 두 가지 이유로 일을 시작할 때는 마음이 서먹했습니다.

3. 문화의 거리 조성을 통한 행정과의 파트너쉽

처음에는 고생해서 뭔가의 계획을 잡고, 구상을 해서 구청장에게 그 계획을 보여 주면 구청에서 아주 호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그 구청장이 최초의 민선 구청장이었기 때문에 기존의 구청장들과는 마음가짐이 틀릴 것이리라 기대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민선 구청장으로서 주민 의사를 적극 수용하고 이것을 행정에 반영한다면 그것을 곧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 다.

그때는 문화의 거리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거리를 단장을 하고 사람이 다니기 쉽게 만들고, 쇼핑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고, 차나 물건에 의해서 사람들의 보행환 경에 지장을 주지 않은 거리로 만들어 보자고 건의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구청장 반응은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노점상 문제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었 습니다. 그래도 당위성이 있으니까 계속 하자고 말하니 그 대답은 ‘시장은 노점도 있고 서로 어울리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구의원들을 만났습니다. 처음에 들을 때는 반응이 좋다가도, 며칠 지나 서 얘기해 보면 또 뒷걸음질을 치고, 그래서 국회의원을 만났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은 그것은 자기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처음에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구청장이 한 구의 행정 의 최고 책임자로써의 구청장인줄 알았는데, 이후에 몇 번을 더 만나볼수록 정치인 으로써의 구청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일련의 원칙과 절 차에 따른 방법으로서 민원서류도 꾸며서 제출하는 과정을 통해서, 구청장을 설득 하는 기간까지가 1년 걸렸습니다. 이런 과정속에서 지지를 받기보다는 정치인이나 구의원에게 방해를 주로 받았습니다. 구의원들과 노점상과의 유착관계 때문에 그 구의원들은 선거공약을 내걸면서 나중에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면 노점상을 합법화 하겠다는 공식적인 공약을 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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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상인단체가 발족이 되었는데, 처음에 참여한 사람들이 건물주였습니다. 이 들은 문화의 거리가 생기면 땅값이 올라가리라 예상하고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서 일을 추진해 나가게 됩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마찰도 많았지만, 구청장을 통해서 관의 실무 행정원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의 적대적인 태도, 구청 실 무자들의 비아냥거림, 구위원의 비우호적 태도 등으로 우리 모임 들은 전투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거의 1년 반의 행정과의 마찰을 거친 후 구청장으로부터 함께 해보자는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비우호적이고 관료주의적이 었지만, 한편 여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공무원들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런 능동적인 공무원들은 실질적인 힘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컨대, 구청 경제과, 구청 공보실 등. 문화적, 경제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고 하는데, 문화의 거리를 실제로 만들고, 행정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건설과 행정계 사람들은 오히려 적대적이었습니다. 우호적인 사람들을 통해서 구청의 건설 관계자 들을 설득해 보고자 하는 시도도 해보았지만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부서가 다르면, 거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일은 진척이 많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래서 가장 실무적인 일을 하는 담당과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얘기가 안되 면, 과장에게 찾아가고, 국장에게 갑니다. 그러다가 안되면, 다시 구청장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그래서 거기서 얘기가 조금 되면, 다시 내려옵니다. 이런 순환을 반복 하다가 이런 식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시스템으로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 로 말해서, 이해당사자, 즉, 상인, 노점과 구청의 각 실무자들 그리고 객관적인 시작 으로 볼 수 있는 사회단체나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 내의 전문가 집단간의 체계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절차를 제대로 만들어서 누군가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좌 지우지 되지 않고, 서로가 만졸 할 수 있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했 고 구청장도 동의하여 이젠 제대로 되겠구나 싶어서 기다려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공사 시작하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왜 그렇게 급하게 하냐고, 합리 적인 절차를 밟아서 시행착오도 미연에 방지하고, 설계도면도 같이 보면서 판단도 해야 하고, 일단 한번 공사가 시작되면, 나중에 수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논의 를 충분히 거치고 나중에 관리 할 수 있는 주체도 정하고 시작을 하자고 주장했습니 다. 그러나 공사는 진행되고 아니나 다를까, 문제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래서 협의체를 구성이 되었습니다. 이 주체는 신임 도시국장으로 일 추진 능력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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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하신 분이었으며 단번에 소집을 했던 겁니다. 이때 제가 느낀 것이 ‘공무원이 마음 가짐을 어떻게 먹느냐가 일반 시민들 일년 이년 고생할 일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노점상도 들어오고, 상인들도 들어와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노점상에 대한 관리 규약이 만들어졌습니다. 노점의 크기와 폭, 영업행위를 할 때의 원칙 등 다양한 규정들을 이때 만들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매매금지였 습니다. 당대에 그들이 일정의 점용료를 내고 장사를 하는 것은 인정 하나, 임대, 매 매, 고용을 통한 영업행위는 원칙적으로 금했습니다. 이것이 협의체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도시국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이런 성과들이 관례화 되 어서 정착되지 못한 것과 더 나아가 상인들도 노점을 통해서 배우는 과정이 정착되 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후에 2차 협의체를 주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후임 도 시국장은 이를 반대하게 되고 또다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때쯤 도시연대에서도 부평 문화의 거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협의체‘의 존 재가 이 문제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2000년 10월에 공청회를 통해 2 차 협의체의 구성에 대해 노점, 상인, 시민, 구청에서도 찬성하여 추진되는 듯 했는 데 시민단체에 대한 공무원들의 우려로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가 공정하게 제3자로서 일에 개입을 하는 것을 겉으로는 찬성을 했는데, 내부적으로 는 반대했던 겁니다.

이런 공무원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저는 더욱 약아져야 하겠다고 느꼈습니다. 공무 원들을 만날 때, 책임자들과의 작업들에 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 니다.

4. 마을공동체

함께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마을 공동체라는 개념은 생긴 것 같습니다. 공무원 들도 많이 성숙해졌고, 상인중에서도 젊은이들이 마을을 위해서 다각적인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설물 같은 것을 돈을 모아서 설치하는 경우도 생기고 청소도 주도적으로 나서서 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생적으로 내부의 조직력이 생겼고, 시민단체와의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눈이 왔을 때, 자기 집 앞에만 치우고 말잖아요. 그런데, 우리 동네 사람들은 내가 저 눈을 어떻게 할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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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를 고민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주민의식은 예전에 비해서 놀라울 정도로 성숙 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문화의 거리뿐만이 아니라 부평 전체를 제 마을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부평시민에게 내 마을의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서 그들이 이곳에 오면 기분 좋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주 간단했습니다. 봄날에 유모차 끌고 다니고, 어린아이들 이 뛰놀아도 괜찮은 곳. 그리고 마을 한 가운데, 얘들이 첨벙첨벙 뛰놀 수 있는 분수 대 하나 만드는 것. 그 정도였습니다. 다른 동네에서는 놀 곳이 없는 아이들이 제 동네에서는 뛰놀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분수대는 실제로 이미 만들 었습니다. 전문가들이 보면 우습겠죠. 디자인도 별루 화려하지도 않고, 그런데, 중요 한 것은 제가 그림을 그렸고, 제가 돈을 걷으러 다녔고, 주민들은 그 돈들을 기꺼이 기부들을 했고, 그렇게 만든 분수대기 때문에 소중하고, 그것이 우리 마을에 맞는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소중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아주 인기가 좋았습니다. 한 편, 그 분수대를 청소하는 분도 생겨났습니다. 저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그 것을 자기 것 인양 해주시는 분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5. 시민단체에게 바라는 점과 자기반성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어떤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집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이것이 관과 관련된 사항일 경우네는 특히 그러합니다. 시민단체들이 보통 지역주민들을 상대하기가 힘든 법인데, 우리는 시민들은 모두 설득이 되어있고, 관 의 협조가 문제인데, 이때 우리들이 시민단체의 역량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또 한편으로 반성하게 됩니다. 저희가 좀더 적극적으로 시민단체에 요구하고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도와줘야하는지를 모릅니다. 자신들은 도와주 려고 노력은 많이 해주시지만, 그 키를 잡은 것은 우리 자신이었다는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해 봅니다.

저희들이 했던 몇 가지의 아름다운 꿈을, 이런 꿈들이 실현되는 날까지 할 것입니 다. 내 마을을 누군가 힘 가진 자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삽니다. 앞으로는 관과의 관계에서 과거의 투쟁 같은 것을 밑거름 삼아서 계획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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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치밀하게 실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들도 우리 주민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그들이 스스로 주민이라고 인식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관과의 주민의 관계가 일 방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하게 한 부분에서만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사 회 전반적인 문화의 수준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 수준을 한걸음 앞당길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는 것. 시민단체의 역할 또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 자료출처 : 마을 만들기 2000+2 - 마을 만들기의 지속 가능성 (도시연대. 2002년. 전국 마을 만들기 대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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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주민참여 마을만들기, 숨겨진 2%를 찾아라. - 부평문화의 거리

가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자

김은희 (도시연대 사무국장)

1997년, 부평시장 상인들은 스스로 ‘부평문화의 거리’를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이 기 시작한다.

대형상가들이 하나 둘 입지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부터 문화의 거리가 만들어지면 임대료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건물주, 그리고 삭막 한 부평에 인간다운 거리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고민을 가진 상인까지 다 들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서로를 설득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면서

‘부평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게 된다.

‘개똥을 가져다놔도 다 팔린다’라는 전설이 내려오던 부평시장을 문화의 거리로 만 들겠다고 상인들을 꼬득인(?)사람은 인태연1)씨다.

칭찬을 들어도 서운할 거리조성은 행정의 무관심과 노점상들의 방해로 2년간 쉬지 않고 힘겨루기를 하다가 도시연대와의 만남으로 재도약을 시도했지만, 이후 심각한 소강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러나 최근 부평문화의 거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부평문화의 거리만이 아 니라 연결된 인근 거리까지 덩달아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백화점과 대형상가들의 입지로 인천의 시장들은 거의 모두 망했다. 그러나 부평만 은 건재하다. 상인들 스스로가 이런 말을 한다. 문화의 거리를 만들지 않았으면 아마 부평도 망했을 거라고.”

온 몸으로 ‘부평문화의 거리(이하 문화의 거리)’를 지켜왔던 인태연씨의 첫마디이다.

하지만 문화의 거리 조성이후 상권이 바닥을 치고, 노점상들과 육탄전 직전까지 가 보기도 했고, 걸핏하면 그만 두겠다는 상인들에게 협박과 애정공세를 펼치고, 합의 한 사항도 지키지 않는 행정과 욕설도 주고받으면서 왔던 9년의 세월이 그리 녹록하

1) 인태연씨는 부평에서 태어났고, 부평에서 자랐다. 그릇장사에서 이불장사로, 그러다가 이름도 요상 한 독일식 소세지 호프집을 운영하면서 부평문화의 거리를 만들었지만 경기가 안좋아 현재 의류상가 로 업종변경을 해서 운영중이다. 걷는 사람이 존중되는 도시, 인태연씨가 원하는 부평문화의 거리 모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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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 속내를 들어다보고 싶었다.

1. 힘들어도 조직만은 유지하라.

사실 거리는 그저 거리일 뿐이다. 그곳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활동을 지속시키는 연결고리가 바로 조직이다. 그러나 개별화 된 상가 상인들을 조직으로 묶어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 우리도 한번 해 보자라는 동력을 불 어넣는거다. 물론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는 그것이 소모가 아니라 살아나가기 위한 과정으로 본다.”

문화의 거리가 9년의 세월속에서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바로 ‘부평문화의 거 리 발전추진위(이하 문발추)’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우여곡절이 아주 많았 다. 집행부들이 너무 힘들다고 좌절하면서 조직을 해체하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그러나 문발추를 만들기 위해 애 쓴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힘들지만 어떻게든 이끌 어왔던 세월이 얼만큼인줄 아느냐면서 한사코 조직해체만은 막았단다.

인태연씨가 조직해체만은 막았던 이유는 바로 누군가 문화의 거리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새롭게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새로운 사람이 관심을 갖고 나타 났을 때 그 사람의 열정과 행동을 보듬어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집단이 존재해야 한 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로 나타났다. 노점상들이 떠난 자리에 거리영화관 을 만들자는 기획을 갖고 젊은 상인들이 찾아와서 지역 케이블TV에 협조를 구하고, 무대를 설치하고, 벤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들의 활동에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 이 바로 문발추였고, 그들은 문발추의 새로운 집행부를 맡아서 현재 맹활약중이다.

“조직이 소강상태에 빠지면 항상 집행부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왜 사람이 없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고 사람이 없다고 하면 안된다. 상인들의 조그마 한 행동 하나 하나가 매우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은 어떤 사람의 작은 활동 이라도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그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전면에 나선다.”

조직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힘들면 쉬어가자. 쉬어가는 것과 없애버 리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인태연씨 스스로도 힘들면 쉬었고, 누군가가 나타나면 손 을 잡고 빨리 달리기도 했다. 그 과정이 바로 문화의 거리가 갖고 있는 생명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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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문화의 거리 상인들은 자신의 역할에 대 해 차근 차근 인식하고 있는 중이다.

2. 인정하라, 칭찬하라, 그리고 비판하라

상인들이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아 만든 분수대를 지금까지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좋은 친구들’이라는 슈퍼주인이다. 여름에는 매일 물을 틀고, 겨울에는 동파되 지 않도록 관리하고 청소하는 ‘분수 지킴이’이다.

“그 형이 이젠 그만두겠다고 성질을 부리더라. 그래서 그랬다. 형이 분수대를 지키 는 당사자이고, 분수대의 효과는 형으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이 분수대는 형의 역사 다. 근데 형이 가끔씩 힘들다고 때려 치겠다고 하면, 그동안 형이 쌓아왔던 공이 한 꺼번에 물거품 되는 거라고. 그러면 알았다고 하면서 다시 관리를 잘 한다.” 다른 동네에서는 어림도 없을 이야기가 이 동네는 통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삶의 한 영역이 되었나보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분수대 관리하는 사람을 보고 ‘최근에는 뺀질거린다. 열심히 해야 하는데 안한다.’라고 말하면 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그래도 저 사람이 없으면 분수대는 지켜질 수 없었다. 못마땅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공은 인정해주어 야 한다. 인정해주는 것부터 시작하고 난 다음 비판을 해라. 그러면 그 사람도 그 비판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태연씨가 도시연대와 함께 일하면서 입에 달고 다닌 말이 있다.

“예쁜 주현희씨, 예쁜 김연금씨, 예쁜 해람씨...”

얼굴은 하나도 예쁘지 않았지만, 인태연씨는 도시연대 회원들이 문화의 거리에 관 심을 갖고 조사하고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것에 대해 너무나도 열심히 칭찬해주 었었다.

3. 텃새들이여. 텃세 좀 부리자.

최근 마을만들기에 대한 거품이 걷히면서 ‘마을이 없다. 주민이 없다’는 한탄이 여 기저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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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한다. 그러나 마을이나 주민이 없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공 감은 하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마을도 있고, 주민도 있지만 그 속에 주인이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상가 활성화도 주인이 아니라 객으로서 하려고 하니깐 한번 하다가 안 되면 손을 놔버린다는 것이다. 주인들은 그렇게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단다. 자신의 생활기반이 니깐, 삶터이니깐.

“나는 텃새가 필요하다고 본다. 텃새들이 ‘텃세’를 부리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많으나 나는 올바른 의미의 텃새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이나 권력을 빌미로 치 고 들어와서 그 동네에 애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을 구석으로 몰다가 결국 밀어내 버리는, 그러다 더 좋은 조건이 나타나면 떠나버리는 철새들에게는 텃세를 부려도 된다. 자본을 빌미로 기웃거리는 철새들에게 텃세를 부릴 줄 아는 사람, 동네에 애정 을 갖고 있는 주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세입자나 건물주나 똑같은데 왜 건물주만 주인으로 바라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적어도 그가 보기에는 세입자라도 그곳에서 오래도록 장사하고, 그 동네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주인이다. 동네에 대한 애정도 없이 오로지 수익만을 생각하는 건물 주라면 그에게는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이사갈때는 가더라도 부평시장에 있는 동안만큼은 주인행세를 해 주길 바라 고 있다.

4.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가져라.

문화의 거리는 모양바꾸기가 아니라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동네의 주체로서 미래 와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어떤 공간을 만들었다면 그곳의 사람들이 사회적 인 존재로서 자기를 자꾸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태연씨는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만이 아니라 지역을 둘러싼 사 회활동도 함께 해 주기를 권한다.

“개별 동네만 보는 사람들은 동네만 보다가 끝난다. 건물주들이 자신의 건물만 관심 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반들을 제대로 바라보았다면 아마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는 사람은 리더가, 주인이 될 수 없다. 사회적 영역에 관심이 없다보니깐 당연히 사회적 역할이나 발언권도 줄어들게 된다. 참여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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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히는 것이 많이 필요하다. 공공의 이익에 대해서 배우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주인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들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사회활동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추동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시민단체와 연계해서 그들과 더불어 할 수 있도록 하게하고, 하는 일이 없더라도 주민자치위원으로라도 나가게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5. 책임을 가져라.

인태연씨가 바라보는 리더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익을 우선하는 도덕성 이다. 그 다음이 바로 책임감이다.

“일을 하다보면 항상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책임지 겠다고 한다. 리더는 다른 사람과 자신의 책임이 똑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 의 90%는 리더의 책임이다. 그러나 구분해야 한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혼자서 하 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마음이 90%라는 것이지 노동력이 90%라는 것도 아니 다.”

힘들면 그냥 쉬란다. 징징대지 말란다. 이곳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만 보여 줘도 된다. 다만 지금은 충전하는 거라고, 당장 이 거리가 활기 있게 돌아가지 않더 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리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모든일을 다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 기를 조성하는 존재이다. 그것이 책임감이다.

그러면서 슬며시 한마디를 던진다. “리더들은 머리를 좀 굴릴 줄 알아야 돼”

6. 문화는 꾸미고 가꿔나가는 과정이다.

문화의 거리에 문화가 없다거나 획일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 문화의 거리를 만들면 상인들이 돈을 많이 내서 축제를 벌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문화를 이벤트나 작품으로 한정짓는 것에 반대한다. 문화의 거리에 영화관이나 공 연장을 기획하는 친구들에게 난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문화가 아니라 이 거리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볼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문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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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인태연씨는 공연이나 이벤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그 것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과정, 쾌적한 공간, 걷는 공간, 상권의 다양한 형태의 모습들, 이것이 바로 문화라고 보는 것이다.

부평문화의 거리에서는 벤치도 문화다. 사람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과 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노점이 나간 빈자리만 보이면 상인들은 돈 을 모아 벤치를 설치한다. 보행자를 존중하는 거리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문화의 거리라고 이름 지은 것은 상징성인 것뿐이다. 공연만 하면 장사가 잘되는 줄 아나? 인천의 백화점들 공연 한번도 안하지만 장사만 잘 된다. 물건을 살 수 있는 모든 편의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름에는 있지만 실제 없는 것이 어디 한둘이랴.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가래떡에는 가래가 없다. 하지만 분명 부평문화의 거리에는 ‘문화’가 있다.

7. 전문가여, 주민과 눈을 맞춰라

외부공간 조성과 맞물려서 항상 갈등이 벌어지는 부분이 바로 전문가와 주민간의 시설물에 대한 상이한 판단이다.

“전문가는 주민의 눈높이에 맞춰주었으면 한다. 물론 전문가가 보기에는 주민들의 요구가 형편없이 조악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왜 그런 요구를 했는지에 대해서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면 합의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시설물이야 만들었다가 이상하면 다시 만들면 된단다. 물론 돈이 들지만 고칠 수 있 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선택한 시설물은 미우나 고우나 애착을 갖 게 된다. 그 시설물에 대해 애착을 갖는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그것을 돌보는 것 을 의미한다. 부평 문화의 거리 분수대가 대표적이다. 그들 스스로가 돈을 내고 만든 시설물이어서 애정이 대단하다. 상대적으로 주민들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만들고, 주민들의 설치위치 요구를 묵살했던 동상은 현재 누구도 돌보지 않아 방치된 상태 다. 그래도 좀 돌보면 좋으련만...

최근 부평문화의 거리에는 논문이나 사례조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에게 장소를 설명할 때 부평문화의 거리를 아느냐고 물으면 90%이상이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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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한다. 어떤 지역의 장소를 설명해내기란 쉽지 않는데, 부평문화의 거리를 정확 히 안다는 것, 그 거리의 분수대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단다.

“꿈틀거리고 있으면 기회는 옵니다. 지금은 별 볼일 없어도 쉬지 않고 꿈틀거리면, 경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옵니다.”

※ 자료출처 : 이 원고는 도시연대 기관지 ‘걷고 싶은 도시’ 2005년 9․10월호에 실린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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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

클럽문화를 통한 홍대지역

공간문화 및 지역문화산업 만들기

최 정 한

(공간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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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대지역의 장소성

흔히 말하는 홍대지역 혹은 홍대앞은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창전동, 상수동, 동교 동을 포괄하며, 그중에서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 정문에 이르는 큰 길까지 약 200미터 남짓한 차도를 중심으로 그 좌우에 펼쳐진 지역일대(상수동과 서 교동 일대)를 지칭한다.

2 0 0 (m ) 1 0 0 5 0 0

홍 대 입 구 역

상 수 역

산 선

이 지역은 1980년대 이전에는 주로 미술작가들의 작업실과 미술학원들이 밀집되 어 있었고, 80년대 후반에 들어 먹자골목이 형성되었다. 이후 90년대 초반 일명 미술 적 색채가 짙은 피카소거리와 카페골목이 형성되었으며, 성수대교 붕괴 이후 압구 정 오렌지족 문화가 이전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를 거쳐 홍대지역의 장소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90년대 중반으로 볼 수 있다. 1994년 라이브클럽 ‘드럭’이 문을 열었고, 비슷한 시기를 앞뒤 로 해서 소위 말하는 ‘댄스클럽’들도 뒷골목 어두운 지하에서 생성되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홍대지역은 미술, 음악+디자인, 광고, 영화, 방송, 사진, 출 판, 만화, 패션, 인터넷컨텐츠와 관련 있는 중소규모 전문직종들이 집적되었다. 이들 에 의해 서울의 문화발전소라고 불릴 정도로 ‘열린 마인드와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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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문화’가 새롭게 실험, 창출, 소비, 변화되면서 서울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문화다양성의 보고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문화다양성을 토대로 해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 의해 독특한 거리경관과 분위기 가 만들어지고 지역 내 상업의 업태를 타 지역과 차별화시키는 동인을 제공한다. 이 지역에서는 ‘사람이 인테리어’라는 등식이 자연스레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 분방하고 해외문화와의 교류, 접목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촌일대의 외국 유학생, 외국인강사, 관광객들이 이곳에 모여들고, 클럽을 매개로 인적 유대, 교류를 증폭시킨다. 한때 주한미군의 유입, 그로 인한 부작용들도 홍대지역이 갖는 글로벌 한 성격에서 기인한다.

일반주거지역

일반대학가 미술문화지역

고급카페문화지역

클럽문화지역

복합문화지역 1960년대

이전

1980년대 이전

1990년대 초반

1990년대 중반 1990년대

후반

1) 언더그라운드 클럽문화의 산실

홍대지역에는 밴드공연 등이 주로 이루어지는 라이브클럽(2006년 6월 현재 19개 소)와 댄스클럽(테크노, 힙합, 올카인드를 통틀어 2006년 6월 현재 20개소)이 밀집되 어 있다. 특히 댄스클럽은 일반 나이트클럽과 달리 DJ연주와 다양한 파티기획을 중 심으로 홍대지역에 유일하게 집중되어 있고, 최근에는 불황기에 접어든 나이트클럽 등에서 이 지역 댄스클럽들의 음악과 씬, 운영체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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