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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 KIST를 퇴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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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제20권 제3호, 2002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해가 바뀌어도 우리는 옛일을 돌아보고 앞날을 다짐하는데,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그리고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나날을 보낸 KIST를 물러남에,

몰려드는 여러 가지 상념들은 제 마음을 기도하게 만듭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 파도를 같이 탄 우리 세대는

여러 가지 고난과 함께 일할 수 있고, 또 그 보람을 직접 맛볼 수 있었던 행운의 세대였음을 우선 감사드려야겠습니다.

물리학의 꿈을 화학공학에 심고 화공기사의 뜻을 화공학자로 열고 초지 일관, 한국으로 돌아온 KIST에서의 연구생활은

학문적 탐구보다는 나라를 위하는 그때 그때의 과제로 시작되었습니다.

화학공정개발, 연탄가스, 석탄 유동층 연소, 태양에너지, 열저장, 연료전지,

대기오염, 지구환경...

그러나, 무엇이라도 하기만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선도적 위치에 서는 선배라는 행운에 뒤따르는 의무는, 시작한 것은 반드시 잘 되도록 해야 하는 기획·관리의 책임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이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30대부터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한 KIST의 삶을 되돌아보면

하느님의 축복이었음을 다시 알게 됩니다.

KIST 동산은

진달래 길을 지나 수양 벚꽃들 아래서 쉬고 신록의 물결 위로 꿩의 울음을 호흡하고 가을의 마지막 단풍 잎새와 함께 사색하고 겨울엔 우리 아이들이 얼음을 지쳤던 우리의 또 하나의 집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뜻을 나누는 웃음이 있고 시간을 쏟는 보람이 있고 선후배간, 가족간 교감이 있고 그리고 자랑이 있었습니다.

KIST를 퇴임하면서

박 원 훈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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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20, No. 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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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

그래서 저는

KIST로 와, KIST에서 일하고 KIST를 떠나게 된 것을

여러분 모두와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한편, 정든 집을 떠나는 아쉬움과 함께 서글픔이 가슴 한 쪽으로 스며드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의 정년 보다도 한 해를 더 일했지만 누구의 정년보다는 세 해 일찍

이제 62세로 퇴임하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자를 부모로 둔 것을

자식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겠다는 국가시책 속에서도

자라는 싹들이 이공계를 기피하여

과학기술력만이 우리 국운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엄연한 진실마저 오늘날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에 평생을 바치기로 하고

연구실과 연구과제 밖에 모르고 지내는 사이 과학기술자의 사기는 계속 추락하였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지목하기에 앞서 내 잘못을 먼저 탓해야 되겠습니다.

과학기술자로서 최선을 다했는가?

선배로서 어려운 일에 앞장섰는가?

같은 과학기술자를 아끼고 존경했는가?

스스로를 돕고 높이지 못하는 과학기술계가 젊은 세대에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는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네 기둥은 산·학·연·정입니다.

여기서 사회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사슬의 맨 윗자리는‘정’입니다.

‘정’은 정부, 더 나아가 정치입니다.

과학기술자가 할 말을

당당히, 그리고 제 때에 하지 못할 때, 과학기술자가 목소리를 같이하지 못할 때, 과학기술자가 스스로를 돕지 못하고 구석으로 물러날 때,

젊은이들에겐 과학기술 비전이 없어집니다.

오늘의 소연이 준비된다는 소식에 사실 저는 사치가 아닌가, 선배와 동료에게 결례가 아닌가 무척 고심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과학기술인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자리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나를 낳아 주시고

금년으로 결혼 77주년을 맞으실 부모님, 저를 부엌 문지방도 넘지 못하게 하시는 누님 같은 장모님,

애지중지고양이한쌍까지이끌고KIST로 시집와 고양이들은 KIST 태양동산에 묻고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성공을 희생하면서 30년간 과학기술자의 가난을

사랑으로 극복해 준 제 아내 한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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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제20권 제3호, 2002

회·원·칼·럼

부모의 사랑을 누릴 수 있게 해 준 제 딸 수현이와 아들 진기,

그리고 KIST를 세 번이나 입소하는 격동 속에 오늘까지 저를 도와주신

KIST의 선배님, 동료, 후배들...

여기 전부 말씀드릴 시간이 없습니다만 KIST로 이끌어주신 대학 은사이시기도 한 박원희 박사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다음 무엇보다도 연구자로서 제 고향인 KIST와 KAIST의

화학공정연구실, 고온공정연구실, 반응공학연구실, 에너지공정연구실, 환경연구센터, 지구환경연구센터,

지금의에너지기술연구원과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제 모자람을 따스히 채워주었던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학자로서 제 활동 무대였던

태양에너지학회, 에너지공학회, 청정기술학회, 화학공학회, 국제대기환경보전단체연합회, 환경과학연구협의회, 화학관련학회연합회에서 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게

격려해 주셨던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KIST를 물러납니다.

저와 KIST의 인연은

도미 유학 준비중이던 제 26살 생일과 같은 날에 KIST가 태어난 것으로 시작되었나 봅니다.

앞으로 제 생일에는 잊지 않고 KIST의 발전을 위해

제가 한 일이 무엇인가 돌아 볼 것이며

제가 다 갚지 못한 은혜는 자식들에게 반드시 보답하도록 이르겠습니다.

아무쪼록 KIST와 한국의 과학기술이 새로운 열정 속에 무궁하도록

KIST 가족으로서계속최선을다할것을약속드리며 KIST인의 자랑을 안고 물러납니다.

여러분들의 가정에

사랑과 건강,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기를 기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58~1964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공학사) 1967~1971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공학박사) 1972~1981 한국과학기술연구소

(고온공정연구실장/화학공학연구부장) 1981~1983 성균관대학교(법인 상임이사/교수) 1983~1986 한국동력자원연구소

(에너지담당선임부장/연구위원) 1996~1999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2001~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 2002~현재 산업기술연구회(이사장)

칼럼 해설

상기의 퇴임사는 박원훈 이사장님께서 지난 30년 동안 재직하고 계셨던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퇴임하시 면서 2002년 2월 25일 퇴임연에서 낭독하신 원고입니다.

이사장님의 앞날에 항상 건강과 기쁨이 함께 하시기를 다함께 기원합니다.

–편집위원 일동–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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