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개혁안의 타당성 및 실효성과 여타 대안의 검토

위에서 언급한 노무현당선자의 전제조건과 약속이 타당한 것인가에 검토 하기 위해서는 이원집정제 자체가 합리적인 정부형태인가 그리고 한국의 현

제 2 장 노무현정부의 정치개혁 과제와 전망

실에 적합한 것인가, 전제조건은 야당이 수용할만한 것인가, 그리고 당위적 인 중간목표―지역구도의 극복―도 달성할 수 있는 것인가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 섹션에서는 정부형태 자체의 합리성과 한국에의 적합성을 논 의하고, 야당의 수용 가능성과 지역구도 극복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뒤의 선 거제도개혁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대통령중심제가 정치를 제로-섬화하고 내각책임제가 권력분점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 흔히 주장되기도 하나, 일반적인 타당성을 결여한 관찰에 기인 한 오류이다.12) 미국처럼 삼권간 그리고 중앙-지방정부간 견제와 균형이 제 대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전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정 치도 제로-섬화 되지 않는다. 내각책임제 하에서도 영국의 경우처럼 수상독 재라고 칭해질 정도로 수상이 전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2 공화국의 참담한 경험과 전두환정권이래 집권연장이나 정치적 연합을 위한 목적으로 내각책임제가 추구되었다는 사실을 두고 이에 대하여 선험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거나 어떤 음모가 있지 않을까하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와 같이 대통령제나 내각제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또 국민들의 선호도 엇갈려서 반드시 특정 정부형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하여 이원집정제 또는 분권 형 대통령제나 책임총리제를 대통령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 하지 않다.13)

가. 이원집정제의 연원 및 채택 이유14)

12) 대통령중심제의 단점을 내각채임제의 장점과 비교하여 내린 내각책임제의 우월성 주장 은 Linz(1994, 1993a, 1993b)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의 대통령제와 내각제 비교는 박기덕(1998: 17-76) 참조.

13) 흔히 준대통령제라 불리는 이 정부형태는 대통령과 총리가 실질적으로 의미 있게 권력 을 분점하는 정부형태로서 직선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고 행정수반인 총리와 각 료들은 의회에 책임을 지는 제도를 말한다(Duverger 1980: 142). 이 제도는 여러 가지로 별칭 되는데 ‘수상-대통령제’(premier-presidentialism), ‘이중행정부제’(dual executive system), ‘양극행정부제’(bipolar executive system), ‘분할행정부제’(divided executive system), ‘내각제적 대통령제 공화국’(parliamentary presidential republic), ‘의사내각 제’(quasi-parliamentary system), 그리고 ‘준내각제’(semi-parliamentary system) 등으로 호칭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이원집정제’로 통칭되어오다가, 요즘에는 현행헌법을 개정하 지 않고 이 제도를 실효적으로 시행한다는 차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정균환 2002)나

‘책임총리제’로 언급되기도 한다.

14) 이원집정제에 대한 논의는 정치학회가 2002년도 사업으로 시행한 “국무총리 제도 연구 및 국무총리실 기능․운영 실태 분석”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연구한 미출판 졸고 “국무총 리의 기능 및 권한의 정치적 효과: 정부형태에 따른 이론적 논의”에서 발췌하여 차용하였

이원집정체를 채택하는 국가들은 내각제 하에서의 약한 행정권을 강화하 여 정국을 안정시키고자한 프랑스모델, 행정부의 안정성과 합의주의적 정치 를 구현하려 한 스리랑카모델 그리고 대통령의 지도력과 그에 대한 의회의 견제를 확보코자 한 동유럽모델로 삼분할 수 있다.15) 세 가지 모델 모두 행 정부의 안정과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비하여, 제 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하여야 한다는 한국 정계, 학계 및 언론계 일각의 주장은 특이하다.16)

이 제도의 실질적인 효시인 프랑스의 제5공화국이 왜 이런 정부형태를 선 택하게 되었는가를 명시적으로 천명한 적이 없다. 그러나 여러 문건이나 연 설을 보면, 이 제도의 창설자인 드골이 우리와는 정반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확보하고 행정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정부형태를 선택하였음을 알 수 있다.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를 창출하기보다는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여 내각제를 수리한다는 측면이 더 중요시 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18) 드골 대통령은 1964년 1월 31일 “국가의 분할할 수 없는 권한

다.

15) 국가사회주의체제(state socialism)를 자유체제로 전환하여야 했던 동유럽국가들은 정치 및 경제․사회 체제의 이중전환을 달성하는데 있어서의 제약을 극복하고 목적을 달성하 기 위하여 대통령과 다른 한편 내각 및 의회를 강화하여 개혁추진에 필요한 지도력을 확 보하고 동시에 의회․내각으로 하여금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이원집정제를 채택하 였다.

16) 좀더 구체적으로 ⅰ) 시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다양하여 한 지도자를 통하여 이들을 대 표하고 통제할 수 없어서 권력의 최상층부에 복수의 대표를 세울 필요가 있었다는 점,

ⅱ) 정부에 대표되지 않은 정치인집단(예를 들면 야당의원들)을 관리할 필요성, ⅲ) 국정 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ⅳ) 국가원수가 자기의 후계자로 하여금 정책결정 과정에 보다 익숙하게 하기 위하여 그리고 ⅴ) 국가원수가 일상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고 자 하는 바람 등 다섯 가지가 이원집정제를 채택한 국가들의 이 정부형태 채택 원인이자 목적이다(Blondel 1984: 166).

17) 이원집정제의 출발점이 되는 베이유선언(Bayeux Manifesto)에서 드골 장군은 행정권 (executive power)이 의회에 종속되면 권력에 혼란을 초래하고 또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위임된 권한만을 행사하도록 위축하게 된다고 경고하고(de Gaulle 1946: 140-141), 행정 권은 정당 위에 존재하고 또 의회까지도 포괄하는 광범위한 실체(시민 또는 유권자)에 의하여 선출되는 국가원수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하였다. 이렇게 볼 때,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의 정부형태 규정은 행정권의 분점을 겨냥하기보다는 당시 프랑스의 상황에 기반을 두고 대통령의 권한을 확립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8) 드골의 위임을 받아 제5공화국 헌법 기초 단계부터 감독임무를 담당했던 드브레(Michel Debré)는 제3, 4공화국 당시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약화되어 내각제정부가 위기에 처했던 것이라고 보고, 대통령제를 창출하기보다는 내각제를 수선하는 것이 제5공화국 헌법을 채택하는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Andrews 1982: 2, 22, 32). 동 헌법은 구체적으 로 의회의 정부 불신임을 어렵게 하고, 입법 과정의 속도를 촉진하며, 정부의 입법 역할

제 2 장 노무현정부의 정치개혁 과제와 전망

(authority)은 전적으로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에게 부여되어 있다”

면서 이를 적절히 위임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그의 의무라고 선언하였다 (Duverger 1980: 145). 이는 프랑스 대통령의 권한과 권위를 상징적으로 보 여주는 것으로 드골의 후임자들에게도 계승되어,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총리 나 각료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그들을 복종하게 하여 행정권의 수장이자 행 정부의 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프랑스의 대통령이 평상시에 그렇게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 법이 보장하지는 않았다.19) 그리고 헌법규정에도 불구하고 주로 대통령의 정 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느냐 못하느냐 여부, 그리고 대통령의 개성이나 정치적 위상 및 능력 그리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은 가변적으로 행사되어 왔다.20)

아시아에서는 아마도 스리랑카가 실질적으로 프랑스의 정부형태를 이식한 유일한 경우일 것이다. 윌슨(Wilson 1978: 152-157)에 의하면, 스리랑카가 프 랑스 모델을 채택한 이유는 행정부의 안정성과 합의주의적 정치를 창출하고 자 하는 것이었다.21) 내각제를 시행하던 시절 총선을 너무 자주 실시하여 경

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었다.

19) 프랑스 제5공 헌법이 평상시 대통령에게 그렇게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헌법이 초강력 대통령제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은 특수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독재자가 될 수 있도록 강력한 비 상대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헌법 16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권한 이외의 경우, 1) 의회 해산, 2) 헌법재판소에 대한 법률이나 조약 등의 위헌심사 부의, 3)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 3인 임명 그리고 4) 대 의회연설이라는 네 가지 사항에 대하여서는 총리의 부 서나 의회의 과반수 의결을 통한 동의 없이도 독자적인 결정을 행사할 수 있다. 헌법 제 16조에 의하면, 이 특수하고 긴급한 상황이란 “국가의 제도, 독립, 영토 그리고 국가의 대 외적 약조 등이 심각하고도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고, 또 합헌적인 공권력의 정상적인 행 사가 방해를 받을 때”를 의미하는데, 실제 비상대권이 발동된 것은 1961년 샬레 장군이 알제리에서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한번이지만, 그것도 상징적인 효과를 노리고 발동된 것이었다(Duverger 1980: 144).

20) 이와 같은 요인들의 영향이 발휘된 정도에 따라, 프랑스 제5공화국의 정부는 크게 1) 합 리적 내각제 모델, 2) 자유독재모델, 3) 강력한 대통령제(또는 정상)모델, 4) 약화된 대통 령제(또는 준정상)모델 그리고 5) 총리-대통령(또는 동거)모델이라는 다섯 가지 양상을 보여왔다(Keeler and Schain 1997: 88-105).

21) 이 헌법을 기초한 사람은 일석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선거제도가 양당제를 촉진하고, 양당제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보아, 강력한 직선 대통령을 두되 의회는 정당 명부제-비례대표 선거를 통하여 구성하였다. 그러나 프랑스와는 달리 각료는 반드시 의 원 중에서 임명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리랑카의 대통령-총리간 실제 관계는 프랑스보다는 한국의 경우와 유사하다. 6년 임기로 직선되는 대통령은 국가 원수일 뿐 아니라 행정수반이고 내각의 수장이며 군의 총사령관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 대통령

제적 부담이 심각하였는데, 이를 피하고자 하는 것도 부수적인 이유들 중의 하나이다. 대통령은 총리는 물론 각료를 독자적으로 임면하며, 총리와 상의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점에서는 총리의 제청으로 조각할 수 있는 한국 현 행 대통령보다도 더 자율성을 가지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한 대통령이 비록 내각의 수장이지만 의회가 내각을 불신임하는 경우에도 대통령만은 불신임하지 못하여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였다.22) 전반적으 로 스리랑카의 헌법은 대통령의 정당이 의회의 다수를 점하여 대통령과 의 회가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소련과 유고 및 체코슬로바키아의 해체․분화로 인하여 역내 국가는 9개 에서 27개로 증가 하였다. 이 국가들은 거의 모두 프랑스의 이원집정제와 독 일식 내각제를 정부형태모델로 선택하였으나, 특히 프랑스모델을 따른 경우 가 대부분이다.23) 그 이유는 국가사회주의체제(state socialism)를 자유체제로 전환하는데 있어서의 제약이나 목적과 관련 되어 있다.24) 일반적으로 구체적 인 제도는 결국 긴 경제․정치․사회적 전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제 정치 세력간의 동학에 의하여 결정되었으며, 공산체제 붕괴 이후의 민주적 규칙에 관한 게임은 제정된 헌법에 따르기 보다는 당분간 공산세력과 반대세력간의 협정, 선거 후 집권연합 세력간의 협정 그리고 과거 공산체제 헌법에 근거하 여 진행되었다.25)

의 정당과 의회의 과반수 점유 정당(또는 정당 연합)이 다른 경우, 대통령과 의회 간에 갈등이 조성될 수 있고, 이 경우 프랑스처럼 내각제적 정부운영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22) 대통령과 의회가 갈등관계에 직면하여도 대통령이 의회의 의사에 따라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을 구성하지 않고자하는 경우,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실시할 수 있 다. 그러나 이 총선에서 대통령의 정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사임하거나 총리에게 국정을 위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경우에만 총리는 실질적으로 국정을 주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프랑스의 경우보다 대통령의 선택권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23) 영국식의 내각제나 미국식의 대통령제를 이식하고자하는 시도는 거의 없었고, 리투아니 아가 1992년 미국식 헌법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국민의 지지가 낮아 실패하였다.

24) 이유는 ⅰ) 구 공산세력과 야당세력간 정치권력의 분배에 있어서 상호간 협상의 입지를 반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함과, ⅱ) 소련 해체 후 고르바초프가 선택한 제도가 모델이 되었 고, ⅲ) 직선을 통하여 선출된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을 견제하도록 분열된 의회와 내각을 강화하기 위하여 그리고 ⅳ) 경제체제 및 정치체제의 이중전환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소 요되는 길고도 어려운 고통을 견디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이 필요 하고, 이는 의회에 기반을 둔 총리의 협력으로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Bunce 1997: 167-169).

25) 비슷한 동기에서 비슷한 제도를 채택한 동유럽국가들에서 대통령과 총리간의 권련분배 양상은 동일하지 않다. 헝가리, 체크 및 슬로바키아는 사실상 내각제로 운영되고 있다.

마케도니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카자크스탄 및 크로아티아에서는 대통령이 강력한 권 력을 행사하고;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및 체크에서는 대통령의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