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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경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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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도연구시리즈 1

제도와 경제발전

좌승희․이수희 편저

(2)

제도와 경제발전

1판1쇄 인쇄/2000년 11월 18일 1판1쇄 발행/2000년 11월 22일

발행처/한국경제연구원 발행인/좌승희 편집인/좌승희 등록번호/제13-53

(150-75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8-1 전경련회관 전화(대표)3771-0001 (직통)3771-0057 팩시밀리 785-0270∼1

http://www.keri.org/

ⓒ 한국경제연구원, 2000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간행물은 전국 대형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문의) 3771-0057

ISBN 89-8031-183-4 7,000원

(3)

발 간 사

20세기 후반부터 가속화된 정보통신 신기술의 발달은 세계시장 을 하나로 통합하는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창출해 놓았다. 생산요소 및 상품시장의 통합은 국가별 경쟁을 과거 생산 요소의 부존도에 의한 경쟁으로부터 제도간 경쟁으로 전환시키게 되었다. 자원의 이동가능성은 누가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보다 누가 더 효율적으로 생산자원을 조직하 고 관리할 수 있느냐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각 국가 사이에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거래비용을 줄이고 경제활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시장의 통합은 또한 공정한 국제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 도의 표준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표준화 작업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국제기구를 통한 제재를 추진하 고 있다. 반부패라운드나 기업지배라운드 등이 이러한 표준화 작 업의 대표적 사례이다. 국제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변화는 제도적 변화에 대한 외압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제도변화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1997년말 발생한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경제에는 그 동안 잠복해 있던 많은 제도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노출되고 있다. 성장을 위해 덮어두고 미루어 왔던 제도적 개선이 늦어진 결과 누적된 부실과 부패가 시장을 왜곡하였고 국내외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기 위해 어떠한 경로로 나가야 할지에 대해 아직 명백한 해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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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집행자와 민간의 책임공방도 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부실과 관련하여 책임있는 경제 주체는 의당 그 공과를 추궁당하여야 할 것이나 우리나라의 경제 문제는 상당부분 적절한 제도를 제때에 만들지 못하여 발생한 제 도적 실패인 측면이 많다. 제도의 실패란 간략히 다음 세 가지 이 유로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야기되는 상태를 뜻한다. 첫째, 제도 화가 되어 있지 않거나, 둘째, 제도화가 되어 있어도 현실에 적합 하지 않은 경우, 셋째, 합리적인 제도가 있어도 집행이 되지 않는 경우이다.

경제주체들은 주어진 규칙하에서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들이 다. 그러므로 경제주체들의 행동양식은 주어진 규칙에 의해 결정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 전반에 비효율이 발생하거나 갈등이 야기되는 경우이다. 이 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우리는 지금까지 개별경제주 체의 책임만 추궁하고 처벌하는 방식을 주로 선택해 온 감이 있 다. 그러나 사회 전반을 운영하는 규칙인 제도가 합리적으로 구성 되지 않을 경우 개인의 처벌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수 없 고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뿐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 해 결되지 않고 있는 여러 가지 고질적인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접근 하기보다는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을 시도해야 하는 제도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 이 현재 제도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 안으로서의 새 제도를 고안하고 집행하며 당초 의도와 다른 효과 가 있을 때 제때에 수정해 나갈 수 있는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 나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처럼 한국의 내부상황도 제도적 변화 와 이에 대한 연구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우리 경제가 국내외의 제도적 변화압력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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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현안에 대한 오랜 연 구과정에서 제도적인 문제가 우리 경제 및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 일 수 있다는 생각에 착안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제도적 실패현상을 점검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 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행히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 왔고 또 더 깊이 연구를 진행시 키고자 하는 학자 및 전문가들과 제도연구회 를 조직하게 되었 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제도연구회 결성 이후 이미 2년여간 각 분 야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 연구와 토론, 심포지엄을 계속해 왔다.

이제 그 연구성과들 가운데 일부를 묶어 제도와 경제발전 이라 는 제목으로 제도연구시리즈 의 첫 권을 출간하고자 한다. 이 첫 권에서는 제도가 우리의 경제성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필요한 제도개혁이 어떤 것이어 야 하는지를 소개한다. 또한 구체적으로 정치제도, 경제제도, 부정 부패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제도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시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연 구자 개개인이 소관전문분야에 관해 제도적 문제와 개선방향을 제 시하는 이 책의 내용들은 우리 사회와 경제발전에 대해 기여할 뿐 아니라 향후 제도분야 연구를 확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제도연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존재하는 중요한 제도적 실패문제와 개선방향들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계속하여 제도관련 연구결과 및 주요저서들을 소 개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해 본다.

이 제도연구시리즈 첫 권을 묶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본원 의 이수희 박사에게 먼저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제도연구회 의 태동에서부터 지금까지 연구회 운영을 책임져 온 황인학 박사 는 한국 제도연구의 기초를 만들어 가는 사명감으로 이 시리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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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에 기여하였다. 현재 제도연구회 간사로 수고하는 윤덕룡 박 사의 실질적 기여에도 감사한다. 책의 세부적인 내용정리와 편집 및 제작에 애쓴 이은주씨, 배수진씨, 임유정씨 그리고 강정희씨에 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끝으로 한국의 제도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소명으로 제도연구회에 참석하여 발표와 토론에 열성으로 참여해 온 모든 학자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 동안 발표되고 토론 된 연구내용 중 본서에 포함되지 않은 글들은 향후 제도연구시리 즈에 실리게 될 것이므로 연구자들의 양해를 기대하는 바이다. 마 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은 본 연구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연 구자들 개인의 견해임을 밝혀둔다.

2000년 11월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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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제1장 제도개혁과 경제발전

- 좌승희․이상헌

/ 11

Ⅰ. 제도개혁의 중요성 / 13

Ⅱ. 제도의 의의와 정의 / 16

Ⅲ. 제도의 기능과 역할 / 18 1. 불확실성의 감소 / 18 2. 경제행위의 조정 / 19 3. 경제발전과 제도 / 21

Ⅳ. 제도의 변화방식과 제도개혁의 조건/ 27 1. 제도의 변화방식 / 27

2. 제도개혁의 한계와 조건/ 30

Ⅴ. 경제발전을 위한 제도개혁의 방향과 보완과제 / 35 1. 제도개혁의 기본방향 / 35

2. 제도개혁의 보완과제 / 38 참고문헌 / 42

제2장 제도, 제도개혁과 경제성장

- 최인철

/ 45

Ⅰ. 문제제기/ 47

Ⅱ. 제도와 경제성장 / 49 1. 제도의 정의와 유형 / 49 2. 제도와 경제적 성과 / 51

3. 제도실패 현상의 원인과 유형/ 61

(8)

4. 제도변화와 제도개혁 / 71

Ⅲ. 한국경제에서의 제도실패/ 78 1. 금융부문의 제도실패 / 78

2. 기업규율기능의 제도적 공백/ 83 3. 노사관계의 제도화 부재/ 87

Ⅳ. 제도개혁에 주는 시사점/ 91 참고문헌 / 95

제3장 경제성장에 대한 사회적 요인의 영향과 그 시대적 변화

- 김영수

/ 101

Ⅰ. 들어가는 글 / 103

Ⅱ. 경제발전과 사회환경 / 106

Ⅲ. 경제발전과 세계화 / 112

Ⅳ. 경제발전과 정부의 자원동원력/ 119

Ⅴ. 경제성장률에 대한 사회적 요인의 영향과 그 시대적 변화 / 125

1. 1960년대의 경제발전과 사회환경의 영향 / 125 2. 1970년대의 경제발전과 사회환경의 영향 / 129 3. 1980년대의 경제발전과 사회환경의 영향 / 133

4. 경제성장과 사회적 요인의 영향과 그 시대적 변화 / 136

Ⅵ. 마치는 글/ 139 참고문헌 / 144

제4장 정치제도와 경제성장

- 모종린

/ 155

Ⅰ. 서 론/ 157

Ⅱ. 정치제도와 경제성장에 관한 기존 연구 / 158

(9)

1.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 158 2. 민주체제 내의 제도 / 160

Ⅲ. 이론적 모형 / 162

Ⅳ. 추정모형과 추정결과 / 166 1. 추정모형의 설정 / 166 2. 자료측정과 연구방법론 / 167 3. 추정결과/ 169

Ⅴ. 결 론/ 175 참고문헌 / 176

제5장 경제제도와 경제성장

- 이종화

/ 179

Ⅰ. 서 론/ 181

Ⅱ. 경제제도의 개념과 측정/ 182 1. 경제제도의 개념과 역할/ 182 2. 경제제도의 측정과 국제비교/ 184

Ⅲ. 경제제도 요인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189 1. 이론적 모형 / 189

2. 추정모형과 추정결과 / 194

Ⅳ. 결언:제도개혁과 한국경제의 장기성장 / 204 참고문헌 / 208

제6장 제도적 변수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국별 패널자료에 의한 추정

- 이수희 / 217

Ⅰ. 서 론 / 219

II. 경제성장의 요인과 제도적 변수

/

220

1. 경제성장의 요인

/

220

(10)

2. 제도적 변수의 선정과 국제비교/ 223 III. 경제제도 요인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

228

1. 추정모형

/

228

2. 추정에 사용된 자료

/

229 3. 성장률 추정결과 / 231

4. 제도, 투자율,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

236 IV. 결언 : 제도개혁과 한국경제의 장기성장

/

241 참고문헌 / 246

제7장 부정부패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분석

- 장근호

/ 253

Ⅰ. 서 론/ 255

Ⅱ. 정부운영과 청렴도 : 국제적 인식 / 257 1. 정부부문/ 257

2. 청렴도/ 261

Ⅲ. 경제성장의 결정요인 / 269 1. 논의의 배경 / 269

2. 부정부패와 성장률의 상관관계/ 272 3. 경제성장의 결정요인 : 단순분석 / 277

Ⅳ. 경제성장과 부정부패의 결정요인/ 287 1. 부정부패의 결정요인 : OLS 회귀분석/ 287

2. 경제성장과 부정부패의 결정요인 : 3SLS 회귀분석 / 294

Ⅴ. 요약 및 결론 / 298

1. 요 약/ 298

2. 결 론/ 303

참고문헌 / 306

(11)

제도개혁과 경제발전

좌 승 희․이 상 헌

Ⅰ. 제도개혁의 중요성 ··· 13

Ⅱ. 제도의 의의와 정의 ···16

Ⅲ. 제도의 기능과 역할 ···18

Ⅳ. 제도의 변화방식과 제도개혁의 조건 ···27

Ⅴ. 경제발전을 위한 제도개혁의

방향과 보완과제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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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제도개혁의 중요성

새 천년을 맞이하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경제운영방식과 제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의 모색이 절 실히 요구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가 우리에게 준 값비싼 교훈은, 종래의 경제운영방식, 제도 및 관행으로는 더 이상 경제발전을 도 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고속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광범위한 정부개입으로 시장기구의 자원배분기능이 크게 위축․왜 곡되어 왔다. 한국이 경제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는 경제운영의 틀을 지나친 정부개입 위주에서 시장의 자율조정기 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1980년대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그 성과를 목도할 수 있을 만큼 현 실에 반영되지는 못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 문민정부에서는 저하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을 제고하고자 시장기구의 경제적 자율조정기능을 회복시키려고 시도하였다. 이를 위해 각종 경제규제 완화와 자율화를 추진하고 불합리한 경제제도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별 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끝나게 되었다. 그 결과 위축된 시장 경제는 한국이 IMF 경제위기를 맞게 되는 근본요인의 하나가 되 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새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도 지난 2년 동안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한 광범위한 제도개혁작업을 추진해 왔 다. 지난 정부들의 개혁실패로 인해 현 정부의 제도개혁작업에 대 해서도 당연히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현 정 부의 제도개혁작업 역시 이전과 같은 실패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불신의 문제이다. 둘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제도개 혁작업을 통해 과연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새로운 천

(13)

년에도 지속적인 번영이 가능한 제도적 기초가 확립될 수 있을 것 인가 하는 문제이다.

새로운 경제운용방식과 경제발전을 위한 새 패러다임의 확립을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부문에 있어서의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제도의 본질적 속성과 그것이 수행하는 기능․역할을 정확 히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개혁실패 사례 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고 지속성장에 필요한 제도적 기초를 마련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 동안 제도에 대한 연구나 논의가 극 히 미흡했고 이에 따라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제도개혁이 추진되어 왔다. 결국, 이제까지의 제도개혁은 제도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지, 한국경제가 제도 적인 측면에서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 분석 이나 이해가 없이 시도된 측면이 있다. 그 결과 제도개혁이 성공 하기 위해 어떠한 점들이 고려되어야 하며 그 우선순위가 어떠해 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해가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채 개혁 이 추진되어졌고 그 성과 또한 미흡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제도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제도가 인간행위의 패턴을 결정하는 궁극적인 요인이라는 데에 있다. 인간의 특정 행태나 사회현상이 한두 사람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인 양상으로 관찰된다면 이는 필경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 특성, 즉 제도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입문 이전의 존경할 만한 경력들에도 불구하고 일단 정계에 들어서면 너나할 것 없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 필경 정치제 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법조계의 비리가 한두 사람에 국한되지 않고 법조계 전체에 광범위한 현상이라면 여기에 도 법조인들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법조계를 구성하고 있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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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재벌들의 행태와 관련한 문제가 한두 재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일반, 예컨대 중소․중 견기업들에게까지도 비슷하게 발견된다면, 이 또한 우리나라 기업 환경을 결정하는 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공무원 들에게 특정 문제가 지적되고 공무원들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관찰 되는 현상이라면, 이 또한 개별 공무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 무원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각 분야 에서 잘못된 개인들을 처벌하거나 바꾸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해결 이 되지는 않는다.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관료 모두를 이렇게 만 들어 놓은 것은 “제도적 환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제도적 환경을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개 혁이 성공할 수도 없다(좌승희, 1999).

일찍이 제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활발 히 하였던 것은 주류경제학자들이 아닌 비주류경제학자들이었다.

예컨대, 주류로 간주되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보다는 미국의 제도 학파와 독일의 역사학파, 그리고 오스트리아학파에 속하는 경제학 자들이다. 이들은 제도문제에 보다 깊은 관심을 쏟는 가운데 사 회․경제문제를 연구해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이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시도하였던 것은 멩거C.

Menger, 하이에크F.A. Hayek, 라흐만Lachmann 등 오스트리아학파에 속 하는 경제학자들이었다. 반면 과거 주류경제학을 형성하였던 신고 전학파 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의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의 문제를 경제학의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고 역사 내지 기타 사회과 학의 영역으로 간주하여 왔다. 따라서 신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전 통적으로 제도를 단순하게 주어진 외생변수로 다루어 왔다. 그러 나 최근 들어 신고전파의 전통하에서도 제도의 문제를 경제학의 주요 관심대상으로 삼고 이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연구들 이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거래비용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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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이론, 주인-대리인이론, 신경제사, 기술진보와 제도연구, 진 화론적 접근, 게임이론적 접근 등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지만 흔히 총칭하여 신제도학파로 불린다. 이 계열의 대표적 학자로는 알치안A. Alchian, 코즈R. Coase, 노스D. North, 윌리암슨O. Williamson

등을 들 수 있다. 이하에서는 주로 오스트리아학파 및 신제도학파 의 전통하에서 이루어진 연구성과들에 기초하여 제도의 기원과 본 질적 특성, 제도의 기능과 역할 등을 살펴볼 것이다.1) 그리고 앞 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지속시키기 위한 제도개혁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Ⅱ. 제도의 의의와 정의

사람들 사이의 모든 상호작용에 있어서 일정 정도의 예측가능성

predictability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자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위 한 전제조건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를 하고자 할 때,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할지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자의적으로 상호간의 합의에 배치되 는 행동을 할 때 어떠한 제약과 벌칙이 가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면 (그리고 그러한 예측을 서로 공유할 수 없다면) 어떠한 거래도 성립할 수 없으며 어떠한 계약도 체결될 수 없 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거래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한 고용계약을 할 때, 그리고 투자를 하기 위해 투자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을 통해 서로 합의한 내용이 제 대로 지켜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나 신뢰가 없다면 그러한 경제행

1) 신제도학파 경제학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개관은 본서 제2장의 최인철,「제도, 제 도개혁과 경제성장」을 참조하기 바람.

(16)

위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은행에 구좌를 개설하고 금융거래를 하고자 할 때, 이후 에 자유로이 예금을 하고 인출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또는 그것이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이나 신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우리는 은행과 금융거래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이나 기업과 거래를 하려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거래 상대방이 전혀 예상치 못한 자의적 행동으로 우리에게 큰 손실을 입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나 신뢰가 없다면 우리는 다른 사 람이나 기업과 거래를 할 생각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경제활동을 포함한 사람들간의 모든 상호작용은 일정 한 믿음 내지는 신뢰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러한 믿음이나 신뢰는 예상치 못한 행동이나 기회주의적인 행위를 금하는 규율들rules에 의해 형성되는 하나의 질서에 기초한다. 사실 개개인들의 행위 또 는 반응은 그들이 일정한 규율들에 의해 규정되고 제한될 때에만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규율들을 우리는 제도institutions라고 부른다(Kasper and Streit, 1998).

노스D.C. North에 따르면, 제도란 한 사회에서의 게임규칙 또는 보다 정식화한다면, 사람들의 상호관계를 규정하는 그리고 사람들 에 의해 고안된 제약이다. 제도는 사람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 적인 교환행위의 유인체계를 결정짓는다(North, 1990). 그는 제도 를 인간이 고안한 규칙 같은 공식적 제도와 관습이나 행동양식과 같은 비공식적 제도로 구분한다.2) 또한 경제제도를 공식적인 제도

2) 노스 등 신제도학파에 속하는 경제학자들의 경우, 이와 같이 제도를 공식적 제도와 비공식적 제도로 구분하는 반면, 오스트리아적 전통에서는 제도를 인위적 제도와 자생적 제도로 구분한다. 인위적 제도란 법령, 규칙과 같이 인간이 목적의식적으로 고안하여 만든 제도를 말한다. 그리고 자생적 제도란 시장기구, 화폐, 언어, 국가 등 인간이 목적의식적으로 고안하여 만든 제도가 아닌 자생적으로 형성․확립된 제도로서 멩거 이래의 오스트리아적 전통에서는 목적의식적인 개개인들의 행위들 이 초래한 의도치 않은 결과로 형성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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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비공식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제도가 얼마나 잘 집행enforcement

되고 있는지의 정도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제도가 갖는 의의와 중요성은 그 기능과 역할을 앎으로써 보다 깊이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제도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제도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그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 다. 제도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그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 데 추진되는 제도개혁이 올바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그러한 제도개혁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 적을 이룰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Ⅲ. 제도의 기능과 역할 1. 불확실성의 감소

경제활동은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경제활 동은 일정한 제도적 환경(또는 제도적 제약)하에서 이루어지는 것 이다. 이때 제도는 우리의 경제생활을 규정짓는 불확실성을 줄임 으로써 우리의 경제적 활동을 보다 용이하게 만든다.

실제로 매일 매일의 일상적인 경제생활에서 우리는 잘 알지 못 하는 수많은 사람들 및 조직들과 상호작용(곧 거래)을 한다. 우리 는 우리가 힘들게 번 돈을 은행에 예치하지만 자기가 지금 돈을 건네고 있는 은행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은행과 거래한다. 우리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을 외국의 노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을 주문하기 위 해 선불로 돈을 지불한다. 우리가 예치했던 예금을 되찾을 수 있 을지에 대해, 또는 우리가 선불로 지불하고 주문한 물품이 제대로 배달될지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거래 상대자가 일정

(18)

한 규율들, 곧 제도에 의해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제도의 역할은 인간의 상호작용에 안정적인 구조를 설정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제도들은 일상생활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하나의 구조, 곧 행동양식의 틀을 제공함으로써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North, 1990).

그를 통해 제도는 거대사회에 있어서 개개인들의 (경제적) 활동들 을 용이하게 하고 그러한 활동들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다.

만일 이러한 제도, 곧 규율들이 전면적으로 광범위하게 위반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 을 것이며 그 사회에 있어서 활발한 경제활동 역시 기대할 수 없 게 된다.3)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수준과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며 그 사회의 번영과 안녕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제도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 생활의 기초를 이 루며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2. 경제행위의 조정

제도는 또 다른 의미에서 거대사회에 있어서 서로 알지 못하는 무수한 개개인들의 (경제적) 계획들을 조정coordination하는 기능을 한다(Lachmann, 1970). 이는 시장기구, 화폐 등이 수행하는 역할 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개 개인들이 생산활동이나 소비활동 등 경제활동을 할 때, 사회 전체 적인 차원에서 유한한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걱정하면서 경

3) 우리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고자 할 때 만일 그 은행이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예금인출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또 우리가 거래 하는 거래처에서 대금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자의적으로 물품을 납품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상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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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위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자는 다만 주어진 시장가격 하에서 적어도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적 선택행위를 하는 가운데 물건을 사고 팔며 또 생산하고 소비할 뿐이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있어서는 아무도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유한한 자원배분의 문제를 걱정하거나 떠맡지 않음에 도 불구하고 시장, 화폐, 가격기구라는 사회․경제적 제도들에 의 해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이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자원배분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Hayek, 1949).

시장기구나 화폐 등은 인간이 목적의식적으로 고안하여 만든 제 도가 아니다. 그것들은 오히려 개개인들이 자신만의 이해관계를 쫓아서 행동한 결과로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제도들이다. 다시 말 해, 그것들은 목적의식적인 개개인들의 행위의 의도치 않은 결과 로 형성된 제도들이다.4) 오스트리아적 전통에서는 법령이나 규칙

4) 화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화폐는 인간에게 있어서 다른 상품처럼 그 자체로 서 어떤 물질적 효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화폐가 화폐일 수 있기 위해서 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교환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 화폐가 사람들에게 의해 교환수단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모든 사람들이 모여 합의한 사회적 계약을 통 해서 된 것이 아니다. 또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법으로 정했기 때문도 아니다. 화폐 의 기원과 그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멩거C. Menger(1871)는 물물교환경제에 있어서 어떤 농부가 농사를 지어서 자신이 생산한 곡식을 생선과 교환하고자 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때 거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농부가 단지 생선을 팔고자 하는 어부를 만나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어부가 자신의 생선을 팔아 곡식을 사려고 하는 어부여야 한다. 이러한 어부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 게 된 농부는 여러 번의 관찰과 경험을 통해 자신들의 생산물을 소금과 교환하려 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비록 자기 자신은 이미 소금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소비 자체를 위해서는 이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곡식을 소금과 먼저 교환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자신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생선을 가진 사람을 보다 쉽게 만나 소금과 생선을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를 실행에 옮겨보게 된다. 이러한 혁신innovation을 통해 그가 이룬 성공은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러한 지식knowledge 또는 노하우know-how 역시 다른 사람들에 게 전파되게 되어 이들 역시 그의 행동을 모방imitation함으로써 보다 수월하고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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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과 같은 인위적 제도들과 구분하여 이러한 제도들을 자생적 제 도로 부른다.

시장기구와 같은 자생적 제도가 이와 같이 자생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이 제도개혁과 관련하여 주는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 즉 이와 같이 자생적 제도들이 자생적으로 형성되어 그 누 구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때 이 러한 자생적 제도의 본질적 특성과 그 기능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 거나 무시하는 가운데 이러한 제도들을 함부로 폐지하거나 자의적 으로 다른 것들로 대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5)

3. 경제발전과 제도

(1) 재산권제도와 경제발전

제도는 한 사회의 경제발전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 다. 특히 그 사회가 어떠한 재산권제도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재산권제도가 얼마나 명확히 정의되며 엄격하게 집행되는지는 그 사회의 경제발전을 규정짓게 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

다 효율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교환을 통해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급속도로 전파되고 모방행위 역시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가속화되어 나중에는 모든 사람들이 소금을 교환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소 금은 화폐가 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과정을 출발시켰던 농부나 그 주변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소금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교환수단, 곧 화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도록 의도했던 것도 아니었 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자기 초월적인 과정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이익과 편리함 때문에 그렇게 한 것뿐이었고 이들의 행위의 종합적 결과로서, 그리고 특히 이들의 행위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서 화폐가 탄생된 것이 다.

5) 이러한 자생적 제도의 본질과 기능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가운데 이루어 진 대표적인 제도개혁의 하나가 어음제도의 폐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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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다.

재산권은 크게 공유재산권과 비공유재산권으로 분류될 수 있으 며 후자는 다시 사유재산권, 국유재산권, 집단재산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한 사회가 이 중에서 어떠한 재산권제도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성과가 커다란 차이를 보이게 된다는 점에서 재산권 제도는 경제적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한 나라의 경제발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려는 의 지이다. 그런데 사유재산제도는 공유재산권제도나 국유재산권제도 보다 소유주체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경제활동 결과의 수혜와 그 에 따른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고, 따라서 경제주체들 로 하여금 경제하려는 의지를 극대화하도록 하여 경제발전에 기여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좌승희, 1998).

한편 어떠한 재산권제도를 채택하느냐 하는 것과 함께 그 제도 가 얼마나 명확히 정의되고 얼마나 철저하게 집행되어 재산권보호 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가 하는 것도 경제발전을 규정짓 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다. 이는 재산권보호와 관련한 불확실성 은 거래비용을 높이고 거래비용의 높고 낮음은 경제발전에 직접적 인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즉 거래비용이 높은 경제는 그만큼 경제활동의 성과가 낮아지며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이 저해된다. 따 라서 설사 한 사회가 사유재산권제도를 채택하고 있더라도 그 제 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거나 집행되지 않을 경우, 물리적 힘만이 경제적 자원에 대한 권한을 결정하게 될 것이며 거래비용은 무한 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경제거래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자원의 최적배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해지며 경제주체들에게 경제하려는 의지를 기대하는 것도 어렵게 될 것이 다(좌승희, 1998).

따라서 사유재산권제도를 채택할 뿐만 아니라 이 제도를 명확히 정의하고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이 경제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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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가 된다. 이는 경제제도개혁이 추구해야 할 주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재산권제도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함으로써 거래비용을 낮 추어 궁극적으로 경제의 효율을 제고하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서구경제의 장기발전 성과를 연구해 온 학자들 에 의하면 영국과 북미 등 영미계통의 국가가 스페인, 포르투갈, 남미 등 서반아어권 국가들에 비해 높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 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전자의 경우는 개인 재산권보호가 최우 선적인 사회질서인 반면, 후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개인 재산권 보호제도나 관행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임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 의 경우 탐관오리나 양반계급의 세도가 판을 치던 조선후기부터 특히 백성들의 재산권에 대한 훼손이 극에 달해 이들의 착취에

‘가난을 무기로 하여’ 대항했던 백성들의 삶의 모습들이 여러 문헌 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19세기에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의 저자)가 조선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 농부들은 게으르고 가난하 며 일할 의욕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이유는 농부들이 수확을 많이 내기만 하면 지방관청의 관리들과 양반지주들이 달려들어 대 부분의 수확물을 빼앗아 가버리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녀는 여 행을 계속하였고, 러시아의 항구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의 조 선인 이주 농촌에서 아름답고 잘 정돈된 농지와 부유하고 여유있 는 이주 조선인 농부들을 만나게 되었다. 러시아에 있는 조선인들 은 그들이 생산한 것들을 대부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일했고 따라서 그들은 풍족했다. 이 양쪽 농부들의 행태의 차이는 그들의 생산물에 대한 소유권을 위협하는 과도한 조세징수나 가렴 주구苛斂誅求가 있었느냐의 여부에 있었다. 이 이야기는 경제적 부 를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사유재산권제도의 정착과 보호여부가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궁극적인 요인이었음을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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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제와 6․25전쟁, 지난 30여년간의 개발독재체제를 거치면 서 개인 재산권에 대한 공정한 제3의 집행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헌법이다. 그것은 우리 헌법 자체가 사유재산권을 절대 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헌법 제22조에서 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 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간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 고 있다. 또한 제120조에서는 자연자원의 원칙적 국유화, 제121조 에서는 농지소작제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 라 헌법은 사유재산권 내지 소유권의 신성불가침성을 인정하지 않 고 있는 가운데 사유재산제에 상당한 수정을 규정하고 나아가 ‘토 지공개념’의 도입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이진순․정순훈, 1997;

이강혁 외, 1982).

(2) 자유시장경제제도와 경제발전

사유재산제도뿐만 아니라 이에 기초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제도 역시 경제발전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유시장경제제도 (또는 하이에크의 표현을 빌자면, 자생적 질서로서의 시장질서)하 에서만 경쟁이 창달될 수 있고 경쟁이 창달되는 체제하에서만 경 제발전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각 개인이 자신이 보유하는 정보와 노하우know-how를 자기 자 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개인들 상 호작용의 결과 내생적으로 형성되는 자생적 사회․경제질서만이 사회의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최대로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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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할 수 있으며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시장질서market order는 자생적 질서로서 시장참여자들간 의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경쟁에 의해 진화해 나간다. 다시 말 해 보다 나은 단계로의 사회․경제질서의 발전은 경쟁의 힘에 의 해 추진된다. 따라서 자생적 진화력을 갖는 시장질서를 신뢰하고 시장질서에 가해지고 있는 각종 제약을 철폐함으로써 그 기능이 보다 더 활성화되도록 제반 여건을 개선하는 것, 그리고 자율화에 따라 경쟁과정을 거쳐 도달하게 되는 시장질서를 수용하는 것 이 상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없게 된다(좌승희, 1998).

하이에크에 있어서 경쟁은 무엇보다도 미지의 그리고 미실현의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운동경기나 시험에 있어서 그리고 정부계약을 수주하고자 하거나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등, 그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사전에 누가 우승할 것인 지 미리 알게 된다면 이러한 경쟁과정을 거치는 것은 무의미할 뿐 만 아니라 시간과 자원의 낭비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경 쟁이란 경쟁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질 수 없거나 적어도 이용되기가 어려운 그러한 사실들을 발견하기 위한 과정이 라고 본다(Hayek, 1978). 바로 이러한 경쟁과정을 거침으로써만 그 사회가 갖는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발 전 역시 그 경제사회가 얼마나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킴으로써 경 쟁을 활성화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게 된다.

결국 자생적 사회․경제질서의 진화를 보다 용이하게 만들기 위 한 환경을 조성하고 진화의 촉매역할을 하는 경쟁을 창달시키는 것 이상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따라서 정부 가 시장질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규정하는 역할 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제도의 내생적 진화력을 해치지 않도록 신 중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좌승희, 1998).

우리나라 헌법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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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우리 헌법이 1948년의 건국헌법 이래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9 차에 걸친 개헌을 통해 줄곧 경제의 장(제9장)을 따로 두고 있고 이는 정부가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를 구속하는 데 있어 그 법적 기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우선, 제9장의 첫번째 조항인 제119조 1항에서,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 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뒤이어 2항에서는 ②국 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20조 2항에서는 국가는 국 토와 자원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122조에서는 국가가 법률이 정하 는 바에 의하여 국토에 관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23조에 따르면,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할 의무 를 가지며,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할 의 무 및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지도록 되어 있고, 제125 조에서 국가는 대외무역을 육성하며 이를 규제․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헌법 제9장의 경제조항에서는 일반적 또는 특정 한 영역에 대해 여러 가지의 규제수단을 규정함으로써 경제에 대 한 규제․조정, 특허, 계획, 금지, 제한과 의무부과, 보호, 육성, 국․공유화, 자문기관설치 등 권력적․비권력적, 직접적․간접적 수단을 헌법 스스로 규정하거나 위임하여 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진순․정순훈,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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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제도의 변화방식과 제도개혁의 조건 1. 제도의 변화방식

제도의 변화는 사회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방식을 구 체화하기 때문에 역사적 변화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제도변화 는 복잡한 과정이다. 관습, 행위코드, 행동규범으로부터 성문법, 관 습법, 개인간의 계약에 이르기까지 제도는 생성, 발전하고 이 과정 에서 이용 가능한 선택집합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North, 1990).

이와 같이 제도가 변화할 때, 그것은 불연속적으로 변화하기보 다는 서서히 변화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제도의 변화와 관련하여 공식적 제도보다는 비공식적 제도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왜 서서히 변화하는가, 그리고 왜 불연속적인 변화 (예컨대 혁명이나 정복)조차 결코 완벽하게 불연속적이지 않는가 등은 사회 내의 비공식적인 제도적 제약들이 실현된 결과로 보아 야 한다. 비록 공식적 규칙이 정치적 또는 사법상의 결정으로서 하룻밤 사이에 변화한다 할지라도 관습, 전통, 그리고 행위코드에 구체화된 비공식적 제약은 의도적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제약들은 과거를 현재와 미래로 연결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변화의 경로를 설명하는 열쇠를 제공한다고 노스는 지적한다(North, 1990).6)

이러한 비공식적 제도의 중요성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강조될

6) 한편 비공식 제도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비공식 제도의 변화, 예 컨대 사람들의 정서변화 또는 사고방식 내지 행위코드의 변화는 새로운 제도의 창 출이나 과거의 제도의 소멸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제도적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기존의 제도들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 서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Lachmann,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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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법령 등 공식적 제도도 중요하지만 평소 정부의 집행관행과 국민의 의식․관행 등 비공식적 제도가 오히려 더 중요한 제도적 특징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공식적 제도는 필요한 경우 선진제도를 그대로 도입할 수 있지 만 실제 제도의 정착은 정부가 이러한 제도를 얼마나 강력하고 투 명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집행하느냐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경제규 칙으로서의 제약성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결정된다. 제도 는 국민의 의식과 관행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개혁은 선진제도를 수입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정부가 그 제도 를 얼마나 엄정하고 투명하게 지속적으로 운영․집행해 나가느냐 가 더 중요하다.

비공식적 제도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문민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완화․자율화개혁 등 제도개혁을 되돌아보면, 왜 그것이 추진과정의 요란함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는지를 이 해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율화․규제완화 개혁들은 공식적인 제도의 개혁뿐 만 아니라 그 동안 정착된 많은 국민들의 잘못된 관행은 물론 정 부의 경제정책과 경제운영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는 완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주도적 경제정책의 틀이 바뀌지 않고는 아무리 공식 적 제도를 고치고 규정을 고쳐도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이 쉽 지 않으며 지엽적인 개선차원 이상을 벗어나기 어렵다. 규제완화 작업이 미흡하다는 평가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민간경제활동에 개 입할 수밖에 없는 경제정책의 큰 틀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 다.

사실 이 점에 있어서 현재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개 혁이 과거 문민정부의 제도개혁 시도와 비교하여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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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에 있어서 정부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정리하고 금융산업을 재조직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권, 주주권 또 는 정부가 갖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 다. 게다가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한 대규모 공적자금의 지원 으로 대부분의 은행이 국영은행화되어 과거보다 정도가 더 심한 관치금융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주도적 개입은 과거에 그러했듯이, 금융기관의 상업성과 독립성을 훼손하여 책임경영체제 구축이나 경영효율성 제고 등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다양한 형태로 금 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데, 이러한 정부의 지원은 원칙에 충실하지 못할 경우 부실경영을 사후적으로 지원하는 결과가 되 며, 이는 다시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경영행태를 개선할 필요성이 없도록 하는 결과, 곧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정부는 부채비율 축소, 상호채 무보증 해소와 함께 기업개선작업, 사업교환, 지배구조 개선 및 경 영․회계의 투명성 제고 등을 실천목표로 제시하는 가운데 주도적 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주도하에 급격히 추진되고 있는 대기업과 주채권은행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체결 및 200%

수준으로의 부채비율 축소목표 설정도 정부가 이를 실질적으로 주 도하는 가운데 금융기관에 대한 간섭을 계속함으로써 관치금융의 또 다른 형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관치금융으로 인해 과거의 경 험에서 보았듯이, 은행들이 경영행태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금융 시장의 기업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 활성화는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퇴출과 관련하여서도, 형식적으로는 금융기관이 자율적 으로 퇴출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에 시장기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비록 은행과 대기업의 퇴출이 단행되고 기업의 투명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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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과다차입의 억제 등 과거와는 다른 정책들이 집행되고 있지만, 경제현상의 해석, 경제문제에 대한 인식, 도덕적 해이 등 각 경제 주체들, 그 중에서도 특히 정부의 근본적인 시각이나 문제해결방 식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혁은 전체적으로 각 경제주체들의 경제행 위방식에는 변함이 없고 외형적 경제구조만 바꾸고 있는 형국이 다. 따라서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 다. 현재와 같은 제도개혁은 몇 가지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그칠 뿐 우리 경제의 근본문제인 경제구조의 비효율성은 치유하지 못하 고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2. 제도개혁의 한계와 조건

(1) 제도개혁의 한계 1) 제도설계의 한계

제도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며 이를 통해 거대사회내 개개인들의 계획들을 조정coordination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만 들어지는 제도는 이미 알려진 상황 또는 일정한 수의 상정 가능한 상황들만을 고려하여 만들어지게 된다. 즉 셀 수 없는 수많은 알 려지지 않은, 또는 알 수 없는 상황들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진 것 은 아니라는 것이다(Lachmann, 1970). 이러한 사실은 자생적 제도 가 불가피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제도의 틀을 설계하는 설계자는 자신이 고안하는 제도적 틀 내에 보다 많은 변화가 담겨 질 수 있도록 많은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 다.7)

7) 라흐만L.M. Lachmann은 미국 헌법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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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도개혁의 한계

제도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개인들의 계획을 조정할 수 있으려 면 사회의 안정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일정한 시기 내에 바꿀 수 있는 제도의 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혁명이나 전쟁과 같은 예에서 뚜렷이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기존의 제도들이 대대 적으로 파괴되거나 다른 어떤 것으로 자의적으로 대체될 경우, 기 존의 제도들은 더 이상 그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심한 혼란이 야기되고 사람들의 생활수준 및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 여건이 변화하는데 제도가 전혀 변화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제도의 변화로 개인의 계획들을 조정 하는 역할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제도의 변화 그 자체 때문이라 기보다 예상치 못한 제도변화 혹은 불규칙한 제도변화 때문이다 (Lachmann, 1970). 따라서 정책담당자는 경제주체들이 전혀 예상 치 못하도록 갑작스럽게 기존의 제도를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제도 를 도입해서는 안된다. 그럴 경우 그러한 정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혼란과 비효율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제도개혁의 조건

1) 제도들간의 수미일관성, 통일성과 보완성

한 사회에 있어서의 제도들간의 수미일관성 또는 통일성은 매우 중요하다. 즉 인위적 제도들(공식적 제도들)간에 수미일관성과 통 일성(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인위적 제도(공식적 제도)와 자 생적 제도(비공식적 제도)간에도 수미일관성과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제도적 질서가 형성될 수 있 으며 사회․경제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예상치 못한 제도적 변화는 이러한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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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을 초래하는데, 그것은 인위적 제도간의 관계 또는 인위적 제도와 자생적 제도간의 관계에 충격을 주며 그럼으로써 제도적 구조의 통일성을 해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간의 수미일관성과 통일성이라는 조건은 제도개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제도개혁이 성공 하기 위해서는 제도개혁을 통해 새로이 확립되는 인위적 제도(공 식적 제도)가 자생적 제도(비공식적 제도)와 양립 가능하며 서로 조화될 수 있는 제도여야 한다는 점이다. 제도개혁을 시도하는 정 책담당자는 기존의 경제제도나 규제가 사실에 있어서는 다른 제도 나 규제와 밀접한 상호 연관성 내지 상호 보완성을 이루는 가운데 하나의 제도적 질서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리 고 이는 제도개혁을 할 때는 관련분야의 개혁이 하나의 총체적 패 키지로 추진되고 달성될 때 비로소 그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 다는 것을 시사한다.

① 제도론적 시각에서 본 빅딜

이 첫번째 시사점과 관련한 좋은 실례의 하나로 신장섭의 분석 (신장섭, 1997)이 있다. 이 분석은 자동차부문에서 삼성․대우간 빅딜내용의 변질원인에 대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삼성․대우간 빅딜은 처음 의도와 달리 그 내용이 변질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IMF 경제위기 이후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global standard’에 맞춘다며 추진했던 제도개혁의 결과라고 분석되었 다. 그 이유는 새로운 제도적 틀과 빅딜 추진자들이 머리 속에 갖 고 있던 경제운용방식간에 커다란 차이가 있었던 탓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밀어붙이기 식의 빅딜과 새로운 경제틀이 일체성을 갖지 못하고 상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경제운용방식에서 정부는 대기업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었고 그룹 총수도 지급보증이나 계열사간 자금거래 등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함으로써 계열사들에 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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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소액주주권한도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반발하는 것은 무시할 수도 있었다. 정부는 또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전권을 행 사할 수 있었다. 은행경영이 악화되더라도 정부가 망하지 않게 막 아줄 수 있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이러 한 과거의 경제운용방식이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도록 제도적 틀을 바꾸어 버렸다. 예컨대 그룹 총수로 하여금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율에 해당하는 만큼만 권한 행사를 하도록 모든 제도를 바꿨으며, 지급보증도 금지하였고, 계열사간 자금거래도 차단하였 다. 소액주주제도도 활성화하여 소액주주권한을 강화시켰다. 금융 기관도 사외이사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로 바꿨으며 금융감독을 강화해 부실채권이 일정수준 이상 늘면 자동퇴출되도 록 했다.

이와 같이 제도상으로는 과거처럼 정부의 명령과 묵시적 압력으 로 대출이나 부실채권을 부담시킬 수 없게 되어 있었던 반면, 빅 딜은 기업이 과거 그룹단위로 움직이던 틀에서 진행되었고, 정부 는 그룹 총수들에게 요청하거나 강요하여 기존 사업을 맞교환하도 록 했다.

이러한 정책은 당연히 새로 도입된 제도와 상충하게 되고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선 부채탕감 등을 통해 금융기관 재무상태가 나빠지면 이를 눈감아줄 수가 없게 되었다. 파산시키든지 재정에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야 했다. 그룹 총수들도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면서 계열사 부채를 떠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사례는 인위적 제도 상호간, 그리고 인위적 제도(공식적 제도)와 자생적 제도(비공식적 제도)간 의 상호 양립가능성과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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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제도론적 시각에서 본 재벌정책의 한계

첫번째 시사점과 관련하여 음미해 볼 만한 또 하나의 연구는 최 근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타룬 칸나

Tarun Khanna 교수와 크리스나 팔레푸Krishna Palepu 교수의 분석이 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자본시장에서 투자은행 이 자본을 각 사업에 배분하는 매개역할을 하고, 증권거래소가 기업 의 대외공시에 신뢰를 부여하며, 경영대학원이 노동시장, 특히 경영 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그들이 ‘소프트 인프라soft infrastructure’ 라고 부르는 제도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반면에 한국은 여타 개도국들과 마찬가지로 투자은행, 회계회사, 경영대학원 등의 제도가 미비하거나 정착되지 않아 자본시장, 경 영자시장 등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기업집단이 시장제도의 기능 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집단은 신규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기존 사업의 자본과 경영인력을 이용, 벤처회사와 같은 매개 자 역할을 한다. 또한 경영대학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집단은 내부 경영자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노동시장제도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기업집단은 또한 품질과 서비스를 상징하는 브랜 드 네임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과 같은 수출지 향 경제에서는 그 역할이 매우 크다.

이들은 이와 같이 기업집단이 하고 있는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그리고 이들 기업집단이 하고 있는 기 능을 대신하는 가운데 민간경제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킬 시장제도 가 갖춰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들 기업집단을 무조건 해체한다면 민간부문의 비효율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성급 하게 재벌을 해체하기보다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Khanna and Palepu,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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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도개혁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

한편 제도개혁과 관련한 두 번째 시사점은 개혁의 청사진이 명 확히 제시됨과 동시에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명 확한 청사진을 갖지 못한 개혁, 그 집행의지가 명확해 보이지 않 는 개혁, 개혁 일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가운데 추진되는 개혁, 일관성을 결여한 개혁 등은 모두 예상치 못한 제도의 변화 를 초래하여 제도적 구조의 통일성을 해치며 제도적 질서를 교란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여 실패한 제도개혁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문민정부가 추진했던 금융실명제 개혁을 들 수 있다. 그것은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면 예금비밀이 보장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고액예금을 가지고 있으면 금융비밀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인지 에 대한 정책당국의 애매모호한 태도와 법률집행의 관행으로 재산 권관계를 명확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금융재산권에 대한 불확실성 을 높이는 결과만을 초래하였기 때문이다(좌승희, 1999).

Ⅴ. 경제발전을 위한 제도개혁의 방향과 보완과제 1. 제도개혁의 기본방향

경제제도를 개혁하는 방향은 우선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려는 의 지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앞서 본 바 와 같이 한 사회의 경제발전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그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하려는 의지will to economize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제도개혁은 경제 내의 거래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 되어야 한다. 경제발전을 규정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거래 비용이며, 거래비용이 높은 경제는 그만큼 경제활동의 성과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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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거래비용을 감소 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경제 내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 내의 경제주체들이 경제적 의사 결정과 선택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직면하는 불확실성의 증가나 감 소가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발전을 위한 제도개혁은 그 사회구성원들의 경제하려 는 의지를 극대화하고 경제 내의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거래비용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그 사회에 있어서 사유재산권제도가 명 확히 정의되고 철저하게 집행되어 재산권보호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는 문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재산권보호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거래비용을 높이고 거래비용이 높은 경제는 그 만큼 경제활동의 성과가 낮아지며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이 저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사회가 사유재산권제도를 채택하고 있더라도 제도가 명 확히 정의되지 않거나 집행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경제주체들에게 경제하려는 의지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사유재 산제도가 소유주체를 명확히 규정할 경우에만 경제활동 결과의 수 혜와 그에 따른 책임소재가 보다 분명히 정해질 수 있고 경제주체 들로 하여금 경제하려는 의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발전을 위한 제도개혁이 추구해야 할 방향도 사유재 산권제도가 명확히 정의되고 철저하게 집행되어 재산권보호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주체들의 경제하 려는 의지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거래비용을 낮추어 궁극적으로 경 제의 효율을 제고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과정으로서의 경쟁”8)은 자생

8) Hayek, F.A., “Der Wettbewerb als Entdeckungsverfahren (Competition as a dynamic discovery procedure),” Kieler Vorträge, No.56, Tübingen, 196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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