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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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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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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안12] 미래의 영화(Future Cinema) :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스크린의 재정의

[학습목표]

1. 영화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2.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영화의 실제와 이론에 끼친 영향을 ‘스크린의 재정 의’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3.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통한 ‘융합’은 데이타들의 결합에 그치지 않고, 영화, 텔레비젼, 컴퓨터, 라디오, 무선 통신망 등의 다양한 매체 자체의 상호 작용, 결합 까지 이어진다는 점에 대해 알아본다.

[주요용어] 영화의 종말(End of Cinema), 미래의 영화(Future Cinema), 메타 영화 (Meta Cinema), 디지털 테크놀로지, 스크린의 재정의, 거대영화(macrocinema), 작 은영화(microcinema),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융합(convergence),

[학습과제]

영화 이론의 고전기부터 영화가 사진의 재현성을 바탕으로 한 ‘사물의 기계적인 재 현’ 매체로 정의되어온 것처럼, 테크놀로지는 영화라는 매체와 미학을 규정하는 중 요한 요소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개관]

미래의 영화 :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스크린의 재정의

1895년, 20세기의 대표적인 대중문화로 등장한 영화를 처음으로 선보인 루이 뤼 미에르는 ‘영화는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고 예언했다. 그로부터 100년후, 오늘날 의 영화 이론가들은 "영화의 종말"(End of Cinema), "미래의 영화"(Future Cinema), "메타 영화"(Meta Cinema) 등의 개념으로 현재의 영화를 논하고 있다.

종말이나 미래라는 말이 암시하듯, 영화는 과연 뤼미에르가 예언한 불가능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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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단계로 접어든 것인가. 그러나 오늘날 영상 문화의 현실을 살펴볼 때, 여전히 지난 세기를 풍미했던 극장 스크린 위의 영화와 영화 산업은 건재하고. 오히려 ‘넷 시네마’, ‘모바일 시네마’, ‘디지털 시네마’ 등 수많은 ‘다른 이름들의 영화들’이 극 장 밖에서, 다양한 스크린 위에서 영상 문화의 지평을 장식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름의 영화들이 존재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영화의 종말 혹은 미래’라는 이론적 쟁점이 등장한 함의는 무엇일까. 나아가 상이한 테크놀 로지와 미학적, 문화적 특성을 지닌 이들 영화들을 영화의 역사에서 어떻게 자리매 김할 수 있을까. 이 영화들은 과연 영화로 정의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시각적 경험은 기존의 영화 관람 경험과 어떻게 같고 또한 다른가. 각각의 사례와 논의들 이 지닌 배경과 이론적 입장은 다르지만, 다양한 영화들의 등장에 주목하여 영화라 는 매체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논의들은 무엇보다 이미지의 생산, 배급, 수용에 중 대한 영향을 미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이론의 고전 기부터 영화가 사진의 재현성을 바탕으로 한 ‘사물의 기계적인 재현’ 매체로 정의되 어온 것처럼, 테크놀로지는 영화라는 매체와 미학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기 술적인 측면에서, 영화의 탄생이 사진기의 발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나 이후, 컬러 필름의 등장, 텔레비전의 등장이 영화사에서 영화 미학의 변천에 중 요한 계기를 마련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논의의 핵심이 되는 디지틀 테크놀로지가 현시점에서 영화와 맺고 있는 관계는 무엇인가.

사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영화에 끼친 영향은 개별 영상물의 생산, 배급, 소비 의 모든 측면에서 광범위하고 구체적이어서 단순하게 몇 가지 개념으로 논의하기 어렵다. 여기에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영화의 실제와 이론에 끼친 영향 을 ‘스크린의 재정의’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스크린의 재정의라는 문제는 전통적인 영화이론에 의해 설명되던 스크린과 스크린 위의 이미지, 그리고 관람 주체의 관계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가 혹은 어떻게 새로이 이해되어야하는가라는 점들을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글의 일차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앞으로의 논의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사례로 제시하고자 하는 모바일 스크린의 경우,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대폰을 ‘일인용 스크린 미디 어’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극장의 스크린이 지니던 독점적인 미학적 지위가 재고되 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다양한 영화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들 이 전시되고 있는 스크린의 지위를 영화의 전통과의 관계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 수적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목격하는 ‘미래의 영화들’은 영화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

1. 디지털 미디어 이론의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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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이론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점이 있다면, 디지털 테크 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의미의 스크린(곧 영화관의 스크린)의 매체적 특 수성이 사라졌으나 그 어느때보다 스크린이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등장 했다는 사실이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영화관 밖으로 진출한 스크린들과 영 화들을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의 발달로 더욱 가속화된 ‘거대영화’(macrocinema)의 흐름이다. 거대 영화는 관람 객의 동일시 대상으로서의 스크린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구경 혹은 신체적으로 몰입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영화 또는 그러한 환경속의 영화를 가리킨다. 컴퓨터 특수효 과를 사용하여 신체적 관람 경험을 유도하는 스펙터클 영화나, IMAX 영화, 그리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처럼 영화를 테마로 해서 스펙타클한 경험을 제공하는 놀이동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와 달리, 극장을 기준으로 한 종래의 영화(필름이든 비디 오든) 제작, 배급, 상영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 컴퓨터 등의 보다 작은 스크린에 기 반해서 제작, 배급되는 ‘작은영화’(microcinema)가 두번째 유형이다. 인터넷 영화, 퀵타임 무비,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이 이 범주에 해당되는데,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이들 작은 영화의 등장에 결정적이었다. 주지하다시피 휴대폰이나 휴대용 게임기,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더 등의 휴대용 미디어는 현재 컴퓨터의 뒤를 이은 가장 작은 스크린이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영화 이론의 영역에서 이 ‘거대영화’와 ‘작은영화’를 아우르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매체로서의 ‘스크린’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개괄하자 면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인해 가능해 진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영상 고유의 미학을 정의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마샬 맥루한 식의 기술 결정론의 맥락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특수성을 찾으려는 뉴미디어 이론가들은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의 컴퓨터 특수효과(CGI)의 역할에서부터, 인 터넷.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등장, 컴퓨터 게임, 디지털 사진 이나 가상현실 등의 새로운 재현 시스템 등의 다양한 주제에 걸쳐 디지틀의 고유 성, 즉 디지털러티(digitality)를 찾으려는 논의를 계속해왔다. 대표적인 초기 이론가 들, 레브 메노비치(Lev Manovich)와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의 이론은 이들의 논의가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미디어의 특수성을 논의하는 주요 이론적 쟁점을 예시한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이들 또한 디지털 영상의 생산, 배급, 수용의 물적 토대에 관한 문제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논의의 초점은 여전히 디지털 영상이 가져온 ‘새로운’ 측면에 있다.

레브 메노비치는 특히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민주적인 배급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해방의 기능이 있다는 유토피아적 입장을 대변한다. 메노비치에 따르면, 첫째, 디지 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많은 자본이 요구되는 전통적인 필름 제작, 전시라는 물리적 조건이 제거됨에 따라 컴퓨터, 인터넷, 비디오 게임등을 통해 디지털 영상 은 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수용자에게 전달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는 개별적인 시각 매체들의 특수성에 제한받지 않고, 관습적인 매체의 특수성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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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복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다양성과 복합성, 유동성’ 등을 지닌 매체이다. 둘째, 디지털 영상의 존재론적 특수성과 관련해서, 디지털 미디어는 영화 를 대상의 사실적 재현 매체로 정의한 사실주의 미학이 지배해온 영화 산업과 담론 의 체제에서 이미지를 해방시킨다. 그렇다면 메노비치가 주장하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이 등장한 스크린(컴퓨터)의 특성은 무엇이며, 이것이 전통적인 영화의 스크린 에 대해 지니는 함의는 무엇인가. 메노비치의 이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몇 가지 이 론적 쟁점들을 살펴보자.

2.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새로운 스크린: 레브 메노비치의 입장

<뉴미디어의 언어>에서 메노비치는 일차적으로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원리를 분 석함으로써 디지털 미디어의 존재론적 특성, 그 구성 원리를 밝혀내는데 초점을 맞 춘다. 그의 논의에 따르면, ‘데이타와 알고리듬에 기반한 데이타의 변형’이라는 컴 퓨터의 작동 원리가 디지털 이미지 작업의 핵심원리이며, 이로 인해 이미지 또한 변형가능한 데이타의 집합으로서의 존재론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즉 이렇게 디지 털화되어 데이타로 환원된 이미지는 어떤 매체의 스크린에서도, 그리고텍스트나 사 운드 등 어떤 종류의 정보들과도 존재론적으로 동일하다. 나아가 영화적 이미지나 사진의 경우, 물질적 재료위에 기록된 객관적 리얼리티의 재현이라는 이미지의 전 통적인 의미가 상실됨에 따라 이미지는 "이미지-도구" 혹은 "이미지-인터페이스"라 는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스크린의 지위는 "허구의 공간을 구성 하는 재현의 창’’에서 "세상의(리얼리티의) 여러 양태"(mode)들이 정보로서 소통되 는 인터페이스로 변화한다. 이 인터페이스로서의 스크린은 ‘사용자’가 컴퓨터의 인 풋과 아웃풋을 조정함으로서 이미지의 시공간적 프레임을 조절하면서 탐사할 수 있 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영화관의 암흑 속에서 관람객에게

‘리얼리티의 일루전"(illusion of reality)을 실시간으로 투사하는 창으로서의 스크린 을 그 어디에서나 접근 가능한 정보의 전달창구로서 변형시킨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를 존재론적으로 차별적인 것으로 규정한 메노비치는 내러 티브 형식에 관한 크리스티앙 메츠의 기호학적 이론과 같은 형식주의적 입장에 근 거해 디지털 미디어의 미학을 분석한다. 형식주의의 입장에서 볼때, 영화의 경우, 픽션 영화는 ‘내러티브’를 이야기하다는 점에서, 장르와 내용의 차이점에도 불구하 고, ‘수퍼 게임’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이런 맥락에서 메너비치는 디지털 미디어가 19세기말의 사진이나 자연주의 혹은 라이브 액션의 재현에 구애받지 않고 시각적 코드의 자유로운 유희를 가능하게 하는 순수하게 새로운 ‘수퍼 장르’라고 본다. 구 체적으로 메노비치는 ‘순수한 코드의 유희’로서의 디지털 미디어의 미학이 초기 무 성 영화에서부터 1920년대의 아방가르드 영화나 회화사에 걸쳐 리얼리즘 미학의 전통에 가려져 왔던 시각 문화의 또 다른 중요한 전통, 형식주의를 계승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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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예시하고 있다. 즉 메노비치가 보기에, 디지털 미디어의 스크린은 ‘창’이 아니라

‘캔버스’로서의 스크린의 형식적 특성을 되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을 사진 이 후의(post-photographic) 미학이라기보다는, 보다 광범위한 일종의 ‘그래픽’ 모드로 보는 메너비치의 입장은 재현의 모드를 대척점으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 유로이 이미지 조작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존재를 주목한다는 점에서 얼핏 서 구 회화의 모더니즘론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일차적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존재론적 특성에 기반한 미학적 함의를 정립 한 후, 메노비치는 또한 디지털 미디어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현상을 분석하면 서, 디지털 영상들이 주요 토대로 삼고 있는 시각적 관습의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지가 베르토프 등의 아방가르드 영화의 미학이 표현의 미디어로서의 컴퓨터 이미지 프로세싱의 원리를 예측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오늘날 디지털 미디 어 스크린의 공간을 구성하는 지배적인 원리는 리얼리즘 미학에 기반한 관습적인 영화의 모드와 "움직이지 않는 관람자"라는 전제라는 메노비치의 주장이다. 메노비 치가 보기에 주류 시각 문화내에서 영화의 리얼리즘 미학을 토대로 디지틀 영상이 구성되고 있는 현실은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스크린이 내재한 양면성을 반영한다.

즉, 이론적으로 컴퓨터 스크린, 디지털 미디어의 스크린은 전통적인 영화의 스크린 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학을 구현하지만,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등 은 영화의 관습을 차용해 구성되고 있는 사회 문화적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디지털 스크린은 "재현의 공간을 향한 창"이자 동시에 "텍스트와 그래픽 아이콘을 전시하는 평면"으로 기능함으로써 일종의 타협적인 위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결 과적으로, 스크린에 대한 관람 주체의 위치도 모호해져서 관람자는 한편으로는 ‘상 호작용성’(interactivity)을 가지고 스크린을 조절하는 ‘사용자’(user)로서, 다른 한편 으로는 ‘부동의 관람객’(immobile spectator)으로서의 포지션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메노비치의 이론은 비록 디지털 미디어 중 컴퓨터 스크린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 만, 다양한 디지털 스크린들을 설명할 수 있는 구성 원리와 그리고 스크린들이 현 실적으로 구성될 때 사용되고 있는 시각적 관습, 특히 영화의 전통을 주목하고 있 다는 점에서 보다 발전된 디지털 이론을 논의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한편으로 디지 털 미디어와 디지털 영상의 근본 미학을 표현의 미디어로 정의하는 매노비치의 이 론은 고전주의 영화 이론의 리얼리즘 중심의 편협성을 비판하며, 초기 무성 영화시 절부터 이어져온 ‘볼거리로서의 영화’(cinema of attraction)의 전통을 강조해온 최 근 영화사학의 관점 등과 맥을 같이하며, 영화 이미지를 시각 문화의 큰 틀 속에서 이해하는 상보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고유성을 정의하려 고 한 메노비치의 이론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보편적이고 자율적인’ 테크놀로지로 가정하고, 이 테크놀로지의 ‘본질적인’(essential) 특성을 규명해내는 기술결정론적 입장을 취함으로서,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이미지가 생산 수용되는 자의적인 문맥 의 구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보다 구체적으 로는, 디지털 미디어를 서구 과학사와 시각 예술사의 맥락에서 진화론적으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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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으로써, 테크놀로지의 순수성이라는 가정과 이론의 영역에서 서구 시각 문화의 지배적인 위치를 다시 한번 재생산하고 있다.

메노비치 이론보다 구체적으로 고전적 리얼리즘 이론에 기반해 디지탈러티를 하 이퍼 리얼리티의 미학으로 해석하려한 티모시 머레이 등의 영화학자들의 논의도 결 국은 기존의 영화 이론의 패러다임 안에서, 디지탈러티를 정의한다는 점에서 텍스 트 중심의 영화 이론과 매체 결정론의 한계를 지닌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미지 제작의 과정에서 필름이라는 영화의 매체의 존재론적 근거를 부정하긴 하지만, 결 과적으로 ‘토탈 시네마’라는 앙드레 바쟁의 고전주의적 리얼리즘 이상을 실현시킨다 는 머레이의 정의가 컴퓨터 특수효과의 사용에 관한 경우에서처럼 유효한 점이 있 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딮 포커스’라든지, 필름의 ‘기계적인 사실 재현’ 능력에 대한 바쟁의 리얼리즘 논의가 결코 테크놀로지에 대한 논의였던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때, 디지털 영상의 선별된 형식적 특성에 대한 논의만으로 영화적 관습 과 디지털 미디어의 새로운 스크린의 관계를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디지털 시대의 영화적 이미지들을 자리매김하는데, 이러한 매체 중심적 논의에서 드러난 기술 중심적이자 텍스트 중심적인 입장을 보완하는 것이 디지털 테크놀로지 를 기존의 시각 매체와의 제도적, 물리적, 미학적인 관계에서 규명하려는 미디어 이론의 흐름이다. 이 두 번째 입장의 이론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미지의 형식 적 측면뿐 아니라 생산, 배급, 수용에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문화적으로 구체적인 컨텍스트와 디지털 테크놀로지 자체의 역사성,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기존의 재현 체계와의 접합점과 단절점 등을 규명하고자 한다. 즉 동일한 주제에 대해 형식주의 적으로 접근하는 메노비치의 이론과 문제의식을 달리하는 이 이론적 입장은 기술적 특수성이나 영화 이론에 기반하여 디지털 영상의 특수성을 정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어떻게 특정한 문맥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영화의 재현 체계와 산업 체 계를 해체, 통합, 내지는 상보적으로 재구성해서 독특한 영화적 이미지들을 생산해 내는가라는 문제에 초점을 둔다. 여러 이론적 쟁점 중 스크린의 재정의 문제와 관 련해 핵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다매체간의 융합’(convergence)의 문제이다. 메 노비치의 경우에도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매체의 경계를 넘어서 ‘복합적인’(hybrid) 이미지를 생산해낸다고 지적했지만, 그의 이론이 디지털 이미지의 내재적 형식이나 기술적 원리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외부적인 문맥에 주목하는 두번째 입장에서는 매체의 특수성이 사라지고, 매체간의 결합이 주요한 시각 문화의 양태로 떠오른 이 론적, 산업적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에 주목한다고 볼 수 있다. 융합이라는 현상이 스크린의 재정의라는 문제에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명확히 하는데 이 두 번째 입장 이 보완적인 논의를 제공한다.

3. 사라지는 매체의 특수성: 융합(convergence)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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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벨튼의 정의에 따르면,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융합’은 "어떤 한 연결망 (connection)으로 전달되어 특정 도구(device)에 수신된 다양한 소스의 데이타들- 오디오, 비디오, 텍스트 등- 의 결합" 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첫째, 이탤 릭으로 표시한 ‘다양한 소스의 데이타들’의 결합이다. 즉, 융합은 서로 다른 매체에 서 만들어진 데이타들이 매체의 경계를 넘어 복합적인 데이타로 만들어지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둘째, 이 복합적인 데이타들은 개별적인 매체의 기술적 조건에 제 한받지 않고, ‘전달되어야’ 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바로 이미지와 오디오, 텍스 트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통해서 ‘결합’과 ‘배달’의 임무를 현저하게 촉진시 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결과, 융합은 데이타들의 결합에 그치지 않고, 영화, 텔레비젼, 컴퓨터, 라디오, 무선 통신망 등의 다양한 매체 자체의 상호 작용, 결합 까지 이어진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융합’이 영상 문화 전반에 끼친 가장 큰 영향 은 영상물이 경험될 수 있는 다양한 스크린의 등장과 이로 인한 이미지의 ‘탈매체 성’이다. 이미지가 더 이상 기존의 특정 매체에 고유한 방식으로 생산, 배급, 수용 되지 않게 됨에 따라, 매체의 물리적인 조건에 기반한 특수성이 상실된다는 것이 다. 예를 들면, 필름과 비디오와 디지털 등 다른 매체로 제작된 영상 이미지들은 다양한 융합의 과정을 통해, 이미지가 상영되고 수용되는 매체 고유의 제도적 공간 의 차이를 넘나들며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한다면, 영화 이론 이 그간 매체의 특수성 - 필름, 스크린, 프로젝션, 극장 시스템과 같은 물리적 조 건 - 에 기반해 규정해온 영화의 정의에 컴퓨터 스크린 위의 ‘퀵타임 무비’는 들어 맞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시각 문화의 변천을 논의해온 앤 프리드버 그(Anne Friedberg)는 텔레비젼 스크린, 컴퓨터 스크린 등의 다양한 스크린의 등장 을 고려할 때, 필름, 스크린, 관람객(spectator)으로 구성되던 영화 기제에 대한 담 론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스크린은 (다양한 크기와 테크놀로지를 바탕으 로 한 모든 종류의 스크린은) "전시와 전달(display and delivery)의 형식"으로, 필 름은 (비디오 테입, 컴퓨터 디스크, 온라인 서버등을 아우르는) 이미지의 "저장 매 체"(storage medium)의 한 종류로, 스크린과 고정된 관계를 유지하던 전통적인 의 미의 관람객은 "인터페이스를 마주한 사용자"(user)로 개념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따라서, ‘움직일 수 없고, 동일시의 주체로 규정되던’ 전통적인 의미의 관람 객은 ‘인터페이스를 통제할 수 있는 사용자’로서 ‘움직이는 주체’로 재정의된다. 결 국 메노비치와 유사하게 프리드버그도 영화, 텔레비전, 디지털 미디어로 이어지는 시각 매체의 역사에서 매체의 물질적 조건이 변형됨에 따라 변화하는 스크린의 의 미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가 이러한 변화를 순전히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기술적 발전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메노비치의 입장과 구별된다. 프리드버그에 따르면, 스크린의 지위가 재현의 창에서 인터페이스로로 변화한 것은 단순히 디지 털 테크놀로지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텔레비전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단계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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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다. 영상 매체의 역사에서 텔레비전은 리모트 컨트롤이라던지 VCR이라는 새로 운 기술과 짝을 이뤄 처음으로 관객에게 개인적이고, 인터액티한 관람 경험을 제공 하는 스크린이었다. 따라서 프리드버그는 컴퓨터 스크린의 사용자가 관람의 시공간 적 조건을 조절할 수 있는 참여성을 가지게 되기까지 이 텔레비전의 시청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즉, 텔레비전은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영화가 영화 관의 스크린 바깥의 스크린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미디어 융합의 중요한 단계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메노비치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스크 린의 역사에서 단절의 계기로 논의한다면, 프리드버그는 현재 시점에 이르기까지 스크린의 점진적인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렇게 매체의 특수성을 벗어난 영상 이미지들을 영화, 비디오, 컴퓨터 등의 매체의 특수 성에 기반한 이론이 아니라, "움직이는 시선"(mobilized gaze)의 발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르네상스 이후의 영상 문화의 흐름 속에서 논의하고 있는 프리드버그의 논의는 새로운 스크린 논의의 유용한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드버그의 경우에서와 같이, 새로운 스크린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중요한 점은, ‘매체의 특수성이 상실되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스크린은 사라졌다’라는 명 제의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체의 융합이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례와 방식, 그리고 이것이 새로운 이미지의 형식과 논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특수성 에 주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레드리히 키틀러(Fredrich Kittler)와 니콜라스 네 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등의 미디어 학자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특수성 이 바로 미디어의 경계를 허무는데 있다고 주장하지만, 테크놀로지가 개발되고 사 용되는 방식은 ‘보편적이고,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 된 다. 즉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제공하는 기술적 가능성이 특정한 역사적, 문화적 문 맥에서, 오늘날과 같이 융합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게 된 패러다임과 조건(통 상, technosocial situations 라고도 일컬어지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융 합을 특성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의 미학적이고 존재론적인 함의를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제도의 역사라는 큰 틀속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존 콜드웰(John Caldwell)과 토마스 엘세서(Thomas Elsaesser) 등은 이러한 입장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존의 시각 매체의 형식에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끼친 ‘급격한’ 변화를 논의하기보다는 "

분화와 융합이라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온 매체의 역사적인 변화들"이나 "접목될 수 밖에 없는 기술 매체들의 역사"인 테크놀로지의 역사에서 디지틀 미디어가 어떻게 자리매김 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이들의 논의에 따르면, ‘개인 엔터테인 먼트 센터’로 진화한 휴대폰 모바일 스크린의 경우, 매체의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미디어 사업의 분화와 연합, 텍스트의 재변형을 통한 다양한 활용 등이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한 현 시점의 미디어 산업의 실제적인 논리가 이 새로운 스크린의 등장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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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움직이는 관람자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기술적으로든 제도적으로든 스크린이 융합의 결과로서 등장 한 인터페이스로이자 전시, 전달의 도구로 그 존재론적인 의미가 변화했다고 할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쟁점은 스크린과 새로운 관계를 지닌 ‘사용자’로서의 주체의 위치라는 문제이다. 메노비치와 프리드버그 등의 이론을 검토하면서 언급된 바 있 듯이, 사용자로서의 관람객, 그리고 관람객의 참여성이라는 개념은 스크린을 재정 의 하는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참여성’이라는 개념과 효과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 가의 문제는 이론가들마다 의견을 달리한다. 예를 들면, 어떤 매체의 기술적 특성 과 무관하게 관람객이 텍스트를 해석하는 정신작용 자체가 참여성이라는 광범위한 정의부터 관람객이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영상이미지의 관람 상황, 나아가 이미지 와 내러티브 구성을 조절하는 능력을 지시하는 적극적 의미의 참여성까지 해석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대표적으로 뉴미디어 이론가 제프리 쇼(Jefferey Shaw)는 디지털 테크롤로지가 제공하는 참여성이란 "기존의 매체에서와 달리 사용자가 새롭고 보다 직접적인 방 식으로 작품의 창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고 정의한다. 특히 쇼는 컴퓨터의 인풋-아웃풋 기슬과 알로리즘을 이용한 제작 기술이 전통적인 영화의 강 요된 관람객-스크린 관계를 변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제공하 는 관람객의 참여성이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그 범위와 내용이 다르고 때로는 제한 적이기는 하지만 쇼의 지적대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원리를 구체화시킨 많은 디지 털 아트 작품들과 새로운 영화들의 경우, 일단 수동적인 관람객의 위치를 현저히 변화시키는 형식적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미 디어가 제공하는 참여성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기술적 원리를 텍스트의 내재적인 형식으로 도입한 작품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참여 퍼포먼스"의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영화학자 마샤 킨더가 제시한 "수행적 참여성"(Performative Interactivity)이라는 개념이 쇼의 정의와 맥락을 같이해 텍스트의 형식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관람자 역할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킨더가 디지털 미디어 미학의 주요 원리의 하나로 간주하는 "데이타베이스 내러티브"(database narrative) 와의 관계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수행적 참여성이란 “내러티브를 감상 혹은 독해하는 관람객(퍼포머)가 마치 배역을 해석하는 배우처럼, 자신의 개성대로 변형 하고 그 경험을 자신의 기억체계 속으로 흡수하면서 작품의 감상에 참여하는 과정 이다.” 즉 관람객은 스크린에 대해 기술적으로 주어진 내러티브 혹은 이미지 구성 의 조작 가능성을 개성대로 선택, 변형하고 이를 인풋함으로서 자신의 경험에 기반 해, 자신만의 텍스트를 아웃풋해내는,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제프리 쇼와 마샤 킨더 두 이론가가 정의한 참여성 개념에서도 드러나듯이, 관람 객의 참여성 논의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관람객의 ‘신체를 통한 참여’의 문제이다. 영화 이론에서도 구체적인 관람객의 신체의 문제, 육체적이자 물질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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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문맥적으로 특수한 주체로 존재하는 관람객의 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되어왔지만, 뉴미디어 이론의 영역에서는 특히 스크린의 재정의라는 문제와 더불어 주목을 끌고 있는 핵심 쟁점 중의 하나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앙리 베르그송의 현상학적 관점 에서 디지털 이미지와 관람 주체가 맺는 신체적 관계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마크 한센(Mark Hansen)의 이론을 들 수 있다. 한센 역시 디지털 미디어가 매체의 물질 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영향을 끼쳤다는 메노비치나 프리드버그의 논의에 동의하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보다 중요한 영향은 "정보를 틀지우는 역 할자(enframer)로서의 정서적 신체(affective body)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는 것이 라고 주장한다. 신체화된 지각에 대한 베르그송의 개념에 기반해 "인간의 신체적 지각에 따라 변동하는 프레임"이라는 기본 가정을 설정하는 한센의 이론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는 신체와 스크린의 현상학적 관계를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즉, 기존의 스크린들이 스크린과 주체의 관계를 ‘스크린 위의 객관적인 이미지’ 그 리고 ‘비물질화되고 비공간화된 관람객’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정의함으로서 실현되지 못했던 현상학적 관계가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인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한센의 이론틀 내에서 사용자의 신체는 이미지의 정보를 틀지우는 ‘창의적인’ 행위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미디어에서 이미지는 더이상 스크 린 표면에 존재하는 형상으로 국한되지 않고 관람자가 신체적 경험을 통해 정보를 지각하는 그 전체적 과정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해석된다.

이와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한센이 스크린위의 디지털 이미지와 사용자의 관계에 서 여전히 리얼리즘 미학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적 관습이 지배적이라고 주장한 메 노비치의 논의를 비판하는 지점이 흥미롭다. 한센은 메노비치가 관람자의 주체적 위치를 변화시키는 디지털 미디어의 획기적인 기능을 오직 ‘이미지의 조작 가능성’

으로만 축소시켜, 결국 관람객의 부동성을 다시한번 당연한 것으로 입증했다고 주 장한다. 한센이 보기에, 관람객의 이동성(mobility)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관람객에 게 선사하는 부차적인 혜택이라기보다는, 이미지의 정보를 점차적으로 구현하는 과 정의 핵심으로서 디지털 이미지의 제작에 필수적인 선결조건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필수불가분하게 ‘관람객의 이동성’, ‘신체적 참여’를 텍스트의 의미 생성 과정에 필 수적인 요소로 요구한다고 보는 한센의 입장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자가 영화의 관람객 모드와 데이타의 조작자라는 양가적인 속성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메노비치 의 현실 관찰은 소극적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디지털 아트라는 특수한 대상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미디어 미학의 보편성을 정의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센 의 이론 또한 이론적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신체성’에 주목 하는 한센의 이론은 특히 사용자의 신체적 존재, 이동성을 필수조건으로 전제하는 휴대용 미디어의 모바일 스크린과 사용자의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설명하는데 유용 한 이론적 관점을 제공한다고 본다. 결국, 몸은 극장의 의자 위에 남겨친 채, 스크 린 위의 ‘허구의 재현 공간’과 동일시하도록 요구되던 수동적인 극장의 관람객은 리 모콘을 손에 쥐고 채널 서핑을 하여 이미지의 흐름(flow)을 조작하는 홈TV 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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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거쳐, 이제는 거리로 나와 내 손안의 스크린을 통해 갖가지 형태의 동영상을 조 작하는 사용자로 변모했다.

5. 미래의 영화: 영화적 이미지의 시대

이상과 같이 스크린을 재정의하는 디지털 이론들의 쟁점들을 살펴본 결과, 매체 의 경계가 사라진 새로운 스크린들 위에 남은 것은 독점적 스크린위에 구성되었던 영화의 미래의 모습, 즉 엄밀한 의미에서 영화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영화의 관습 과 어떤 식으로든 맞닿아 있으며 스크린을 미디어 체험의 중요한 모드로 제시하는

‘영화적 이미지들’(cinematic imagery)이었다. 이들 영화적 이미지들은 디지털 테크 놀로지가 제공하는 새로운 이미지 구성 원리를 바탕으로 영화의 관습을 새로운 스 크린위에서 변형 또는 계승하고 있는 ‘영화 이후의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영화적 이미지들에 대한 논의를 통해 리얼리즘 미학으로 축소되어 논의되던 영 화 매체를 새로운 틀로 이해할 수 있는 단초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시, 영화적 이미지들과 스크린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다. 영상 이미지와 관련해서는 매체의 특수성이 상실되었다고 할때, 각각의 이미지 가 구체적인 융합의 과정에서 ‘어떻게’ 한 매체의 관습을 유지하고, ‘어떠한 정도로’

다른 매체의 관습을 수용하는지, 변화된 이미지가 사용자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어 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러한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문맥은 무엇인지 등의 구체적인 질문들이 제기될 수 있다. 즉, 중요한 문제는 매체의 경계를 초월한 상호텍스트성 (transmedia intertextuality)과 다른 매체의 미학 빌려오기 등이 구체적인 문맥에서 각기 다른 사례들로 나타나는 개별적인 양상을 주목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융화 의 과정 속에서 이미지가 전시되는 특정한 스크린의 물리적 조건으로 인해 규정될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시각적 코드의 등장도 간과될 수 없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 어와 스크린을 위해 변형, 이동 또는 생산되는 새로운 영화적 이미지들이 기존의 매체에 기반한 이미지들과 어떤 다른 형식의 영상 미학과 문화를 만들어내는지, 특 히 영화의 관습이 이들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영화적 이미지들의 구성에 어떠한 연 속성과, 단절성을 지니고 관련되는지, 모바일 스크린이 제공하는 ‘이동성’의 경우처 럼, 이들 새로운 매체가 제공하는 변화된 관람 조건과 경험이 어떻게 이미지의 형 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의 논의를 이끌어가는 사례로 제시되었던 휴대폰 모바일 스크린의 경우, 지금까지 논의한 새로운 스크린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미래의 영화’로서 그 미학적 함의에 대해 이후의 심도 깊은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 다. 특히 이동 통신사들이 모바일 컨텐츠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각종 동영상 컨텐츠들과 DMB 등 새로운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재정립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스크린 논의에 어떤 문제의식을 제기하는지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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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면, 한국의 SK 텔레콤이 ‘모바일 시네마’나 ‘모바일 드라마’ 등의 이름으로 새로 이 시도한 모바일 전용 컨테츠나 기존의 영상물을 재변형시킨 컨텐츠들이 산업적으 로 완전히 새로운 이동 통신 서비스의 패러다임안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기존의 영 화나 TV 의 시각적 관습과 담론을 차용 혹은 변형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 콘텐츠 들이 구체적인 유형의 차이는 있지만, ‘작은 스크린 사이즈’, ‘짧은 컨텐츠 서비스 시간’, ‘사용자의 이동성으로 인한 산만한 관람 환경’(distractive viewing condition) 등의 기술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 전시적인(exhibitionist) 영화적 테크닉 - 예를 들어, 빠른 편집이나 다양한 카메라 테크닉, 텍스트와 이미지의 혼 합 등- 은 미래의 영화의 미학을 설명하는데 어떤 함의를 지닐까. 또한 지속적으로 스크린을 조절해야하고, 구체적인 관람 위치나 상황에 따라 항상 ‘공간화되고 물질 화되는’ 모바일 스크린 사용자의 주체성은 콘텐츠의 형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 까.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후의 발전된 논의를 위해 이들 ‘작은 영화’들이 그 기술적 특성에 대한 고려로 인해 내러티브에 대한 동일시의 대상으로서의 영화라기보다는 볼거리로서의 전시적인 이미지들을 전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스 펙타클의 경험을 전시하는 ‘거대 영화’와 다시 교차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을 던 지고 싶다. 결국, ‘움직이는 이미지’로서의 영화라는 가장 단순한 매체의 정의에서 비롯된 ‘볼거리로서의 영화’(cinema of attraction)라는 영화 탄생기의 미학이 디지 털 미디어 시대의 영화적 이미지의 미학의 중요한 한 특성으로 계승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뤼미에르는 이미 자신의 손으로 영화의 미래를 전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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