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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주한 진실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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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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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히 무더웠던 여름이었다. 전력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공급 부족을 예견하고도 선행투자를 게을리한 이전 정 부의 무능 탓에 사무실 소등, 에어컨 사용 금지, 부채 등장 등 석기동굴시대로 회귀한 듯한 짜증 가득한 불만의 여 름날들이 이어졌다.

이 와중에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불만을 증폭시켰다. 세제개편안이 소득공제의 역진성을 해소하고 선진국에 비해 낮은 소득세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제대로 방향을 틀었음에도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논란이 확 산되자 결국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가 나오고 정부는 황망히 원안을 거두어야 했다.

세법개정안 논란은 ‘진실의 순간’과 대면한 사건이다. 지난 대선, 여야가 앞다투어 복지공약을 내놓고 보편적 복지의 기치를 들었을 때부터 증세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5월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결과는 이를 구체화하고 있 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의 복지정책에 필요한 추가비용은 향후 5년간 113조 원, 간접비용을 포함할 경우 153조 원 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되었다. 재원 마련이 시급한 정부로서는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세법개정안은 그 산물이다.

정부는 “세금은 늘어났으나 증세는 아니다”라는 말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고, “고통 없이 거위털 뽑기” 운운한 고 위당국자의 발언은 정무감각을 의심케 했다. 문제의 핵심은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진실의 순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에게 복지냐 증세냐를 선택할 것을 묻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 것처럼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세법개정안이 담고 있는 성 장동력 유지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 등 긍정적인 측면마저도 한꺼번에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말았다. ‘증세 없는 복 지’가 가능하다면 그곳이 바로 유토피아가 아닐까.

이 대목에서 시민들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정말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 었다면 말이다. 아마 우리 모두는 더 많은 복지를 당연히 가야 하는 길로 생각하면서 그 길을 만드는 데 드는 돈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겠지’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모른다. 특정 정치세력이 이 문제만 나오면 유행가처럼 부르는 부 유세, 법인세 인상 타령으로 ‘선진복지로(路)’ 공사비용을 청구할 생각이었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 20.2%, 국민부담률 26.5%는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치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40%에 달하는 현실, 유리알 지갑 봉급생활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만드는 고소득 자영업자들 의 탈루 현상은 우리의 자화상이다.

세금논쟁은 대한민국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마주친 ‘진실의 순간’이다. 제대로 된 정치라면 사람들에게 진실의 순간을 솔직하게 제대로 알리고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세금을 언젠가는 돌려받는다는 생각, 내가 아니더라도 공동체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에 어렵 게 합의한 선진국 이야기는 영영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

이달의 제언

아마 우리 모두는 더 많은 복지를 당연히 가야 하는 길로 생각하면서 그 길을 만드는 데 드는 돈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겠지’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모른다. 세금논쟁은 대한민국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마주친 ‘진실의 순간’이다. 제대로 된 정치라면 사람들에게 진실의 순간을 솔직하게 제대로 알리고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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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주한 진실의 순간

최병일 l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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