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규제개혁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이의 추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1998년 「행정규제기본법」을 시행하기 시작한 김대중정부 이래 가장 강력한 규 제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정부 이후 역대 정부들은 규제개 혁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였으나, 이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현 정부는 그동안의 규제개혁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규제개혁의 시스템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시스템의 개선 및 새로운 시 스템의 구축을 통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핵심이 바 로 규제비용총량제이다. 규제비용총량제는 규제의 신설 및 강화로 인해 발생하는 규제 비용을 기존 규제의 폐지 및 완화를 통해 상쇄함으로써 규제비용총량을 일정한 수준으 로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는 영국에서 2011년 One-in, One-out (OIOU) 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행하였으며, 2013년 이후 One-in, Two-out (OITO) 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캐 나다도 이와 유사한 One-for-One 제도를 2012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그 대상 을 기업의 정보제공의무인 행정부담(administrative burden)에 국한하여 적용하고 있 다. 우리나라는 영국식 제도의 도입을 위해 2014년 8개 부처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으며, 2015년부터 모든 부처를 대상으로 전면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 보하고 시범사업의 확대를 통해 제도도입의 여건을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규제개혁을 위한 제도화 수준은 과거 OECD의 규제관리체계 평가에 서 보듯 매우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동안 규제총량제, 한시적 규제유예제, 규제일몰제, 네거티브 규제방식의 도입 등 다양한 규제개혁 수단을 도입하여 시행한 경험이 있지만, 그 시행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지난 정부들의 규제개혁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그다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개혁방안은 의욕적이었으나, 이를 실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역량 이 충분하지 못한데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규제비용총량제의 경
규제비용총량제가 성공하려면
김 신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5-03-17
우도 그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은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집행역량을 갖추고 있 는 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규제개혁 선진국은 규제비용총량제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 과 역량이 상당히 갖추어진 국가이다.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 하고 집행하는 계량행정의 전통이 확립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편익분석을 포 함한 규제영향분석제도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규제비용총량제를 시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비용총량제를 집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왜냐하면 기존에 시행 하고 있는 규제영향분석제도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분석 중 기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만 따로 분리하여 추산하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 라의 경우 규제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한 지 거의 20년이 다 돼 가고 있지만, 아직도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비용편익분석 등 계량행정의 전통이 수립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기업 이 규제로 인해 부담하는 비용의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기업활동을 활성화하려는 규제 비용총량제의 도입이 유보되어 아쉬운 측면이 있으나,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의 집행 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의 확대 실시는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 인다. 선진국에서 실시한다고 해서 우리 역량에 맞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운영 이 형식화되고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우리의 역량을 급속하게 제고한다는 것은 사실 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역량에 맞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먼저 규제비용총량제의 적용대상 및 범위를 사회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중요규제 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규제영향분석제도가 모든 신설·강화규제를 대상으 로 분석서 작성을 의무화함으로 인해 불필요한 자원 및 역량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중요규제에 대한 분석만 하기 에도 벅찬 역량을 갖고 있는 현 실을 감안하여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분석 내용도 비용에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기업에 미치는 직접비용과 직접편익을 분석하여 순비용(net cost)을 추산하지만, 캐나다의 경우 규제로 인해 기업 에 발생하는 비용 중 일부분인 행정부담만을 대상으로 한다. 비용과 편익을 모두 반영 하는 영국식 제도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편익을 추산하는 것은 비용추산에 비해 훨 씬 어려운 작업이고, 편익추정의 모호성으로 인해 편익을 과대계상하는 경우 제도의 근본취지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전면 도입 시 발생할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본 사업에 준할 정도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제도 도입을 위한 여건을 개선하고, 교육·
훈련 등을 통한 역량강화에 투자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전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져야만 제도 도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으며, 실효성 있는 제도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섣부 른 제도 도입으로 인해 행정역량만 낭비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 도록 해야 한다.
규제개혁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등록규제수가 2014년 중반부터 미미하나마 감소 세를 보이고 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규제개혁 조치가 수량적인 측면에 서는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규제비용총량제는 겉으로는 수량적인 정 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규제의 신설을 억제함으로써 규제 외의 정책수단 개발을 촉구 하고, 규제대안의 적용을 활성화함으로써 규제품질을 제고하는 바람직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제도 도입을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 및 계획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 강화 및 여건조성으로 규제개혁의 획기적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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