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시: 들뢰즈: 새로운 유물론 미학을 세움
▪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는 ‘아이스테시스’에 대한 이성의 우위라는 수천년 묵은 도 식을 뒤집는 극적 반전이다
▪ 그에게 아이스테시스는 이성에 선행하여, 그 바탕에서 그것을 비로소 가능케 해주는 어떤 근원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 들뢰즈가 말하는‘감각(sensation)’이란 근대철학에서 말하는 인식론적 의미의 ‘지각 (perception)’과 구별된다
▪ ‘지각’이 감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정신으로 퍼올리는 인식론적 현상이라면, ‘감각’
은 감관에서 직접 몸으로 내려가는 존재론적 사건이다
▪ 들뢰즈에게 감각은 생명체의 몸과 바깥의 환경이 서로 접하는 삼투막의 표면에서“진동”
처럼 발생하는 어떤 유물론적 사건이다
▪ 그것은 단지 자극-반응의 생리 현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의 세계가
‘세계’로서 주어지는 방식이다
▪ 그런 의미에서 들뢰즈의 감각론은 현상학적 미학, 특히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
을 포스트-프로이트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메를로-퐁티는 전통적인 심신이원론의 가치를 부정하고 몸의 철학을 주장한다
▪ 그에 있어 현상학적 이미지는 지각에 의해 주어지며 지각은 몸과 마음으로부터 느껴지 면서 사물세계에 반응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 몸(혹은 살)은 지각작용을 통해 세계와 끊임없이 교섭하면서 세계로 향한다
▪ 몸은 근본적으로 세계와 지향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 메를로-퐁티의 ‘지각’이 아직 주객이원론에 근거한 관념론적 인식론의 패러다임에 머문 다면 들뢰즈의‘감각’은 이와는 전혀 다른 유물론적 존재론을 함축한다
▪ 감각은 인식(정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욕망(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 지각에서는 지각되는 대상과 지각하는 주체가 서로 분리된다. 하지만 감각에는 아직 대 상과 주체가 구별이 없다
▪ 메를로-퐁티가 지각의 현상학을 위해 세잔을 원용한다면, 들뢰즈는 자신의 감각론을 위 해 아일랜드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선택한다
▪ 베이컨의 작품에는 종종 푸줏간을 연상시키는 고깃덩어리가 무정형의 형상으로 등장한 다
▪ 이 고깃덩어리는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신체의 코기토’의 주체로서 ‘살(chair)’의 이미 지를 연상시킨다
▪ 들뢰즈가 말하는 감각의 주체는 이 살을 고기로, 즉 포스트-프로이트적인 리비도적 욕망 의 주체로 재해석한 것이다
▪ 오늘날“회화란 재현할 모델도, 재현해주어야 할 스토리도 없다.” 이것이 현대회화의 상 황이다
▪ 현대회화에서 재현성(대상성)을 파괴하는 두 방법은?
▪ 칸딘스키, 몬드리안: “추상을 통해 순수한 형태를 지향하는 것”과,
▪ 베이컨: “추출 혹은 고립을 통해 순수하게 형상적인 것으로 향하는 것”이 있다. 베이컨은 정형 도 비정형도 아닌 기괴한 형상의 창조를 통해 구상성을 파괴. 그 결과 화폭에는 충격적 형상들 이 발생하고, 이 형상들은 “두뇌를 통과”하지 않고 우리의 “신경 시스템에 직접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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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23)>프 란 시 스 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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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 베이컨은 종종 몸에서 얼굴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얼굴 없는 머리가 솟아나게 한다.
▪ “신체는 형상이기에 얼굴이 아니며 얼굴도 없다.”
▪ 그런데 왜 얼굴을 지우는 것일까? 예로부터 신체에서의 얼굴이, 얼굴에서는 ‘영혼의 거 울’이라는 눈이 특권적 지위를 누린다.
▪ “얼굴 해체하기, 그것은 주체화의 검은 구멍에서 빠져 나오기와 같은 것이다.”
▪ 얼굴을 지우는 것은 곧 유기체의 해체, 의미 작용의 해체, 주체화의 해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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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프 란 시 스 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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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베이컨의 그림에 기관 없는 신체가 등장한다
▪ 얼굴에서 눈, 코, 귀, 입의 구별이 지워지고, 몸체에서는 사지가 탈구되고 가슴과 배의 구 별이 사라진다
▪ 유기체를 해체하여 기관 없는 신체로 돌아가는 것은“유기체(기관들의 조직화, 신의 권 력을 훔치는 행위), 기표 작용(즉 의미 생성), 주체”라는 3중의 구속을 벗고, 탈영토화를 향해 몸체를 여는 것을 의미한다
▪ 기관 없는 신체는 힘의 감수성이라는‘속성’과, 그 고른판 위에 일어나는 파동, 진동, 강렬 함 등의‘양태’로 이루어진 스피노자적 신체다
▪ 이런 신체로 돌아가는 것은 진화를 거스르는 퇴행이 아니다
▪ 그것은 기관의 영토화를 지움으로써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 기관 없는 신체는 새로운 주체를 준비한다. 여러 개의 인격을 바꾸어 갖는 분열자처럼, 이 신체를 바탕으로 하나의 정체성에 함몰되지 않고 끝없이 제 존재를 다양화하는 유목 적 주체가 형성된다
▪ 이렇듯 재현을 포기하고 베이컨이 그리고자 한 것은 바로 감각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것은 감각이다
▪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어떻게 그린단 말인가? 이 과제를 그는 기괴한 형상의 창조를 통해 해결한다
▪ 기괴하게 생긴 살덩어리들을 그린다. 이것은 순수형상, 즉 충격적인 형태와 색채로 우리 를 감각의 체험 속으로 몰아넣는 어떤 모양일 뿐이다
▪ 그래서 베이컨의 그림은 폭력적이다. 즉 재현의 폭력 대신 회화의 폭력, “감각의 폭력”을 내세운다
▪ 그리고 그의 작품은 더 이상 시각적 관조가 아니라 촉각적 체험의 대상이다
▪ 들뢰즈에게 회화는‘형태의 변형’이 아니라 “만지는 눈, 눈의 만지는 시각”을 획득하지 위한 활동이다
▪ 눈으로 만진다는 관념은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그리스인들에게는 널리 알려 있었다
▪ 그들에게 시지각은, 눈에서 뻗어나간 시선에 대상의 둘레를 더듬는 것이었다
▪ 하지만 예술이 광학적 공감의 정복에 몰두하면서 시각에 내재된 촉지적 기능은 점차 망 각된다
▪ 20세기에 회화가 재현을 포기한 후 다시 촉지적 기능이 강조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들뢰즈에게 회화는 단순히 미적 관조의 대상이 아니다. 회화는 감각의 폭력을 통해 신체 의 변형을 이룬다
▪ 기관의 분화를 지우고, 의미 작용을 무효화하고, 주체를 해체함으로써 신체는 미리 존재 하는 상투성의 틀을 전복하고 끝없이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새로운 유목적 주체다
▪ 그에게 미학은 더 이상‘예술의 예술’을 다루는 ‘Aesthetik’(미학)이 아니다
▪ 그것은 우리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삶의 예술로서의‘Aesthetik’(감각론)이다
▪ 그래서 그의 『감각의 논리』는 이미 수명을 다한 마르크스주의 미학을 대체할 새로운 유물론적 미학을 정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