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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경제와 경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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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경제와 경제발전

2008년 5월 23일

유 동 운 교수(부경대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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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서론

미국경제학회의 한 강연(Richard T. Ely Lecture)에서 볼딩(Boulding, 1966)은 경제발전의 의미를 지식의 과정에서 찾았다. 그에 따르면 에너지는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존하지만 지식은 성장할 수 있고 진화한다. 지식은 인 쇄와 경제조직을 통해 전달되는데 인쇄는 단지 최초의 구조를 복제하는 것 들로 세상을 채울 수 있을 뿐이지만 경제조직에 의해, 마치 3차원의 인쇄와 유사한 과정을 통해, 물질세계에 구현된다. 이런 견해에 의하면 소비란 근본 적으로 지식구조를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따라 경제발전도 근 본적으로 지식의 확산과정이라는 인식이 뒤늦게나마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우리들은 발전의 실제 열쇠인 학습과정을 무시하고, 여전히 기계적인 모형, 자본-소득비율이나 자본-노동비율에만 사로잡혀있다.

이런 측면에서 교환이나 경제체계의 탄생은 지식을 재화나 서비스에 체화 시키는 것을 통해 소통하는 하나의 효율적인 형태이다. 여기서 교환은 인지 한계를 극복하고자 태어나는데, 왜냐하면 송신자에게 이미 체화되어 있는 모 든 지식(상품)을 수신자가 다시 처리하여 자신의 마음속에 저장할 필요가 없 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환은 전문화-개인들 사이의 지식의 비대칭적인 분포-가 탄생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러므로 전문화는 인간사회 가 개인의 인지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하여 개인의 학습능력을 훨씬 초 월하는 지식의 급속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전문화와 교환은 거래되는 상품에 관한 지식이 결여되어 일어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다루는 제도상의 인센티브를 필요로 한다. 전문화와 효율적인 교환을 위해 보다 강 력한 제도상의 인센티브를 개발하는 사회의 능력이 인지발전과 경제발전의 속도를 운명지어왔다.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주요한 조직상의 특징, 예 를 들어 생산, 시장, 법적 및 정치적 제도 등은 분산된 지식을 보다 더 효율 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지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화한 산물로 보인다.

이 논문은 첫째 전문화(또는 분산된 지식)가 인지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 해 태어났고, 둘째 경제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해 전문화가 제도와 짝지어지기 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인간의 개인적 인지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한계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인간사회의 특질들은 진화상의 우위를 확보한다. 경제체계도 그러한 특질중의 하나인데 왜냐하면 그것이 개인들 사이에 전문화나 지식의 비대칭적 분산이 이루어지는 경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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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제라고 부르자)를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개인이 똑같은 지식을 획 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인지경제가 자리잡는다. 그 결과 전문화는 인간 사회가 개인의 학습능력의 가능성을 훨씬 초월하여 지식의 축적(투자)과 저 장(자본재)능력의 급속한 성장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시에 제도(자생 적 질서)는 재화와 서비스에 체화되어 있는 전문화된 지식을 교환하는 과정 에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남아있는 불확실성을 규 제하는 역할을 떠맡는다. 따라서 제도는 전문화되고 체화된 지식을 효율적으 로 교환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므로 효율적인 제도를 진전시키는 사회의 능력 은 전문화를 심화시켜 경제발전의 속도를 결정짓는다.

제2절 인지경제

1. 지식의 역할

지식이 경제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견해는 1980년대이후부터서 이다. 루카스(Lucas, 1988)는 현재 신성장이론 또는 내생적 성장이론이라고 널리 알려진 경제성장에 관한 새로운 연구의 활로는 열었다. 그는 신고전학 파의 성장모형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에 설명되지 않는 경제성장에서 의 차이, 소위 솔로의 잔차(Solow Residual)를 내생화하고자 하였다. 당시까 지 이 잔여를 일반적으로 기술혁신이나 지식의 변화의 탓으로 돌렸는데 그 는 성장모형에 지식을 자본과 노동과 나란히 하나의 생산요소로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의 성장모형은 처음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하였으나 지식이란 생산요 소가 갖는 공공재적 속성으로 말미암아 방법론상의 난제에 부닥치게 되었다.

즉 로머(Romer, 1994)는 지식이 갖는 공공재적 속성, 즉 비배재성과 비경합 성의 속성이 주류경제학의 패러다임이 지닌 수확체감과 수렴균형과 조화를 이루기가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그에 따라 지식이 경제발전에 차지하는 역할 에 관해서는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신고전학파 경제성장모형에서 지식의 축적을 포함한 생산요소의 축적이 ‘총요소생산성 (total factor productivity)’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경제성장의 배경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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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주요 요소가 되었다(Easterly, 2001).

동시에 제도, 즉 인간행동을 제한하는 인간이 고안한 제약이 경제발전에, 특히 총요소생산성에 주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견해가 지난 20년간 널리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다(Acemoglu 등, 2001; Rodrik 등, 2002). 노스와 토마스(North and Thomas, 1973; North, 1981)는 제도의 질이 거래비용의 수준을 결정하여 이것이 다시 경제효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경제성과에 지식의 축적이 주요한 역할을 차지하지만 동시에 지식의 분산 그리고 분산으로 인해 일어날 문제를 다루는 제도 또한 경제성과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동안 생산요소로서의 지식축적(Lucas, 1988)과 학 습(Stokey, 1991; Young, 1993)이 경제성장에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하였지 만, 분산된 지식이 경제성장에 차지하는 역할 그리고 분산된 지식을 다루는 제도의 주요한 역할 대해서는 신생고전학파 경제학(New Classical Economics)에 속한 경제학자(Yang and Borland, 1991a, 1991b; Yang and Ng, 1993; Borland and Yang, 1995)와 극히 일부 제도주의경제학자들 을 제외하고선 그다지 연구되지 않았다. 이 논문에서는 왜 비대칭적으로 분 산된 지식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이루고 동시에 내생적으로 분업을 진화시 키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인지의 중요성

인간사회에서 경제적 및 제도적 발전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틀로서 인 지를 핵심적인 개념으로 두고자 한다. 인지를 핵심적인 주제로 삼는 첫째 이 유로, 최근 성장이론과 제도주의경제학이 (분산된) 지식 또는 인지를 공통분 모로 하는 경제이론이 최근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사회의 경제발전에 관한 일반이론은 경제사회 이전의 시대로부터 경제사회로의 이전을 설명하는 통일된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만 한다. 인지가 그러한 통일된 개념으로 역할하고, 인간행동의 인지적 특질에 서 일어난 변화가 왜 경제체계와 제도를 탄생시켰고, 왜 이 경제체계와 제도 가 사회에서 진화상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

원시인과 현대인 사이에 유전자상으로 뚜렷한 차이는 없지만 그들에게 가 하는 환경의 위협과 기회에 그들이 대처한 지식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러한 차이는 역사를 통한 누적된 학습때문만이 아니라 제도를 통해 지식을 저장하거나 의사소통기술을 조직화하는 데서 비롯한다. 그에 따라 지식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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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하는 정도에서나 경제발전의 수준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였다. 인지 를 주제로 경제발전을 설명하는 모형은 인간사회의 인지적, 경제적 및 제도 적 발전을 막힘이 없이 하나의 일관된 개념으로 보여준다.

인간사회발전에서 인지를 핵심적인 요소로 내세우는 것은 진화인지론 (evolutionary epistemology)의 연구에서 발전된 이론들을 경제학에 접목시 킬 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화인지론은 모든 인지적 진화가 생물적 진 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견해에 찬성하는 학제간 학파의 사상이다. 즉 모든 유기체의 기관은 비록 활동적인 마음이나 학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 더라도 지식의 저장고이다. 그리하여 유기체의 유전구조에 환경상 내지 행태 상의 지식으로 축적되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인간은 수신자가 자신의 희소한 인지능력을 절약할 수 있도록 재화에 체화된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는 경제 체계를 발전시켰다. 그에 따라 인간은 자신의 두뇌에 모든 지식을 저장할 필 요가 없게 되었다. 인간은 지식을 체화된 형태로 단지 사용하기만 하면 되기 에 이르렀다.

오늘날 과학을 통해 성장하고 기술로 체화된 지식의 성장이 경제성장배경 의 견인력이라는 이야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비록 지식과 경제발전과의 사이에 연계가 존재한다고 받아들이더라도 경제이론에 그러한 연계가 어떻 게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견해가 다르다. 그러므로 경제학 자들이 어떻게 상이하게 연계시키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3절 지식과 경제성장

1. 신고전학파 경제성장모형의 한계

현대의 경제성장이론은 헤로드(Harrod, 1939), 도마르(Domar, 1946), 소 로(Solow, 1956)에서 시작한다. 헤로드는 케인즈가 제시한 저축과 투자와의 사이의 정태적 균형에 대해 동태적 해석을 제시하였다. 그는 보장된 경제성 장률(warranted growth rate)를 도입하여 저축과 투자와의 사이의 거시적 균형을 유지하려면 보장된 경제성장률이 저축율과 자본산출고비율과 동일하 여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헤로드와 도마르는 한 가지 생산요소, 즉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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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재만을 가정하였지만 소로는 이들의 접근방법을 확장하여 자본재와 노동 의 대체가능성을 도입하였다. 소로의 경제성장모형은 지난 50년 동안 주류 경제학의 경제성장이론으로 대접받아왔다. 예를 들어 콥다그라스 형태의 생 산함수에 한 가지 생산요소에 대해선 수확체감하고(diminishing return) 모 든 생산요소에 대해선 규모에 대한 보수일정(constant return to scale)을 가정한다면, 이윤을 극대화하는 균형이 존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요소시장 의 균형가격(임금, 이윤)은 오일러 정리(Euler's theorem)에 의거 요소의 한 계생산력과 일치한다. 결국 이러한 소로의 모형에서는 생산물과 요소시장은 균형에 도달한다.

그런데 소로(Solow, 1957)도 인정하였듯이 그의 모형은 실제의 경제성장의 성과를 잘 예측하지는 못했다. 미국의 GDP 성장자료를 실증적으로 검증한 결과, 경제성장률 변화의 ⅓이 자본과 노동의 변화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 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설명되지 않는 잔차를 소로의 잔차(Solow Residual)라고 불리어지게 되었다. 이 잔차는 기술혁신과 지식상태의 변화에 서 비롯되는 까닭에 결국 이들은 모형의 외생적인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1980년대 후반까지 성장이론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 내생 적 성장이론 또는 신성장이론(Romer, 1986; Lucas, 1988)이 나오면서 새로 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들은 혁신과 그리고 소로가 설명하지 않은 기 술과 지식으로 인한 잔차를 다시 내생화시키고자 하였다. 내생적 성장모형은 자본과 노동다음으로 지식(기술과 인간자본, 기타 다른 변수)을 하나의 생산 요소로 명시적으로 도입한다.

소로의 잔차를 내생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Arrow, 1962)는 작업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로우는 작업자들이 작업을 통한 학습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고, 이 지식이 개선된 제품의 새로운 년식에 체화되어 생산성을 올리는지를 보여주었다. 근래의 내생적 성장모형 은 지식이 부분적으로 외부효과를 낳고 부분적으로 배제가능하다는 절충주 의적 입장을 취한다(Romer, 1986; Storkey, 1991; Tamura, 1991). 물론 외부효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형도 제시되었다(Mankiw 등, 1992;

Nonneman and Vanhoudt, 1996).

2. 지식의 배제가능성

지식을 일반적인 생산요소처럼 배제가능한 재화로 취급한 소위 세련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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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모형(augmented Solow model)은 전통적인 두 생산요소(자본재와 노동) 의 소로모형에 한 가지(Mankiw 등, 1992), 두 가지(Nonneman and Vanhoudt, 1996), 또는 여러 가지 변수(Sala-I-Martin, 1997)의 생산요소 를 추가하였다. 맨큐 등은 지식, 즉 인간자본을 명시적인 생산요소로 추가하 였다. 이 생산요소는 인간의 뇌에 체화된 모든 형태의 지식을 포괄한다. 인 간자본을 나타내는 대리변수로 학업수준이나 노동력의 숙련수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변수가 제시되었다. 나니만과 밴하우트는 인간의 뇌에 반드시 체 화되지는 않더라도 외부기관이나 생산물에 자리잡을 수 있는 지식을 나타내 는 지표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설명변수로 추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간자본을 대리하는 변수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을 떠나, 세련된 소로모형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

첫째 세련된 소로모형으로 나라마다 나타나는 경제발전의 수준차이를 설명 하는데 어려움에 부닥친다. 세련된 소로모형에서 물적 자본재는 나라 사이에 자유롭게 교환되지만 인간자본은 자유롭게 이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 러면 노동과 인간자본이 아닌 자본재에 대해선 요소가격이 동등화해진다. 그 러나 로머(Romer, 1994)가 지적하였듯이, 만약 인간자본의 희소성이 빈국의 낮은 소득을 설명한다면 희소한 인간자본(숙련노동)은 선진국보다 발전도상 국에서 보다 더 높은 가격을 가져와야만 하고 그 결과 선진국으로부터 발전 도상국으로 숙련노동력이 이동되어야한 한다. 그러나 실제 이루어지는 노동 력은 그 반대로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숙련 노동력의 공급이 발전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비교적 더 풍부하게 공급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숙련노동력의 임금이 후진국보다 선진국에서 더 높게 지불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련된 소로모형이 강조하는 이론적 가 정이 나라 사이의 요소가격이 동등화된다는 예측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둘째 여러 가지 요소를 추가하여 소로모형을 변형시킨 결과, 경제성장모형 을 오로지 실증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는 모형으로 전락시키는 잘못을 저지 르게 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모형을 회귀분석하는 시도(Sala-I-Martin, 1997)까지 일어났다. 그리하여 이런저런 변수를 도입하여 통계적으로 그럴 싸한 결과가 얻어진 변수를 경제성장의 요인이라는 일컫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가령 사라-아이-마틴은 60개가 넘는 변수가 통계적으로 중요하게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변수인 것으로 밝혔다.

또 지식을 생산에서 완전히 배제가능한 요소이고 외부효과를 낳지 않는 변 수라고 한다면 내생적 경제성장모형은 단지 인간자본축적에 관한 모형에 지 나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내생적 경제성장이론은 1960년대의 인간자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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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Becker, 1964)에 불과한 것으로 되돌아간다. 인간자본모형은 경제성장에 서 학습과 지식의 축적을 이미 강조한 바가 있다. 그에 따라 지식을 완전히 배제가능한 변수로 다룬다는 것은 결국 세련된 소로모형을 경제학에서 별 다른 특색이 없는 의미 없는 발전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현재의 성장이론가들은 지식이 부분적으로 외부효과를 낳고 부분적으로 배 제가능한 것으로 이해한다. 소로모형에서 생산요소(자본재, 노동, 그리고 추 가된 변수들)는 수확체감하고 경제발전의 수준으로 점차 그 성장이 느려진다 고 본다. 달리 말해 선진국은 빈국에 비해 느리게 성장하여 그 결과 성장률 은 하나의 수준에 해당하는 소득과 생산성에 도달한다. 그러나 만약 지식의 성장이 후진국보다 선진국에서 보다 더 빠르게 이루어져, 지식의 성장이 자 본과 노동의 수확체감을 보상하고도 남는다면 예외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의 외부효과가 높게 이루어진다면 나라마다의 혁신이나 지 식축적의 비율에서 차이가 일어날 수가 없고 그에 따라 나라마다 수렴되는 결과를 얻는다.

3. 수렴논쟁

수렴을 둘러싼 성장이론은 1990년대 경제성장이론가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 왔다. 수렴에는 3가지 정의가 있다. 첫째는 절대 β-수렴(absolute β -convergence)으로 이는 수확체감의 법칙 때문에 후진국이 선진국보다 경 제가 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하여 모든 나라들의 경제발전이 동일한 수준으로 수렴된다. 단지 최초에 출발하는 자본재의 양이 나라마다 다르다고 가정할 뿐, 최종에 가서는 모든 나라의 경제는 동일한 수준에 도달한다고 주 장한다. 그러나 실제 나라마다 최초의 기술수준이나 제도 및 인구성장율이 다르다. 그 결과 하나의 수준으로 수렴하기보다 서로 다른 수준의 정상적 균 형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한 까닭에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 이라는 두 번째의 정의가 나오게 되었다. 그것은 한 경제의 성장률이 자신의 정상상태에서 벗어난 거리와 비례한다고 예측한다. 즉 정상상태로부터 더 멀 리 떨어져 있을수록 경제성장률은 높아진다. 조건부 수렴과 절대 β-수렴은, 두 나라가 동일한 정상상태를 가진다면, 일치한다. 수렴의 세 번째 정의는 σ -수렴(σ-convergence)으로, 이는 나라마다의 인당 GDP의 분산율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줄어든다.

실증적인 분석결과 수렴되기도 하고 그렇지도 않아, 수렴문제를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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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벌이게 되었는데 결국 조건부수렴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장기적 으로 확산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르렀다(Easterly and Levine, 2000). 일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는데 성공하였지만 빈국 과 부국 사이에 일반적인 격차가 줄어든다는 증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러한 차이를 일으키는 요인을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이라 고 불렀다(Easterly and Levine, 2000). 여기서 총요소생산성은 기술진보와 시장구조에서부터 제도개혁에 이르기까지의 광범위한 요소들을 말한다.

4. 비경합적 지식

로머(Romer, 1994)에 따르면 수렴의 문제는 경제성장이론의 지엽적인 부 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지식이 갖는 본질적인 경제적 성격은 배제불가능 성이라기보다 비경합적인 성질에 있다고 지적한다. 배제불가능성이나 외부효 과는 적어도 지적소유권에 의해 부분적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비경합성은 지식이 피해갈 수 없는 본질적인 속성으로, 이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경 감되지 않는다. 지식의 비경합성이란 동일한 아이디어를 수많은 사람들이 추 가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미시경 제학의 수확체감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고 따라서 경쟁적 균형에 도달하지 도 않는다. 지식이라는 생산요소가 비경합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생산함수가 일차동형(homogeneous of first degree)이 아니어서 각 생산요 소에 대한 산출물의 탄력성의 합이 ‘1’을 상회하는 까닭에 생산요소에 대한 대가가 산출물보다 높아진다는 것이어서 이윤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벌어진다.

로머(Romer, 1990)는 개인용 컴퓨터산업의 예를 들어 경쟁적 균형이 성립 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였다. 즉 마이크로프로세스 제조기업은 모든 물적 생 산요소를 두 배로 늘려 산출물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두 배로 향 상된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스는 물적 투입물을 두 배로 늘리지 않고서도 산출물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따라서 물적 시설의 규모에 대한 보수는 일 정하거나 감소하더라도 혁신의 규모에 대한 보수는 증가한다. 그 결과 새로 운 아이디어의 생산에 대해서는 오일러의 정리가 성립되지 않고 따라서 경 쟁적 균형도 존재할 수 없다.

로머(Romer, 1994)는 신고전학파의 가정을 바탕으로하여 지식을 생산요소 로 하는 성장이론을 세운다는 것은 어렵다고 인정하였다. 지식의 비경합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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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고전학파가 토대를 두고 있는 왈라지안 경쟁적 일반균형과는 양립할 수 없다. 신고전학파의 성장모형은 지식이 체화되어 있는 경합적인 물질, 즉 자본재, 노동 및 산출물만을 다루고 그 원천인 비물질적인 지식을 설명하지 는 않는다. 그러나 신성장이론은 지식이 비경합적인 생산요소이어서 다른 생 산요소와는 구별된다는 점을 도입하는 데 기여하였다.

5. 경제발전에서의 전형적인 실증적 사실

경제성장에 관해 기본적인 세 가지의 전형적인 사실이 제시되었다(Easterly and Levine, 2000). 첫째, 요소축적(인적 및 물적 자본재)이 나라마다의 성 장률의 차이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것, 즉 총요소생산성이 나라마 다의 성장률 차이를 설명한다. 둘째, 나라마다 인당 GDP에서 현격한 차이가 벌어지고 있어, 수렴보다는 확산이 현실이다. 총요소생산성에 대한 수확체증 이, 수확체감과 요소축적보다, 확산과 오히려 더 잘 부합한다. 셋째 모든 생 산요소들이 한 장소로 흘러들어간다. 이는 외부효과가 존재하고 매력이 있는 지점에 대한 보수체증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활동은 몇 나라에 집 중되고 한 나라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

상기의 사실들은 신고전학파의 전통적인 성장이론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내생적 성장이론이 예측하는 수렴의 필연성과도 모순된다. 상기의 모든 전형 화된 사실들은 기술 또는 요소생산성에 대한 수확체증을 지향한다. 상기의 전형화된 실증적 사실들로부터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데 첫째, 경 제성장은 규모에 대한 보수체증과 관련이 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나라사 이의 성장율은물론 한 나라내에서 지역간의 성장율도 수렴하기보다 확산된 다. 즉 부유한 지역은 빈곤한지역보다 더 많은 자원을 끌어들인다. 지식이라 는 생산요소는 비경합적이어서 따라서 수확체증을 낳는 까닭에 이러한 전형 화된 사실들을 설명하는데 훌륭한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수확체감을 전제로 하는 신고전학파의 성장이론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둘째, 성장은 지 식이 체화된 투자와 관련이 있지만 체화되지 않는 형태의 기술 또는 요소생 산성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제도가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제도주 의학자를 통해 거론되었다(Acemoglu 등, 2001; Rodrik 등, 2002;

Kaufmann 등, 2002). 제도주의 경제학자들은 제도를 신고전학파의 시각으 로 바라보지는 않지만 제도가 총요소생산성에서 중요한 설명변수라고 간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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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절 경제학에서 분산된 지식의 역할

1. 분산된 지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인간사회의 차이는 경제적 풍족도에서만이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 정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가령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서 몇 가지 농작물을 재배한다. 이는 마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부로, 매우 유사한 지식을 가지 고 생산에서 각자가 다른 사람과 쉽게 대체될 수 있다. 그러한 마을에서 지 식은 비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지 않고 전문화나 분업의 정도는 매우 낮다.

이에 반해 선진국의 마을은 아주 다양하게 서로 다른 지식을 보유한 전문화 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결과 각자가 다른 사람과 쉽게 대체될 수가 없다. 이러한 풍족한 사회에선 지식이 훨씬 분산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의 성장이론은 분산된 지식(전문화 또는 분업)이 갖는 역할을 거론하지 않는다. 경제사상사에서 분산된 지식은 여러 가지 이름, 즉 노동분 업, 전문화, 확산된 지식, 비대칭적 정보 등으로 거론되었다. 이 용어들은 같 은 의미를 가지는데 지식이 사람들 사이에 비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어 떤 한 사람도 완전한 지식(또는 정보)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데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전문화는 겨우 국제간의 교환에서 얼굴을 내밀 뿐 다른 분야에 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고, 그것이 없어도 경제이론이 잘 구성되는 것으로 인 식한다(Stigler, 1976).

경제사상사에서 3개의 학파가 전문화를 구분되게 해석하고 있다. 첫째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76)로부터 시작된 고전학파는 분업을 처음으로 언급 하였지만 지식의 해석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분업이 어떻게 작동 하고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선 고전학파 사이에서도 혼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완전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신고전학파의 일반균 형이론은 사람들 사이의 지식에서의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한다. 주로 개인의 학습모형의 이름으로 이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셋째 현대의 비대칭적 정보의 경제학은 신고전학파의 완전정보의 가정에서 벗어났다. 여 기엔 하이에크(Hayek)의 분산된 지식, 사이먼(Simon)의 제한된 합리성, 그 리고 코즈(Coase)와 윌리암슨(Williamson)의 제도주의경제학이 여기에 속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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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전학파 경제학의 분업

아담 스미스는 처음으로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윤추구와 개인들 사이의 경 쟁이야말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제시하였다. 이 생각은 현대 자유시장 경제를 토대로 하는 주류경제학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국부론의 서막에서 경제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각이 제시되었는데 다름 아닌 분업이다.

생산적인 노동력의 가장 커다란 개선과 숙련, 손재간, 판단의 상당 부분은,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응용되건, 분업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국부론 제1권, 제1장, 첫 번째 절).

아담 스미스는 분업이 갖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면서 3가지 이점을 예로 들었다.

첫째로, 모든 특정 작업자의 재주가 늘어나고, 둘째로, 한 작업에서 다른 작 업으로 이동되는 과정에 상실되는 시간이 절약되고, 끝으로, 노동을 용이하 게 하고 절약하여 노동자가 다른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수많은 기 계의 발명...(국부론 제1권, 제1장).

이어서 국부론 제3장에서 ‘노동분업은 시장의 범위에 의해 제한된다’고 설 명하였다. 200년이 훨씬 지난 현재, 그가 주장한 노동분업은 경제이론화과정 에서 사라지고 현재의 주류경제학에서도 수행하는 역할이 없다고 지적되었 다(Stigler, 1976). 대신 국부론에 나오는 다른 몇 가지 생각들, 가령 이기심 과 경쟁은 경제사상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현대 고전학파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분업에 관한 어떤 공식적인 정의나 모형을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여기서는 경제사상사에서 분업이 사라지도록 하는데 기여하게 된 사유를 3 가지 측면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즉 분업과 시장의 범위, 기계화에 분업이 기여하는 역할, 그리고 분업과 교환과의 사이의 연계관계이다.

가. 분업과 시장의 범위

아담 스미스가 던진 노동의 분업은 시장의 범위에 의해 제한된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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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 현대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범위를 나타내는 지표를 모 형에 도입하는 것을 통해 분업의 영향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그러고자 생산 함수가 현재의 생산요소의 투입양은물론 이전의 투입양에 좌우하는 방법으 로 설정하여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학습의 결과로 발생 하는 효과로 보수체증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게 되었다. 즉 시간이 흐를수 록 생산이 보다 더 많아질수록 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온다. 그러나 그 러한 생산함수는 성장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문제를 안고 있다.

노동분업 자체보다 노동분업의 효과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현대의 고전학파 경제학에서 노동분업은 개념으로서의 유용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분업을 이 렇게 해석한 결과,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규모의 경제와 전문화의 경제를 혼동하여 사용하였다. 현대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신고전학파와 논쟁을 계속 벌이는 전략적 차원에서 시장의 범위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다.

즉 보수체증은 독점적 경쟁을 낳는다. 신고전학파는 경쟁적 일반규형을 얻 으려면 규모에 대한 보수체감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에 고전학파 경제학자들 이 규모에 대한 보수체증을 집요하게 주장하는 것은 신고전학파가 가진 일 반균형의 존재에 대한 확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 두 학 파 사이의 경쟁으로 인해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원래의 주제인 분업을 주 목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나. 기계와 분업

기계의 발명은 분업이 가져온 세 가지 장점 중의 하나이다. 노동자의 작업 범위가 전문화에 의해 축소되면 남아있는 단순한 작업들은 기계로 대체된다.

이로 인해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분업과 기술(기계에 체화된 지식)발전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작업의 기계화 정도(현대 경제학에서의 자본/노동 비율)가 분업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다. 그 결과 기계화가 분업 대 신에 설명변수로 등장하게 되었다.

산업화가 진전되고 기계화가 산업의 생산고를 증대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정되던 시기에 분업의 이점 중에 기계화의 의미가 강조되었다.

즉 전문화보다 기계화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기계화가 중요 시 된 결과, 분업의 중요성은 뒷전으로 밀려나버리고 말았다. 그에 따라 마 샬(Alfred Marshall)의 Principles of Economics 제3판(1920)에서도 분업은 기업내에서 사람과 기계 사이에 과업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추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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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조직상의 문제로만 설명되는 데 지나지 않았다. 물론 마샬은 시장의 범위 가 갖는 역할을 언급하였다. 그는 기계화, 분업, 시장의 범위를 연결하여 이 것들이 20세기 산업화를 이끈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기계의 개선과 분업의 성장, 이 두 가지 운동은 함께 가면서 어떤 측면에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처럼 그렇게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분업을 보다 더 세분시키도록 이끈 것은 시장의 크기이다 (Marshall, 1920, 212).

마샬이 분업을 자본에 치우치도록 해석한 것으로부터 산출고와 자본/노동비 율을 연결시킨 헤로드-도마르와 소로의 성장모형이 태동되었다. 그 이후 분 업의 개념은 불필요한 것이 되었고 1950년대 이래 성장모형을 지배한 신고 전학파 성장모형에서 분업이 차지하는 역할은 배제되기에 이르렀다.

아담 스미스가 분업과 기계와를 연계시키는 생각은 그가 기계를 노동의 대 체물로서보다 협력하는 보완재로 보았기 때문이다(Lowe, 1975). 그런 까닭 에 아담 스미스가 자본축적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바라본 그의 성장이론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분업과 기술진보는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러한 축적으 로부터 자동적으로 뒤따른다고 보았다(Brewer, 1991). 이에 반해 자본은 기 술진보와 발명에 의해 창조되는 새로운 투자기회가 없이는 축적될 수가 없 다는 생각도 제시되었는데(Rae, 1834) 이는 현재의 신성장이론과 같은 생각 이다.

다. 교환과 분업: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

분업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게 된 세 번째 이유는 분업과 교환과의 사이의 관계를 아담 스미스도 혼용하여 사용한 데서 비롯한다. 현대의 경제학은 교 환이 비교우위, 즉 생산성의 상대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 로 본다. 따라서 동일한 기회비용으로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동일한 개인 들 사이엔 비교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교환은 개인들이 여러 가 지 작업에 전문화하여 노동생산성을 달리하여야만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아담 스미스는 정반대의 견해를 취했다.

분업의 근거를 제공하는 원칙은...인간성의 본원적 원칙... 즉 한 가지 물 건을 다른 물건과 물물교환하거나 교환하려는 성향때문이다(국부론, 1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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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아담 스미스는 교환이 분업에 앞서, 인간성에 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동물은 물물교환하지 않으나 인간은 교환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똑같은 교환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보았다. 사람들 사이의 차이, 비교우위, 그리고 분업은 그들이 생애동안 선택 한 직업과 교환의 결과로 발생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의 천부적 재능은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 씬 작다. 성인이 되어 다른 직업을 가진 것으로 구별되게 보이는 전혀 다른 천재도 많은 경우 (천부적 재능이) 원인이라기보다 분업의 결과이다(국부론, 1권 2장).

요컨대 교환이 분업을 낳았다. 아담 스미스 자신은 분업의 탄생에 관해 구 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왜 그가 살던 당시의 사회에서 그리고 그 이전도 아니고 다른 사회도 아닌 곳에서 분업하는 현상이 일어났을까? 그는 분업의 기원을 농업사회로부터 산업화사회로 이전되는 것과 연결시켰다. 왜냐하면 그의 견해에 따르면 농업은 전문화할 수 있는 기회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업의 성격은 세부적인 분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목축업자의 일과 옥 수수 재배업자의 일은 분리될 수 없다... 쟁기질 하는 농부, 써레질하는 농 부, 씨 뿌리는 농부, 옷수수 수확하는 농부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종류의 노동이 일 년 중 계절을 달리하면서 돌아오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 중에서 한 가지 일에 계속 고용되는 일은 불가능하다(국부론, 1권 1장).

따라서 아담 스미스에 의하면 분업은 인간이 교환하려는 자연적인 본성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 동일하게 태어난 재능의 차이도 결 국 분업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인간은 교환하려는 생각을 시작하기 이 전에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양육되고 다른 기술을 배운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경제체계의 진화순위에서 아담 스미스의 순위(교환 으로부터 비교우위)가 리카도로의 순위(비교우위로부터 교환)에 의해 교체되 었다. 그러나 리카도르 이후, 특히 마르크스 이후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체계 에 관한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지 않고 단기적인 현상, 예를 들어 가격,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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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및 저축 등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전문화와 비교우위가 외생적 으로 주어진 것으로 다루었다. 농업이 지배적인 사회로부터 산업화가 지배하 는 사회로 진전된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분업과 교환은 사회의 정형 화된 사실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2. 현대 경제학에서의 분업

경제학에서 분업을 둘러싼 논란이 사라지자, 마샬(Marshall, 1890)은 시장 균형분석에서 비교우위를 생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단순히 교환은 존재하고 그 기원에 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신고전학파의 국내교환모 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경제세상을 전문화와 비교우위 없이 간단하게 바라 본 먀살의 견해가 주류 신고전학파 일반균형모형의 초석이 되었다. 생산기술 과 소비자의 선호는 외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정보는 완전하고 동질적으로 분 포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모든 사람들 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다루어지게 되었다. 지식의 축적과 분포를 포 함한 지식은 전혀 상관이 없는 변수가 되었다. 소로(Solow, 1956)의 성장모 형은 신고전학파가 바라보는 세상을, 노동력상의 차이나 분업을 고려함이 없 이, 동질적인 생산요소인 노동으로 해석하였다. 즉 모든 노동자들은 동일한 지식을 가진다. 그렇다면 왜 교환이 일어나느냐란 의문이 생긴다.

거시경제성장모형에서 시간에 따른 지식의 축적을 하나의 변수로 도입하여 소로의 잔차를 내생화하려고 시도하였다. 이 외에도 미시경제모형에서 개인 간의 지식의 차이나 분산된 지식 및 분업을 재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즉 아담 스미스의 두 가지 생각, 즉 첫째 손재간의 향상(현대경제학에서는 작업 을 통한 학습이다), 그리고 둘째 새로운 기계나 자본에 체화된 기술발전을 결합한 모형이 작업을 통한 학습모형으로 제시되었다(Arrow, 1962). 애로우 의 모형에서 작업자는 동일한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배우는데 이것으로 인해 그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비용이 절약되며(공정상의 혁신) 또한 그들이 생산 하는 산출물을 변화(제품의 혁신)시킨다. 그렇다고 애로우의 모형이 분업을 설명하는 모형은 아니다. 왜냐하면 작업자들 내에서의 노동자의 질적 차이를 구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다름에 따른 노동자의 지식상의 차 이는 인정한다. 즉 노동의 분업이 아니고 시간의 분업이다. 모든 기술적 진 보는 자본재에만 체화되어 새로운 자본재는 생산성이 향상된다. 그의 모형은 여전히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하므로 지식이 갖는 비경합성의 문제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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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인해 나타나는 수확체증의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

애로우의 작업을 통한 학습은 신생고전학파(New Classical Economics)의 연구자들(Yang and Boland, 1991a; Yang and Ng, 1993; Yang, 2001)에 게 영향을 미쳤다. 이들도 애로우(Arrow, 1962)처럼 노동생산성을 점차로 끌어올려 비교우위를 향상시키는 작업을 통한 학습을 도입하였지만 애로우 와는 달리 자본재에 기술적 진보가 체화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자체에 체화 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따라서 모형에서 비교우위는 내생화된다. 이 모형 에서 체화된 지식에서의 질적 및 가격차이가 이득을 낳는 교환의 기원이 된 다.

그러나 이 접근방법이 갖는 약점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학습하는 속도가 동 일하다면 노동생산성에서 개인들간의 차이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비교우위 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이러한 약점을 피하려고 아담 스미스의 논지와 부합하도록 동일한 개인들이 사전에 전문화를 선택하고나서 이들이 작업을 통해 학습하는 것을 통해 수확체증을 낳는 것으로 보았다(Yang and Ng, 1993). 물론 이들의 모형은 순환논리에 빠지고 말았다. 즉 모형에서 설 명되어야 할 전문화가 당초 가설에 의해 이미 존재하였던 것으로 가정되었 기 때문이다.

또 하나 현대경제학에서 분업과 관련된 주제로 생산이 작업자가 전문화하 는 정도에 의존한다는 모형(Becker and Murphy, 1992)인데 이 모형은 아 담 스미스의 주장, 즉 작업자가 제한된 수의 과업에 전문화할수록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지 노동을 분업하는 정도가 올라갈수 록 작업자들 사이에 조정하는 데 들어가는 거래비용에 의해 생산성은 부정 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 가지 활동에 전문화하는 데서 오는 이점을 여러 학자들이 거론하기 시 작하였다. 신생고전학파는 이 가설을 바탕으로 하는데 심지어 공식적인 증명 없이 이를 자명한 원칙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하고(Ippolito, 1977), 이를 공 식적으로 증명하기도 하였다(Wen, 1994). 그러나 급속히 늘어나는 수요탄력 성과 수확체증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자, 아담 스미 스가 제기한 주장, 즉 시장의 범위가 전문화를 제한한다는 이야기로 되돌아 오게 되었다. 시장조건이 전문화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화의 정도는 수요탄력성과 생산에서의 수확체증 사이에 최적균형을 유지하는지 아니하는지라는 실증적인 문제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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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이에크의 분업

1930년대 중앙의 사회주의적 계획의 가능성을 둘러싼 미제스(Mises)와 러 너(Lerner)의 논쟁은 분산된 지식이 갖는 의미를 부각시키게 되었다. 미제스 와 하이에크는 중앙계획의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는데 왜냐하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와 계산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 하이에크 (Hayek, 1945)는 개인이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사회가 이용하여야 할 광대한 향의 지식을 한 사람의 개인이 모두 알 수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사회가 진보할수록 지식은 점점 분산되고 지식의 분업 (비대칭)이 늘어나 각자가 다른 사람의 지식에 의존하는 정도는 증대한다.

그의 분석은 몇 십 년이 지나 제한된 합리성과 불완전한 정보에 관한 주제 를 다루는 안내자가 되었다.

하이에크는 만약 우리들이 선호와 생산수단에 관한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 다고 한다면 최적의 경제적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은 더 이상 경제문제가 될 수 없고 순수한 논리와 수학적 계산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 다. 즉 완전정보를 가지고 최적해를 계산하는 것은 경제가 아니다. 대신 그 는 경제문제란 경제주체가 다룰 수 있는 제한된 정보를 어떻게 가장 잘 조 직화하는가를 발견하는 문제라고 보았다. 달리 말해 경제학의 중심과제는 희 소한 자원을 배분하는 문제가 아니라 희소한 지식의 배분과 자원에 관한 희 소한 정보를 배분하는 문제라고 보았다.

상황에 관해 우리들이 사용하여야만 하는 지식이란 결코 집중되거나 통합 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불완전하고 흔히 모순된 지식의 분산된 조 각들로 구성되어 있다(Hayek, 1945, 519).

중앙계획은 이러한 모든 지식이 중앙집중화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한다. 완 전경쟁시장에서는 그러한 모든 지식을 분권화된 개인들에게 맡긴다. 그래서 그는 시장가격을 비대칭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 사이를 조정하는 도 구로 보았다. 그에 의하면 시장가격은 개인들이 조정하는 데 필요로 하는 정 보를 제공한다. 필요로 하는 정보가 가격 하나로 압축되어 있는 까닭에, 따 라서 가격기구는 경제체계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개인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특정 물품에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가라고 이모저모를 찾을 필요 없이, 단지 가격 하나만을 보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 이후 그는 그렇게 조정하는 역할을 규범, 법칙 및 제도에서 찾았다. 하이에크가 현대경제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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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한 공로는 그가 분업을 분산된 지식을 통해 부활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 를 비대칭적 정보의 맥락에서 해석하였다는 데 있다. 그는 희소한 정보처리 능력을 경제적 의사결정과 사회조직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열쇠라고 보았다.

제5절 지식과 인지경제의 원칙

1, 정보, 학습 및 지식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환경으로부터 전달되는 정보신호를 눈, 귀, 혀 그리고 몸에 퍼져있는 신경세포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감각기관에 도달하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시각이나 청각 그리고 촉각으로 뇌에 도달되는 정보의 극히 일부분만을 처리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어떤 개인이 컴퓨터에 버금갈 정도 로 지능이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정보를 흡수하는 능력은 환경이 전 달하는 정보의 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이 완 전히 합리적으로 행동하여 선택한다는 합리적 선택이론에 의문을 제기하여 제한된 합리성(March and Simon, 1953)이 태어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이 루어지는 인간의 선택은 실제상황의 일부분으로 그것도 불완전하게 파악된 정보만을 통해 이루어진다.

제한된 합리성을 전제로 둔다면 결국 인간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대안들을 대상으로 삼으면서 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 한다. 왜냐하면 첫째 완전히 합리적으로 계산하는데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 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둘째 비록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완전히 다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이 러한 정보상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다른 지름길을 택한다. 가령 전체 상황을 합리적으로 재어보기보다는 경험, 비록 똑같지는 않으나 과거에 그와 유사한 상황에서 터득한 행동반응이나 또는 신념, 진실이라고 가정하는 막연한 생각 등에 의존한다. 인간의 학습과 행동을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여 설명 하게 된다면 두 가지의 결론을 받아들이게 된다(Loasby, 1999).

첫째 신고전학파가 전제로 삼는 완전한 정보와 완전한 지식보다는 불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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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보와 지식을 전제로 하여 경제학이 출발되어야 한다. 애로우가 불확실 성을 도입하여 신고전학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으나 그의 분석으로도 제한된 합리성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가 불확 실한 대상으로 삼은 상황이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의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였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수집되어 비축된 데이터베이스가 통계적으로 완벽하게 처리된 상태로 개인이 이미 구 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제한된 합리성은 그러한 데이터베이스 를 구축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바라본다. 둘째 경제학은 희소한 물리적 자 원을 조직화하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희소한 인지능력을 조 직화하는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른다.

2. 지식과 환경적응

개인의 뇌나 인공신경네트워크의 수준에서 지식이란 뉴론으로 연결된 결절 의 집합이라고 정의된다. 즉 지식이란 결절과 이를 연결한 선으로 간주된다.

지식의 질은 다양성과 정확성에 의해 기술되는데 다양성이란 지식이 포괄하 는 다양한 형태의 사건들을 말하고 정확성이란 어떤 특정사건이 그러한 지 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예측되는 확률을 말한다. 인간의 뇌는 정확성을 향 상시킬수록 다양성을 상실하고 대신 다양성을 향상시킬수록 정확도가 떨어 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개인으로 보아선 정확성을 살리고 다양성을 줄이면서 동 시에 사회는 다양성을 늘리면서 집단의 생존가능확률을 올리는 방향으로 경 제체계를 진화시켰다는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지식의 양 그 자체가 인간의 적응능력을 향상시키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개인의 지식집합과 환경이 전달하는 정보와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인간의 적응능 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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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정확도

다양성

O E* 전체 지식량 지식의 한계 [그림 4-1] 다양성과 정확도의 선택

지식의 다양성과 지식의 정확도가 결합하여 전체 지식량을 구성한다. 즉 전 체 지식량은 다양성과 정확도를 곱한 것이다. 전체 지식량은 다양성을 증가 시키거나 아니면 정확도를 올리면 늘어난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전체 지식 량이 주어졌다고 한다면 다양성과 정확도를 각각 얼마를 선택할지는 최적화 하는 문제에 속한다. 개인은 자신의 소득 또는 이용가능한 자원을 극대화하 고자 하거나 외부(환경)사건에 행동으로 반응하는 것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극소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개인의 목적함수는 다양성과 정확도의 함수이다.

[그림 4-1]의 수평선은 전체 지식량를 가리킨다. 전체 지식량은 인지능력의 한계로 인해 지식의 한계에 의해 제한된다. 희소한 전체 지식량을 가지고 정 확도를 살리는데 할당할수록 불확실성은 줄어든다(그림의 우하향 곡선). 동 시에 정확도를 살리는데 지식을 할당한다면 주어진 지식의 한계 하에서 다 양성을 상실하여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그림의 우상향 곡선). 그 결과 다양 성의 한계효용과 정확도의 한계효용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다양성과 정확도 에 할당할 지식의 양이, 가령 그림에서 E*로 결정된다(Martens, 2004).

3. 인간 두뇌에서의 지식의 표현-범주이론

어떻게 서로 다른 신경자극이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고 기억을 환기하여 행동으로 반응하는 일관된 과정으로 결합되어질 수 있는가? 전통적인 이론 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 가운데 특정지점에서 조각들로 구성된 현실들이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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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되어 표현되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두뇌의 특정 지역이 조각들로 구성된 신호들을 통합된다는 전통적인 생각 대신에 반복하고 분산된 형태로 저장된다는 주장(Damasio, 1989)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뇌를 손상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높은 차원에 있는 피질(cortices)이 손상당하더러도 지각을 통합시키는데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널리 퍼져있는 조각된 기록들을 여러 지역에서 환기하는 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통합이 이루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는 첫째 지각경험이란 뇌의 특정 지역보다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신경활동 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둘째 활동은 뇌의 내부지역보다 감각의 투입 부와 행동을 산출하는 피질의 근처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수렴지역이 조각들로 구성된 감각기록들을 결합하여 활동을 촉발한다.

뇌가 지식을 처리하는 모습을 통해 지식이란 뇌의 특정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에 따 라 특정 지식을 재가동시키려면 뇌에 있는 여러 곳이 동시에 활동될 필요가 있다.

하이에크(Hayek, 1952/1998)의 감각적 질서(Sensory Order)와 맥을 같이 하는 범주이론은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흐름이 지각되는 현상의 속성에 따라 나누어진다고 가정한다. 이미 알려져 있는 것과 동일한 것처럼 보이는 속성은 해당되는 범주에 저장되지만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다른 것으 로 보이는 속성은 새로운 범주에 저장된다. 예를 들어 붉은색의 자동차는

‘붉음’, ‘날씬함’, ‘빠름’, ‘자동차’라는 범주로 구성된다. 파란 트럭을 보게 된 다면 ‘파랑’, ‘풍만함’, ‘느림’, ‘자동차’라는 범주를 구성한다. 그렇다고 범주 가 정확하고 그리고 명료하게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범주는 자연적인 속성 과 일치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 다. 아마 자연적이면서 또한 인위적일 수 있다.

범주화하는 것은 인간의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지식을 저장하고 뽑아 내기 위해서이다(Rosch, 1978). 왜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물들은 많은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상물을 이러한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것 은 기억을 절약하게 만들고 희소한 인지처리능력에 부담을 들어준다. 붉은 자동차, 붉은 구두, 붉은 페인트를 표현하는 것은 ‘붉은’이라는 공통된 속성 을 공유함으로써 두뇌의 희소한 인지능력을 절약할 것이다. 이러한 속성을 각각 세 번의 속성으로 등록시킬 필요까지 없다. 또한 붉은 자동차와 파란 자동차를 표현하는 것도 완전히 별도로 분리된 기억저장소를 만들 필요가 없이 단지 ‘자동차’란 속성으로 중첩되어질 따름이다. 현대 정보처리기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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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필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컴퓨터의 메모리를 절약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4. 지식의 소통

인간 뇌에서 지식이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살펴보았는데 지식을 외부로 표 현하는 데에 무엇이 관련되는가를 알아보자.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이 성공하 려면 몇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의사소통의 당사자들이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상징의 범주와 속성을 완전히 공유하여야만 한다. 가령 상대방의 언어와 상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서로 효율적으로 의사를 소통할 수 없다. 이 사람이 의도하 는 상징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상징이 전혀 다를 수가 있다. 둘째 의사를 전달받는 자는 상대방이 전달하는 지식을 학습하고 흡수하기 위해 상대방의 상징전달집합에 체화되어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범주와 연결을 자신의 지식 집합쪽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 이 조건으로 말미암아 상징만으로 전달하는 의사소통이 정보상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한계에 부닥친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상징이 정보상으로 어떤 효율성을 가지든, 상대방의 의사를 전 달받는 자는 상대방이 전달하는 지식을 자신의 두뇌에 복제할 필요가 있다.

즉 상대방의 지식을 사용하려면 모든 범주와 속성 그리고 연결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의사소통의 당사자들이 똑같은 지식을 공유하는 까닭에 사회의 전문화는 축소되고 의사를 전달받는 자의 희소한 정보처리능 력에 인지상의 기회비용을 부과하게 된다.

다행히 인간은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지식전달의 수단을 발전시켰다. 그게 다름 아닌 생산과 교환이다.

만약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의사를 소통하는 방법 하나만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면 자신의 병을 치유하기위해 다른 사람이 설명하는 치료방법이나 써놓은 의학책을 읽고 시술하여야만 할 것이다. 집을 짓거나 전자제품을 수리하기위해 모두가 기능수업이나 공학코스를 밟아야만 할 것이다. 지식은 의사소통될 수 있지만 이를 물리적 재화나 서비스에 체화 시켜놓은 행동상의 산물은 의사소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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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식소통체계로서의 경제와 제도

사회는 모방이나 상징을 통한 전달로 주어진 기간과 주어진 인지처리능력 내에 지식을 확대시킬 수 있었다. 사회가 이러한 전달방식으로 의사를 소통 하는 것을 늘릴수록 개인은물론 사회전반의 수준에서 지식의 승수효과가 높 아진다. 그러나 모방이나 상징을 통한 전달은 지식이 전달자로부터 수령자로 이전되어야 하는 까닭에 단점을 지니고 있다. 즉 이러한 전달방식은 개인들 사이에 지식의 비대칭적인 분포나 전문화를 축소시킨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체화된 지식 을 소통시키는 경제체계, 즉 생산과 교환을 탄생시켰다. 물질로 체화된 지식 을 전달하는 데서 오는 이득은 모방이나 상징을 통한 전달에 비해 수령자로 하여금 지식 전체를 획득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그 결과 모방이나 상징을 통한 전달에 의지하는 사회보다 교환을 바탕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사회는 진화상 우위를 확보한다.

경제체계란 본래 존재하는 불완전성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 인 간지식을 조직화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Loasby, 1999). 게다가 지식전달 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제도가 탄생될 필요가 있다. 로스비 (Loasby, 1999)에 따르면 인간이 본래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본래부터 자연환경에서 오는 불확실성은물론 교환 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들과 거래하는 데서 오는 불확실성과 함께 살도록 만 든다. 여기서 제도의 역할이란 그러한 불확실성을 축소 내지 경감시켜 우리 의 선택에 관해 합리적인 정도의 인지적 폐쇄나 확실성을 달성하려는데 있 다. 물론 인지적 폐쇄를 얻으려면 거래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제6절 인지경제의 경제성장

1. 현실과 괴리된 성장이론

생산과 교역은 (사람들 사이엔) 단절된 지식을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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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통해 전문화를 탄생시켰고, 이 전문화를 통해 사회의 지식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Arrow, 1977; Yang and Ng, 1993). 따라서 사회는 전문 화를 통해 전체적으로 이득을 얻는다. 즉 사회의 총지식을 증가시키고 그리 하여 집단 전체의 생존가능성을 향상시켰다. 물론 아담 스미스는 전문화가 인지능력을 절약시키는 데서 오는 이점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신고전학파 성장모형은 인구증가율이 인당 소득이나 인당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예측한다. 다시 말해 인구증가율이 늘어나면 인당 소득과 인당 소비의 정상적 균형수준은 내려간다. 인구증가율과 인당 소득 사이에 부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구가 증가하면 저축의 일 부가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자본(병원, 도로, 시설 등)을 장비시키는데 사용 되어져야만 한다. 그 결과 인당자본량을 증대시키는 데 필요로 하는 저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당 생산량은 인당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늘어나므로 인당 자본량에 사용되어져야 할 저축이 줄어든 결과, 경제성장을 떨어트린 다. 그런데 이러한 이론적 결과는 비록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경제성장 과 인구증가율 사이에 부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과 어느 정도 부합하지 만, 초기 성장단계의 서구 나라에서 인구증가율과 인당 소득 사이에 정의 상 관관계가 있었다는 역사적 현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Dasgupta, 1995).

다음으로 신고전학파 성장모형은 규모에 대한 보수체감을 전제로 하는데 실증적인 조사에 의하면 자본의 소득탄력성이 ‘1’ 보다 크다는 사실이 발견 되거나(Romer, 1987), 그 반대로 ‘1’보다 낮다는 사실도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면 자본-노동비율이 증가한다는 신고전학파의 가설에 배치되는 결과도 발견되었다(King and Levine, 1994). 실제 후진국에서 자 본-노동비율이 1960-85년 사이에 떨어졌다고 한다(Cho and Graham,1996). 이는 신고전학파 성장모형으로서는 경제성장의 역사적 사실 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76)와 양(Allyn Young, 1928)의 경제발전이 론에 따르면. 통계상으로 자본량이 증가하는 것은 우회생산과정이 진전되거 나 기업들 사이에 분업이 진화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반영한다. 한편 통계상 으로 노동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업들 내부에 분업이 진화하는 것을 간접 적으로 반영한다. 그러므로 경제발전은 자본에 대한 보수체증이나 체감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경제발전에서 자본-노동비율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것은 기 업들 사이보다 기업내에서 분업이 진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기업 내에서 분업이 진화하면 노동에 대한 거래를 증가시키고 중간재나 재화의 거래는 줄어들 것이다. 한편 기업들 사이에 분업이 진화하면 자본에 대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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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를 증가시키고 노동에 대한 거래를 줄일 것이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거래 가 재화에 대한 거래량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2. 신생고전학파의 성장모형

신고전학파의 경제성장모형은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므로 자연히 규모의 효 과를 발생시킨다. 규모의 효과에는 4가지가 있는데, 소득증가는 첫째 기업의 평균적인 크기에, 둘째 인구증가율에, 셋째 R&D부문의 성장에, 넷째 투자율 에 비례하여 일어난다. 이상의 4가지 형태는 실증적인 증거와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Jones, 1995a, 1995b, 1998; Dasgupta, 1995). R&D에 바탕을 둔 로머모형(Romer, 1990)과 바로모형(Barro and Sala-i-Martin, 1995)에서 인당 소비의 최적 시간경로는 인구수의 함수로 나타난다. 즉 로 머모형은 인구수가 많은 나라가 인구수가 작은 나라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결과는 실증적인 증거에 의해 가 설이 기각되었다(Dasgupta, 1995). 가령 인도와 중국은 인구수가 많은 데에 도 불구하고 최근의 경제개혁이 이루어지기 이전까지 인당 소비증가율이 높 지 않았다. 또한 이 모형은 최종재의 생산이 R&D부문의 크기에 비례하여 성장률이 증가한다고 예측하는데 선진국에서 보여준 실증적인 증거(Jones, 1995b)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가령 미국의 R&D규모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속하게 증가하였으나 생산고의 증가율은 동 기간 동안 거의 안정적 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생적 성장은 규모의 효과가 없이, 신고전학파 성장모형으로서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고전학파 성장모형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수긍이 갈 정도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다(Jones, 1995a). 따라서 규모의 효과가 없이, 분업의 자생적 진화에 바탕을 둔 내생 적 성장을 설명하는 신생고전학파 성장모형이 나타났다.

신고전학파의 내생적 성장모형 대신, 분업의 내생적 진화를 특색으로 하는 신생고전학파(New Classical Economics)의 내생적 성장모형을 받아들이면 거래효율이 낮은 경우, 한 경제의 여러 지역사회가 분리된 채로 서로가 거래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단지 인구규모가 크다고 하여 균형으로부터 바로 분업을 통합시키는 네트워크가 탄생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한 네트워크가 없으면 각 지역사회가 다른 지역사회가 부담한 발 명이나 학습비용을 자신도 부담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커다란 인구규모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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