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국회연구용역과제 연구보고서

전체 글

(1)

2003년도 국회연구용역과제 연구보고서

연구용역과제:

국회와 새 행정부의 국정과제

책임연구위원: 김용호(인하대학교 교수)

연 구 위 원 : 박기덕(세종연구소 부소장) 전재성(숙명여자대학교 교수) 김계동(국가정보대학원 교수) 연 구 기 간 : 2003. 4. 16. - 2003. 8. 15.

이 책자는 2003년도 국회활동지원단체보조연구용역계획에 의하여 한국정치학회로부터 제출 받은 보고서로서 의정활동연구에 활용되도 록 발간한 것입니다.

(2)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 1

Ⅰ. 문제 제기 ··· 1

Ⅱ. 정치제도 개선의 기본 원칙 ··· 2

Ⅲ. 「1987년 헌정체제」개선을 위한 핵심과제 ··· 4

Ⅳ. 정당제도 개선의 기본 방향 ··· 10

Ⅴ.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핵심과제 ··· 13

Ⅵ. 의회제도 개선의 기본 방향 ··· 16

Ⅶ. 정치자금제도 개선 방안 ··· 20

제 2 장 노무현정부의 정치개혁 과제와 전망 ··· 22

Ⅰ. 서론 ··· 22

Ⅱ. 한국정치의 핵심이슈와 노무현정부의 개혁이슈 ··· 23

Ⅲ. 대통령에의 권력집중 해소 ··· 25

1. 문제의 의의 ··· 26

2. 개혁안의 내용 ··· 27

3. 개혁안의 타당성 및 실효성과 여타 대안의 검토 ··· 27

4. 문제점과 전망 및 제안 ··· 33

Ⅳ. 선거제도 개혁 ··· 35

1. 선거 개혁안의 내용과 의의 ··· 35

2. 각종 선거제도의 특성과 문제점 검토 ··· 36

3. 개혁안의 문제점과 개혁 시행 전망 및 제안 ··· 39

Ⅴ. 정당정치의 개혁 ··· 44

1. 정당정치 개혁에 관한 각종 논의 ··· 45

2. 개혁안의 타당성 및 실효성 ··· 46

3. 문제점과 전망 및 제안 ··· 46

Ⅵ. 집권 및 개혁 추진과정에서 포퓰리즘의 대두 가능성 ··· 48

Ⅳ. 결론 ··· 50

[부록] 스페인의 선거제도 ··· 52

<참고문헌> ··· 54

(3)

제 3 장 차기 행정부의 대외 관계 ··· 57

Ⅰ. 서론 ··· 57

Ⅱ. 한국안보의 국제정치적 구조 ··· 59

Ⅲ. 냉전의 종식 이후 한국의 안보환경과 한국의 안보외교전략 ··· 63

Ⅳ. 신행정부의 외교 현안 ··· 68

Ⅴ. 미래 안보외교의 방향 ··· 70

제 4 장 차기 행정부의 통일 및 북한 정책 ··· 74

Ⅰ. 서론 ··· 74

Ⅱ. 정세변화 ··· 75

1. 북한의 변화 ··· 75

2.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 ··· 77

Ⅲ. 대북정책의 기본방향 ··· 79

Ⅳ. 평화정책 ··· 82

Ⅴ. 통일정책 ··· 86

Ⅵ. 결론 ··· 88

<표차례>

<표 1-1> 민주화이후 총선 결과와 분점정부 ··· 6

<표 1-2> 민주화이후 분점-단점정부 패턴 ··· 7

<표 4-1> NPT 탈퇴선언까지 북한의 핵활동 ··· 83

(4)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1)

김 용 호 (인하대학교)

I. 문제 제기

2002년 대선에서 “낡은 정치” 청산을 주장하는 노무현후보가 당선된 후 정치제도 개선이 다시 국민적인 관심으로 등장하였다. 앞으로 국회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해 나온 이른바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퇴 진에 따라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정치제도 개선 은 과거처럼 규범적인 차원의 요구를 넘어서서 현실적으로 다가온 과제가 되었다. 그런데 지역 갈등, 권력 남용과 부패, 정당의 사당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소위 3김식 정치의 청산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있으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제도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처럼 정치제도 개선 방안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현실정치에 대한 평가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제 도 개선 방안에 따라 기존 정당과 정치인의 정치적 장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정치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 는 경우가 많다. 한편 학자들이나 전문가의 경우 현실정치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또 무엇을 먼저 개선해야 하느냐, 그리고 개선의 효과나 결 과에 대한 전망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치제도 개선방안이 나오고 있 다. 앞으로 효과적인 정치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면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 넘고, 또 현실정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점 을 고려해 볼 때 정치제도 개선의 기본 원칙이 마련되어야 분야별 개선 방 안이 올바르게 제시될 수 있다.

1) “개혁” 대신 “개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정치제도를 바꾸어 효과를 얻으려면 상당 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개혁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 하루아침에 제도개선의 효과가 날 것 으로 기대하는 국민을 실망시킬 우려가 있음. 그리고 지금까지 개혁이라는 용어를 너무 남발 한 결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강하기 때문에 개혁 보다 개선이라는 용어가 바람직함.

(5)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II. 정치제도 개선의 기본 원칙

대한민국 국회가 앞으로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면 정치제도 개선 을 위한 기본 원칙과 방향을 분명하게 세워서 추진해야 한다. 민주화이후 김 영삼과 김대중 행정부에서 추진한 정치개혁이 비효율적이었고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점을 고려해 볼 때 향후 정치제도 개선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원칙 아래 추진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정치제도 개선이 국정 운영의 효율 성은 물론 공정성과 대표성을 충족시켜 나가야 한다.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치분야의 고비용 구조을 혁파해야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높아졌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정치제 도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주장 이 있는가 하면, 이와 대조적으로 정치의 고유한 기능으로서 대표성과 공정 성 등을 강조하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면 효율성을 강조하는 측면에 서 국회의원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표성과 민주성을 강조 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 숫자를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 히 후자는 정치가 기업처럼 효율성만 추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정치에서 열을 투입해서 스물을 만들어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경우 와 열을 투입해서 열다섯 밖에 못 만들었으나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혜택 을 주는 경우 전자가 효율성 면에서는 훨씬 뛰어나지만 민주성이나 공정성 에 있어서는 후자가 훨씬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우리들이 공공성을 무시한 채 효율성만 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또 효율성을 무시한 채 공공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양자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 정치제도들이 서로 상응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치제도개선 프로 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치제도 개선은 정치문화,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치자금제도, 국회제도, 지방자치제도, 이익집단체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 으로 다루지 않으면 실효를 얻기 어렵다. 예를 들면 정부형태가 대통령제 냐, 내각제냐에 따라 정당조직이 달라야 한다. 즉 대통령제의 경우 국회의원 들이 정당의 지시에만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입법활동을 전개할 수 있어 야 한다. 따라서 정당조직이 원내 중심으로 형성되어야 하고, 정당의 기율이 높아서는 안 된다. 이처럼 정부형태, 정당제도, 선거제도, 정치자금제도 등이 서로 상응하여 조화를 이룰 때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대통령제가 다당제와 결합하는 경우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국회에 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등장할 가능

(6)

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교착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많다. 따라서 대통령제에서 정당의 수가 많으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국 회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점정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 아진다. 따라서 유효한 정당의 수를 억제하는 방향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및 정치자금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민주 화이후 새로 도입한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1987년 헌정체제」를 여러 각도에서 평가한 후 새로운 대안의 개발이나 보완해야 할 점을 공론에 부쳐 국민적인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회가 명심해야 할 점은 다른 나라의 훌륭한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정치문화, 역사적 경험, 사회경제적 현실 등을 감안하여 종합적인 정치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정치제도 개선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장기적인 전략과 추진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 도입한 정치제도가 정착되려면 대통령의 임기 5년중 에는 불가능하고 적어도 2-3회 이상의 선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김영삼행정부에서 「통합선거법」을 마련한 후 1995년 지방선거를 비교적 깨끗하게 치루었으나 대통령소속당이 패배하 자 1996년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눈앞의 승리를 위해 선거개혁은 뒷전으로 밀 려나버렸다. 이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제도 개선 이 성공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형성되어 장기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원칙은 정치제도 개선이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인 변화와 함께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구적인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기존 정당이 권위주의시대의 정당조직 및 운 영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바, 민주화시대에 적합한 정당조직 및 운영 체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기존 정당은 1960년대 초에 민주공화당을 사전 조직하면서 만들어진 동원정당의 모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그 동안 부분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제 기존의 정당이 과거의 동원정당의 성격에 서 벗어나 자발적인 정치참여의 기제로 과감히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더 욱이 새로운 정당은 세계적인 변화 추세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 서 정치제도 개선이 ⌈탈냉전⌋과 ⌈탈근대⌋를 포함한 정보사회화 추세, 경 제활동의 세계화 추세, 민주주의의 공고화, 사회갈등 구조의 변화, 지자제 도 입에 따른 정치적 기회구조(political opportunity structure)의 변화 등에 적 응할 수 있고, 환경, 여권(女權), 평화통일, 동아시아 신질서 구축 등 새로운 정치적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7)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III. 「1987년 헌정체제」개선을 위한 핵심과제:

효과적인 분점정부(分占政府) 운영방안 개발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따라 도입된 「1987년 헌정체제」를 평가해 보면 2)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간 정권교체를 포함한 3차례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룩하는 등 수많은 정치적 성과를 남겼으나 아직도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의 지속, 정치제도상의 부정합성, 새로운 정치 현상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상태이다. 특히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독 주, 법치 대신 인치의 지속, 대의제도의 파행, 금권타락선거의 지속, 정당의 비민주적 운영, 언론의 자유와 인권 유린, 사회정의와 경제정의의 미확립, 지 역주의 등에서 보는 것처럼 「1987년 헌정체제」는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 점을 안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1987년 헌정체제」를 다 각도에서 평가한 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거나 현행 체제를 수정,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우리들이 내각제나 새로운 헌정체제를 모색 하는 것보다 현행 대통령체제를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첫째,

「1987년 헌정체제」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 로 반영할 수 있는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결과 헌정주의의 핵심인 주권재 민의 원칙을 구현하였다.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4차례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간 정권 교체가 실현되었다. 또 지방자치제도 도입으로 국민이 3천여 명 이상의 공직자를 직접 선출하여 통치과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었다. 이처럼 국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충원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기회구조 (political opportunity structure)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관련 선거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바, 1994년 통합선거법 제정으로 선거마다 다른 선거운동 허용 범위 등의 차이를 해소하였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난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유권자 수의 편차를 4대1 이하로 줄여 표의 등가성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04년

2) 헌정체제는 정치질서의 기본 원리를 정하는 헌법을 비롯한 실정법 체계와 그 운영을 의미하 는데, 우리나라가 채택한 헌정체제의 기본 원리는 기본권 보장, 주권재민, 3권 분리, 대의제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임. 따라서 헌정체제에 대한 평가는 자유민주주의체제 의 제도화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는바, 헌법을 비롯하여 선거, 정당, 국회, 정치자금, 행정 부, 사법부 관련 법과 제도가 얼마나 자유민주주의의 원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임.

(8)

총선부터 선거구 유권자수의 편차가 3대1로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 국구 의석을 배분하는데 있어서 과거 정당의 지역구 의석율 대신에 득표율 에 따라 배분함으로써 과거에 비해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율간의 편차를 줄 여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최근 전국구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제도가 유권자의 직접적인 의사 표현 방식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와 유권자가 지역구후보와 정당의 비례대표 후 보에게 표를 던지는 1인2표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현행 헌정체제가 집회, 결사, 표현, 통신, 거주이전, 양심, 종교, 언론의 자유 등이 보장되고 여성의 권익 향상과 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포함한 국민의 자유와 인권 신장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1987년 헌정체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독주로 인해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못 하고 있는바, 민주화이후에도 여전히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위임민주주의(delegative democracy)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의회 정치의 파행으로 3권 분립과 대의제 원리가 훼손되고 있으며 특히 정당이 사당적(私黨的) 요소, 강한 지역성, 비민주적 운영으로 인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또 불법, 타락 선거운동의 지속으로 공직자 선출에 있어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고 선거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화이후 도입된 지방자치제도가 선심성 행정, 전 시 행정, 예산 남용 등으로 폐해가 노출되고 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 를 통한 정부 수립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달성했으나 사회정의 와 경제정의의 미확립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여전하다. 그리고 집 권세력의 언론에 대한 통제, 그리고 국민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유린이 완전 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행 헌정체제를 유지하면서 이런 문제점들 을 해결하는 것이 새로운 헌정체제를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행 헌정체제를 기본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우리들이 대 통령제에 익숙하고, 특히 「1987년 헌정체제」는 과거 집권세력이 일방적으 로 도입한 헌정제도와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자신이 현행 헌정체 제를 도입하는데 조그만 힘을 보태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새로운 헌정체제 를 도입하는 경우 엄청난 국민적인 저항을 받게 될 것이므로 현행 헌법을 개정하는 작업은 심각한 정치적 불안을 야기시킬 것이다. 현행 헌정체제가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개헌 등으로 훼손되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존속하고 있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내구력이 강하다. 예를 들면 노태우정부 시기

(9)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에 3당 합당을 하면서 현행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려는 이면 합의가 있 었으나 실패하였다. 또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김종필간의 합의로 내 각제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아직도 일부 정치세력이 내각 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의 동의가 적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1987년 헌정체제」를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1987년 헌정체제」 제도화의 최대 과제는 민주화이후 지속적으 로 나타나고 있는 분점정부, 즉 여소야대 정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점정부는 대통령제에만 나타 나는 현상으로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는 유권자들이 별도의 선거를 통해 행정부와 국회를 구성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구조이기 때문에 대통령소속당(president's party)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하지 못하 는 분점정부가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경우 분점정부를 피할 수 없다. <표 1-1>에서 보는 것처럼 민주화이후 지금까지 실시된 4번의 국회의원 총선에서 대통령소속당은 언제나 과반수 의석을 차 지하지 못하는 분점정부가 계속 탄생하였다.

<표 1-1> 민주화이후 총선 결과와 분점정부

총선시기 대통령소속당 대통령소속당의 의석 대통령소속당의 과반수 미달 의석 1988년 민정당 125석(41.8%) 25석

1992년 민자당 149석(48.9%) 1석 1996년 신한국당 139석(43.5%) 11석 2000년 새천년민주당 115석(42.1%) 22석

그러나 민주화이후 모든 대통령과 대통령소속당이 분점정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분점정부를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 로 만든 결과 정국 파행을 초래하였다. 노태우대통령의 1990년 3당합당, 김 영삼대통령의 1996년 총선후 의원 빼내오기, 2001년 김대중대통령의 의원 꿔 주기와 3당연합이 정당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가져왔다. 그런데 <표 1-2>에 서 보는 것처럼 이러한 단점정부가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해 다음 선거에 서 다시 분점정부로 변경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97년 대 선에서 국회 제2당 출신의 김대중후보가 승리하여 분점정부로 출발했으나 1998년 대통령소속당인 국민회의가 자민련과 연합하여 무소속과 다른 당 의 원들을 영입하여 단점정부로 만들었다. 그러나 2000년 총선에서 새로운 대통 령소속당인 새천년민주당이 다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여 분점정부가 등장하였다. 그런데 김대중행정부는 2001년 3월 의원꿔주기와 3당연합을 통

(10)

해 또 다시 단점정부로 만들었으나 2001년 9월 단점정부 탄생 6개월만에 임 동원 통일원장관 해임안에 자민련이 동조함으로써 민주당-자민련간의 연합 이 붕괴되어 다시 분점정부가 등장하였다. 그리고 2002년 대선에서 소수당후 보인 노무현 민주당후보가 당선된 결과 분점정부가 계속되고 있다.

<표 1-2> 민주화이후 분점-단점정부 패턴

회 시기 정부

형태

행정부 입법부

대통령 비고

소속당 대통령 다수당 제1당 제2당 3당 총의석

13 대 국 회

1988.5.

-1990.1. 분점 민정당 노태우

민정당 (125석) (41.8%)

평민당 (70석) (23.4%)

통일민주당 (59석) (19.7%)

299석

1990.1

-1992.5 단점 민자당 노태우

민자당 (216석) (72.7%)

평민당 70석) (23.6%)

무소속

(11명) 297석

3당합당후 1990년 2월

16일 의석

14 대 국 회

1992.3

(총선) 분점 민자당 노태우

민자당 (149석) (49.8%)

민주당 (97석) (29.2%)

통일국민당 (31석)

(10.4%) 299석

기타 정당 1명, 무소속 21석

1992.5

-1996.5 단점 민자당노태우 김영삼

민자당 (165석) (55.2%)

민주당 (97석) (29.2%)

통일국민당 (31석) (10.4%) 299석

선거직후 민자당이 무소속

21명중 16명 영입

15 대 국 회

1996.4

(총선) 분점 신한국 당

김영삼

신한국당 139석 (43.5%)

국민회의 79석 (26.4%)

자민련 (50석)

(16.7%) 299석

민주당 15석, 무소속

16석 1996.5

-1998.2 단점신한국

당 김영삼

신한국당 (157석) (52.5%)

국민회의 79석) (26.4%)

자민련 (46석) (15.4%)

299석

신한국당이 의원 영입, 1996년

말 의석

1998.2

-1998.8 분점국민회

의 김대중

한나라당 (161석) (53.8%)

국민회의 (78석) (26.1%)

자민련 (43석) (14.4%)

299석

1998.2,26.

김대중행정부 출범일 의석, 무소속 12석

1998.9

-2000.5 단점국민회

의 김대중

국민회의 +자민련 (153석) (51.2%)

한나라당 (140석) (46.8%)

국민회의 (101석) 33.8%)

자민련 (52석) (17.4%)

299석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의원 영입, 1998년 9월 8일 의석,

무소속 6석

16 대 국 회

2000.5

-2001.3 분점 민주당 김대중

한나라당 (133석) (48.7%)

민주당 (115석) (42.1%)

자민련 (17석) (6.2%)

273석

총선결과, 민국당 2석, 무소속5석, 기타

정당 1석

2001.3

-2001.9 단점 민주당 김대중

민 주 당 + 자 민 련 + 민 국 당 (137석) (50.2%)

한나 라당 (133석) (48.7%)

273석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 후 민국 당과 함께 연합, 무소속 2석, 기 타 정당 1석

2001.9

-2003.2 분점 민주당 김대중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273석

2001.9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 건의안 가결로 민 주 당 - 자 민 련 간의 연합 붕괴 2003.2

-현재 분점 민주당 노무현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273석

(11)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앞으로도 단점정부보다 분점정부가 나타날 가능 성이 높다는데 있다. 3김이후 지역주의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나 대 구․경북, 부산․경남, 호남에서는 소위 지역패권지도자가 정치일선에서 사 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여전히 지역정당에 투표하는 현상이 계속 되고 있는 점에서 볼 때 불행히도 3개 이상의 지역정당간 경쟁구도가 당분 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에 대통령소속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분점정부가 계속될 것으로 전 망된다. 따라서 분점정부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 으면 정치적 파행이 계속되고 이 땅에 대통령제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없 다.

그럼 효과적인 분점정부 운영 방안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 째, 분점정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 리나라가 내각제에서 사용하는 “여당, 야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분점정 부를 흔히 “여소야대”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여당인지, 국회의원 총선에서 승리하여 국회 를 장악한 당이 여당인지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소속당이나 국회 다수당이나 제1당이 모두 별도의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통치를 위임받 았기 때문에 전자를 여당으로 할 것인지, 후자를 여당으로 할 것인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을 배출하여 행정부를 장악한 대통령소속당과 국회내 다수당, 제1당, 제2당 등을 구별해 주어야 한다. 민주화이전에 우리나 라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언제나 국회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단점정부만이 존속하여 일본의 내각제에서 사용하는 여당, 야당이라는 용어 를 사용하더라도 대통령소속당과 국회 다수당이 동일하였기 때문에 혼란이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이후 대통령소속당이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 지 못하는 분점정부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여당, 야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통령소속당만을 여당이라고 지칭하고 국회 제1당을 소홀히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그 동안 행정부만을 통치기관으로 생각하고 국민으로부터 통 치를 위임받은 입법부를 경시하는 풍조에서 나왔다. 그리하여 대통령소속당 이 국회 제2당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운영을 책임져야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었다.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를 각각 “문민 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라고 명명하였는데,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문 민행정부, 국민의 행정부, 참여행정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런 잘못 된 인식이나 표현을 버리고 대통령소속당과 입법부를 장악한 정당이 국정

(12)

운영을 공동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효과적인 분점정부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에 못지않게 통치기능을 회복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분점정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주화이후 대통령과 대 통령소속당은 분점정부를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여 합당, 연합, 의원 빼내오기, 꿔주기 등을 통해 분점정부를 자 의적으로 단점정부로 변경시킨 결과 반대당의 격렬한 반대로 국회의 파행과 공전을 불러왔다. 민주화이전에 우리나라에서 40여년간 단점정부만이 존재했 으나 이것이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분점정부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하려고 하지 말고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인식아래 분점정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분점정부의 효과적인 운영은 대통령의 리더쉽에 달려 있다. 대통령 이 국회를 장악하려고 들지 말고 국회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국회와 더불 어 국정을 운영하는 리더쉽이 필요하다. 분점정부 자체가 국정운영의 비효 율성을 야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통령의 리더 쉽에 따라 국정운영의 효율성이 달라진다. 카터대통령은 단점정부였으나 의 회와 원만하지 못하여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했으나 레이건대통령 은 분점정부 아래에서 민주당 의회의 협조를 얻어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 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통령도 국회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리더쉽을 발 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우리나라 정치제도상의 부정합성으로 인해 분점 정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바, 이를 시정해 나가야 한다. 분점 정부하에서 대통령에 의한 설득의 정치가 작동하고 이를 통해서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정당 규율의 완화, 즉 정당 내부의 민주화가 필요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은 내각제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당기율이 높다. 대통령제에서는 의원 각자가 독자적으로 의정 활동을 해 나가야 하므 로 정당의 기율이 높아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의원들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상향식 후보 공천 방식의 도입, 현행 지구당위원장 제도의 폐지, 현 행 정치자금법의 개정, 새로운 국회 운영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중에서 상당 부분을 의원 개인이나 후보에게 분배하여 정 당지도자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국회가 내각제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현행 대통령제가 파 행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내각제에서는 정당을 중심으로 정국이 운영되지 만 대통령제에서는 정당보다 국회 중심으로 정국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13)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국회직보다 당직을 더 열심히 하는 경향에서 알 수 있듯이 원외정당의 요소가 강하여 원내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 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 정당이 비선거기간에는 의원총회를 중심으로 당 이 운영되어 나가야 할 것이며, 원내 총무의 자율성과 권한이 강화되어야 국 회가 대통령제에 적합한 전환의회(轉換議會, transformative legislature)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제에서는 국회가 여러 정당이 집단적으로 서로 경쟁 하는 경연장(arena legislature)이 아니라 국회의원 각자가 힘을 모아 국민의 의사를 구현하는 전환의회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

분점정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행 헌법의 제도적 부정합성 을 점차 교정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대통령제이지만 내각제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서 명실상부한 대통령제의 정치적 원리를 실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면 부통령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 유고시 국민의 위 임을 받은 통치자가 없어 정치적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고, 또 후계자 양성 이나 통치경험을 가진 새로운 정치적 리더쉽 양성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특 히 승자 독식(winner-take-all)으로 인해 지역간의 정치적 대립을 강화시켜 주는 경향이 있다. 또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가능,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의 동의 등 내각제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서 대통령제의 기본 원 리인 행정부와 국회간의 엄격한 권력 분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대 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달라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선거 주기가 일정하 지 않아서 정부정책의 성패에 대해 유권자가 누구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어 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또 대선, 총선, 지방 선거마다 국회가 장기간 열리지 않고 있거나 행정부가 표를 의식하여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는 등 국 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대선, 총선, 지선의 주기가 들 쑥날쑥하여 국정운영에 비효율적인데 앞으로 이들 선출직 공직자의 임기를 동일하게 하여 선거주기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IV. 정당제도 개선의 기본 방향: 지지자 중심의 정당

정당정치의 유동성, 지역성, 비민주성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정당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정당은 당의 핵심을 당원(party member)이라고 생각해 왔으나 앞으로는 정당의 핵심을 당원 대 신 지지자(supporter)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3) 자유민주국

3) 정당개념의 발달과 다양한 정당 개념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 Austin Ranney,

(14)

가에서는 당원이 적더라도 지지자가 많은 경우 선거에 승리하여 권력을 장 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공산당과 대결하기 위해 보수정당도 당원을 정당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게 되었으며, 과거에 비 정상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권위주의세력이 선거에서 엄청난 정치자금을 뿌 리면서 유권자를 동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원을 유지 관리해 온 결과 고 비용 정치구조를 창출하였으며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정당 조직이 선거때마다 소위 선거꾼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전개 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정당의 당원 중 많은 수가 허수이다. 우리나라 정당이 주장하는 전체 당원 수는 유권자의 약20%이나 실제 유권자 면접조사에 의하면 6%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과거 어느 집권당의 경우 지역구의 당원이 5만 명이라 고 자랑하였으나 선거 결과 3만5천표밖에 나오지 않았는바, 결국 당원 중 허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기존 정당들이 당원관리와 기 간조직 유지를 위해 비선거기간에도 엄청난 경비를 지출하고 있으나 비효율 적이고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다.

이제 우리나라 정당이 당원 증대와 당원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지지자를 확대하여 지지기반을 넓혀 나간다는 정치전략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지지자 중 정치에 관심이 많고 당비를 내는 경우 당원으로 관리하고, 일시적으로 선거 운동이나 정치적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지자는 자원봉사자로 관리하고,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지지자는 후원회원으로 관리하 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과거 “품삯”을 받고 일하던 당원제도를 과감 히 탈피하여 자발적인 지지자가 정당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넓혀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선거권의 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고, 대학생들이 학 내에서 학생운동 대신 정당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당원제도는 오히려 유권자의 자발적인 정당 참여를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의 자격을 정지시 키는 대신 당비를 내는 당원에 대해서는 과거의 “품삯” 대신 정당의 공직후 보선정을 비롯한 주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 해야 한다.

오늘날 중산층이 증가하고 대중매체가 널리 보급되어 선거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시기에 과거처럼 당원을 중심으로 한 동원 위주의 선거운동방식을 채택한다면 새로운 유형의 지지자를 확대하는데 지장이 있

"The Concept of Party," Oliver Garceau, (ed.) Political Research and Political Theory,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68), pp.143-162.

(15)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을 것이다. 따라서 당원이 적더라도 지지자가 많은 경우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후원회원과 자원봉사자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 로 정당조직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당원관리 중심의 사 무국 조직을 개편하여 당원 관리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후원회원과 자원봉 사자를 똑같은 비중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정당제도 개선 방향은 기존의 원외사무국조직을 대폭 축 소하여 원내 중심으로 정당을 운영하여 정당 대신 국회가 정국의 중심이 되 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가장 큰 폐해중의 하나는 국회의원이 국회 직보다 당직을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민주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로서 권위주의 정당정치의 유산이다. 그리하여 정당이 국회를 중심으로 민생에 관련된 문제를 놓고 서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원외에서 서로 힘겨루기에 만 몰두하는 경향이 높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정당조 직을 원외와 원내로 이원화하여 원외는 공직을 맡지 않은 인사가 당원관리, 선거준비 등을 관리하고 공직자는 의정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당총재, 부총재, 당무회의, 지도위원회, 사무총장, 정책위원회 등을 비롯한 당 직을 없애고 당대표나 전국위원회 의장과 전국위원회, 전당대회만을 두고, 지방당에도 시도지부 위원회, 지구당 위원회 등 협의체를 두는 것이 바람직 하다. 이와 별도로 중앙당은 원내총무나 원내 대표 아래 정책 담당 부총부 (과거의 정책위원회 기능 승계), 홍보 담당 부총무 (대변인 겸임), 의정 담당 부총무, 민원 담당 부총무 등을 두어 당의 의정 활동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 를 위해 원내총무(원내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임기의 보장과 함 께 완전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비선거기간에 원내중심으로 정당이 개편되면 국회가 활성화되어 정당이 아닌 의회 중심으로 정국이 운 영되어 국회가 자율성을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앙당 사무국을 대폭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비선거기간에 정당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중앙당 사무국/시도 사무국/지구당 사무국 체제 아래에서 는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시도지부, 지구당 사무 국제도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도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지역 사회의 명망가들이 참여하는 시도협의체, 지구당 협의체를 두는 것이 바람직 하다. 기존의 지구당 조직은 과거 동원정당 시기에 만들어져서 오히려 유권 자의 자발적인 정치참여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 지구당 조직을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한 정당의 새로운 뿌리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지구당조직 대신에 각 당이 지역에서 자원봉사자 모임이나

(16)

후원회 모임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영국의 보수당이 각 지 역구에 가지고 있는 conservative club과 같은 협의체 유형의 조직을 유지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현행 지방당은 중앙당의 완전한 통제아래 지구당 위원장의 독점적 지위가 부여되었는데, 앞으로 지방의 시도지부, 지구당 협 의체는 이런 독점적 구조를 타파하고 자유경쟁의 원칙 아래 공직후보 선정 등에 있어서 중앙당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 지 않으면 지방당은 자생력을 가질 수 없어서 중앙당을 뒷바라지하는 역할 에서 벗어날 수 없다.

끝으로 당내 민주화를 위해 공천권이 정당지도자의 손에서 벗어나야 한 다. 당내 민주화의 핵심은 하향식 공천제도의 개선에 있는바, 특히 정당 지 도자가 공직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 정당의 지도자 의존 현상에서 탈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말해 하향식 공천제는 당원들의 정당 일체감(party identification)을 약화시키고 또 유권자 지지기반을 확대하는데 걸림돌이 되 고 있으며, 결국 정당의 사당화(私黨化) 현상을 낳게 된다. 이제 당비를 내는 책임있는 당원이나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에게 당의 공직 후보 선출에 참여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 정경유착과 고비용 정치구조를 혁파한 다면 과거처럼 엄청난 정치자금을 동원하여 당원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 므로 당원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당비 납부 등 책임을 지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경선을 통 한 상향식 공천제도가 돈이 많은 사람이 당원이나 대의원이나 유권자를 매 수하는 부작용 등을 낳을 우려가 있고 또 하향식보다 오히려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 는 제도적 장치로서 당원 비밀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전체 유권자를 상대로 예비선거를 실시하는 경우 유권자를 매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공직후 보에 따라 유권자, 대의원, 당원 등이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선별적 으로 도입하는 경우 당의 활성화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도와 줄 것이다.

V.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핵심과제: 선거 주기의 정례화

선거제도개선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주기 를 조정하는 것이다. 민주화이후 대통령의 임기가 5년,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 단체장의 임기가 동일하게 4년이지만 지방선거 도입시기가 달라 지금까지 각종 선거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17)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폐단이 많은데, 첫째 선거비용이 많이 들고 선거를 전후하여 행정부 정책이 선거를 의식하여 일관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경제정책이 선심성 위주로 바뀌어 경제에 주름살이 가고, 엄청난 선거 운동비용이 경제에 부담 을 주고 있다. 둘째, 선거의 주기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묻 기가 어렵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임기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 정책의 실패 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혼란이 온다. 예를 들면 2000년 총선 에서 대통령소속당은 IMF 사태의 책임이 없으나 국회는 1996년에 구성되었 으므로 IMF사태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1997년 대선에서 IMF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총선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표 1-3> 향후 각종 선거 실시 연도 2004년: 총선

2006년: 지선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10년: 지선 2012년: 대선, 총선

셋째, 선거를 전후하여 국회의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서 국정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국회가 대선과 총선을 전후하여 2개월이상 4개월 이나 열리 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대선과 총선의 주기가 다르기 때문 에 분점정부가 자주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선과 총선 시기가 같거나 비슷한 경우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도 지지하는 소위 상승효과(coattail effect)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임기 중간 에 총선이 있는 경우 대통령소속당이 불리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다수 의석 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분점정부가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3>에서 보는 것처럼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시기나 2012년 대선과 총선이 겹치는 시기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동일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선거제도 개선과 관련된 두번째 문제로서 최근 대법원이 유권자가 정당이 나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는 현행 전국구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현행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경우 1인2표 제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번에 1인2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계기로 전국구 비례대표 의석과 소선거구 의석을 1대 1로 조정하는 것이 바

(18)

람직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체의석이 300석이라면 소선거구제로 150석, 비례대표제로 150석을 선출하는 것이다.

모든 선거제도가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이유 를 이해하려면 소선거구제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야 한다. 먼저 장점을 보면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를 선택하는데 용이하게 하 며 선거관리가 비교적 쉽다. 그리고 국민과 대표간의 접촉과 토론을 활성화 시켜 선거구 주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시키기가 쉽다. 또한 대정당을 만들 어 내어 국회내 정당 난립을 방지함으로써 정국 안정에 기여한다. 한편 소 선거구제의 문제점은 비례대표제와 달리 사표를 많이 낳아 정당의 득표와 의석간에 불비례성(non-proportionality)을 초래하여 국민의 의사를 의회에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의 현상을 완화하지 못하고 심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선거구간 심한 인구 편차로 인한 표의 등가성이 유지되지 못 하고 있다. 특히 선거 과열, 타락선거, 금권선거 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 을 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 중에서 소선거구제 제도 자체에 기인하는 것과 제 도 외 다른 요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을 구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역주의 현상은 지역갈등 구조가 근본 원인이고 소선거구제는 매개변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만으로 지역주의현상을 완전 타파하기는 불 가능하다. 그리고 선거과열과 금권타락선거는 현행 제도에 기인한 것이 아니 라 다른 정치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즉 우리나라처럼 소선 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서 선거과열과 금권타락선거를 찾아볼 수 없 는 것은 이런 현상이 소선거구제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유한 정치풍토와 선거문화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선거과열과 금권타락선거를 방지하려면 소선거구제를 중선 거구제나 다른 제도로 변경해서 이루어질 수 없고, 철저한 선거 감시활동과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하고 엄격한 처리 등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소선거구제의 제도적 문제점은 불비례성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 다. 그런데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가 정당의 수를 증가시켜 정치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미 많은 정치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다. 즉 사표 를 방지할 수 있는 완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경우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 율간의 차이를 줄여 비례성을 높이고 유권자의 다양한 의사를 의회에 반영 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지지만 수많은 군소정당을 만들어 내어 정당의 수가 많아짐으로서 결국 정국 안정을 위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이 후 과거의 양당형태(two-party format)에서 다당형태(multi-party format)로

(19)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전환되어, 이미 지적한 것처럼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계속 탄생하 여 행정부와 국회간의 대립양상이 벌어져 주요 법안이 발효되지 못하는 사 태를 빚었다. 결국 대통령제에서 의회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존재 하지 않고 다당제가 되는 경우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교착상태가 일어날 가 능성이 높아지므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한다.4)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정부형태와 정당제도 및 선거제도간의 상응성을 고려해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경우 유효 한 정당의 수를 줄이는 효과가 강한 소선거구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소선거구제의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인 불비례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소선거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1대1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총의석이 400석인 경우 소선거구 200석, 비례대표 200석으로 하는 경우 소선거구제가 가지고 있는 불비례성의 문제 점을 크게 완화시켜 줄 것이다. 이 외에도 비례대표의석을 증대시키는 이유 는 지역대표성에 의존하는 1인1구 선출의 소선거구 의원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지역구 활동으로 인해 의정활동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지역 구 관리의 부담이 적은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증대하여 의정활동의 효율성 을 높임으로서 국회의 통치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비례대표 의석이 많은 경우 정책 전문성이 있고 개혁의지가 강한 인물들이 국회에 들 어갈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과거 개혁성향이 강한 인사가 2-30명 국회에 진 출했으나 국회의 오랜 타성에 젖어있는 다른 250여명의 재선이상의 의원으 로부터 오히려 길들여지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늘 여 대폭적인 인물교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비례대표 의석이 많아지면 소선거 구에서 볼 수 있는 지역인물 중심의 선거가 아닌 정당간의 정책 대결이 가 능해진다.

VI. 의회제도 개선의 기본 방향: 국회의 자율성 보장

의회제도 개선의 기본 방향은 행정부와 더불어 통치기관의 하나인 국회를 활성화시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대통령이나 당에 종속되지 않고 자율성을 확립해야한다. 우리나라 의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파행과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바, 특히 대통령제 민주주의에 적합한 국회 운영방안을

4) Scott Mainwaring, "Presidentialism, Multipartism, and Democracy: The Difficult Combination."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vol.26, no.2, (1993), pp.198-228.

(20)

개발해야 한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내각제에서는 의회가 정당간에 집단적으 로 경쟁하는 경연장(競演場)이지만 대통령제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각자 힘을 모아 국민의 의사를 결집해서 국가정책을 만들어 내는 전환의회(轉換議會)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국회가 경연장이 되고 있 는바, 이를 시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행정부와 국회가 공유하고 있는 법률안 제안권을 국회만이 가지도 록 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입법기능을 강화하여 명실상부한 통치기관의 역할 을 하도록 한다. 이제까지 국회의 입법기능이 행정부가 제안한 법률안을 심 의하거나 정당화하는 기능으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하여 행정부의 법률제안권이 국회를 행정부의 시녀로 만드는 매개 수단이 되었다. 행정부와 국회가 법률 제안권을 공유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3권 분립을 강조한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기본 정신에 배치된다. 행정부의 입법권 제한을 통해 행정부의 독주를 방지하고 국회의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고 국회가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의회가 국왕의 징세권 을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출범했다는 역사적 기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 산안이 한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므로 예산의 편성작업은 당연히 국회의 몫이 되어야 한다.

민주화이후에도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현 상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대통령제가 순수한 대통령제 이상의 권력 집중 장 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내각의 수반이면서 동시에 집권당의 총재이고 또 행정부의 최고 수장이면서 법률제안권과 예산편성권까지 장악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3권 분립의 정신에 의한 국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이 다.

둘째, 기명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현행 국회법에 기명투표제가 명시되어 있으나 우리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기립, 거수, 또는 이의유무를 묻는 표결방 식을 주로 활용해 왔다. 그 결과 국회의원 개개인의 입법 활동 내용이 구체 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국회의원의 원내 활동, 그 중에서도 안건심의 과정에서 취한 정책정향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원내 안건 심의 과정에서 보여 준 표결 내용을 추적해야 한다. 따라서 의원 각자의 표 결 결과가 개별적으로 기록되는 기명투표제를 활성화 할 것이 절실히 요구 된다.

셋째, 법안에 대한 최소심사 기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행 국회법은 의안이 5일을 경과하지 않으면 안건으로 상정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러

(21)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위원회의 결의로 즉시 상정할 수 있도록 되 어 있어서 즉시 상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국회는 회기말에 의안이 무더기로 제출되어 안건의 심사가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이루어지거나 일 방의 물리적 강제에 의해 파행적으로 처리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5) 따라서 모든 안건에 대해 일단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는 최소한의 심사기간 이 경과한 후에만 그에 대한 국회의 심사가 종료되도록 하는 장치를 도입하 여 심사과정의 질적 수준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입법과정은 단순히 법 안의 형식을 갖춘 입법 산출물을 생산해 내는 데에만 그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사과정에서 다양한 이견이 표출되고 공론화됨으로서 시민 사회에 대한 정치교육의 효과를 낳으며 통합된 의견의 창출을 도모하게 된 다. 따라서 의안의 졸속처리는 국회의 기능적 위상을 저하시키는 결정적 요 인이 되므로 안건처리 최소기간을 지켜야 한다. 다만 교섭단체간의 이견이 없거나 조속한 처리의 필요성에 대해서 교섭단체간에 합의를 보는 경우까지 도 일정기간의 심사기간을 요구하여 급변하는 사회의 환경적 변화에 국회가 둔감하다는 비난을 받을 필요는 없다. 특히 특별의안 목록제도를 채택하는 경우에는 안건의 제안자가 스스로 희망하는 안건 심사기간이 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교섭단체간의 합의에 따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므로 불필요하게 의안의 심사를 지연하는 문 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넷째, 날치기 입법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민주 화이후에도 법안의 변칙처리가 빈발하고 있어서 국회의 권위가 실추되는 것 은 물론이고 교섭단체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근원 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처리된 법안은 무효 로 하는 규정을 두어 실력으로 법안처리를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소위 날치기 통과와 같은 졸속처리의 경우 당연히 그런 방식에 의해서 처리 된 안건은 그 안건처리 결과를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게 되면 졸속으로 처리 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위법한 방식에 의한 법안처리가 줄어들 것으 로 기대된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회의의 운영 자체를 방해하는 경우도 강력한 제재조치 를 취할 수 있게 의사규칙 위반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법에 도 회의의 질서유지나 윤리심사 및 징계에 관한 규정을 따라서 부분적으로 국회법 위반자에 대한 제재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보다 세밀한 의

5) 정기국회에서 무더기 법안 통과를 방지하기 위해 정기국회에서는 예산 관련 법안만을 심 의하도록 금년 초에 국회법을 개정하였으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22)

사규칙을 통해 회의의 운영과정에서 요구되는 각종 규칙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하고 즉각적인 제재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사규칙을 선언적 규범의 차원에서 다룰 가능성도 있다.

다섯째, 국회 상시개원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 동안 상시개원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 국회법에는 연중 상시 운영을 위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의논하여 매년 12월 말일까지 다음 해의 연간 국회운영기본일정을 마련하도록 되어 있고, 또 짝수 월(8월, 10월, 12월 제외) 1일에는 반드시 임시회를 열도록 되어 있 다. 그러나 국회가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국회가 문을 닫고 있는 날이 많으면 결코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국회 기능의 확대를 위해서는 의회의 상설화만큼 시급한 과제가 없다. 또 정보화 사회의 증대되는 국민의 요구를 소화하기 위해서도 국회가 상시개원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국회의 자율성 확보와 합리적 운영을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위상 강화와 권위 회복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3권분립의 한 축을 책임지는 국회의장이 사실상 대통령의 추천으로 대통령소속당의 지지를 받 아 국회에서 선출되었다. 그리하여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대통령소속당을 위 해 편파적인 운영이나 날치기 통과의 주역이 되기도 하였다. 이제 국회의장 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초당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당적을 보유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국회내 정당의 교섭단체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회가 공전되거나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제도를 개선하고 국회의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 로 개선되어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국회의장은 통치기관의 하나인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행정부의 수장과 대등한 관계를 회복하고 정당간의 대립을 중재 조정하면서 의사진행을 효과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민주적이고 효 율적이며 자율적인 의회를 만들려면 위에서 지적한 제도 개선 문제 외에도 교차투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제도의 개선, 인사청문회 제도의 보완, 예결위 의 전문성 제고를 비롯한 예산심의 제도의 개선, 공청회와 청문회 제도 활성 화, 법안실명제 도입, 의정활동의 공개 강화, 상임위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 다.

(23)

제 1 장 국회의 정치제도 개선 과제

VII. 정치자금제도 개선 방안: 투명성과 자립성 확립

현행 정치자금제도는 투명성이 부족하여 여전히 음성자금이 나돌고 있고, 또 국회의원 외 다른 공직후보자들은 후원회를 조직할 수 없어 비민주적이 며, 각 정당이 당비 대신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하여 재정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자금제도의 투 명성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인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각 정당과 공직 후보는 선관위에 신고된 단일계좌만으로 정치자금의 출납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다른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경우 정치자금법 위 반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완전 공개하 여 공직후보들이 누구의 돈으로 정치를 하고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정치자금법이 허용하고 있는 익명의 정액영수 증제는 금융실명제를 위반하고 있는 제도이므로 폐지해야 하며, 100만원 이 상의 정치자금은 실명기부만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현행 정치 자금법은 정치인에 대한 생활보조비, 차량비, 병원비, 강연료, 고문료 등을 규제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간접적인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규제해 야 한다. 지금까지 정치인 개인이나 친척의 정치자금은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이것도 한도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립하려면 정치인에 대한 로비를 양성화하고 정치자금 회계보고 에 대한 실사를 철저히 하여 축소 신고나 위장 신고, 분식처리 등을 방지해 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이나 공직후보의 정치자금 회계 보고를 보면 주로 당비, 후 원금,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데,6) 당비보다 국고보조금이나 후원금에 의존하는 바가 높아 우리나라 정당이 이러한 정치자금을 마련하거나 관리하 는 정당지도자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지도자가 마음대로 정당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정당이 지도자 중심에서 벗어나 명실상 부한 대중정당이 되려면 국고보조금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첫째, 소액다수주의를 채택하여 10만원이하의 소액 당비나 후원금을 많이 모은 정 당이나 공직후보에게 그에 상응하는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매칭펀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민주화이후 정당들이 당비를 많이 모으려는 노력 대신 서로 담합하여 국고보조금을 계속 증액하고 있는데, 이처럼 현행 제도는 정당의

6) 현행 정치자금법에 의하면 이 외에 기탁금제도가 있는데, 과거 기탁금이 집권당에만 몰 리는 경향이 있어서 반대당의 강력한 요구로 97년에 지정기탁금제도를 폐지한 후 유명무 실한 상태다.

(24)

재정적인 자구노력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에 매칭펀드제도로 대체해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문제가 많은 현행 국고보조금 배분방식도 해결될 수 있 다. 현행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대정당에게 유리하 고 또 득표수가 아닌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정당의 이합집산을 부 추기고 있으며 특히 새 정당이 정치권에 진입하는데 장벽이 되고 있다. 앞으 로 소액의 당비나 후원금을 많이 모은 정당이나 후보에게 지급하는 경우 이 런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다. 둘째, 현행 국고보조금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고, 또 제왕적 총재의 사금고로 전락하여 1인지배의 사당적 정당구조를 재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국고보조금의 사용처를 당내 공직후보 경선비용, 원내 정책 개발비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국고보조금을 비롯한 당내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보고가 분기별로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이루 어지고 선관위는 회계보고에 대한 철저한 실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하여 축소 신고, 위장신고, 분식처리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가 이루어져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현행 국고보조 금중 경상비를 중앙당에만 지급하는데 앞으로 사용처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지방당에도 직접 교부함으로써 지방당 육성을 통한 정당의 분권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고보조금중 선거비용은 지금처럼 정당에 주는 것 이 아니라 후보에게 지급함으로써 공직후보가 당의 보스에게 매달려 의정활 동의 자율성이 제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당과 의회발전에 도움이 될 것 이다.

마지막으로 후원회 제도가 민주적으로, 그리고 현실성 있게 개선되어야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중앙당과 지구당, 그리고 국회의원 입후보자에 대 해서만 후원회 결성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방선거 입후보자나 당내 경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음성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므로, 이들의 불법정치자금 거래를 방지하려면 이들의 후원회 구성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후원금의 모금한도액은 증액하고 기부한도액은 낮추 는 것이 현실적이다. 개인이나 법인이 거액을 기부하는 것은 이권이 개입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기부한도액을 대폭 낮추는 대신 후원금의 모금한도액은 증액하여 소액다수주의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치

Updating...

참조

Updating...

관련 주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