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공업화학 전망, 제10권 제4호, 2007
건강칼럼
기능성 위장장애
<황유선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전공의 과정 수료 현 서울대학교 부속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혹시 음식을 먹었는데, 잘 내려가지 않는다거나 걸 핏하면 변비 또는 설사가 반복되는 분이 계십니까?
속이 쓰리거나 배가 더부룩해서 괴로운데 병원에 가 서 검사를 받아봐도 별 이상이 없다는 얘기만 듣고, 또 약을 먹어도 별로 차도가 없으셨던 분들이 계십 니까? 증상은 계속되고 불안감만 가중되면서 혹시 내 몸 안에 병원에서도 못 잡아내는 뭔가가 있지 않은 가 걱정되는 분들이 계십니까? 이런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원인이 발견되지 않을 때 이를 기능성 위 장장애라고 합니다.
이번 호는 그런 분들을 위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준비하였습니다.
우선 기능성 위장장애의 정의부터 알아보기로 하 겠습니다. 기능성 위장장애란 구조적, 또는 생화학적 인 이상이 없이 나타나는 만성적인 소화기 증상으로 인두에서 항문까지 이르는 전 소화기계에 걸쳐 나타 날 수 있는 모든 증상이 포함됩니다. 구조적 또는 생 화학적인 이상이 없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내시경, 또는 각종 검사로 발견할 수 있는 궤양, 염증, 암, 또는 전신 질환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철저하게 질병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서는 기능성 위장장애라는 말을 섣불리 붙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 기도 합니다.
우선 기능성 위장장애를 상부 위장관 증상과 하부 위장관 증상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상부 위장관 증상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칭하 며, 말 그대로 상복부 중앙에 복통이나 불편감이 있 는 경우를 말합니다. 불편감은 통증으로 표현되지 않 는 불쾌한 감각, 즉 뭔가 꽉 차고 더부룩한 느낌, 메 슥거림, 구역, 트림 등 다양한 증상을 모두 포괄합니 다. 이런 증상이 지난 1년간 3개월 이상 지속되야 합 니다. 중요한 것은 질환의 가능성이 병력과 진찰, 내 시경에 의해 완전히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증상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직 정 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설을 살펴보면 첫째, 정상인에 비해 위산 분비가 과다하다는 설입니 다. 그렇지만 증명된 바가 없고 위산 억제제를 시험 적으로 투약했을 때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가 나온 연구와 효과가 없었다는 결과가 상반되고 있어 정확 한 결론이 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소화기관 즉 위, 십이지장, 소장의 운동에 이상이 있다는 것입 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소화기관 호르몬과의 단편적 인 상관관계만 알려져 있고 아직 연구가 진행 중입 니다. 세번째, 내시경에서 흔한 만성위염과의 관련성 입니다. 흔히 내시경을 해보고 만성 위염이라는 진단 을 듣게 되지만 증상과의 연관성은 사실 밝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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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습니다. 그러나 H.pylori균의 급성 감염과는 연관 성이 있다고 합니다. 네번째, 정신 사회적인 요소입니 다. 특정 성격과 기능성 소화불량과의 연관성은 밝혀 지지 않았지만 stress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되 어 있습니다. 다섯번째, 흡연, 술, 커피를 흔히 피하 라고 권고하지만 아직 이들 환경적 요인이 기능성 위장장애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결국 원인 에 대해서는 확실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고통스러운 증상 이 여러날 지속될 때 언제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기능성 위장장애의 진단은 반드시 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나서야 내 릴 수 있는 진단이라는 것입니다. 위에 제시된 이론 중 어느것 하나도 정확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내 생 명을 직접 위협하는 원인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내 몸 속에 있는 질병이 원인이라면 문제가 달 라지지요. 그렇다면 질환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 다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좋다는 데 는 다 찾아 다니면서 내시경을 받아보고 괜찮다고 하여도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을거야'라는 걱정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지만, ‘괜찮겠 지'라고 묻어두고 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 편 의사로서도 환자의 증상에 대해 섣불리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젊은 나이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 를 받아야 되는 경우를 열거해 보면 1) 30세 이후에
‘처음' 증상이 생긴 경우, 2) 증상이 오래 되었는데 검사한 적이 없는 경우, 3) 구토를 한다든지, 피를 토했다든지, 체중이 감소한 경우, 음식을 삼키기 힘든 경우, 직장 검진이나 보건소 검진에서 빈혈이라는 통 보를 받은 경우, 복부에 뭐가 만져지는 경우, 상복부 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있는 경우, 4) 가족 중에
소화성 궤양이나 위암 환자가 있었던 경우, 5) 처음 에 괜찮다고 듣고 치료부터 시작했는데 치료에 반응 이 없는 경우, 6) 음주, 흡연, 진통제 복용의 경력이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검사를 받 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의 경우 중 어느 하나도 해당되지 않으면 치료를 먼저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일주일에서 열흘 후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검사 를 결국 하는 게 좋겠습니다.
다음은 하복부 위장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특별히 ‘과민성 장증후 군'으로 지칭하며 역시 구조적인 이상이 없이 배변 습관의 변화나 복통을 동반한 소화기계의 질환을 말 합니다. 대부분 45세 이전에 시작되며 남자보다 여자 에게서 두 세배 정도 흔합니다. 복통의 특징은 식사 나 스트레스에 의해서 심해지며 방귀나 배변에 의해 서 완화됩니다. 복통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우는 거 의 없습니다. 또한 영양실조가 발생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배변 습관의 변화란 변비가 주 증상인 경 우와 설사가 주 증상인 경우가 있는데, 변비가 주 증 상인 경우 처음에는 간헐적인 변비로 시작되다가 나 중에는 지속적으로 차차 변하게 됩니다. 수주에서 수 개월간의 변비가 지속되다가 짧게 설사가 있고 다시 변비가 반복되는 양상을 띄기도 합니다. 설사가 주 증상인 경우, 스트레스나 음식과 관련이 되며 밤에도 설사가 나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영양 실조가 되거나 체중 감소가 되는 경우도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에 복부 팽만, 트림, 방귀가 잘 동반되며, 위에서 설명한 상부위장관 증상들이 같이 동반되기도 합니 다. 역시 질환일 가능성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텐데, 1) 50세 이상에서 증상이 처음 시 작되거나, 증상의 양상이 변했을 경우, 2) 증상이 계 속 악화될 경우, 3) 체중 감소가 일어날 경우, 4)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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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깰 정도의 증상이 있을 경우, 5) 빈혈이 있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경우, 대변 검사에서 피가 검 출될 경우, 6) 열이 동반될 경우, 7) 탈수 증상이 있 을 경우, 8) 변이 기름과 함께 둥둥 떠있는 경우 가 운데 어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역시 검사를 바로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치료 를 한달 정도 했는데도 반응이 없는 경우 검사를 진 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시경 검사비가 매 우 싼 편입니다. 미국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한번 받 기도 매우 어렵고 또 1회에 몇 십만원 정도로 비쌉 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의료 비용의 문제 때문에 위와 같이 검사에 대한 적응이 되지 않으면 내시경
을 섣불리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와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내시경 비 용이 싸고 또한 장비 및 의료 수준이 우수하기 때문 에 내시경이 흔하게 행하여집니다. 어찌보면 환자로 선 큰 혜택이지만, 무턱대고 비싼 건강검진료를 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훑는다든지, 내시경을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일은 피했으면 좋겠습니 다. 일단 의사에게 정확하게 증상을 설명하시고, 필요 한 검사를 받았는데도 이상이 없을 경우, 적절한 처 방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마음을 편히 가지 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안에 뭔가 있을거라는 불안감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