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나선 후보마다, 각 당마다 포퓰리즘 정책 공약을 경쟁적으로 남발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정책에 사용되는 자금은 후보자 개인의 돈이 아니다. 다수 국민의 세금, 또는 기업이 내는 세금에 의존한다. 그래서인지 국 가 재정건전성을 세심히 고려하지 않고 인기영합적인 정책 공약이 무차별적으로 발 표되고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은 누가질지 걱정스럽다.
기획재정부의 분석에 의하면 각 정당에서 제시하는 복지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 는 대략 5년간 268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이 같은 수치는 GDP를 고려한 OECD 국가의 복지재정 평균치와 비교할 때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 나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복지재정지출이 급속히 늘고 있다. 더군다나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는 복지재정지출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따라서 자칫 방심하다가 현 재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재정위기국(GIIPS)1)의 전철을 밟지 않을 까 두렵다.
경제성장 없는 복지지출 증가는 재정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어
지난 달 초 유로존 25개 국가는 신재정협약에 서명하였다. 회원국은 연간 재정적 자와 누적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대비 각각 3%와 6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GDP의 0.1%에 해당하는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신재정협약 은 재정적자와 공공부채의 규모를 제한하는 내용을 자국의 법률에 명시하도록 규정 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재정위기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신재정협약이 제대 로 준수될 지는 의문시 된다. 지난 4년간 재정위기국가들의 기초재정수지는 대체로 적자 추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로존 평균치보다 높다. 2011년 기준, 이탈 리아만 제외하고 그리스 –2.1%, 아일랜드 –6.7%, 포르투갈 –1.6%, 스페인 –4.5%를 나타냈다. 스페인을 제외하고 유로존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들의 정부부채는 대체로 GDP대비 100%를 초과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유로존 재정위기국 의 거시경제지표들을 살펴보아도 경제성장을 통한 재정적자를 탈피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수 년 동안 대부분의 재정위기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또는 1% 내외의 저성장에 머물러 있다(표 1 참고).
포퓰리즘 정책과 복지재정의 황금률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12-04-06
<표 1>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의 재정 및 경제상황
(단위: %)
구 분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유로존
기초재정수지 -2.1 -6.7 0.9 -1.6 -4.5 -1.2
GDP 대비 정부부채 162.8 108.1 120.5 101.6 69.6 4.2
실업률 -5.0 -28.2 -0.1 -6.8 -7.4 3.8
경제성장률 -2.1 -6.7 0.9 -1.6 -4.5 -1.2
출처: European Commission, Statistical Annex of European Economy Automn 2011, 삼성경제연구소 재인용, Eurostat
우리나라는 유로존 재정위기국들에 비해 재정수지나 및 GDP대비 국가채무 규모 는 비교적 양호하다. 하지만 최근 국가채무 비중이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 이 문제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GDP대비 국가채무는 연 평균 12.8% 증가했 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에 대한 통계는 국제기준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 어 실제로는 정부발표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2) 특히 적자성 국가채무 비 중의 빠른 증가는 재정건전성에 불안요인을 제공한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비합리적인 재정지출을 예방할 수 있 는 제도적 장치를 구체화해야
경제성장외에도 유럽 재정위기국들이 재정적자를 탈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불합리한 조세체계, 지하경제, 비합리적 사회보장 지출, 부패와 지대추구 등 고질적 인 사회구조적 문제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 다. 첫째, 우리나라의 민간고용 중 자영업자 비중과 GDP 대비 지하경제비중은 각각 OECD 평균보다 높고, GDP대비 개인소득세액 비중은 OECD 평균치보다 낮다. 민간 고용 중 자영업자 비중은 31.8%로 OECD 평균인 16%보다 높고 유로존 재정위기 국 중 가장 높은 35.9%인 그리스 다음이다. 또한 우리나라 GDP 대비 지하경제비 중은 25.6%로 OECD평균인 15.8%보다 높고 유로존 재정위기국 평균치인 22.8%보 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조세회피 및 소득탈루의 가능성을 높여 조세수입을 안정 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나라 GDP대비 개인소득세액 비중은 유로존 재정위기국들보다 더 낮은 4.0%로 추정된다. 둘째, 최근 수 년 동안 우리나라 복지 관련 지출은 연 평균 9%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부정수급 등 복지지출이 효율 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의 부정수급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약 131,723건이었고, 이외에도 실업보험급여의 부정수급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는 부패 나 지대추구에 대한 태도가 지나치게 관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부패인 식지수(CPI)3)의 순위는 39위로 유로존 재정위기국인 아일랜드(14위), 스페인(30
위), 포르투갈(32위)보다 뒤쳐져 있다. 지대추구비용지수(RSCI)4)는 31위로 그리스 를 제외한 유로존 재정위기국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볼 때 지대추구 활동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복지정책은 경제상황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고려 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은 국가의 자원을 절약할 유인이 약하고 정치 적 지지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제도적으로 이를 제한하여야 한다.5) 현행 국가재정법은 예산·기금·결산·성과관리 및 국가채무 등 재 정에 관한 규정을 갖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국가 재정법 제7조에서는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통합재정수지 및 국가채무에 대한 전망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정당들이 미래의 국가재정 건전성보다 는 당장의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상복지 정책을 추진하므로 국가채무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재정건전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대비 일정 수준의 범위 내에서 국가재정이 운용되어야 한다는 제 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1) GIIPS는 Greece, Ireland, Italy, Portugal, Spain을 가리킴.
2) 국제기준을 바탕으로 국가채무를 추정한 결과는 연구자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GDP대비 77-130%수 준으로 정부 공식수치 36.9%(2010년 기준)와는 크게 차이가 남(조경엽 외, 『국가채무 관리 어떻게 해 야 하나?』, 한국경제연구원 2010).
3)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란 국제투명성기구(TI ;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 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로서 각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를 조장하거나 부패한지에 대 한 인식을 나타내는 지수를 산출하여 1995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음
4) 지대추구비용지수(Rent Seeking Cost Index)는 정부, 사회, 경제, 노동, 해외분야로 크게 나누고 각 분야 의 3개 항목을 설정하고 변수화하여 국가 간 상대적 지대추구활동의 비용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고안 됨[최승노, (2010). 『지대추구비용지수의 계산과 시사점』, CFE Report No. 113, 자유기업원]
5) Ostrom은 공유자원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자치적 요건울 제시하고 있는데 정치인의 포퓰리즘 정책 남발의 경우에는 ‘점증적 제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재정의 낭비와 확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음 [Ostrom (1990), Governing the Commons-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for Collective Ac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