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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시: 들뢰즈: 새로운유물론미학을세움새로운유물론미학을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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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시: 들뢰즈: 새로운 유물론 미학을 세움

(2)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는 ‘아이스테시스’에 대한 이성의 우위라는 수천년 묵은 도 식을 뒤집는 극적 반전이다

그에게 아이스테시스는 이성에 선행하여, 그 바탕에서 그것을 비로소 가능케 해주는 어떤 근원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3)

들뢰즈가 말하는‘감각(sensation)’이란 근대철학에서 말하는 인식론적 의미의 ‘지각 (perception)’과 구별된다

‘지각’이 감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정신으로 퍼올리는 인식론적 현상이라면, ‘감각’

은 감관에서 직접 몸으로 내려가는 존재론적 사건이다

(4)

들뢰즈에게 감각은 생명체의 몸과 바깥의 환경이 서로 접하는 삼투막의 표면에서“진동”

처럼 발생하는 어떤 유물론적 사건이다

그것은 단지 자극-반응의 생리 현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의 세계가

‘세계’로서 주어지는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들뢰즈의 감각론은 현상학적 미학, 특히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

을 포스트-프로이트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메를로-퐁티는 전통적인 심신이원론의 가치를 부정하고 몸의 철학을 주장한다

그에 있어 현상학적 이미지는 지각에 의해 주어지며 지각은 몸과 마음으로부터 느껴지 면서 사물세계에 반응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몸(혹은 살)은 지각작용을 통해 세계와 끊임없이 교섭하면서 세계로 향한다

몸은 근본적으로 세계와 지향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6)

메를로-퐁티의 ‘지각’이 아직 주객이원론에 근거한 관념론적 인식론의 패러다임에 머문 다면 들뢰즈의‘감각’은 이와는 전혀 다른 유물론적 존재론을 함축한다

감각은 인식(정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욕망(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지각에서는 지각되는 대상과 지각하는 주체가 서로 분리된다. 하지만 감각에는 아직 대 상과 주체가 구별이 없다

(7)

메를로-퐁티가 지각의 현상학을 위해 세잔을 원용한다면, 들뢰즈는 자신의 감각론을 위 해 아일랜드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선택한다

베이컨의 작품에는 종종 푸줏간을 연상시키는 고깃덩어리가 무정형의 형상으로 등장한 다

이 고깃덩어리는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신체의 코기토’의 주체로서 ‘살(chair)’의 이미 지를 연상시킨다

들뢰즈가 말하는 감각의 주체는 이 살을 고기로, 즉 포스트-프로이트적인 리비도적 욕망 의 주체로 재해석한 것이다

(8)

오늘날“회화란 재현할 모델도, 재현해주어야 할 스토리도 없다.” 이것이 현대회화의 상 황이다

현대회화에서 재현성(대상성)을 파괴하는 두 방법은?

칸딘스키, 몬드리안: “추상을 통해 순수한 형태를 지향하는 것”과,

베이컨: “추출 혹은 고립을 통해 순수하게 형상적인 것으로 향하는 것”이 있다. 베이컨은 정형 도 비정형도 아닌 기괴한 형상의 창조를 통해 구상성을 파괴. 그 결과 화폭에는 충격적 형상들 이 발생하고, 이 형상들은 “두뇌를 통과”하지 않고 우리의 “신경 시스템에 직접 작용”한다

(9)

칸 딘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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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23)>

(10)

프 란 시 스 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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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깃 덩 어 리 와 인

(1954)>

(11)

베이컨은 종종 몸에서 얼굴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얼굴 없는 머리가 솟아나게 한다.

“신체는 형상이기에 얼굴이 아니며 얼굴도 없다.”

그런데 왜 얼굴을 지우는 것일까? 예로부터 신체에서의 얼굴이, 얼굴에서는 ‘영혼의 거 울’이라는 눈이 특권적 지위를 누린다.

“얼굴 해체하기, 그것은 주체화의 검은 구멍에서 빠져 나오기와 같은 것이다.”

얼굴을 지우는 것은 곧 유기체의 해체, 의미 작용의 해체, 주체화의 해체를 의미한다.

(12)

프 란 시 스 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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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화

(1971)>

프 란 시 스 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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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황 이 노 센 트 의 초 상

(1953)>

(13)

베이컨의 그림에 기관 없는 신체가 등장한다

얼굴에서 눈, 코, 귀, 입의 구별이 지워지고, 몸체에서는 사지가 탈구되고 가슴과 배의 구 별이 사라진다

유기체를 해체하여 기관 없는 신체로 돌아가는 것은“유기체(기관들의 조직화, 신의 권 력을 훔치는 행위), 기표 작용(즉 의미 생성), 주체”라는 3중의 구속을 벗고, 탈영토화를 향해 몸체를 여는 것을 의미한다

(14)

기관 없는 신체는 힘의 감수성이라는‘속성’과, 그 고른판 위에 일어나는 파동, 진동, 강렬 함 등의‘양태’로 이루어진 스피노자적 신체다

이런 신체로 돌아가는 것은 진화를 거스르는 퇴행이 아니다

그것은 기관의 영토화를 지움으로써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기관 없는 신체는 새로운 주체를 준비한다. 여러 개의 인격을 바꾸어 갖는 분열자처럼, 이 신체를 바탕으로 하나의 정체성에 함몰되지 않고 끝없이 제 존재를 다양화하는 유목 적 주체가 형성된다

(15)

이렇듯 재현을 포기하고 베이컨이 그리고자 한 것은 바로 감각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것은 감각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어떻게 그린단 말인가? 이 과제를 그는 기괴한 형상의 창조를 통해 해결한다

기괴하게 생긴 살덩어리들을 그린다. 이것은 순수형상, 즉 충격적인 형태와 색채로 우리 를 감각의 체험 속으로 몰아넣는 어떤 모양일 뿐이다

(16)

그래서 베이컨의 그림은 폭력적이다. 즉 재현의 폭력 대신 회화의 폭력, “감각의 폭력”을 내세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더 이상 시각적 관조가 아니라 촉각적 체험의 대상이다

들뢰즈에게 회화는‘형태의 변형’이 아니라 “만지는 눈, 눈의 만지는 시각”을 획득하지 위한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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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진다는 관념은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그리스인들에게는 널리 알려 있었다

그들에게 시지각은, 눈에서 뻗어나간 시선에 대상의 둘레를 더듬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술이 광학적 공감의 정복에 몰두하면서 시각에 내재된 촉지적 기능은 점차 망 각된다

20세기에 회화가 재현을 포기한 후 다시 촉지적 기능이 강조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8)

들뢰즈에게 회화는 단순히 미적 관조의 대상이 아니다. 회화는 감각의 폭력을 통해 신체 의 변형을 이룬다

기관의 분화를 지우고, 의미 작용을 무효화하고, 주체를 해체함으로써 신체는 미리 존재 하는 상투성의 틀을 전복하고 끝없이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새로운 유목적 주체다

(19)

그에게 미학은 더 이상‘예술의 예술’을 다루는 ‘Aesthetik’(미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삶의 예술로서의‘Aesthetik’(감각론)이다

그래서 그의 『감각의 논리』는 이미 수명을 다한 마르크스주의 미학을 대체할 새로운 유물론적 미학을 정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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