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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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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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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상 달인

시나리오; 한치선

본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에 저작권중개위탁한 작품 입니다. 전문읽기 외의 목적에 사용하여 본 창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사례가 발생할 시에는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 저작권보호위원회의 제재를 받게됩니다.

(2)

S#1. 병원 (흐린 오후)

만년필을 핑그르르 돌리는 손(클로즈 업) 고객카드, 그리고 하얀 의사 가운이 보이고-

‘신경 전문의 최동필’이라는 명패가 놓인 책상.

중년의 의사는 앉아있고 인턴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서있다.

의사는 집게손가락으로 옆머리를 긁적인다.

의사; 약을 벌써 다 드셨다구요?

목소리; 네. (가라앉은)

의사; 그게 보름치인데 일주일 만에 오시면 어떡합니까? 우울증약이라는 게 일종의 마취효과가 있는 거라서 과다복용은 그다지..

목소리; 바로 그거에요.

의사; 예?

목소리; 마취되고 싶거든요. 그러지 않으면 내 머린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의사; 무슨.. 고민이라도 있습니까?(펜을 든다.) 목소리; 고민? 그런 거 없어요.

의사; (안경을 밀어 올리며)고민도 없는데 우울하다-?

목소리; 난 죄를 지었어요. 큰 죄를. 그런데 아무도 날 벌주지 않아. 뭐 이런 세상이 다 있죠?

의사; 큰 죄라.... 누굴 죽이기라도 했나요? (서있는 여자인턴에게 잘 체크하라는 듯 손짓)

목소리; 죽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죽이게 했죠. 나 때문에 한 사람은 죽었고.. 한 사람은 살인을 하게 되었으니- 큰 죄 아닙니까?

(3)

의사; (한 손으로 턱을 받치며) 재밌군요. 계속 해봐요.

목소리; 재미... 흐흥! (코웃음) 그래요. 시작은 재미있었지. 아주 재미있었어.

의사; 죽은 사람과 죽인 사람, 둘은 무슨 관계였죠?

목소리; 약은 주실 겁니까?

의사; 얘길 들어보고 결정하죠. 뭐.. 재미있으면! (미소 지으며 두 손을 깍지 낀다.)

목소리; 오래된 연인...

의사; 호오! 오래된 연인이라? 남자가 여자를 죽였나요? 아니면..

대답이 없다. 천천히 화면은 상담자 쪽으로 이동. 그는 창밖을 보고 있다.

새들이 전깃줄에 앉아있다. 두 마리의 새- 정겨워 보인다.

넋 나간 사람처럼 그것을 내다보는 사내의 뒷모습. 꺼칠한 머리.

의사; 거기까진가요? 누가, 왜 죽였는지 말해 봐요.

(여인턴에게 속삭인다.) 이런 경우는 환자가 꿈을 꾼 거야. 그 꿈속의 내용이 중요해!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지를 알아낼 수가 있거든!

사내- 일어선다. 그리고 손을 들어 두 마리 새를 가리킨다.

여인턴이 궁금했는지 그 곁으로 가고, 의사도 일어선다.

창 밖.

전깃줄 위의 두 마리 새- 갑자기 서로를 쪼기 시작한다. 날개를 퍼덕이며 싸우는 새..! 한 마리가 떨어지고 만다.

사내; 봤어요? (숨을 몰아쉬고) 내가 죽인 거예요...!

여인턴; (흥미로운 듯 사내를 보고 의사 쪽을 본다.) 이런 경우는..

의사; (여인턴에게 속삭이듯) 특이하지? 자기가 행하지 않은 일에까지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4)

사내; 바보 아냐?(짧게 내뱉는다.) 의사, 인턴- 놀란 표정.

사내- 조금씩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본다.

비로소 드러나는 얼굴. 상처투성이- 부어터진 입술, 몇 개의 반창고. 날카로운 눈빛!

사내; 봤잖아? 보고도 그런 소릴 하나? 내가 죽이는 걸 보고도..!

의사;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객차트를 본다.) 류..승범씨, 승범씨는 꿈을 꾼 겁니다. 꿈이란 잠재의식의..

사내; 까불지 마! (격해지는 목소리) 여자인턴; 저.. 마음을 가라앉히시구요...

사내; 당신들이 뭘 알아?! 약이나 줄 것이지.. 꿈이라고? 이건 꿈이 아냐!

(벌떡 일어서서 그들 앞으로 다가온다. 의사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이건.... 상상이라구...!! 알아? (에코효과)

(허무한 웃음이 걸린 입술이 떨리고 있다.)

타이틀 자막 : <상상의 달인>

S#2. 신라호텔 연회실(저녁)

‘공덕중학교 25회 동창회’라고 써진 피켓을 지나는 승범.

청바지에 캐주얼한 남방을 걸치고 자리를 향해 걸어간다.

사내; (손을 내밀며) 어이! 승범이! 오랜만이다 야.. 여전하네?

승범; 나야 놀고먹는 사람이니까 여전하지. (악수한다.) 범수, 너 지금도 제약회사 다니고 있냐?

(5)

사내; 나 춘식인데..

승범- 다른 친구를 보고 손을 흔들며 가버린다. 몇 친구들과 아는 체를 하고 난 후 자리에 앉는다.

승범의 시선에 누군가 걸린 듯, 한 사내를 주시한다. 승범- 가볍게 손을 들며 아는 체를 하고 고개를 돌리려다가 다시 그를 본다. 나? -하는 것처럼 자기 가슴에 손을 얹고는 일어서서 그를 향해 간다.

승범; (앉으며) 너, 도협이 맞지? 기도협, 너 많이 변했다?

도협; (고급스런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의 뒷모습 *얼굴은 시종일관 보이지 않는다. * 영화 끝까지) 넌 변한 게 없구나?

승범; 내 이름 기억하냐? (담배를 찾는다.)

도협; (담배를 건네며) 왜 모르겠냐? 류승범- 공부보다는 공상을 즐기고, 시험성적보다는 주먹서열에 더 관심 있던 재미난 친구를. (불까지 붙여준다.)

승범; 라이타 고급스러워뵌다야!- 금딱지냐?

도협; 음. 28K. 가질래? (밀어준다.)

승범; (잠시 그를 보다가 다시 라이터를 던져준다.) 짜식! 누가 달래냐?

후후.. 나 같은 백수가 금라이터 들고 다니면 동네 사람들이 웃어야~

...넌 뭐하고 사냐? 좀 살만해 보인다?

도협; 살만하지... 아니, 그 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 난 삶을 움켜쥐었어! 다른 말로 하면.. 난 삶을 정복했다고 할까?

승범; (시근퉁 웃으며) 임마! 삶이 동네 뒷산이라도 되냐? 정복하게? 너- 부모 유산이라도 몇 십 억 받은 모양이구나?

도협; 유산? 그런 거 없어. 난 중학교 때 이미 홀로 남았어. 누구에게 무엇도 의지할 수 없었지. 그건... 행운이었어.

승범; 아! 자수..성가? 내가 제일 지겨워하는 단어지. 내 좌우명은

(6)

백수성가거든! (키득거린다.)

도협; 난 성공했어. 손 하나 안 대고 코를 풀었다고나 할까?

승범- 술을 한 잔 마시고 포크로 굵게 썰은 고기를 입에 우겨넣는다.

도협; 승범이, 넌 꿈이 뭐냐?

승범; (술로 입가심하듯 하고 트림 한 번) 돈 많은 과부 꼬셔서 백수로 편히 사는 것!

도협; 진심은 아니겠지..?

승범; 반은 진심이고.. (거봉 하나를 입에 넣으며) 반은 뻥이다. 나이 서른 돼가지고 엄마한테 손 벌리는 것도 할 짓 아니더라.

도협; 학교 다닐 적에 난 너에게 도움 받은 적이 있지. 기억나?

승범; 도움? 글쎄...

도협; 허구한 날 나를 못살게 굴던 달수- 네가 한 번 손봐주고 나서는 더 이상 나한테 찝쩍대지 않았어. 난 그때 워낙 소심해서 너한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했었지..

승범; (아래턱을 내밀고 회상해본다.) 그랬었나? 달수... 맞아, 그런데 (둘러보며) 걘 오늘 안 왔나?

도협; 죽었어.

승범; 뭐? 죽어...?

동창회장 천호가 마이크를 잡는다.

천호; 아, 아, 마이크 테스팅! ...얘들아! 오늘 공지사항 있다! 야야~ 잠깐 지방방송 끄고 주목-! ...오늘 이 자리 어떠냐? 우리 동창회 모임이 내가 알기론 10번이 넘었지만 이렇게 으리번쩍한 곳에서 모임 갖기는 첨이다.

(7)

그렇지? 오늘 이 자리는 우리 동문 기도협이가 쏘는 거다. 그래! 도협이..

아- 있잖아, 학교에서 제일 약골이었던.. 저기 앉아있는.. 우리 모두 감사의 박수 한 번 쳐 주자!

모두들 떠들어대며 박수

승범; (말린 문어조각을 씹으며) 그랬구나? 고마운 건 알고 먹어야지.

도협아... (잠시 오물거리다가 고개를 들고) 나, 일자리 있음 좀 소개해주라?

도협; 일? 일자리라.. 난 그런 거 없는데 어쩌나?

승범; 야, 임마! 너가 뭔 일을 해서 돈방석 위에 있는 건진 모르지만 돈더미 굴러다니는 곳엔 일자리도 있을 거 아니냐? ...좋은 자리 있을  때 친구 좀 끌어주라! 나한테 신세진 것도 있다며..

도협; 그래. 갚아줄 생각이야. (담배연기를 뿜는다.) 시시하게 일자리 같은 건 모르겠고- 생선 한 마리 던져주는 것보단.. 너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줄까..? 어때?

승범; 시키! 난 지금 당장 쩐이 궁한데 물고기 잡는 법? 너 지금 나한테 땁땁한 성공학 강의나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나 엄마한테 밥상머리에서 지겹게 들어온 게 성공학이었거든? 아침형인간이 되라.. 규칙적인 생활을 해라.. 성실을 아버지삼고 열정을 어머니삼아라... (귀를 후비며) 귀에 진물이 다 난다. 백날 들으면 뭐 하냐? 잘 되는 놈은 따로 있더라!

도협- 속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그 안에서 수표 십여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고, 또 한쪽에는 명함을 놓는다.

승범; 뭐..하는 시추에이션이냐? 너 내 앞에서 돈자랑 하는 거냐?

도협; 네 그릇을 한 번 보자. 이쪽은 100만원권 수표 열두 장이다.

그리고 이쪽은 내 명함이다. 어느 쪽이 맘에 드냐? 선택하는 쪽을 주지.

승범- 씹고 있던 문어를 꿀꺽 삼키고 수표와 명함을 본다.

(8)

승범; (빙긋 웃으며) 둘 다 주면 안 되겠냐?

도협; (둘 다 승범에게 밀어주며) 그래, 둘 다 가져가!

승범; 정말? 나 놀리는 거 아니지? 어렵게 사는 친구 놀리면 천벌 받는다?

도협; 이쪽 수표는 생선 한 마리.. 내 명함은 황금연못이다. 일단 가져가.

나중에 나한테 연락하고 싶으면 전화해라. (일어선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어리벙벙한 얼굴로 그를 보다가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승범.

S#3. 승범의 방 (아침)

자고 있던 승범- 일어나서 패트병을 기울여 물을 마신다.

생각에 잠긴 승범- 벌떡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서랍을 연다. 그 안에 있던 수표들을 다시 만져보고 맨 밑에 깔려있는 명함을 본다. 서랍을 닫고 명함을 손에 든 채로 다시 요 위에 눕는 승범.

명함에는 직함은 없고 오직 이름과 전화번호만 있다.

승범; 황금..연못...?

승범의 상상 장면 오버랩.

승범-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양복을 입고 새벽 부둣가에 서 있다. 옆에는 검은 007가방.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몇 명의 험상궂은 사나이들.

사나이; 물건은 가져왔나?

승범; 물론. 돈은 확실하겠지?

사나이; (웃으며) 장사 한두 번 하나? 여기. (돈가방을 내민다.) 열어보니 현금이 꽉 차있다. 승범도 가방을 건넨다.

그들은 가방을 열고 흰가루 봉지들을 확인한다. 하나를 뜯어 맛을 보는 사나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9)

상상은 끝나고 승범- 눈살을 찌푸린다.

두 번째 상상 오버랩.

형사들이 쫓아오고 승범- 전력을 다해 달아난다.

형사; 거기 서! 쏜다! (총을 겨눈다.)

승범; (돌아보며) 니 같으면 서겠냐? (계속 뛴다.) 탕-! 소리가 들린다.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 승범.

형사들은 달려들어 그를 타고 누른 채 수갑을 채운다.

두 번째 상상을 끝낸 승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전화가 울리고-

승범; 아, 엄마? 응.. 일어났지 그럼.. ...아침? 이제 먹어야지.. ...그노므 직장, 직장..! (따분한 듯) 알아보고 있어. 엄마, 허리는? ...자주 걷는 운동 하시고.. ..그럼! 걷는 게 최고지~ ...글쎄- 내 걱정은 하지 마.. 응..

알았어!

전화를 끊고 창밖을 내다보던 그- 다시 전화를 든다.

명함을 보면서 번호를 누른다. 헛기침 두 번.

승범; 도협이냐? 나다- 승범이. 어제 잘 들어갔지?

S#4. 시외버스 안

좌석에 앉아 창밖 풍경 지나가는 것을 보는 승범. 명함을 꺼내 뒤에 적어놓은 메모를 확인한다.

승범; 대자리.. 지나서.. 두 번째 정거장...

버스에서 내리는 승범.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는 떠나고, 한산한 시골길을 둘러보는 그.

(10)

S#5. 도협의 별장

별장 앞에 서 있는 승범. 입구에 연못이 보이고 고운 잔디- 그 사이 돌다리가 현관까지 이어져 있다.

돌다리를 건너며 왠지 오한이 나는지 한 번 몸을 부르르 떠는 승범.

벨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린다.

들어선다. 현관부터 고색창연한 조각물들-

도협을 발견하고 손을 들며 의식적으로 웃는 승범.

도협; 왔구나.

승범; 그래, 왔다. (소파에 조심스레 앉는다.) 여기.. 네 집이냐?

도협; 집은 따로 있고- 여긴 별장인 셈이지. 점심 안 먹었지?

승범; 미리 말해둘게. 너 혹시 이상한 일 하는 거 아니지?

도협; 이상한 일... 어떤 일을 이상한 일이라고 하는 거지?

승범; 마약이나..

도협; 아아- 알았어! 그런 거라면 아냐! 난 그런 거 혐오해. 후후.. 날 그렇게 봤단 말야?

승범; 아니면 다행이군. 너, 하는 일이 뭐냐? 불법으로 돈 번 것도 아니고.. 유산을 받은 것도 아니면 요즘 세상에 뭘 했길래 큰돈을 벌 수 있었다는 거지? (다시 실내를 둘러본다.)

도협; 뭐 먹을래? 아무거나 말해봐.

승범; 짜장면이나 시켜주라.

도협; 양장피는 어때? 고추잡채하고 빼갈 한 잔..

승범; 조, 좋지. 그래.. 담배 피워도 되냐?

도협; 물론! (담뱃불을 붙여준다.) 내가 어떻게 큰돈을 벌었느냐고

(11)

물었던가? 하하.. 나 돈 가진 거 별로 없어. 어제 너 돈 줘버리고 지금 내 지갑은 거의 비었어.

승범; (담배를 빨고 나서) 너 지금 나 놀리냐? 나한테 가진 돈을 다 줬다는 거야? 천이백만 원이 너의 전재산이었다는 얘길 믿으라고?

도협; 난 돈 같은 거 별로 필요가 없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으니까.

승범; 무슨 수로? 알라딘의 램프라도 줏었냐?

도협; 오늘 너에게 줄 선물이 바로 그거야. 알라딘의 램프!

승범;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도협; 사실 누구에게나 알라딘의 램프가 있지. 그걸 네 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없을 뿐.(금라이터를 딸깍 켠다.)

승범; 빙빙 돌려서 폼나게 얘기하려고 하지 말고 딱 부러지게 말해봐라.

그게 뭔데?

도협; 상상력..!

승범; (피식 웃고 소파 뒤로 몸을 묻는다.) 젠장! 지금 뭔 소리 하고 있는 거냐? 상상력이라니...

도협; 난 내가 바라는 걸 상상한다. 뚜렷하게, 선명하게, 현실보다도 더 리얼하게.

승범; 그러면 어떻게 된다는 건데? 바라는 게 이뤄지기라도 한다는 거냐?

도협; 안 믿어지지? 너도 아직까진 별 수 없는 중생이니까.

승범; 그러니까..가령 쭉쭉빵빵한 아가씨가 내게 와서 안기는 상상을 하면 정말로 그런 아가씨가 나한테 와서 다알링! 아라뷰-! 한다는 거냐?

(12)

도협; 물론! 그보다 훨씬 큰일도 이루어지지. 네 그 반항적인 얼굴도 더 고상하게 변화시킬 수 있고...

승범; (도협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야야-! 양장핀가 뭔가나 빨리 시켜라! 쉰소리 그만 하고.

도협; 벌써 시켰어. 잠깐만 기다려라. 성질 급하긴..

승범; 너, 전화 안했잖아?

도협; 아까- 난 이미 상상했어! 그거면 충분해.

승범; 뭐...?

벨이 울린다.

도협이 리모콘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철가방을 든 사내가 들어온다.

승범- 놀라서 벌떡 일어선다.

사내는 음식을 모두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공손히 서 있다.

도협; (사내를 보며) 돈은 이미 지불했어요. 그렇죠?

사내; 네.. 네! 맛있게 드세요. (돌아서 나가려 한다.)

도협; (다시 사내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운다.) 후후.. 무슨 소리에요. 나 아직 돈 안 냈어요. 여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준다.) 거스름돈은 됐어요.

사내; (어리둥절) 아까.. 주신 것 같은데... (주머닐 뒤져보고) 아니네..?

내 정신이 요즘.. (머리를 긁적이며 돈을 받고) 감사합니다. (돌아서 나간다.)

도협- 앉아서 음식 랩을 뜯는다.

승범; 너... 지금..

도협; 느껴지냐? 뭔가 알 것 같아?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분리한다-

(13)

딱!-) 난 오직 상상했을 뿐이야.

승범; 상상...!

도협; (빼갈을 따라주며) 한 잔 해라.

약 두 시간 후-

별장 문을 열고 승범 나온다.

승범; (얼굴이 술기운으로 벌게진 채) 오늘 재미난 얘기 많이 들었다.

도협이, 넌 어쨌든 묘한 친구야. 나- 가볼게.

도협; (따라 나오며 승범의 어깨에 손을 얹고) 너한테는 아직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오늘 내 얘기를 재미난 얘기로만 듣고 말던지, 믿고 써먹어 보든지 하는 건 너의 선택이야. 이걸로 난 너에게 신세진 거 갚은 거지?

(어깨를 툭툭-)그럼 잘 가라!

승범- 앞마당까지 들어와 있는 모범택시를 보고 멍하니 서 있다.

기사가 서 있다가 꾸벅 인사한다.

도협; 타라. (손으로 택시 쪽으로 안내하듯) 승범; 네가 부른 거냐?

도협; 아직 못 믿어지나? 상상했을 뿐이라니까.

승범- 넋 나간 사람처럼 천천히 택시를 향하고, 기사가 문을 열어 맞이한다.

도협; (차에 탄 승범을 보며) 계산은 내가 했어. (기사를 보고) 그렇죠?

기사님.

기사; 네! 아까 계산하셨습니다. (시동을 건다.) 도협; 이건 팁입니다.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넨다.) 기사; (두 손으로 받으며) 가, 감사합니다.

(14)

S#6. 잠시 후 달리는 모범택시 안

승범; 그 친구가 아까 돈을 냈다구요?

기사; 네!

승범; 얼마 냈어요?

기사; 그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산본이라고 하셨죠?

S#7. 승범의 집 (저녁)

방바닥에 옷도 안 갈아입고 벌렁 누운 승범-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 일을 돌아보는 듯. 시선을 움직이고 입술을 움직여가며 골똘히 생각.

승범; (벌떡 일어나 앉으며 혼잣말) 그게.. 말이 되는 얘기야?

도협의 목소리 회상-

‘상상은 주문서다. 청사진이라고 해도 좋겠지. 주문서가 명확하다면, 그리고 의심하거나 변덕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현실은 너에게 배달될 거야.’

승범- 눈을 감는다. 엄마가 자신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상상. 오버랩.

상상되는 장면이 무채색으로 희미하다.

집요하게 상상하느라 감은 눈매에 힘을 준다.

전화는 오지 않고- 그는 픽 웃고는 냉장고를 열어 캔맥주를 꺼낸다.

승범;(혼잣말) 정신하려라, 일마야...

승범- TV를 켜고 맥주를 딴다. 야구경기 중계-

승범; 승짱! (좋아하는 선수가 타석에 섰는지 몸을 가까이 숙이고 집중한다.)

원스트라이크-! .... 파울볼..!

승범의 눈이 커지면서 엉거주춤 일어선다.

선수가 풀베팅을 하고 상쾌한 타구음과 함께 흰 공이 날아가는 장면이 툭툭 끊기며 떠오르고-

(15)

캔맥주를 기울여 한 모금 마신다.

그 때 울리는 소리- 따-악!

쳤습니다! 이승엽! 빨랫줄처럼 뻗어갑니다. 호움 런-!

승범- 캔에서 입을 떼고 입안에 고인 잔액을 꿀꺽 삼킨다.

눈을 껌벅이며 화면을 보다가 천장을 본다. 그리고 다시 방바닥을 본다.

휴대폰이 꺼져있는 것을 안 그는 서둘려 배터리를 교환하고 전원을 켠다.

켜지는 효과음이 들리고- 부재중 전화표시가 하나 뜬다.

발신자는... 엄마다..!

S#8. 길 (다음 날 저녁)

승범- 걸으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

사거리의 국밥집 앞에서 멈칫 선다. (목포국밥) 창 안을 들여다본다.

5평 남짓 실내- 끝에는 주방이 보이고, 주인남자 겸 주방장인 듯한 남자가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여섯 개 정도의 식탁 주변에는 서너 명의 손님.

여자; 저.. 좀 들어갈게요. (손에는 작은 케이크상자와 쇼핑백) 유리문 앞에서 얼쩡거리던 승범, 깜짝 놀라 문을 비켜준다.

여자- 들어가고, 주인남자 싱긋 웃으며 그녀를 맞이한다. 손은 여전히 바쁜 채.

여자는 케이크를 들어 보이며 웃고 남자는 웃으며 뭐라고 대답한다.

여자는 물건들을 놔두고 손에 고무장갑을 낀다. 설거지 시작.

승범- 문을 밀고 들어간다.

S#9. 가게 안

여자; (설거지 하면서) 어서 오세요!

(16)

남자는 승범을 슬쩍 보고 다시 돼지뼈에서 살을 바른다.

남자; 애리가 여기 종업원인 줄 알겠다, 손님들이.

애리; 퇴근 후 알바종업원이라고 치지 뭐.

남자; 요즘은 맨날 오지도 않잖아?

애리; 일이 밀리면 그렇지 뭐.

남자; (작은 소리로) 저 손님 주문 좀 받아줄래?

애리- 고무장갑을 벗고 물컵을 들고서 승범 앞에 온다.

애리; 주문하시겠어요?

승범; (2초간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여기 메뉴가..

애리; 국밥밖에 없어요. (생긋 웃는다.) 승범; 그럼 주문하겠습니다.

애리; 네. (돌아선다.)

승범; 국밥으로 주세요. (약간 큰 목소리)

애리; (고개 돌려 그를 보고) 아.. 네..! (웃는다.)

잠시 후-

다른 손님은 다 나가고 승범 혼자 천천히 뼈 속의 살을 바르고 있다.

애리- 고무장갑을 벗어두고 케이크와 선물을 들어 남자(김덕구)에게 보여준다.

덕구; 생크림이야? 뜯어 봐.

애리; (케이크를 꺼내고 초를 꽂으며) 오빠 나이가 벌써 서른둘이더라?

(17)

덕구; 나만 나이 먹냐? 너도 이제 내일이면 서른이야.

애리; 참 우리.. 오래 된 연인이다... (케이크를 들고 빈 테이블로 온다.) 오빠, 이리 와. (상자에 든 긴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인다.) 생일축하노래 불러줘?

덕구; 됐어! 손님도 계신데. (훅- 촛불을 분다. 촛불 하나가 꺼질 듯 꺼질 듯 꺼지지 않는다.)

애리; 오빠 늙었나봐? (손가락으로 비벼 꺼버린다.)

승범- 그들을 흘깃거리며 상상한다. 상상 장면 오버랩.

상상-

애리가 고개를 돌려 승범을 쳐다본다. 2.5초... 승범도 그녀를 바라본다.

애리- 일어서서 천천히 승범에게 온다. (부옇다가 선명했다가 하는 모노칼라 화면) 애리- 승범 앞에 앉는다. 뚫어지게 보는 둘. (화면이 약간 흔들리기도) 애리; 저, 오늘 처음 보는 거 아니죠? (승범- 대답 없고.) 이 근처에서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어요. 이 식당을 흘깃거리는 것도 봤고.. 내가 당신을 보면 당신은 얼른 눈을 돌리곤 했죠. 맞나요? (승범- 대답 없고.) 날... 훔쳐봤던 건가요?

여기 국밥집도 몇 번 왔었죠. 그 때도 여러 번 저랑 눈이 마주쳤어요. 왜죠?

내가 저 오빠 애인인 걸 알 텐데... 혹시... 빼앗아보고 싶나요?]

승범의 상상 장면이 사라지고 손에 들고 있는 뼈다귀만 클로즈업 된다.

승범- 슬쩍 고개를 돌려 두 사람 쪽을 본다.

속으로 덜컥 놀라는 승범. 그녀는 승범을 보고 있다! ...2.5초!

그녀가 일어선다. 승범을 향해 오고 있다.

승범- 어쩔 줄 몰라 눈을 껌벅이며 그녀를 본다.

애리; 디저트에요. (케이크 한 조각 접시를 내려놓는다.) 드세요.

승범; (가슴을 쓸어내리며) 네.. 고맙습니다.

애리- 주방 쪽에 두었던 선물을 들고 덕구에게 내민다.

애리; 오빠! 선물.

덕구; 뭔데? (케이크를 오물거리며)

(18)

애리; 내가.. 보여줄게. (포장을 풀고 내용물을 보여준다.)

덕구; (눈이 둥그레지더니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물수건으로 닦는다.) 이건... 주방용 칼이잖아? (칼을 꺼내 잡아본다.)

애리; 칼이라고 다 같은 칼이 아니랍니다~. 명품 칼에는 격에 맞는 이름이 있지. 독일산 드라이작 비스토프!

덕구; (놀라며) 이게... 드라이작이야? 세계 최고의 명품주방칼이라는...?!

애리; 고탄소 스텐레스야. 금속질이 치밀하고 강해서 날이 잘 들고 녹은 거의 안 슨대.

덕구; (웃으며) 맘에 드는데? (칼날을 들어 세밀히 본다.)

애리; 오빤 돼지무릎뼈에서 살 발라내는 게 주 업무니까 좋은 칼이 생명일 거야. 오빠가 맘에 든다니 나도 좋아. 오빠 맘에 드는 선물...

십년만인 것 같다.

덕구; 무슨 소릴..?

애리; 우리 첨 만난 해에 내가 장갑 선물 해 줬지. 그 때 오빤 기뻐했어.

그 후로는 그저 그랬던 것 같고.

덕구; 아냐.. 늘 기뻤어. (약간 입을 벌리고 웃는다.)

승범- 테이블 옆의 무료신문에 눈이 간다.

‘경마 소식’-

S#10. 경마장 (낮) 와글거리는 사람들 소리.

승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라인으로 들어가는 경주마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머리에는 캡을 눌러쓰고.

매표소에서 표를 산 후, 경마신문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19)

신문기사 ‘블루호크- 유력한 우승후보’

승범의 시선은 가장 전력이 약한 말 ‘사배지’에 꽂힌다.

승범; (미간에 힘을 모으고 혼잣말) 사배지- 달린다... 놀라운 스타트..!

샘솟는 힘.. 절대마력..! ..우승한다...!!

그의 상상을 뒤덮는 사람들의 함성소리- 말들이 출발선을 뛰쳐나간다.

관중들이 앉아있지 못하고 흥분하여 일어서고, 승범도 일어선다.

너무나 강렬한 열기에 승범- 기가 질린 표정. 입을 연신 달싹거린다.

승범; (혼잣말) 사배지! 사배지!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얼룩말 사배지가 후미에서 치고나오기 시작한다.

승범-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움켜쥔다.

승범; 달려라, 달려! 사배지! 아싸!!

옆에 선 아줌마; 뭔 소리! 우승을 블루호크야!

사배지는 블루호크의 어깨까지 따라잡는다. 그러나 결과는 블루호크의 우승!

승범- 실망하여 주저앉고, 옆에서 괴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아줌마.

그는 다시 마권을 산다.

잠시 후-또 실망하는 그의 모습.

S#11. 경마장 밖 (낮)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승범.

불만스러운 듯 입을 꾹 다물고 경마장의 간판을 다시 째려보고 지나간다.

S#12. 증권객장 (낮)

승범; 저.. 처음인데요. 주식을 사려면 어떻게 하죠?

(20)

잠시 후

객장의자에 앉아 빨간불 파란불이 명멸하는 종목들의 추이를 보고 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종목 ‘유토피아’-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다시 파란불로 격렬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승범 상상-

상한가를 치자 기뻐서 환호하는 모습. 무채색-아직 선명하지 않다.(오버랩) 상상을 마치고 그는 습관적으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든다.

안내원; 죄송합니다만, 객장 내에서는 금연입니다.

승범; 그냥 한 번 만져 볼려구요. 왜..안됩니까? (담배를 코와 입 사이에 끼우고 화가 치민 듯 벌떡 일어나 복도로 간다.)

S#13. 흡연구역

창을 열고 밖의 고층건물들이 빽빽한 풍경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뿜는다.

승범; (혼잣말) 희미하다- 희미해. 뚜렷한 건 아무 것도 없어.

S#14. 다음 날 승범의 방

조간신문 주식시세를 보는 승범-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서랍에서 수표를 모두 꺼내는 그.

S#15. 또 다음날 승범의 방

신문을 집어 들고 주식시세를 보는 그의 시선이 어둡다.

S#16. 며칠 뒤 다시 객장 (낮)

즐거워하는 사람들, 찡그린 사람들의 얼굴이 지나가고..

승범- 허탈한 모습으로 서 있다. 전광판을 올려보던 시선이 맥없이 떨구어진다.

(21)

S#17. 공원 (저녁)

벤치에 앉은 승범- 세 캔째 맥주를 입안에 톡톡 흔들어 마시고 옆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벤치에 누워 전화번호를 누른다. 신호가 가고...

승범; 도협이냐? 나 승범이다-...잘 있냐고? (징그러운 웃음) 무쟈게 잘 있지~ 경마도 하고, 주식도 하고.. 네가 준 돈 가지고 잘 놀고 있다!

...결과? 히히.. 죽 쒔다. 난 왜 이러냐? 천만원 돈 한 주식에 쓸어 부었는데.. 아, 이놈의 회사가 부도가 났다네? ...난 뭐했냐고? 임마, 니가 가르쳐준 그 잘난 상상하고 있었지! ...상상하라매?! 그럼 현실이 된다며?

S#18. 지하도 계단 앞

승범-츄리닝 차림을 하고 계단 초입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거기에는 걸인으로 보이는 한 추레한 남자가 동냥그릇을 앞에 두고 있다.

그릇 속에는 천 원짜리 두어 장과 동전이 몇 개 흩어져 있다.

승범-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모습. 씨익 웃으며 집으로 걸어간다.

S#19. (몇 시간 후) 지하도 계단 앞

승범-커다란 남비를 하나 내려놓고 걸인 맞은편에 주저앉는다.

쭈그리고 앉아서 눈을 감는다. 걸인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그를 멀뚱히 바라본다.

걸인; 이봐! 자네 뭐여?

승범; (한 쪽 눈만 뜨고)구걸 나온 사람이외다.

걸인; 나 원 기가 막혀서..아니 멀쩡한 젊은 친구가 할 일이 없어서 구걸을 해?

승범; 아저씨도 멀쩡해 보이는데요?

걸인; 아 이 사람아! 난 자네랑 격이 다르지! 거지 생활 20년! 옷을 봐!

(22)

이 땟국물하고, 꼬지지한 내 몸-한 번 볼래? (가슴을 드러내 더러운 몸을 보여준다.) 거지는 하루 이틀에 되는 건줄 알어? 뻔뻔스런 구걸의식을 향한 피나는 노력과, 뼈가 시린 가난의 세월과, 닳고 닳은 지저분한 연륜이 있어야 하는 겨! 어딜 허여멀금해가지고 구걸을 한다고 까불어?

옷도 빨래한지가 얼마 안 되어 보이누만!

승범; 왜요? 제가 영업을 방해될까봐 불안하세요?

걸인; 불안? 키키킥! 개코가 불안해? 한심해서 그러는 거지! 자네 그 자리에서 한나절을 있어봐! 동전이라도 한 푼 들어오는지..이건 뭐 개나 소나 동냥하는 줄 알고 있으니...

승범; 제가 방해되는 것이 아니라면 다행이네요. 그냥 후배 하나 키운다고 생각하시고 잘 이끌어 주세요. (싱글싱글 웃는다.)

걸인; 후배 좋아한다!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는걸! 배고픔이 내장을 관통해본 얼굴이 아녀! 새벽이슬이 고드름이 되어 코끝에 매달려 본 얼굴도 아니구..

으이구..나 자네 나이 땐 열심히 일하고 살았네. 지금은 허리를 다쳐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이 짓 하는 거지.

지나가던 아줌마가 승범을 안쓰러운듯 쳐다보더니 천 원짜리를 하나

던져준다. 승범-의젓하게 합장을 한다. 걸인의 놀라는 표정. 자나가던 아이가 엄마 손을 이끌고 와서 승범을 가리킨다.

아이; 엄마! 이 사람 증말 불쌍하지? (백 원짜리를 꺼내어 그릇에 넣어준다.)

아이엄마; 그래! 우리 동민이 어쩜 그렇게 착하니? 엄마도 착한 아줌마 되어 볼까? (천원을 꺼내어 놓는다.)

걸인이 가가 차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한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승범에게 동전과 지폐를 던진다. 나중에는 무슨 구경이나 난 양 사람들이 승범을 둘러싸고 다투어 돈을 던져준다. 승범-미소를 지으며 연신 감사의 합장을 한다.

(23)

걸인;(소리 지른다.) 아 여기 진짜 원조 거지 안 보여요? 그 쪽은 유사품이라구요! 짜가! 오늘 어디서 굴러들어온 짜가 거지라구요!

진품하고 가짜도 구별들 못하시면 어떡해! (사람들이 같잖다는 시선으로 그를 흘끔 본다.) 하..이거 미치겠네?

잠시 후-승범의 남비 속에는 돈이 수북해 있다. 승범- 남비를 들고 일어서서 걸인한테로 온다.

승범; (남비의 돈을 한웅큼 집어 걸인의 그릇에 넣어주며) 아저씨가 나한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지 않아요?(히죽 웃는다.)

중년남자; 어어..여기 남비 어디 갔지?(승범을 보고 반가워하며) 여기 있었군, 젊은이! 자 여기..(지갑에서 만원권 지폐를 꺼내어 준다.)

승범; (합장을 하며) 죄송합니다. 오늘은 영업 끝났습니다. (남비를 들고 집으로 유유히 걸어간다. 콧노래를 부르며)

걸인; (멀어지는 승범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합장을 해 본다.) 이건가....?

S#20. 잠시 후 국밥집

승범- 술을 한잔 걸쳤는지 벌건 얼굴을 하고 묵묵히 식탁 앞에 앉아 밖을 본다.

도협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뭐, 경마? 주식? 자식! 야, 승범아! 이 얼빵한 친구야! 네가 생각한 말이 우승하는 걸 상상하고, 네가 산 주식이 오르는 걸 상상했단 말이지? 당연히 그랬겠지. 그런데 이 친구야, 생각 좀 해봐라. 너만 상상했겠냐? 다른 사람은 로봇인 줄 알아? 그 사람들도 자기가 찍은 말이 우승할 것을 상상했을 테고, 자기가 산 주식이 오를 것을 상상했겠지- 안 그래? 그 수많은 상상이

난무하는 틈바구니에서 네 상상만 이뤄지길 바란다? 꿈 깨라! 이럴 때 바로 꿈 깨라고 하는 거다..!’

애리; 한 잔 하고 오셨나 봐요? 얼굴이..

(24)

승범; (정신이 번쩍 든 듯) 아.. 예. 공원에서.. 맥주..

애리; 국밥 드실 거죠?

승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앞가슴을 스쳐본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밖을 보는 그.

다시 떠오르는 도협의 목소리-

‘경마나 주식은 수없는 상상이 맞붙어 싸우는 아수라장이지. 즉 상상의 전쟁터다. 그런 곳을 쳐다보지 말고 남이 잘 상상하지 않는 꺼리를 잡아봐.

세상에는 그런 것이 지천으로 깔려있어. 뭐가 그런 거냐고? 경쟁이 붙지 않는- 그런 이익. 즉 타인과 상충되지 않는, 상충되더라도 최소한으로 상충되는 그런 꺼리를 찾아봐!’

승범; (속말)상충되지 않는 이익..오늘처럼 동냥이나 하라는 건가?

에이씨...! 이건 그래도 아니잖아! 인간 류승범이 거지노릇 하고 살 순 없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무슨 개쪽이냐?

국밥이 그의 앞에 놓이고 승범- 기계적으로 숟가락을 든다.

국밥을 내려놓은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천천히 거두어진다.

S#21. 집 (저녁)

승범; (전화기를 들고) 알았어, 엄마. 알았는데.. 돈 좀 보내 줘. 응..

30만원정도... 취직할거야, 한다구. 끊어.

승범- 전화기를 요 위에 던지고 벌렁 눕는다.

그의 새로운 상상이 머리 언저리에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목소리 1- [승범아! 너 정말 취직했다고? 야~ 이거 해가 서쪽에 뜰 일이네?

목소리 2- 파라닷컴? 거기 보너스가 1200%라며? 좋겠다, 야!

목소리 3- 아이고, 내 아들 승범이! 드디어 취직했구나! 이쁜 내 아들! 엄마 속 맥힌 것이 화악 풀어진다!

자신의 목소리- 인사드립니다. 신입사원 류승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승범- 기쁜 상상에 미소를 짓다가 잠이 들고..

암전.

(25)

S#22. 며칠 뒤 집 (아침)

전화벨에 잠이 깬 승범- 눈을 감은 채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잡는다.

승범; 네.. 아! 선배님! (눈을 뜬다.) ...예? 예! 놀고.. 아니, 쉬고 있습니다. ...이력서요? (벌떡 일어나 앉는다.) 자, 잠깐만요. (볼펜을 들어 손바닥에 메모한다.) 예.. 예...! 물론이죠! 선배님께서 소개하신 자린데 화장터인들 못 가겠습니까?(얼굴이 흥분되어 환해진다.) 감사합니다!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끊는 승범- 멍하니 손바닥을 쳐다본다.

승범; (혼잣말) 파라...닷컴! (잠시 후 기쁨을 실감한 듯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쥔다.) 이, 이거야!! 왔어 왔어!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점프한다.)

S#23. 다음날 고층건물 앞

거대한 건물을 치올려보며 입을 떡 벌린 승범- 양복 속주머니에서 다시 한 번 이력서 봉투를 확인하고는 입구로 향한다.

회전문 속에서 유리에 비친 넥타이를 다시 한 번 바로 잡는다.

S#24. 인사과 입구

승범- 머리를 가다듬고 얼굴표정을 몇 번 변화시켜 근육을 풀어주고는 노크를 한다.

S#25. 한 시간쯤 뒤 건물 밖

아직 굳어진 얼굴로 걸어 나오는 승범.

찻길에 이르러 비로소 걸음걸이가 리드미컬해지며 춤추듯 경쾌해진다. 어깨도 들썩거리며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택시가 오자 근엄하게 손을 들어 세운다. 택시가 약간 지나쳐서 정차하자 그는 손가락을 아니라는 듯 흔든다.

차고 넘치는 자신감과 미소.

(26)

S#26. 택시 안

승범; (전화기에 대고 고함치듯이) 엄마? 나- 승범이! 엄마 이쁜 자식 승범이! 크크큭~ 미쳤냐고? 미치긴 뭘 미쳐? 미치도록 좋아서 그러지!

..나- 취직했다? (반응을 기다리는 즐거운 표정) 취.직! 다른 말로 하면 입.사! 그것도 주유소도 아니고, 주차장도 아닌.. 대기업 파라닷컴에. 아, 엄마는 모르나? 연봉이 7천은 될 걸? 보너스 천이백프로! 죽여주지?!

...엄마! 30만원 빨리 보내! 아니.. 한 50 보내! 양복 하나 새로 해야지!

담달에 갚아줄게! ...그렇게 좋아? 오게이.. 오게이! 엄마, 또 전화할게!

S#27. 지하도 앞

승범-걸인을 보고 씨익 웃어준다. 그리고 만원권을 하나 꺼내어 그에게 던져준다.

승범; 아저씨?(미소지으며) 굿럭! (돌아서 간다.)

걸인; (달려가 그의 바짓가랭이를 붙들며)걸신님! 맞죠? 전설적인 거지의 신 걸신님!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가십쇼! 네? 진정 구걸의 왕도는 무엇입니까?

승범;(빙긋 웃으며) 떠올리세요. 수북해진 동냥그릇을!(간다.)

S#28. 다음 날 파라닷컴 사무실

승범; 인사드립니다. 신입사원 류승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고개를 천천히 들며 속말) 상상하라! 현실이 배달될 것이다!!(에코)

S#29. 신입사원 환영회식 (저녁)

십여 명의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 승범. 무릎 꿇고 조신하게 앉아있다.

김부장; 류승범씨, 편히 앉아요. 내 술 한잔 받고. (술을 따라준다.)

(27)

두 손으로 공손을 다하여 받는 승범.

옆자리의 아가씨 미스 정이 그런 승범을 보고 입을 가리고 웃는다.

잠시 후

미스 정; 승범씨, 술이 약하신가 봐요. 빨개졌어요.

승범; 아, 얼굴만 빨개지죠. 속을 멀쩡합니다.

승범- 미스 정의 옆모습을 2초간 바라본다.

승범; (속말) 이 사람... 멋있다. 류승범.. 귀엽기도 하고- 뭔가 신비한 매력이 있어. 술 한잔 주고 싶은데...

미스 정- 옆 아가씨하고 뭔가 얘기하다가 다시 승범 쪽을 흘긋 본다.

승범; (빈 소주잔을 들고) 이상하다.. 내 잔이 새나? 벌써 비었네?

미스 정; (술병을 들고) 제가 한잔 따라드릴까요?

승범; 아, 예! (술을 받으며) 그런데 여자는 아버지하고 남편 될 사람한테만 술을 따르는 거라던데..

미스 정; 후훗! 그럼 앞으로 아빠라고 불러드려요? 전 남편 될 사람은 있으니까.

승범; 그래요? (술을 단숨에 마시고) 제가 한잔 드릴까요? (미스 정이 받는 술잔에 술을 따르며) 그런데.. 전 벌써 아빠 되긴 싫거든요?

미스 정- 그가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웃는다.

하계장; 어이, 류승범씨! 미스 정 자꾸 정붙여야 소용 읍서요~ 약혼한 남자가 있거든? 괜히 힘 빼지 말고 여기 미스 박한테 잘 보여 봐. 아직 임자 없을 거야. 없지?

미스 박- 얼굴이 발개지며 입을 내민다. 그러면서도 승범을 훔쳐보는 시선.

승범- 자신 있는 눈초리로 여러 사람들을 둘러본다.

(28)

승범; (속말) 내가 이 직장에 들어온 걸 억울해할 사람도 없다. 그리고 난 여기 모든 남자로부터 신뢰받고, 모든 여자로부터 사랑받는다. 상충하지 않는 이익! 굿-!

S#30. 며칠 후 국밥집 (저녁)

퇴근길의 승범- 국밥집 앞에 걸음을 멈춘다. 깔끔한 자신의 옷매무새를 입구 유리에 비춰 확인한다.

안에서 애리가 그를 알아보고 고갯짓으로 인사하고- 승범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애리; 어서 오세요. 취직하셨나 봐요?

승범; 아... 어떻게 아십니까?

애리; (생긋 웃으며) 훤해지셨잖아요. 남자가 훤해질 때는 둘 중에 하나죠. 선 보러 가는 날, 아니면 취직한 경우.

승범; 선 보러 간 것 같지는 않나요?

애리; 글쎄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국밥 드릴게요.

덕구는 김치포기를 도마에 얹어 썰다가 승범을 노리듯 보다, 눈이 마주치자 입에 웃음을 걸고 인사한다.

드라이작 칼이 그의 손끝에서 민활하게 움직이는 것을 승범- 보고 있다.

애리가 양동이에서 돼지무릎뼈를 건지려 하자-

덕구; 아니! 아직 놔 둬. 대여섯 시간은 놔둬야 핏물이 다 빠지거든.

애리; 하튼, 오빠 철저하기는...

덕구; 먹는 일인데 대충할 순 없지. 안 그래?

애리; 살은 언제 발라내는 거야?

덕구; 거기 센 불을 절반쯤 줄여줘. 약한 불로 느긋하게 더 삶은 다음에

(29)

발라내야 돼.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승범- 지갑을 슬며시 꺼낸다. 그 속에 자기 명함을 확인하고 돈은 꺼내서 주머니에 넣는다. 지갑을 자기 방석 옆에 떨구어 놓고 일어선다.

S#31. 엘리베이터 안 (점심시간)

승범; 우동 맛있네요. (혀로 입안을 청소하는) 마스 박; 간단하고 좋죠?

승범; 박종애씨, 궁금한 거 있는데- 미스 박; 네..?

승범; 정말 애인 없어요?

미스 박; (부끄러운 듯) 없어요. 왜요?

승범- 천장쪽을 보며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뜬다.

승범; (카리스마 있는 눈으로 그녀를 보며) 나 어때요?

미스 박; 승범씨..요? 그, 글쎄요.. 무슨 뜻인지...

승범; (천연덕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난 종애씨- 맘에 드는데.

미스 박- 당황하면서도 손을 밀어내진 못한다. 눈만 크게 뜨고 뛰는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승범 얼른 손을 내린다.

사람들이 타고 다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12층- 문이 열린다.

미스 박; 같이 다니는 거 소문나면 안 되니까 저 먼저.. (서둘러 내려서 화장실 쪽으로 간다.)

(30)

승범; (천천히 내리며 싱긋 웃는다.) (혼잣말) 연습게임-!

S#32.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승범.

도시락을 먹고 치우던 미스 정이 승범을 본다.

미스 정; 점심식사 했어요?

승범; (자리에 앉으며) 네! 간단하게 해치웠죠.

미스 정; 커피 드려요? (커피를 타러 냉온수기 앞으로 간다.) 승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면서) 어쩌면...!

미스 정; (돌아보며) 네?

승범; 아까 올라오면서 머릿속에 그렸었어요. 정문영씨가 나한테 커피를 타 주는 모습을.. 그게 몇 초 후 현실이 되니 기분이 묘하네요.

미스 정; 그랬어요? (커피를 들고 오며 웃는다.) 무서운 상상의 힘인가...

응큼한 거는 상상하지 마세요.

승범; 응큼한 거? 가령 어떤..

미스 정; (커피를 내려놓고) 후훗! 그건 나도 모르죠.

승범-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바로 펼친다.

상상-상반신 누드인 상태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

상상을 마치고 미스 정을 바라보며 실실 웃는 그- 커피잔을 든다.

S#33. 사무실 (오후)

김부장; 류승범씨! 당신, 인상은 참 좋게 느꼈어. 쭉 째진 작은 눈에..

반항적이어 보이는 광대뼈... (고개를 갸웃하며) 글쎄- 뭐가

(31)

좋아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믿을만한 사람으로 보였단 말이지.

그런데, 일 하는 거 보면 영 그게 아냐! 미스 정, 커피 한 잔 줄래?

승범- 부장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김부장; 우리 제품은 주 고객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건 잘 알지? 게임 속에 영어대사가 원어민의 혀가 구르듯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잖아-?

근데 자네가 짜놓은 대사를 보면 우리 중학교 때 첫 영어교과서 보는 것 같아. (승범의 서류를 보며) 아이엠 어 파워맨.. 왓 이스 유어 네임?

..기가 막혀서- 웃음밖에 안 나와.

다들 쿡쿡- 웃음을 참고 있다.

승범; 문법은 다 맞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부장; 문법? 푸하핫! (다시 인상을 굳히며) 자네 지금 교과서 만드나?

또 타자는 왜 그리 어눌해? 오자 난 것만 해도 수십 개는 되고.. 아니, 그리고 플래쉬를 아직 못해서 미스 박이 도와줬다며?

승범- 눈을 질끈 감고 듣고 있다가 번쩍 뜬다.

김부장; 야.. 거 눈빛 무섭네-? 자네 지금 나 째리는 건가? (하계장 쪽을 보며)이 친구 누가 뽑은 거야?!

승범; (낮은 목소리로) 아직 신입이라 그런 거 아닙니까? 부장님은 신입 때도 펄펄 날아다니셨나요?

김부장; 뭐야?! 너 지금 부장한테 말대답 하는 거야?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서 삿대질을 하려다가 미스 정이 들고 오던 커피를 쳐 버리고- 그녀의 가슴에 커피가 쏟아져버린다.)

미스 정; 어멋! 앗 뜨거뜨거! 아우 씨발! (얼른 입을 가리고 물러선다.) 김부장; 아이구, 이거 어쩌나. (그녀의 가슴을 급히 손으로 털어주려다가 다시 손을 거둔다.) 가만! 지금.. 씨발이라고 했어?

미스 정; 아뇨.. 신발..이요. 커피가 부장님 신발에 떨어졌다고... (휴지로

(32)

얼른 부장의 구두에 묻은 커피를 닦는다.) 승범- 두 사람을 보며 경멸의 눈초리를 보낸다.

미스 정- 승범의 눈빛을 보더니 일어서서 황급히 나간다.

S#34. 여직원 탈의실

미스 정- 툴툴거리며 유니폼을 벗는다.

미스 정; 이런.. 브래지어까지 홈빡 젖었네? 으이그, 졸라 재수없어.

(브래지어도 벗어버린다.) 살 안 데었나 몰라? (거울로 자신의 가슴을 비춰본다.)

그 때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는 승범- 그녀의 반누드를 보며 씨익 웃는다.

미스 정; (얼른 가슴을 가리며) 뭐에욧?!

승범; 미스 정, 궁금해서 그러는데, 아까 분명 씨발이라고 한 거 맞죠?

미스 정; (소리죽여) 빨리 문 닫아요! 미치겠네..!

승범; (아예 들어와서 문을 닫으며) 문 닫았어요. (그녀의 맨 어깨에 손을 척 얹으며) 우리, 이따가 부장을 안주삼아 술 한 잔 어때요?

S#35. 술집 (퇴근 후)

소주 몇 병이 비어있고, 미스 정의 눈은 가물가물한다.

미스 정; 맞아! 내가 씨팔! 그랬지.. 히히히!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아?

씨팔, 부장이 처녀의 성스러운 젖가슴에 커피를 들이부은 거 아냐! 졸라 뜨겁데? ..잔 비었어!

승범; (술을 따라주며) 나 오늘 부장한테 깨질 때는 기분 엿같았는데- 나중엔 고마운 생각이 들더라구.

미스 정; 그건 왜?

(33)

승범; 부장 덕택에 미스 정 젖가슴 봤잖아. (재밌어 죽겠다는 얼굴로 웃는다.)

미스 정; 얼래? 으이그, 지도 남자라고 그건 보고 싶었어? (승범의 뺨을 손가락으로 찔러댄다.)

승범- 전화벨을 듣고 휴대폰을 연다.

승범; 네! 류승범입니다. (혀꼬부라진 소리)

애리 목소리; 류승범씨세요? 여기, 국밥집이에요.

승범; (거의 누웠던 자세를 바로잡고) 아.. 국밥집- 누구신데요?

애리; 저요? 국밥 서빙했던 지애리라고 해요. 기억나시죠? 아.. 이름은 모르시겠지만..

승범; (일어서며) 지..애리씨라고요? 물론 기억하죠..!

애리; 지갑을 놓고 가셨더라구요. 전화번호랑 성함은.. 죄송하지만 지갑 속 명함보고 알았어요. 다음 날 와서 찾아가실 줄 알았는데, 안 오시길래 이렇게 전화 드리는 거예요.

승범; 아이고! 내가 거기다가 지갑을 놔뒀구나! 그걸 모르고 온 집안을 헤맸으니... 알겠습니다. 지-애리씨! 내일 찾으러 갈게요! 감사합니다.

미스 정- 궁금했는지 일어서서 승범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휴대폰을 본다.

미스 정; 누구야? 애인은 아닌 것 같고..

승범; (휴대폰을 집어넣고 미스 정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벌쭉 웃는다.) 메인 게임!

S#36. 다음 날 사무실 (낮)

(34)

승범; (휴대폰 통화기록을 살피며 혼잣말) 지애리... 다행히 휴대폰으로 전화했군. (버튼을 누른다.)

송신음이 들리는 중 승범은 일어서서 복도로 나간다.

애리; 여보세요?

승범; 지갑 두고 간 멍청한 사람 류승범입니다!

애리; 아.. 예-! 제 번호는 어떻게 아시고..

승범; 어제 전화주신 번호로 회신했죠, 뭐. (눈을 감고 엄지를 미간에 갖다댄다. 상상력 가동할 때의 포즈) 고마워서 그러는 건데요- 제가 저녁이라도 사고 싶어서요. (속으로 혼잣말) 네! 그러죠. 네, 그럴까요?

뭐 사주실래요? 네, 좋아요...

애리; 네... 아니.. 그러실 것까지는..

승범; (미간에 온 힘을 주며 엄지로 누르고 상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 승낙한다.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김부장- 그의 꼴상을 한심하다는 듯 보고 있다.

애리; 예? 뭐라구요?

승범; (속으로 생각한 것을 입 밖에 내어버린 것을 알고 당황하여 입을 때린다.) 스, 스파게티 맛있게 하는 곳 있다구요..

애리; (잠시 있다가) 저, 스파게티 좋아해요. 어디가 맛있게 해요?

승범; (얼굴이 환해지며) 금정역 건너편에요..! 이층에 호날두라고- 스파게티 전문점 있거든요? 저녁 6시 35분 15초에 뵙죠! ...네!

승범- 전화를 끊고 희망에 가득 찬 표정. 아랫입술을 말아넣고 두 손을 앞으로 하여 오리춤을 춘다.

김부장; 저 물건을 왜 뽑았을까..? 미스테리야, 미스테리..

(35)

S#37. 호날두 스파게티 전문점 (오후 6시 35분)

승범- 자리에 앉아 냉수를 홀짝거리고 있다.

승범; (속말) 상상해, 상상. 뭘 상상하지? 애리씨가 날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아냐- 첫눈 아니잖아.. ..밖에서 보니 분위기가 다르네요-? 보면 볼수록 왠지 끌리는 매력이... ..히히 유치해라! ...이 남자 뭔가 달라..

오케이! 그거야.. ...국밥오빠에게는 없는 뭔가가 있어..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젖통사모님... 뭐야?! (고개를 흔든다.) ..휴머니티가 잔잔히 깔리는 거.. 이프온리- 좋아..! (핑거스냅) 무슨 음악을 좋아하나..? 이승환의.. 사랑한다고 소리쳐-! (노래부름) 사랑한다고 말했어~! ...또또또 궁금해. 이 남자 승범.. 아침 몇 시에 일어날까...

사각팬티를 입나.. 삼각을.. 이런..! (고개 숙이고 큭큭 웃는다.)

어느새 들어온 애리- 서서 승범을 희한한 사람 보듯 보고 있다.

승범; (벌떡 일어서며 2초간 바라본다.) 그 옷은.. 처음이죠? 우아하네요.

애리; 앉아도 되나요?

승범; 당연히 앉으셔야죠. 와주셔서 고마워요. (종업원을 부른다.) 여기요!

종업원이 온다.

승범; 스파게티 둘 주세요!

종업원; 어떤 스파게티로 하시겠습니까? (메뉴판을 내민다.) 승범; 네? 어떤.. 애리씨,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애리; 이 집은 톨리브 스파게티가 맛있어요. 저는 거기다 발사믹 약간 쳐주세요.

승범; 여기.. 와보셨군요. 역시 스파게티 맛을 아시네~!

(36)

종업원; (승범에게) 손님은 뭘로..?

승범; 미투! (웃는다.) ..잠깐! 깍두기 많이 줘요.

종업원; 죄송하지만 깍두기는 안 키우는데요.

잠시 후 스파게티를 먹는 두 사람-

승범; (속말) 뭔가 말을 해야 돼, 말을. 스파게티 먹자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 (입에 있는 내용물을 삼키고) ...국물이 없으니까 좀 그렇죠?

애리- 살짝 웃고 다시 먹기만.

승범도 머쓱한지 다시 먹는다.

애리; (냅킨으로 입을 닦고) 새로 들어가신 직장은 어때요?

승범; (다급히 물을 마시고 냅킨으로 입을 닦고) 직장이요..! 직장- 파라닷컴이라는 곳인데요.. 아시죠? 보너스 1200..

애리; 대기업이죠. 잘 되셨네요. 비전도 있고..

승범; 글쎄요- 비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저으며) 별로 맘에는 안 들어요.

애리; 왜요?

승범; 뭐랄까..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봐주질 않아요.

고객은 고객이 아니고 숫자, 돈으로 치죠.

애리; 기업이 다 그렇죠, 뭐. 제가 다니는 곳도 그래요.

승범; 어떤 일 하시는데요?

애리; (넓은 가방에서 레코드판만한 하드보드지를 몇 개 꺼내 보여주며) 이런 거 해요. 패턴디자인이요.

하드보드지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바퀴벌레, 무당벌레 등의 그림.

(37)

승범; (그림을 보며) 묘한 그림이네요. 이런 걸 어디에 쓰죠?

애리; 도자기에 써요. 생활도자기, 홈세트, 머그컵 등등..

승범; 알겠는데.. 이런 그림을 넣으면 그릇이 더 잘 팔리나요?

애리; 그럼요. ..그림이 이상한가요?

승범; 아뇨- 잘 그렸는데.. 밥공기에 바퀴벌레가 붙어있으면 좀..

애리; 그런가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다가) 다들 좋다고 하던데..

어쨌든 솔직하게 얘기해주시니 좋네요. (방긋 웃는다.) ...승범씨는 하시는 일이..?

승범; 게임을 개발합니다. (양손으로 게임하는 동작) 온라인게임 아시죠?

애리; 멋진 직업이네요. 좋은 회사.. 비전 있는 직업... 이제 예쁜 애인만 만들면 되겠네요.

승범; (속으로 혼잣말) 지금 만들려고 작업 중이죠! (은근한 목소리로) 제가.. 애인 없어보이나요?

애리; 없을 것 같아요.. 아니, 틀림없어요. 애인이 있다면 국밥집에 매번 혼자 와서 쓸쓸하게 뼈다귀 속살을 발라내고 있을 리가 없죠. 오늘처럼 지갑을 핑계로 남의 애인을 불러내는 그런 이상야릇한 경우도 없을 거구요.

승범; (감탄의 표정) 관찰력이 예리하시네요! 그동안 제가 꽤 궁상맞게 보였겠군요. 쩝-

애리; 그렇진 않아요. 싱글이라는 단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안 그래요?

승범; 애리씨는 싱글이 아니니 가능성의 문이 닫힌 건가요?

애리; 저야 오직 한 사람- 덕구오빠 뿐이죠. 전 그 오빠가 유일한

(38)

남자예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교회 청년부에서 알게 됐죠. 10년이 나 됐어요.

승범; 10년... 기나긴 세월이군요. 너무너무..

애리; 그래요. 그래도 서로 눈돌려본 적 없어요. 대단하죠?

승범; 커피 드시겠어요?

애리; 네!

둘은 다시 침묵에 잠긴다.

커피가 나온 후-

승범; 그렇게.. 눈돌려볼만한 남자가 없었나요? 아니면..

애리; 왜 없었겠어요? 눈 돌릴 남자가 없는 게 아니라 눈 돌릴 기회가 없었던 거죠. 후훗!

승범; (눈이 반짝한다.) 기회가 없었다는 건...?

애리; 덕구오빠는 무서운 사람이에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런 말까지 하니 이상하네요.

승범; 우리, 초면도 아닌데요 뭘. 나이도 비슷하고..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고 얘기해보세요. 서두만 꺼내놓고 셧 더 마우스 하면 궁금증이 뒤통수에 매달려서 잠이 안 올지도 모르니까.

애리; (웃고는) 그럴까요? 친구.. 별로 가능해보이진 않지만요. (커피를 맛보고) 우리가 사귄지 3년째던가..? 저한테 접근한 남자가 있었어요.

역시 교회 청년부 사람인데- 그 사람 한쪽 귀 고막이 터져버렸어요.

승범; (커피를 마시려다가 멈칫) 왜요?

애리; 덕구오빠가 그 남자 이야기를 누구에겐가 듣고 교회로 달려왔죠.

(39)

성가대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던 그 남자를 끌어내더니..

승범; 귓방맹이를 갈겨버렸군요?(주먹 모션)

애리; (끄덕인다.) 오빠는 그 날로 교회에서 추방당했죠. 저도 어릴 적부터 다니던 그 교회를 그만 나가야 했고..

승범; 그건 왜-?

애리; 자기가 지켜볼 수 없는 자리에 절 방치할 수 없었던 거죠. 오빤 그런 사람이에요.

승범; 심하다...!

애리; 그건 약과에요. 그 후로 저는 화장품 회사를 다녔었는데, 직장상사가 절 찝쩍댄 일이 있었죠. 저는 딱 한번 그 사람과 식사한 일밖에 없었어요. 갑자기 비가 와서 그 사람 우산을 같이 쓴 일하고...

승범; 그 사람도 고막이 터졌나요?

애리; 다리가 부러지고 갈비뼈 두 대 으스러지고 코의 연골이 무참히 내려앉았어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듯 몸서리친다.) 물론 전 회사 그만뒀죠.

insert [덕구가 그 남자를 길에서 붙들고 애리가 보는 앞에서 무참히 폭행하는 장면]

승범; (얼굴이 굳어져서) 그런 무서운 사람을 왜 벗어나지 못하고...

애리; 사람이 다 완벽할 순 없잖아요? 덕구오빤 반면에 절 끔찍이 사랑하죠. 사랑하니까, 너무도 사랑하니까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승범; 오늘 저랑 이러고 있었던 걸 알면 저도 무사하긴 힘들겠군요..?

(40)

애리; 아마도.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이제 일어나볼게요. (일어선다.) 승범; (당황하며) 벌써.. 일어나시게요? 좀 더 듣고 싶은데..

애리의 전화벨이 울린다.

애리; 아, 오빠! ...회의가 늦게 끝났어. 지금 가는 중! (전화를 끊는다.) 가볼게요. 오늘 식사 고마웠어요.(생긋 웃는다.)

S#38. 거리

승범- 총총히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승범; (번쩍 생각이 난 듯) 지갑..! (말을 멈추고 입을 가린다.) (혼잣말) 지갑을 깜박했다. 아싸~!

S#39. 그날 밤 승범의 집

전화벨이 울리고- 누워있던 승범, 몸을 뒤집으며 번개처럼 휴대폰을 잡는다.

승범; (번호를 확인하고) 애리씨?

애리; 어머, 어떡해요? 지갑 드리는 걸 깜박했어요.

승범; (회심의 미소) 앗, 맞다! 지갑... 이걸 어쩌나?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뵈야..겠죠?

애리; 국밥집으로 오시면 안 될까요?

승범; 오.. 노우! 오늘 애리씨 얘기 듣고 나선 덕구씨가 무서워졌어요. 전 코뼈 으스러지기 싫거든요. 잔뜩이나 곱지 못한 내 얼굴에...

애리; 그러면.. 어디서...

승범; 애리씨가 장소를 정해볼래요? (상상한다.)

(41)

imsert [호프집, 민속주점.. 그리고 나이트클럽, 모텔 등을 떠올린다.]

애리; 파라다이스 호텔.. 아시죠?

승범; (놀라서 입을 떠억 벌린다.) 호, 호텔이요?

애리; 호텔 1층에 참치횟집 있어요. 거기 초밥이 맛있는데.. 이번엔 제가 살게요.

승범; 아.. 난 또...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거기서 6시 12분 34초에 뵙죠!

(전화를 끊고 다시 벌렁 누워 천장을 보며) 내 상상의 힘! ...그런데 맞는 건가, 아닌가? (다시 벌떡 일어나 앉는다.) 내일은 또 다른 성과가 있어야겠지? 보여주지, 애리씨! 내 상상의 무서운 힘을...! (주먹을 불끈 쥔다.)

S#40. 다음 날 호텔 1층 (오후 6시)

승범- 참치횟집 앞에 망연히 서 있다.

승범; 뭐야? 내부 수리중? 이런... (돌아서 나와 담배를 하나 물고 호텔 입구 근처에 서성인다.)

검은색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저만치에서 멈춘다.

승범; (속말) 벤츤가? 아니, 케딜락이네- 차 좋다!

차에서 내리는 여자- 애리다! 승범 놀라서 기둥 뒤로 숨어 지켜본다.

애리- 운전석의 누군가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하고, 케딜락은 서서히 움직여 사라진다. 멀어져가는 차를 지켜보던 그녀- 호텔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승범- 그녀를 향해 걸어간다.

애리; 아! 왜 밖에 나와 계세요?

승범; 내부 수리중이던데요?

애리; 그래요? 그럼.. 민속주점 어때요? 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42)

S#41. 민속주점 (저녁)

애리- 지갑을 승범에게 내민다.

승범; (받으며)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왜일까?

애리; 글쎄- 왜일까요? (미소)

승범; 난 사실 어제 애리씨가 지갑을 안 주고 가서 기뻤어요.

애리; 한 번 더 밖에서 볼 수 있어서요? (웃음)

승범; 애리씨는 어땠어요? 스스로의 치매증상 때문에 귀찮은 사람 또 한 번 본다는 게 짜증났다거나..

애리; 아니요. 친구처럼 생각하면 되죠 뭐. (가방에서 하드보드지 그림을 꺼낸다.) 이거 오늘 새로 해 본건데- 좀 봐줘요.. 어떤지.

승범; (들여다보며) 좋은데요? 이제 좀 정상적이어 보이네요.

애리; (한숨을 쉬며) 기분이 좀 나아지네요. 회사에서는 제 디자인을 붙인 그릇들이 안 팔린다고 해서 압박을 되게 받고 있었거든요. 내 디자인이 역시 이상했나 봐요.

승범; (손을 저으며) 아, 알았어요. 이제 그런 벌레 취향은 접고 화사한 꽃으로 해 보세요. 봐요, 훨씬 좋잖아요?

애리; 우리.. 친구하는 거죠?

승범; 친구 좋죠! 친구 이상이면 더 좋겠지만.

애리;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승범씬 묘한 매력이 있어요.

승범; (속말) 매력! 드디어... (웃으며) 정말요?

애리; 마음이 투명해보여요. 다 들여다보일 만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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